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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함  
한정판매소득공제도서정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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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 마크 부캐넌/배응준  |  출판사 : 규장
발행일 : 2005-01-08  |  153*225(신국판) 400p  |  89-7046-987-7
  • 판매가 : 12,000원 → 10,800원 (10.0%, 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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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도서소개 | 차례 | 추천의 글 | 저자/역자소개
 




▒ 열렬함
 
당신은 안전거리를 두고 냉랭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따르고 있는가?
우리 하나님은 사랑이 풍성한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우리가 편안하다고 느낄 때, 하나님은 예측할 수 없는 분으로 돌변하시기도 한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갑자기 “일어나 니느웨로 가라”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른다. 혹은 “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라고 명하실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내게 결코 안전한 분이 아니시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안전거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우리는 아담처럼 하나님에게서 숨는다.
베드로처럼 거리를 두고 주님을 멀찍이 따르려 한다.
요나처럼 엉뚱한 곳으로 달려간다.
그래서 마침내 ‘경계지역’(회색지대)에 도달한다.
열정, 능력, 자유 등 우리가 갈구하는 모든 것이 결여되어 있는 낯설고 안전한 땅에 정착한다.
당신은 경계지역에 꼼짝 못하고 갇혀 있는가?
경계지역의 변경을 넘어 위험과 경이(驚異)와 아름다움으로 인도해줄 거룩한 습관을 배우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 마크 부캐넌과 함께 안전하지 않은, 그러나 지극히 선하고 선한 하나님을 발견하기 위한 위험한 임무에 동참하라.
그리하여 냉랭한 심령(心靈)에서 열렬한 심령으로 변화되어라!
▒ 책/소/개
 
더딘 심령에서 열렬한 심령으로의 변화

 
나는 지금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장기간의 영적 수고로 인한 피로, 심령의 정체 상태, 영적으로 정지되어 있다는 자각, 두려움과 의심, 무감각과 태만에 짓눌려 있다는 각성, 이런 감정들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
 
출발은 그런 대로 좋았다. 내가 회개하고 그리스도께 돌아온 사건은 역사상 유명한 회심(回心) 사건 가운데 거의 전설적이라 할 만한 사건들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1)(적어도 문학적인 상상력을 동원해서 말한다면). 사도 바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내게 말을 걸어오시자 나의 완강한 반항심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스도께서 빛을 비추어 내 눈을 멀게 하셨고 마침내 눈에 비늘을 제거해 진리에 눈뜨게 하셨다. 어거스틴(Augustine)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께서 어린아이 같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내게 구애하셨다. 존 웨슬리(John Wesley)의 경우처럼, 하늘의 평화에서 흘러나온 낯선 따스함이 내 마음을 적셨다. 루이스(C. S. Lewis)와 한가지로, 나는 발길질을 하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결국 기독교의 지적(知的)인 영향력에 의해 하나님나라로 끌려가 그 속에 곤두박질쳤다.
 
그날 이후 나는 앞만 보고 내달렸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고 생각되면, 눈곱만큼이라도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는 분야가 있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어 자원했다. 교회 중고등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교회 음악 분야에 이바지했고, 주일학교 교사를 지원했고, 교회 신문 기자로 활동했고, 어린이 캠프 지도자 역할을 맡았고, 청소년 전임 상담자 역할도 수행했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열정이 꺼져버렸다. 골수에 가득하던 열정이 이제 관절을 찌르는 통증으로 변해버렸다. 가볍게 내딛던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밝았던 세상이 어둡게만 느껴졌다. 환희가 환멸로 바뀌었다. 나도 모르게 투덜거리는 자들과 흠잡는 자들의 대열에 합세하게 되었다. 찬양과 설교에 대해 못마땅히 여기는 말을 자주 하는 한편, 강단 꽃꽂이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교회에 나와 같은 무리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것이 그다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회개를 체험하기 전에 나는 이미 냉소와 방종에 어지간히 익숙했기 때문이다. 냉소와 방종이야말로 나에게 친숙한 영역이요, 눈을 감고도 활보할 수 있는 나만의 아성(牙城)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새로 배울 필요는 없었다.

