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루케이도를 재발견했다. 이 저자는 정말 만나 봐야 그 글의 깊이가 와닿는 그런 저자다. 번역상의 문제인지, 난 맥스 루케이도의 책이 그다지 설득력있게 와닿지 않았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아니, 맥스 루케이도라는 저자에 대해 호감을 느꼈던 것은 2002년 CBA에서다. 그가 어린이 책을 읽어주고, 조용 조용 말할 때 그의 말의 시적인 표현들이 너무 좋았다. 그냥 말하면서도 저렇게 말을 예쁘고 품위있게 시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맥스 루케이도의 글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은, 번역되는 과정에서 그 시적 감성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면 어느 분 말대로 그 이후에 나온 책들은 그저 그런 책일지도 모르고....
짐을 버리고 길을 묻다에서 맥스 아저씨는 시편 23편을 묵상하면서 우리 삶에서 우리를 버겁게하는 여러 가지 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권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이렇게 요약해 놓으니까 정말 멋대가리 없고 별것 없는 것 같지만, 읽어 가면서 삶의 무게에 버거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맥스 아저씨는 오만한 사역자처럼 "이렇게 해라. 이게 옳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짐을 다 짊어지고 길을 떠나는 자신의 모습을 우스꽝스러이 보여주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이제 그만 짐을 벗어버리고 가벼운 몸으로 이 여행을 떠나라고 권한다. 너무 따뜻하고 아름다운 표현은 조용조용하고 시적으로 말했던 그의 모습을 다시 생각나게 해준다.
마치 이 세상이 내가 살아야 할 전부인 것처럼, 갖고 싶은 것들을 모아 오고, 다른 사람들이 칭찬하면 쉽게 기뻐하고, 내게 험한 말을 하면 그 때문에 마음상해 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인생이 나그네길이라는 것을 너무나 자주 잊었다. 내 것, 내 세계, 화려하게 짜여진 장래에 대한 계획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지금 생각해 보니, 난 내일 당장 어찌될 줄 모르고 곶간을 채우려 했던 어리석은 영혼이었다.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심을 고백한 이후로도, 난 여전히 내 것들을 쌓아왔다. 이제 그렇게 쌓아놓은 것들을 돌아보니, 쓴웃음만 나온다. 그 모든 것을 짊어지고 험한 길을 가려니 그토록 버겁고 힘들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분노했다. 바퀴달린 가방이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아스팔트를 깔아놓으면 어디가 덧나나? 왜 이렇게 포장도 안된 험한 길을 가야 한단 말인가? 왜 이런 길을 가게 하시는가?
문제는 내게 있었다. 원래 처음부터 아스팔트 깔린 고속도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난 그길을 온갖 가방을 주렁주렁 매달고 가려 했다. 어리석었다....
이제 난 그 가방들을 다 버린다. 아마 가다가 이건 그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다시 이것 저것 사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럼 다시 버릴 것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 옆에서 손잡아주시는 그분과 대화하면서 이 길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계속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