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무엇보다도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였다는 점이다.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의 책을 읽는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순전한 기독교’는 국내외 할 것 없이 많은 목회자의 설교 중에 언급되어 왔고, 수많은 기독 신앙서적에 인용되고 있다. 이 사실은 내가 이 책을 읽은 충분한 동기였다.
 참고로,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는 위키백과에서 책 제목으로는 검색되는 많지 않은 책 중에 한 권이기도 하다. 제목 또한 ‘진정한, 진실된, 올바른’ 등의 형용사가 아니고, 평소에 많이 듣지 않는 표현인 ‘순전한 (개인적으로 이 단어의 어감은 100%의 순금 혹은 소금의 느낌이다.)’ 기독교'였다는 것 또한 과연 내가 갖고 있는 신앙이 무엇이길래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라 표현했을까라고 책을 읽기 전부터 스스로 질문을 하며 루이스의 탁월한 변증을 기대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기독교’라는 범주 안에는 불행히도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이 존재한다. 그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의 비본질적인 것이나 변질된 것들로 인해 상처받거나, 그것들이 본질인 양 행세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오해하고 왜곡하는 것들은 또한 얼마나 많은가 그리스도인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하게 되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변증’이라는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 굳이 기독교를 변증해야 한다는 말인가, 변증과 변명은 전혀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왠지 변명하는 것 같아서 변증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면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비그리스도인에게 오해를 풀어줘야 하는 사명을 가진 존재이다. 나는 오해 받으면 그만이지만, 길과 진리, 생명 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오해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신앙의 선배님들이 그것을 위해 목숨을 다해 그렇게 사셨고, 지금도 역사 가운데 그러한 일들이 세계 만방에서 일어나고 있음은 분명한 일이다.
 다시 한번 책 제목에 대해 말하자면 원제는`Mere Christianity'다.영어의 `Mere'란 단어를 이 책에선 `순전한'이라는 단어로 번역했다. 사전을 찾아보면 `Mere'란 단어는 (① 단순한, ~에 불과한, 단지~에 지나지 않는, ② 전적인,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정도로 해석되어 있다. 저자는 왜 이러한 제목을 붙였을까, 이 책의 머리말을 읽고 나면 분명해진다. 머리말에서 루이스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었다. 루이스 자신의 ‘나의 종교’를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한’ 기독교, 즉 오래전부터 루이스 개인의 호오(好惡)와 상관 없이 이미 그러했으며 지금도 그러한 기독교를 설명하기 위해 글을 씀을 밝힌다. 이런 내용을 서두에 밝힘으로 나로 하여금 더 신뢰감을 가지며 책을 읽게 하였던 것 같다. 순전한 기독교라고 달리 표현 했을 뿐 ‘기독교의 본질’을 다루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은 루이스가 속해 있는 영국 성공회를 포함한 네 명의 성직자들 (감리교, 장로교, 로마 카톨릭)에게 자문을 구하여 루이스의 표현대로 최소한 이미 동의된, 또는 공통적인, 또는 중심적인, 또는 ‘순전한’ 기독교를 제시하는 일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신학적인 논쟁거리를 제외한 ‘공동의 기독교의 전통'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은 본래 방송원고를 책으로 옮긴 것으로 첫째장은 인류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도덕선을 다루고, 둘째장에서는 그리스도인이 믿는 바를, 셋째장에서는 기독교 기본덕목과 신학덕목을 소개하고 마지막에는 신학적이면서도 실질적인 기독교 교리를 소개하고 있다. 소제목만 서술하더라도 분량이 적지 않다. 개인적인 새로운 깨달음과 사색의 길로 인도했던 부분을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옳고 그름, 우주의 의미를 푸는 실마리라는 첫째장에서 우리는 독자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글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옳고 그름’은 단순한 취향이나 견해의 문제가 아니다. 자연법을 그대로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즉 지구 위에 사는 인간은 누구나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기묘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그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을 때에는 그 자리에서 돌이켜 올바른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진보이다. 기독교는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하며 용서를 약속한다. 그렇게 때문에 자신이 회개할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 자신에게 용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독교가 아무 의미도 가질 수 없다. 먼저 도덕률이라는 사실이 정말로 존재하며, 그 법칙의 배후에 어떤 힘이 있고, 여러분이 그 법을 어김으로써 그 힘과 잘못된 관계를 맺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기독교는 낭패감에서 출발하는 종교로서, 그 낭패감을 먼저 겪지 않는 한 아무리 위안을 얻으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모습을 인정하지 아니하면 결코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지 못한다는 말인 것 같다. 회개가 없다면 용서도 없다. 철저하게 회개할 제목들을 알게 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믿는가? 그리스도인이라면 ‘기독교’외의 모든 종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다’고 믿을 필요가 없다. 이 한 문장이 요즘 한국사회에서 한창 이슈되는 ‘종교적 편향성의 문제’에 어느 정도의 실마리를 찾게 해 주었다.