 
원점으로 되돌린 삶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을 보면 주인공 톰과 그의 친구 허클베리 핀은 결국 숨겨진 보물을 발견해서 큰 부자가 된다. 자상한 과부였던 더글러스 여사가 허클베리를 받아들여 가정의 온정을 베풀고 그를 교육시킨다. 허클베리는 다소 거친 시골 뜨내기 같은 소년이었다. 그는 음식을 훔쳐 먹고, 냄새나는 누더기 옷을 입고, 돼지우리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더글러스 여사의 자상하고 근면한 보살핌 덕분에 허클베리는 지저분한 때를 벗고 사람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다. 매일 밤 따스하고 청결한 침대에서 잠을 자고, 말끔한 옷을 입고, 좋은 신발도 신고, 부드러운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학교에 간다.
 
그러나 허클베리는 이런 유복한 환경을 견디지 못한다. 머지않아 그는 이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또다시 돼지우리와 진흙탕으로 돌아간다. 정녕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 것인가! 적어도 허클베리는 돼지우리의 삶을 새로 배울 필요가 없었다. 그는 친구 톰에게 더글러스 부인과의 생활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 그런 생활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난 그런 생활에 익숙하지 않거든. 부인은 나에게 친절하고 잘해줘. 하지만 그런 식의 생활을 참을 수가 없어. 난 교회에 가야 해. 정말 죽을 맛이야. 거기서 따분한 설교를 들어야 해. 난 설교가 싫어. 견딜 수가 없거든. 하고픈 말도 맘대로 못해. 예절 바른 말만 해야 되거든. 정말 죽을 맛이야.
 
그래서 매일 다락에 올라가 내키는 대로 실컷 욕지거리를 퍼붓고 내려오곤 하지. 그렇지 않았으면 난 벌써 죽어버렸을 거야. 부인은 담배도 못 피우게 해. 사람들 앞에서는 큰 소리도 못 지르게 하고, 하품도 못하게 해. 기지개도 못 펴고, 가려워도 긁을 수가 없어. 그리고 말이야. 제기랄! 잘 들어! 그녀는 항상 기도한다구. 난 그런 사람 처음 봤어. 이봐, 톰. 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구!2)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 그런 생활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난 그런 생활에 익숙하지 않거든!”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남의 말 같지 않았다. 영적인 문제에서 나도 허클베리와 다르지 않았다. 뒤에서 남을 험담하는 말, 씹는 말이 곧 나의 모국어였다. ‘권면’과 ‘칭찬’이라는 이 새로운 언어는 마치 외국어처럼 낯설었고, 그것은 마치 중국의 광동어처럼 내 입에서 어형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내 혈관 속에는 선천적으로 자기본위(自己本位)의 본능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도 지금 막 숫돌에 갈아서 날이 선 듯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따라서 ‘겸손’과 ‘섬김’이라는 그리스도인들의 고상한 품성은 빅토리아 시대의 코르셋처럼 팽팽하게 나를 죄여왔다. 내 돈은 어디까지나 내 돈이었다. 그것도 뼈 빠지게 고생해서 번 돈이었고, 언제나 부족했지 풍족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십일조라니, 그건 고리대금(高利貸金)과 다를 바 없었다. 성경에서도 고리대금을 통렬히 비난하고 있지 않은가?
 
