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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문턱은 커녕, 방 문턱도 넘지 못했던 그는
1987년 11월 29일. 서른한 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집에서 나와
그동안 궁금했던 챠임벨 소리가 나던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주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웃는 시인입니다.
뇌성마비 중증 장애를 가져 앉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지만, 웃는 것만큼은 자신 있어 합니다.

그에게 어머니는 특별합니다.
‘밥 먹고 똥 안 싸도 되는 약’이라고
메밀묵 속에 구겨 넣어 먹여주던 수면제 여러 알...
어머니가 가시고 난 후, 그 어머니를 목 놓아 부릅니다.
어머니 글을 여기에 담았습니다.

불편한 손가락 하나를 움직여 글을 만드는 그는
노래를 부르고, 꽃의 향기를 그리고, 사랑을 노래합니다.
잡초처럼 더 이상 잃을 것 없어 보이지만
모든 이에게 살아갈 용기를 권합니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어머니


하늘에서 비가 샌다하여도
이미 멀리 가셨기에
야속타 몸부림쳐도
못 달려오시는 어머니

내가 못된 벌레처럼
내가 어머니를 다 갉아 먹었네
세월의 흰 이빨이 갉기 전
내가 먼저 갉아 먹었네

산맥 같이 누운 몸이어서
어머니 앞에 나는 가시였네
숨 마디마디마다 아픔이었네

이제 어머니는 멀리 가셨고
먼 산에 고사리 필적에
배고프시던 어머니가 생각나
원 없이 먹는 하얀 쌀밥이
수많은 모래 같은 눈물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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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언제나


아침은 언제나
정신의 바다를 흔들어 깨우는
삶의 창문 곧 아내의 간질임입니다

아침은 언제나
새로운 언어의 화원에서 만나는
사랑의 안부입니다

아침은 언제나
우주의 자궁이 열리는 소리
아이가 소풍을 나오는 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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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잃게 하십시오


다 잃게 하십시오
다 잃게 하십시오
신부의 소원이오니
하늘로부터 온 것이 아니면
다 잃게 하십시오

다 버리게 하십시오
다 버리게 하십시오
신랑 품에 안기리니
아깝다 움켜쥔 손 펴서
다 버리게 하십시오

잃고 잃고 또 잃어
사랑의 기름을 바른
당신의 넓은 가슴에
나 온전히 안기고자 하오니
다 버리게 하십시오

소돔 땅 롯의 처 같이
소금기둥 되기 전에
다 버리게 하십시오
당신이 준 것이 아니면
다 버리게 하십시오

1부. 어머니
2부. 내 마음에 흐르는 음악
3부. 꽃을 보면
4부.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5부. 다 잃게 하십시오
6부. 내 하나님은
7부. 잡초의 노래

나도 나름대로 장애인 권익을 위하여 30여 년간 활동했고 고통에 대해서 책도 쓰며 강연도 했다. 고통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많이 떠들었다. 그러나 나는 고통을 모른다. 나의 기도가 그러했다. 나는 시인의 것과 같은 고통을 겪어보지 못했고 겪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장애인의 상처를 보듬을 자격이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내가 지금 몹시 아플지라도/ 다른 사람의 고통/ 그 사람의 눈물/ 소홀히 여겨/ 홀로 울게 하는 일 없게 하소서. (내 마음이 몹시 괴로울 때라도) 나는 그가 시인이 되게 하신 것에 대해서 하나님께 감사한다. 고통에 거짓이 없는 것처럼 그의 시는 진실하다. 그래서 그의 시는 감동을 준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읽으면 좋겠다.
- 손 봉 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장애인 자녀를 우리에게 주신 것은 주님의 의지입니다. 그들이 이 땅에 온 것은 그들의 은총입니다. 우리가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은 우리들의 영광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있어 그들이 있고 우리는 그들이 있어 우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있어 주님이 있고 주님이 있어 우리가 있듯이… 이 한 권의 시집이 이 땅의 모든 장애우에게는 도전의 임팩트(impact), 건강한 사람에게는 “당신 안에 젊어서 죽은 시인이 깨어나는 은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 고 훈 (시인, 안산제일교회목사)

그러고 보니 우리 장애인들의 삶은 시를 많이 닮았습니다. 아픔과 슬픔과 힘듦과 외로움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참 열심히 삶을 살아냅니다. 우리들은 삶으로 시를 써갑니다. 처절하게 아름다운 시입니다. 이 글로 세상은 좀 더 맑아질 것입니다. 이 글로 우리는 오늘보다 더 좋아질 내일을 소망할 것입니다. 이 글로 사람들은 영원한 소망이신 그분을 만날 것입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아름답습니다.
- 이 민 우 (목사, 한국밀알선교단 단장)

이대우 님의 시는 혼탁했던 내 심령을 정화하는 맑은 샘입니다. 오염된 공기에 헐떡거리던 내 허파 속에 불어넣는 산소입니다. 그의 육신적인 장애는 그야말로 조금의 불편함일 뿐, 그의 영혼을 더욱 맑고 깨끗하게 만드는 하나님의 손길입니다. 그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가난하고 못 배우고 숱한 결핍을 지닌 가련한 인생처럼 보이겠지만 실상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부요하고 행복한 인생입니다. 제 진심으로 이대우 님의 이 시집을 추천합니다. 이 귀한 시들을 통해서 이대우 님의 시각과 가슴을 여러분들도 꼭 지니게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어부동 산지기 최 용 덕 (찬미예수 편집인)

읽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에 대한 공감이 그랬고 꽃을 보고 삶을 보는 시인의 마음이 저로서는 흉내도 못 낼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잃고 잃고 또 잃어/ 사랑의 기름 바른/ 당신의 넓은 가슴에/ 나 온전히 안기고자 하오니/ 다 버리게 하십시오. (다 잃게 하십시오) 제 부끄러움 때문에 또 울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시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에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인의 바람대로 새해에는/ 진정 새해에는/ 그러한 은총으로/ 우리의 삶의 배꼽이/ 웃음의 강에서/ 둥둥 떠다니게 하소서. (새해에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노래하는 이유도 바로 그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이 정 림 (찬양사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