종교가 단순하기를 바라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실재하는 것들은 어쨌든지 간에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종교를 단순하게 말들 수 있다’는 개념에 주의하라. 실재는 복잡할 뿐 아니라 기이하다. 실재란 대개 짐작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이 부분이 루이스가 기독교를 믿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한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다루는 이론들 그 자체는 기독교가 아니다. 그리스도가 하신 일이 어떻게 효력을 갖게 되는지 모르는 사람도 그 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 그 일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그 일이 어떻게 효력을 갖는가에 대해 결코 알 수 없다. 우리는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죽임을 당했으며, 그 죽음이 우리의 죄를 씻어 주었고, 그가 죽음으로써 죽음의 세력이 힘을 잃었다. 이것이 공식이며 기독교이며우리가 믿어야 할 바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없는 기독교가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의미였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이 빠져 있는 ‘곤경’이란 스스로 독립적인 위치에 서려고 한 것, 스스로 자기의 주인인 양 행세하는 것이다. 회개한다는 것은 수천 년 간 익혀 온 자기 민족과 자기 의지를 버린다는 뜻이다. 자신의 일부를 죽이는 것, 죽음을 겪는 것을 뜻한다. 회개란 ‘하나님께 돌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는 하나의 표현 수단일 뿐이다. 하나님은 그분이 가지고 있는 것만을 나누실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절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회개하고 다시 일어나 몇 번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스도인은 우리가 선하기 때문에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에 우리를 선하게 만드신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비그리스도인 뿐만 아니라 많은 그리스도인이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오해는 부분인 듯하다. 우리에게는 결코 선한 부분은 일점 일획도 없다.
 문명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네 가지 ‘기본’ 덕목에는 분별력, 절제, 정의, 꿋꿋함이 있다. 분별력(Prudence)이란 자신이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으며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것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착하기만’하면 어리석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같다. 이 부분은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한국적 사고, 전통적인 유교적인 사고와 맞아 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것은 분명한 오해이다. 어린 아이조차 관심 있는 일에 대해서 상당한 분별력이 있고, 그리스도는 지성의 영역에서 우리에게 비둘기처럼 순결할 뿐 아니라 뱀처럼 지혜로우라고 하셨다. 아이의 마음과 어른의 머리를 바라신 것이다.
이러한 덕목에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정의롭거나 절제 있는 특정 행동을 한다는 것이 곧 그 사람 자체가 정의롭거나 절제 있다는 뜻은 아니다. 꾸준히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사람은 결국 일정한 인격적 특질을 갖추게 된다. 동기가 그를 때에는 아무리 옳은 행동을 한다 해도 정작 중요한 내면의 특질이나 성품, 즉 ‘덕목’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형성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이 정말 원하시는 것은 특정한 종류의 사람이 되는 것임을 기억하자.
 기독교가 말하는 선한 사람이란 과연 어떤 사람인가? 도덕적인 선택에는 두 가지 요소가 관련되어 있는데 하나는 선택하는 행위이고, 또 하나는 선택하는 사람의 심리적 소양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선택의 원재료가 되는 다양한 감정과 충동 같은 것들이다.
원재료를 아무리 향상시킨다 해도 그것과 다른 문제, 즉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할 것인가 뒤로 미룰 것인가를 자유롭게 결정해야 하는 진정한 선택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 것이다. 심리적 재료가 나쁜 것은 죄가 아니라 병이다. 따라서 회개할 것이 아니라 치료받아야 한다. 인간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을 보고 서로를 판단하여 원재료에서 나온 선택의 결국만을 보지만, 하나님은 인간의 원재료만 보고 판단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 원재료로 무엇을 했느냐를 보고 도덕적 선택을 보고 판단하신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면 평화뿐 아니라 지식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사람은 선해지면 선해질수록 자기 안에 남아 있는 악을 더 분명히 깨달을 수 있다. 반면에 악해지면 악해질수록 자신의 악을 깨닫지 못한다.