나 역시 허클베리처럼 외부로부터 부과된, 엄격하게 강요된, 빳빳하고 우울하고 피곤한 규칙들로 이루어진 형식적인 제도에 순응해야만 오직 이 새로운 삶을 살아나갈 수 있었다. 형식주의의 굴레 아래서 앞사람과의 간격을 바짝 좁히고 밀집 대형의 행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견딜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과거의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에 또다시 빠져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지만 교회를 떠나지는 않았다. 나는 계속 청소년 그룹을 이끌었고, 주일학교 학생들을 가르쳤고, 봉사했고, 이런 저런 모임에 출석했다. 결단코 믿음을 버리지는 않았다. 새로이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하고, 노력을 배가해보기도 했지만, 그런 노력은 지속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지쳐버렸다. 눈곱만큼도 내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제멋대로 날뛰는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귀찮아졌다. 교회 일로 분주히 돌아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은근히 짜증스러웠다. 무언가 해보려고 애쓰는 내 모습도 싫증이 났다. 실패도 지긋지긋했다. 나중에는 무언가 해보려고 애쓰지도 않는 내 모습에 짜증이 났다. 무슨 일에든지 짜증내는 내게 더 짜증이 났다. 순종하는 데 신물이 났다. 그러나 반항하는 데는 더 신물이 났다. 나는 영적으로 피곤했다. 마치 고질병 같았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런 현상이 유행병처럼 사람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고 느껴졌다.
 
나는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종종 그런 내가 무척 외롭다고 생각했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곤경에 빠져 있지 않은 사람 발견!
 
하지만 나는 ‘옴짝달싹 못하는 곤경’에 빠져 있지 않은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게이저 목사님이 바로 그랬다. 그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언제나 즐거움을 잃지 않아 때로 경박하다는 인상을 줄 정도였다. 그는 영적으로 강인하고, 성숙하고, 원숙함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또한 언제나 신선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나와 대화를 나눌 때마다 그날 주님께서 자기에게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그리고 그것 때문에 자기가 얼마나 들떠 있는지 일러주곤 했다. 그런 다음, 헝클어진 백발의 눈썹 양끝이 가운데 가지런히 닿도록 일부러 이맛살을 찌푸리고는, 날카롭게 비판하듯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고, 고령으로 다소 떨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강인한 손을 내 어깨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마크, 주님께서 네게 뭐라고 말씀하시지?”
 
하젤 코넨 부인도 그랬다. 그녀는 벌써 오래 전에 남편을 잃고, 원숭이 우리처럼 갑갑한 아파트에서 자녀들과 손자손녀, 증손자증손녀들의 사진에 둘러싸여 혼자 살고 있었다. 그녀의 방에는 값싼 가구가 놓여 있는데 그나마 몇 개 되지 않았다. 그녀의 발목은 나무 둥치처럼 둥그렇고 딱딱하게 부어 있었다. 그녀는 종종 호흡 곤란을 경험했는데,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그녀에게 근황이 어떤지 질문할 때마다 그녀는 “마크, 너무 좋아요. 매일 아침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새로이 느낀답니다. 정말입니다. 정말이고말고요!”라고 외치곤 한다. 나는 그녀의 말이 진실임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삶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니 브라운도 그랬다. 그는 30대부터 다중경화증(多重硬化症)이라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지금 40대 중반이다. 하지만 샌드위치 반 조각을 먹는 데 30분이나 걸린다. 아무도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호흡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성대에서 나오는 말들이 분진(粉塵)이나 파편처럼 허공에서 산산이 흩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그의 대답을 듣기 위해 똑같은 질문을 네 번씩이나 되풀이한 적도 있었다. 어느 날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과연 그의 질병이 하나님에 대해 무엇을 깨닫게 해주었는지 그에게 묻기로 했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고, 가능한 한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나님은 좋으신 분이에요!”
이들이 바로 ‘옴짝달싹 못하는 곤경’에 빠져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닫기 위해 일련의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첫째, 왜 우리 대다수가 옴짝달싹 못하는 곤경에 빠지는 것일까? 왜 우리는 그렇게 쉽게 지치고, 싫증내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일까? 왜 우리는 그렇게 헤매고, 퇴보하고, 제멋대로인 삶을 사는 것일까? 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의 삶이 열매를 맺기는커녕 나날이 곰팡이만 무성하게 피어나는 것일까?
둘째, 왜 어떤 사람들은 옴짝달싹 못하는 곤경에 빠지지 않는 것일까? 어떻게 그들이 그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왜 그리스도 안에 있는 그들의 삶은 나날이 풍성해지고, 자유로워지고, 많은 열매를 맺는 것일까? ‘고질적인 영적 피로 증세’를 치유할 약은 있는가? 있다면,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런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고, 그 질문들에 스스로 대답하는 작업(이것이 한층 더 중요한데)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더딘? 느리고 무디다!
누가는 누가복음 24장 13-35절 기사(記事)를 통해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내용들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바로 그날, 두 제자가 엠마오로 가고 있었다. 예수께서도 그들과 친히 동행하고 계셨다. 그들은 몹시 상심해 있었으며, 시야도 잔뜩 흐려져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옆에 동행하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다가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고 질문하셨다. 그들은 의기소침한 가운데 “나사렛 예수의 일이니 그는 하나님과 모든 백성 앞에서 말과 일에 능하신 선지자였다”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이 사람 나사렛 예수에게 품었던 희망에 대해 말했고, 유대 종교 지도자들이 어떻게 그분을 십자가에 못박았는지에 대해 말했다. 지금은 그분이 부활하셨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그것은 여자들이 전한 소식으로 위안이 되기보다 오히려 걱정스러울 뿐이며, 다만 그분의 무덤이 텅 비어 시신이 없어졌다는 것만 확실한 사실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예수께서 입을 여셨다.
 
