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합창음악 이해를 위한 지침서

음악의 양식은 당대의 사회, 문화의 커다란 틀 안에서 다른 예술 양식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음악은 각 시대 안에서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면서 점차 독자적인 영역을 확대하고 그 고유의 양식을 발전시켜 왔다. 태생적으로 음악은 ‘소리’와는 전혀 다른 체계와 의미 구조를 지니고 있었는데, 원시적인 도구를 이용한 최초의 모방 행위에도 ‘모방’이라는 인간의 의지 행위, 즉 호기심과 관찰이라는 감정적 요소가 섞여 있었다. 이러한 자연의 소리에 대한 모방 기술과 ‘소리 만들기’ 과정에서 발견된 음렬 체계는 각 지역, 민족, 사회·문화적 전통, 종교, 과학 기술의 발전 등과 서로 맞물리며 문명 역사의 전체 흐름 속에서 다른 장르의 예술들과의 유전적 교배를 통해 독자적인 유기체로 발전하게 되었다. 따라서 전통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음악은 다층적 구조와 의미를 지닌 복합체이며, 반대로 음악을 통해 바라보는 당대의 역사적 공간 역시 입체적 구조와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로버트 L. 개릿슨 교수의 저서 ｢합창음악―역사, 양식, 그리고 연주관습｣은 당대의 합창음악의 특성과 연주기법을 특정 시기의 역사적 특성과 종교 관습, 정치 구조, 문화 유행 안에서 연구한 저서이다. 본격적인 합창음악 연주에 앞서 작품 전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연구를 먼저 강조하는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합창음악 지휘자의 음악적 접근 방법에 대해서 친절하고 면밀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원전연주가 이제 유행적 차원에서 벗어나 학구적인 음악해석의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매김한 오늘날 합창음악 해석에 있어서도 원전연주와 현대연주의 특성과 차이,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한 다양한 연구는 필수적인데, 이는 비단 지휘자나 합창단원들뿐만 아니라, 고음악과 보컬, 현대음악을 감상하는 음악애호가들에게도 중요한 감상 지침서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 책은 음악교사들과 합창단, 그리고 교회 성가대 지휘자들을 위한 합창음악 안내서이다. 전체 구성은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 낭만, 현대와 같이 5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장은 서론과 더불어 그 시대에 관한 사회적 배경, 주요 작곡가들, 그리고 합창단의 구성과 규모 등에 관해 기술하고 있고, 중심 주제인 각 시대별 합창음악의 양식과 연주관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늘날의 지휘자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당시의 박자, 강세, 템포, 다이내믹, 음색, 피치, 텍스처, 그리고 표현적 측면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요 작품의 악보, 기보된 음표와 실제 연주 시의 음표 등의 차이를 자세히 제공하고 있고, 미술 거장들의 명화(名畵)를 함께 수록하여 음악과 관련된 당대의 문화적 흐름과 유행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더불어 각 장마다 저자가 참고한 권위 있고 가치 높은 참고문헌들이 소개되어 있고, 부록에는 각 시대마다의 주요 작곡가들의 출생지와 생몰연도, 합창음악 악보 출판물, 대규모 합창음악 작품, 악보 출판사와 배급사의 주소록을 수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