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읽게 된 책입니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교회...

진작에 추천하고 싶었지만, 책이 품절(절판?) 상태여서 포기하고 있다가 다시 올라왔길래~

한 권의 책에 추천합니다.


올해 초 2월 영적으로도 육적으로도 충전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3박 4일간의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 기차에 올라 탔습니다.



기차에 올라타면서 딱 한 권 가방에 넣어둔 그 책을 꺼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책장이 조금씩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놓치기 아까운 문장들을 그냥 둘 수 없어 색연필을 들고 밑줄을 긋기 시작했습니다.
3박 4일의 일정을 위해 탔던 오가는 기차 속에서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마무리 지었습니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교회]는 오늘날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사역과 훈련 속에서 자칫하면 간과할 수 있는 너무도 중요한 영역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정서적인 영역입니다.

책의 저자 피터스카지로 목사는 교회를 섬기기 위해 충성을 다한 10년의 시간을 보냅니다.
바로 그 무렵부터 여기 저기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더 이상 교회를 위해 충성하는 목사인 남편과 살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한 것입니다.
또 한가지 문제가 터졌는데, 10년 동안 형제처럼 지냈던 부교역자가 교인들을 데리고 교회를 떠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삶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쉬지 않고 교회를 위해서 달려가고 있는 목회자들과 교회의 직분자들에게 다시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아울러 가정의 생계를 위해 치열한 삶의 전선에서 땀 흘려 수고하는 가장들에게도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하나님을 전심으로, 즉 영혼과 혼과 힘을 다하여 사랑하려면 주님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내면 즉 마음과 영혼의 특성에 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감정과 사고, 욕망, 소망이라는 세계의 풍성함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건 힘든 일이며 많은 시간을필요로 한다."
(89p)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교회를 섬기는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요...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이 너무도 소중하게 다루시고 바라보시는 인간의 내면에 대해서는 많이 무지한 것 같습니다.
아니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영역이기에 우리의 내면을 충분히 점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바로 여기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사실 저 자신을 점검하며 일 중독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책 장을 넘기면서 저자가 경험한 예상치 못한 삶의 문제들이 나에게도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날마다 일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고, 우선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살아왔지만, 사람의 내면과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할 때는 아무리 사람을 잘 챙기더라도 결국은 일을 위한 인간적인 배려를 넘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책장을 넘기다가 "영적/정서적 건강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를 만났습니다.

각 항목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체크해 나갔습니다.



진지하게 각 항목들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포스트 잇 위에 그려봤습니다.

'아... 내가 이런 점이 문제였구나...'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2가지 항목을 점검하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발견했습니다.

- 한계라는 선물을 받아들이라
- 슬픔과 상실감을 받아들이라

사실 문제점을 발견했다기 보다는 너무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낙심했던 삶의 순간들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우리는 너무도 분주하게 여러가지 일들을 처리히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다보니 한계에 부딪히면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합니다.
하지만 그 한계가 선물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볼 삶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삶의 여유조차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슬픔과 상실감은 왜 그렇게도 나 자신을 무능력하게 여기도록 만드는지요...
하지만 그것 역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아름다운 내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내 자신을 점검한 이 후부터 이 책은 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또 다른 나를 살펴보고 점검하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과 그 분이 주신 사명에 최선을 다해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달려가면서도,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의 내면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관점을 잃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수많은 격려와 섬김에도 불구하고 믿음의 경주에서 뒤쳐지거나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할만큼했으니 이제부터 뒤쳐진 저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낙심하고 좌절한 영혼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생각은 왜 하지 못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제자 훈련에는 삶을 좌우하는 여러 주요 요인들과 아울러 각자 태어나고 성장한 가정이 개인에게 미친 긍정적/부정적 영향들을 정직하게 성찰하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합니다.(159p)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자라나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환경 그리고 특별히 가정에 의해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서너명이 모여 회의를 해도 각 자의 삶속에 가려진 배경들을 살펴보면, 회의를 하고 있는 한 자리에 각 사람에게 영향을 준 수많은 사람과 가정의 환경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며, 재미있는 도표까지 제시합니다.
"회의에 참석한 여섯 사람은 저마다 독특한 불문율과 가치관, 행동 방식을 가진 가족체계 출신이다."(168p)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귀한 은혜가 밀려왔습니다.

좀 더디가더라도 나 자신의 내면과 다른 이들의 영혼을 돌아볼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갈망하게 되었고,
사람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결국을 일을 쫓아가는 분주함을 택했던 연약함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약함을 발견했다는 것이 더 이상 무언가를 빨리 해결해야 겠다는 조금함으로 다가 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가진 한계와 연약함을 인정하고, 이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가야 겠다는 행복한 다짐을 하게되었습니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교회]를 통해 자칫하면 소홀히 여기고 넘어갔을 지도 모를 너무나도 귀한 우리의 내면을 발견하고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귀한 이 책을 여러분께 추천해드립니다.

저에게 너무도 소중한 한 권이 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에도 다분히 일 중독의 증상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일보다는 사람들을 먼저 배려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역시 나의 착각일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내던졌던 수많은 말들과 배려의 손길이 왜 그들에게 상처가 되었는지 깨닫게 해 준 책입니다.

나의 짧은 지식으로 건냈던 조언들과 순간의 도움들이 오히려 그들에게 짐이 될 수도 있었겠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 준 책입니다.


교회의 사역자들과 직분자들...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 열심히 땀 흘리는 가장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