“미련하고 선지자들의 말한 모든 것을 마음에 ‘더디’ 믿는 자들이여 그리스도가 이런 고난을 받고 자기의 영광에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니냐”(눅 24:25,26).
 
예수께서는 계속해서 자신의 죽음이 구약 예언의 성취임을 성경을 들어 설명해주셨다.
엠마오에 도착했을 때, 두 제자는 자기들과 동행한 이가 누구인지 아직 알지 못했지만 그에게 함께 먹기를 청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청에 응하셨고, 떡을 떼어 축사하신 다음 나누어주셨다. 그러자 “저희 눈이 밝아져 그인 줄 알아보더니 예수는 저희에게 보이지 아니했다.” 이에 그들은 그분이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라고 서로 물었다.
 
엠마오로 향하던 두 제자들의 심령(心靈) 상태는 ‘더딘 심령’과 ‘열렬한 심령’, 이렇게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더딘 심령’과 ‘열렬한 심령’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심령 속에는 슬픔과 소망, 자기연민과 경외, 걱정과 신기함, 의심과 확신이 서로 혼재되어 있어서 이것들이 우리를 한 방향으로 잡아끄는 한편, 다른 방향으로 밀쳐내기도 한다.
 
예수께서 우리와 동행하신다. 그러나 우리는 그분을 바라보아도 그분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다. 우리 심령이 더딘 탓이다. 예수께서 우리에게, 우리를 위해 성경을 펴신다. 그러면 심령을 따스하게 하는, 때로 심령을 뜨겁게 달구는 어떤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눈에서 비늘이 벗겨져 그분이 누구인지 깨닫는다. 그분이 바로 예수님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그러나 그 순간, 바로 그 놀라운 순간에 우리는 예수님을 놓친다. 우리는 때로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만난다. 그런데 그 만남은 실로 불가사의한,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덧없는, 힐끗 보는 만남에 그치고 만다. 그러면 우리는 덩그러니 혼자 남아 “우리 심령이 뜨거웠지 않느냐? 그렇지 않느냐?”라고 묻게 된다.
 