 순결의 규범은 모든 시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동일하게 해당되는 반면, 예의범절의 규범은 늘 바뀌게 마련이다. 기독교의 규범은 ‘결혼해서 배우자에게 전적으로 충실하든지, 아니면 독신으로 완전히 금욕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성에 대해 쉬쉬했기 때문에 성이 골칫거리가 된 것이 아니라, 성이 골칫거리가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인류가 쉬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뒤틀린 본성과 우리를 유혹하는 마귀, 그리고 정욕을 부추기는 현대의 온갖 선전들이 합세하여 ‘우리가 억누르고 있는 욕망들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지극히 건강하며 지극히 온당한 것이므로 그것을 억누르는 것은 거의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태도’라고 느끼게 한다는 데 있다. 진정한 갈등은 기독교냐 ‘본성’이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성’을 제어하는 일에서 기독교적 원칙을 따르느냐 다른 원칙에 따르느냐에 있다. 매일 삶 가운데 우리의 주인 되시고 진리이신 예수님 그 분이 걸어 가신 그 길을 우리도 동일하게 따르기를 원하신다.
 많은 이들은 기독교적인 순결을 지키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지레 겁을 먹은 나머지 진지하게 노력해 볼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해 내는 것은 멋진 일이다. 실패할 때마다 용서를 구하고 다시 일어나 거듭 시도하라. 많은 경우 하나님이 무엇보다 먼저 도우시는 부분은 덕목 그 자체가 아니라, 언제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바로 이 능력이기 때문이다. 순결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과정은 그 덕목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영혼의 습관을 훈련시켜 준다. 치명적인 실패는 오직 하나, 완전을 포기하고 그 이하에 안주하는 것이다. 우리 하나님께서 우리를 결코 포기하시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우리 삶 가운데 혹 실수는 있어도 패배는 없음을 기억하기 소망한다.
 영적인 쾌락 즉, 잘못을 남에게 미루고 즐거워하는 것, 남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거나 선심 쓰는 척하면서 남의 흥을 깨뜨려 놓고 좋아하는 것, 험담을 즐기는 것, 권력을 즐기는 것, 증오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악한 죄이다. 교회에 꼬박꼬박 출석하는 냉정하고 독선적인 도덕가가 거리의 매춘부보다 훨씬 더 지옥에 가까울 수 있다는 말은 이 시대에 살아가는 지성인이라 자칭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눈이 그러하심을 믿을 때 우리 삶이 변화될 것이다.
 기독교의 결혼관은 남자와 여자라는 두 반쪽은 단지 성적인 차원에서만 짝으로 결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차원에서 완전히 결합되도록 만들어졌다고 말씀한다. 기독교적 자세는 ‘음식을 삼켜 소화시키는 대신 씹기만 하고 뱉어 내서 미각적 쾌락만 얻으려 하면 안되는 것처럼, 성적 쾌락 역시 그것만 떼어내 즐기려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따라서 기독교는 한 번 결혼이 평생을 간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이혼을 단순히 ‘짝 재정리하기’ 정도로 여겨서, 배우자에게 더 이상 사람을 느끼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을 경우에는 언제든지 이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인의 관점에 반대한다. ‘사랑을 느껴야만’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경우, 결혼을 계약이나 약속으로 볼 여지는 아주 사라져 버린다. 사랑이 전부라면 약속은 아무 의미가 없고, 약속이 아무 의미가 없다면 약속이라는 것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하기 때문에 했던 약속, 즉 자기가 살아 있는 한 사랑하는 이에게 진실하겠다는 약속은 사랑의 감정이 사라진 후에도 유효한다. 그러나 감정은 찾아왔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사랑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꼭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사랑의 느낌’과 구별되는 사랑은 의지로 유지되며 의도적인 습관으로 강해지는 깊은 연합, 두 사람이 하나님께 구해서 받는 은혜로써 강화되는 깊은 연합이다. 결혼의 엔진을 계속 가동시키는 것은 두번째 사랑이다. 사랑의 느낌은 그 시동을 걸어 주었을 뿐이다. 이 부분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결혼예비학교에서 강의했던 내용과 일치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결코 감정이 아니였음을 말씀하신다. 나는 나의 결혼생활의 첫 단추를 잘 매듭하기를 원한다. 하나님 앞과 증인들 앞에서 그리스도와의 깊은 연합을 꿈꾸며, 주님께서 허락하신 가정을 통해 약속하신 것을 붙들며 살아가길 원한다. 나는 신실하지 못하고 약해도 나의 하나님은 신실하시며 강하시기에 매일의 삶을 그 분께 의뢰하며 의지한다.
