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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모은 글들은 그저 한 형제 한 자매인 이웃종교인들에 대해 때론 무관심으로 때로는 경멸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성서의 힘을 빌려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에 불과합니다. 또한 이웃종교인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편하게 담고 싶었습니다. 성서를 깊게 묵상할수록, 그리스도의 현현(顯現)을 체험하면 할 수록 이웃종교인들은 "타인(他人)"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이웃"임을 깨닫습니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성서의 말씀이 새롭게 다가오는 체험을 합니다. 또한 성서가 기독교인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듯이 그들의 경전도 그들만의 경전으로 머무르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충분히 묵상하고 쓰지 못한 글들이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가슴에 몰아치는 말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담으려 했는데 쓰다 보니 인간의 욕심이나 이성이 앞선 글이 적지 않습니다. 이것들을 곰삭이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넘기려 합니다. 여기 모은 글의 허술한 곳을 채우는 좋은 깨달음들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부디 이 작은 책을 통해 기독교인으로 이웃종교인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넓혀지고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추천사
서문

스님 차를 목사가 들어도 들리네요!
조계종 전도사
밥 먹는 손과 밑 닦는 손
두 마리의 물고기
거룩한 땅을 찾아서
성만찬과 이웃종교인
변화산과 옥녀봉
어찌 나이에 연연하십니까?
예수 잘 믿는 아가씨도 있는데……
초발심과 첫 사랑
깨어 있음과 깨달음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로다?
밥 먹는 것도 예배다!
밥 기도, 하려면 제대로 합시다!
출가와 제자도
참을 수 없는 우상숭배
하나되게 하소서!
하나님 나라 함께 갈 수 없을까?
평화를 꿈꾸는 이웃종교인들
기독교인에서 이웃종교인이 된 사람들
그리스도의 구원에서 끊어질지라도
종교간 대화자에게 복이 있나니

저자후기 / 21세기 종교인으로 산다는 것

다른 종교인도 "타인" 아닌 "이웃"

개신교와 불교의 주목받는 소장학자 두 사람이 자기 종교 전통을 과감하게 재해석하는 책을 펴냈다. [이웃 종교인과 함께 하는 하나님 나라](한울)는 크리스챤아카데미 선임연구원 김진 목사(38)가 종교간 대화에 대한 연구와 체험을 바탕으로 성서의 다른 종교 관련 부분을 새롭게 풀이한 책이다.

"열린 기독교인의 성서 읽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다른 종교에 대한 그의 태도는 매우 개방적이다. 성서를 묵상하고 그리스도의 현현을 체험할수록 다른 종교인이 "타인"이 아니라 "이웃"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관점에 서서 채식에 대한 각 종교의 입장, 불교와 기독교에서 물고기 상징의 의미, 다른 종교인들과 함께 여러 종교의 성지를 순례한 경험, 깨달음과 구원에 대한 이해, 식사에 임하는 자세, 우상숭배를 둘러싼 논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관련된 성서 구절을 제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삼수갑산으로 떠난 부처(민족사)는 해박한 불교 이해와 문학적 필치로 "불교 인문주의자"로 일컬어지는 일지 스님(44)이 한국 근대 선불교의 창시자이면서도 만년의 기행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경허(경허:1846~1912) 스님에 대해 쓴 본격 평전이다.

"새로운 경허 읽기"라는 부제처럼 저자는 불교계에 떠돌고 있는 경허에 대한 소문과 전설을 철저히 무시하고 오직 그가 남긴 글과 발자취를 토대로 생애와 수행, 사상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용운이 편찬한 "경허집"을 낱낱이 음미하고 그의 발길이 미쳤던 전국 사찰과 선원을 몇 년에 걸쳐 샅샅이 뒤져서 새로운 자료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경허는 구한말 잿밥에만 골몰하던 불교 교단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선의 도화선에 불을 당긴 후 영원한 형벌을 받는 프로메테우스였다”고 결론짓는다.

- 조선일보 / 2001.03.16 / 이선민


낯선 불교인에게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낯선 불교인에게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난다', '낯선 기독교인에게서 불성의 향기가 난다'라고 우리가 서로 다른 종교인을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크리스챤아카데미 선임연구원 김진 목사는 <이웃 종교인과 함께하는 하나님 나라>에서 이렇게 썼다. 종교간 대화 모임을 이끄는 김 목사는 다른 종교인들이 서로에게서 깊은 영성의 샘물을 길어 올릴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총신대에서 보수신학으로 출발해 한신대에서 진보적인 문화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종교신학 박사학위를 딴 그는 이웃 종교간 대화와 이웃 종교 탐구를 거쳐 성서를 다시 읽었다. 따라서 그는 '닫힌 성서'가 아닌 '열린 성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목사는 종교간 대화를 하면서 다른 종교인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기독교인에게서 가장 많은 한계와 절망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들이 갖고 있는 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는 지극히 단순하고 때로는 무지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배타성이 성서에 대한 편협한 이해에서 비롯했다고 보고, '열린 성서 읽기'를 시도했다.

"1886년 한국에 왔던 선교사 헐버트는 한국 사람들의 심성에는 '다른 종교간에 적대 관계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개신교가 팽창하면서 심한 종교갈등에 휘말리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캐나다 리자이나대 종교학과 오강남 교수는 이 책을 추천하며 "종교다원주의를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를 따지고 앉아 있는 것은 마치 해가 이미 중천에 훤히 떠 있는데도 그것이 언제 뜰 것이냐를 따지는 것과 같다"고 개탄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에 대한 참 믿음을 가지고 진리 안에서 자유함을 경험하는 나라를 맛보게 될 것"이라며 "성서를 깊게 묵상할수록, 그리스도의 현현을 체험하면 할수록 이웃 종교인들은 타인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이웃임을 깨닫는다"고 고백했다.

- 한겨레신문 / 2001.03.02 / 조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