열렬한 심령은 우리 믿음의 여정을 계속 유지시켜준다. 반면 더딘 심령은 그 여행길을 지루하게 만든다. 열렬한 심령은 우리를 감동시켜 내달리게 한다. 반면 더딘 심령은 우리를 좌절하게 하여 걷기조차 피곤하게 만든다. 때로 더딘 심령이 우리에게 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앞을 향한 ‘내달림’(run)이 아니라 ‘도망치라’(run away)는 유혹일 뿐이다. ‘더딘 심령’과 ‘열렬한 심령’은 우리 마음속에서 동종번식을 하는 동시에 이종번식을 한다. 그래서 분투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에 우리 마음이 쉴 것을 요청하고, 잠자기 원할 때에 맞붙어 싸우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 둘 사이를 들락날락하는 것은 합당치 못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금 더 지혜롭고, 조금 더 순전해야 한다.

 
우리가 고안해낸 지나치게 안전한 하나님
내가 착수했던 작업의 일부는 우리의 ‘더딘 심령’의 상태를 진단하는 것이었다. 시커멓고 쭈글쭈글해진 그 물건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언제 그것이 팽창하고 수축하는지 연구하는 것 말이다. 그것은 곧 우리가 왜 옴짝달싹 못하는 곤경에 빠지는지, 언제 그런 곤경에 빠지는지, 예수께서 우리 바로 옆에서 동행하고 계시는데도 그분을 알아보는 일이 왜 그리 어려운지, 우리가 왜 더딘 심령에 고착되는지 그 이유를 진단하는 의미가 있다.
 
이 책의 1부에서 그런 진단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먼저 ‘경계지역에서의 삶’(내가 명명한 이름인데)이 무엇인지 살피면서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옴짝달싹 못하는 곤경에 빠지기 때문이다. 경계지역이란 진리를 발견한 세계와 상실한 세계, 새로운 세계와 낡은 세계, 버림받은 세계와 구속(救贖)받은 세계 등 서로 상이한 두 세계 사이에 있는, 황폐하지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을 말한다. 나는 우리가 그곳에 살고 있는 까닭을 탐색할 것이고, 그곳에 살고 있는 우리의 변명을 탐구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더딘 심령에 대해 성찰하겠다는 말이다.
 