 기독교의 한복판에는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라는 말씀이 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 ‘그에게 호감을 느끼라’든지 ‘그에게서 매력을 찾으라’는 뜻이 아니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 또한 그들을 호감 주는 인간으로 생각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든지 호감 주고 싶은 마음과 욕심이 가득했었다. 그로 인해 실패했던 경험들이 생각났다. 이제는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않는 단계가 나의 목표가 되었다. 기독교는 잔인한 행동이나 배신 행위에 대한 미움을 티끌만큼이라도 줄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일을 미워할 때, 자기 자신에게서 똑같은 것을 발견했을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미워하라고 한다. 즉 그 사람이 왜 그런 짓을 저질러야 했을까 안타까워하면서, 할 수만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든 치유되어 그의 인간다움을 되찾기를 바래야 한다. 요즘 뉴스와 기사를 보면 끔찍하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나 또한 욕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태반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러한 사건과 일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해야 한다. 나아가 기도하며 그가 잘되기를 바라는 자리에까지 나아가야 함이 마땅함을 되새겨본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이 영원히 살 것을 믿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의 중심, 즉 영혼의 내부를 천국의 피조물로 만들 수도 있고 지옥의 피조물로 만들 수 있는 그 작은 흔적이나 꼬인 자국이다. 우리 안에 적의나 복수심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이런 마음이 고개를 쳐들 때마다 날마다, 해마다, 평생토록 그것을 쳐 내야 한다. 날마다 내 자아가 죽지 않으면 결코 우리가 온전하게 살아 갈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기독교 스승들의 가르침에 따르면 가장 핵심적인 악, 가장 궁극적인 악은 교만이다. 교만은 온갖 다른 악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하나님께 전적으로 맞서는 마음 상태이다. 교만은 본질적으로 경쟁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를 교만하게 만드는 것은 남과의 비교이다. 즉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사람을 교만하게 만든다. 세상에서는 이 교만을 성공의 동기를 본다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루이스는 신학은 지도와 같다고 비유한다. 단순히 기독교 교리를 배우고 거기에 대해 생각하는 데서만 멈춘다면, 생생하지도 흥미롭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지도는 정말 하나님을 만났던 수백 명의 경험에 토대를 두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독교가 하나의 좋은 권고에 불과하다면 아무 가치가 없다.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자 할 때, 그 주도권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다. 하나님이 자신을 보여 주시지 않는 한 우리는 무슨 수를 써도 그를 찾을 수 없다. 실제로 하나님이 자신을 더 많이 보여 주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하나님이 그들을 편애하시기 때문이 아니다. 마음과 됨됨이가 온통 잘못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하나님도 자신을 보여 주실 수 없다. 하나님을 배우기에 정말 적합한 도구는 다함께 하나님을 기다리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이다. 즉 그리스도인의 모임이 과학 연구를 위한 기술 장비-실험도구-인 셈이다.
기독교의 방식, 그리스도는 말씀하신다. "나에게 전부를 다오. 나는 너의 시간이나 돈이나 일을 원치 않는다. 나는 ‘너’를 원한다. 너의 자연적 자아 전부를, 네가 악하다고 생각하는 욕망이나 죄 없는 욕망을 가리지 말고 전부 내게 넘겨다오. 그러면 그 대신 새 자아를 주마. 내 자아를 주마. 그러면 내 뜻이 곧 네 뜻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른바 ‘자아’를 지키면서 개인의 행복을 인생의 최고 목표로 삼는 동시에 ‘선량’해지려 한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은 제멋대로 굴게 내버려 두면서 동시에 정직하고 순결하며 겸손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스도는 결코 그럴 수 없다고 정확하게 경고하고 계신다. 우리는 매일 아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런 것들을 모조리 몰아내야 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그분께 자신을 드리면 드릴수록, 그만큼 더 우리는 진정으로 자기다워진다. 이것이 기독교의 방식이다. 매일의 삶 가운데 말씀되신 그리스도를 만나지 않고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살기를 기대할 수 없음은 명백해진다.
 서두에서 언급 바와 같이 많은 믿음의 선배들이 C. S. 루이스의 진정한 기독교를 추천했듯이 '순전한 기독교'를 알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지금 나로서도 책 구석구석 잘 이해되지 않는 말도 있지만, C. S. 루이스가 말하는 진정한 기독교, 즉 ‘공동의 기독교의 전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셨다. 끊임없이 하나님 앞에서 여쭤 볼 것이다. 때가차매 그가 알게 하시리라. 살아 가면서 '순전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더욱 풍성하여지기를, 반면 순전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민감하게 살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