1961년에 필립스(J. B. Phillips)라는 사람이 「당신의 하나님은 너무 작다」(Your God Is Too Small, 규장 출간 예정)란 제목으로 책을 저술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 책에서, 현대인들의 맹목적인 숭배물과 우상들, 즉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소중히 품고 있는 바, 어리석은 우상의 모습들을 버리라고 날카롭게, 예언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하나님을 인간의 크기로, 혹은 그것보다 훨씬 더 작게 만들어버렸다고 주장했다. 하나님은 우리 손에서, 자기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의 형상대로 창조된 신(神)이 되고 말았다. 그는 우리가 참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시콜콜한 요구사항들과 천박한 변덕을 모셔놓은 허망한 납골당을 예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립스는 인간들의 그런 성향을 폭로하고, 하나님에 대한 헛된 신화들을 타파하는 동시에 진정한 하나님, 신비로운 하나님, 주권적으로 역사하시는 하나님, 인간들과 친밀한 하나님, 즉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나신 하나님께 돌아올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나는 이 책의 영문(英文) 제목을 「Your God Is Too Safe」(‘당신의 하나님은 너무 안전하다’는 뜻)라고 지었다. 필립스가 했던 말을 되풀이하려는 의도는 없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가 착수한 작업은 그의 연구 내용과 전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그와 내가 “잘못된 신학이 잘못된 삶을 낳는다”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과 그의 저서가 유사점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만일 우리가 옴짝달싹 못하는 곤경에 빠졌다면, 그런 곤경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우리는 신학적인 영역과 영적인 영역에서 그 근본 뿌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을 무엇이라 여기는지, 혹은 무엇이라 여기지 않는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가 성경의 하나님이 아니라 내 나름의 신(神)을 원할 때, 다시 말해서 그저 좋은, 악의 없이 응석을 받아주는 어떤 신, 굳이 죄를 회개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눈감아주는 어떤 신을 원할 때, 우리는 필경 옴짝달싹 못하는 곤경에 빠지고 만다. 우리는 하나님을 점점 더 안전하게 여기고 있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 “하나님이 안전하다”라는 말은 진리이다. 하나님은 분명히 ‘안전하신’ 분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도피처요, 숨을 곳이요, 방패이시다. 하나님은 위로의 하나님이시요, 평화의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을 지나치게 ‘안전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이와 다르다. 그 말은 우리가 하나님을 ‘위안을 주시는 분’으로 생각하기보다 그저 ‘안락함을 주는 분’으로 여긴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 말은 다시 우리가 평온한, 태평한, 분란을 일으키지 않는, 얌전한, 우리 마음대로 주물럭거릴 수 있는, 잘 길들여진 하나님을 원하는 것이지 화평을 가져오는, 평화를 주시는 하나님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매일 우리의 피난처가 되시는 하나님보다 급할 때 잠시 써먹을 수 있는 비책으로서의 하나님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그 비책이 신통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바로 숨어버린다. 우리가 하나님을 너무 ‘편안한 분’으로 데리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무제한적 하강 나선(螺線) 구조 같은 것이 있다. 우리가 종종 옴짝달싹 못하는 곤경에 빠지는 까닭은 지나치게 ‘안전한’(편한) 하나님을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달콤하고 흐릿한 신학의 논리체계를 밀고 나가다가, 마침내 우리는 지나치게 안전한 하나님은 그 곤경에서 우리를 구해줄 만한 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 신은 손이 너무 짧아 우리를 곤경에서 구출하지 못한다. 더욱이 그런 신은 우리를 보살피지도 않는다. 그는 우리가 앞에서 언급한 대로 경계지역에서 살아가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그는 참신앙을 버린 자들의 마스코트일 뿐이요, 우리가 고안해낸 하나님일 뿐이며, 우리 생각에 그저 도량이 넓은 하나님일 뿐이다. 그는 죄를 용서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죄를 범하도록 편의를 봐준다. 그는 우리가 경계지역에 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따라서 그는 그 이상의 삶을 경솔하고 광적인 삶, 오도(誤導)된 삶으로 바라보게 한다.

 

 
성경의 하나님을 만나는 여정
바로 이것이 우리의 문제이다. 여기서는 문제를 간략히 진술했지만, 그것은 우리 생활에서 수천 가지 미묘한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부터 이런 문제들에 접근하여 구체적으로 탐색할 것이다.
 
그러나 처방 없는 진찰은 환자에게 고통만 더해주는 법이다. 따라서 이 책의 후반부(2부)는 그 처방책을 찾는 일에 할애했다. 나는 게이저 목사와 어니 브라운, 코넨 부인(그 외 수많은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이 더딘 심령을 뜨겁게 유지하는 방법의 비밀이 무엇인지 주목하고 있다. 당신도 알다시피, 경계지역 저 너머에 있는 땅 ‘거룩한 광야’(그곳의 하나님은 지나치게 안전한 하나님이 아니라, 성경에 나온 대로 선한 하나님이시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없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땅에 들어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그 땅에 더 깊숙이, 아주 깊숙이 들어갈 수 있을까?
 
이 책의 2부에서는 성별과 연령을 초월하여 신실한 성도들이 어떻게 심령의 불꽃을 더욱 환하고 뜨겁게 사를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더딘 심령을 태워 소멸시킬 수 있었는지 살필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예수 그리스도께 시선을 고정하고, 우리를 뒤얽히게 하는 죄를 온통 내던지고, 인내의 경주를 달린 사람들이다. 그들이야말로 끊임없는 경이를 체험하며 살게 하시는 하나님, 자기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하나님과 평생을 동행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이야말로 ‘옴짝달싹 못하는 곤경’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마크 부캐넌의 또다른 책
 

 쉼을 얻다


 보이지 않는 것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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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덕션

1부 열렬함이 없는 더딘 심령(心靈)의 삶
하나님께 대한 열렬함이 없는 더딘 심령의 삶은 하나님을 멀찍이 따르며 그분과 안전거리를 둔다. 경계지역에서 자기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하나님만을 하나님으로 섬기며 산다. 이들은 우상숭배자와 다를 바 없다.

1장 옴짝달싹 못한 채 갇힌 사람들의 피난처 … 27

2장 안전하지 않은 하나님 … 42

3장 죽은 물고기 헤아리기 … 57

4장 경계지역에 말뚝박기 … 71

5장 우리의 경이감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가? … 85

6장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은 아니다 … 100

7장 굴복을 향한 고투 … 119

8장 그릇된 세상에서 올바른 것 … 133

9장 성자의 이름을 가진 교만 … 154

10장 거룩한 의무를 붙잡아라 … 164

11장 위험한 신앙 윤리 … 181

12장 경계지역 떠나기 … 192

2부 열렬함이 있는 뜨거운 심령(心靈)의 삶
하나님께 대한 열렬함이 있는 뜨거운 심령의 삶은 경계지역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거룩한 광야’로 감연히 들어간다. 손해를 보더라도 하나님의 음성이라면 따른다. 하나님을 냉한 심정으로 따르지 않고 뜨거운 가슴으로 따른다.

13장 거룩한 습관의 땅 … 207

14장 자신을 하나님 앞으로 불러내라 … 227

15장 우리가 나눈 상처 … 250

16장 좋은 고백 … 265

17장 담대한 고독 … 284

18장 나를 살리는 금식 … 300

19장 성경을 통째로 먹기 … 318

20장 종의 마음으로 … 332

21장 향기인 동시에 폭탄인 기도 … 347

22장 파티를 열자 … 373

에필로그

후주
“마크 부캐넌은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굼벵이 같은 우리를 몰아쳐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가게 한다.”
- 제임스 패커(J. I. Packer)

“마크 부캐넌의 글은 언제나 나를 감동시킨다. 나는 그가 책을 펴낼 때마다 며칠 동안 그 생각에만 몰두한다. 그리고 어서 속히 다음 책이 나오기만을 고대한다.”
- 필립 얀시(Philip Yancey)


“마크 부캐넌의 글은 신선하고, 통찰력이 넘치며 예리하다. 생동하는 삶을 살기 원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제럴드 싯처(Gerald L. Sittser) 베스트셀러 「하나님의 뜻」의 저자
마크 부캐넌
마크 부캐넌Mark Buchanan은 성경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영적 언어의 연금술사로서 하나님의 가슴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보기 드문 영성작가이다. 북미(北美)의 제2세대 영성작가 그룹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물로서 제임스 패커, 필립 얀시, 제럴드 싯처의 격찬과 함께 “영적 체험과 필력(筆力)을 겸비한 출중한 작가가 혜성처럼 등장했다”라는 평을 받는다. 이 책에서 그는 광대하신 하나님의 성품을 눈에 잡히도록 분명히 보여주면서 그분을 온전히 신뢰하는 가운데 진정한 안식을 누리는 법을 절절히 들려준다. 우리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그분 앞에 모든 짐을 내려놓는, 온전한 쉼에 관해 터득하는 동시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진정한 삶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리젠트 대학에서 제임스 패커, 제임스 휴스턴, 고든 피, 보크뮤엘 교수 등과 같은 대가(大家)들에게서 신학을 배웠다. 지성적인 크리스천들을 위한 대표적인 잡지인 ‘크리스처니티 투데이’Christianity Today의 고정 필진이며, 현재 캐나다 ‘뉴라이프 커뮤니티’ 교회의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눈뜨다」, 「열렬함」(규장 역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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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열렬함
저자마크 부캐넌
출판사규장
크기153*225(신국판)
쪽수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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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200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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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마크 부캐넌) 신간 메일링   출판사(규장) 신간 메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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