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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옥수 신창원, 시인 김하원의 담을 넘어 맺은 사제애, 참자유에 대해 나누는 영혼의 대화 탈옥수 신창원, 남들이나 스스로나 흉악범이라 생각하고 있는 사람. 하지만 내게는 바로 그런 비둘기의 의미였다. 그의 나이가 예전에 내가 첫 발령 받았던 교단에서 교사로서 모든 열정을 다 쏟아 가르쳤던 십대 남자아이들의 나이와 같은 만큼, 그는 내게 있어 어리숙한 비둘기 같던 내 제자들 중의 한 명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높은 담 속에 있는 그에게 편지의 손을 뻗쳤다. 차가운 비를 무방비로 맞고 있던 비둘기에게 향했던 그 마음, 그 손길로... 인간성을 옭죄는 것들로부터의 자유를! 교의와 제도, 형식에 갇혀 계신 하나님께도 자유를! 이 글을 통해 인간을 구속하는 외부적, 내면적 부자유 요인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모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유에 이르는 길에 대해서도... 아울러 기독교의 핵심 원리를 쉽게 요약해서 담으려고 노력하였다. 주요 내용 신창원의 탈옥 기간 중의 행각에 대해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얘기들이나 재수감 된 이후의 심경, 회심 과정 등이 신창원이 보낸 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김하원 시인의 편지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죄 사함과 영생, 다른 종교와 타협할 수 없는 기독교의 유일성, 신앙 성장의 원리, 은사론, 천국과 부활, 재림, 사탄과의 영적 전쟁, 전도의 사명과 자세 등이 잘 나타나 있다. 아울러 이 시대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단군 신상 설치 문제, 성담론의 유행, 진화론만 가르치는 교육 제도의 모순 등)에 대해서도 기독교 진리에 입각하여 반론을 펼치고 있다. 전도용 선물로 적합하다.

[본문 83-87쪽 '신창원, 김하원 교환 서신 모음'중에서...]

2000. 1. 14

형제님, 안녕하세요?
그 동안 궁금했지요? 형제님에게 가는 편지를 내의 부친 날 밤에 14장이나 써 놓았는데, 지난 번 편지보다 더 난필(亂筆)이라 다시 정서해서 쓰리라고 이때까지 미뤘어요. 밤에야 시간이 나니까 피곤해서 기대어 앉아 휘갈려 쓰다보니 그래요.(지금도 그 편지를 다시 쓸 시간은 없는 것 같군요.)
그런데 그 편지를 쓰고 나서 몸살을 앓았어요. 그 동안 새 책 출간 후에 여러 가지 작업들로 계속 바빴는데, 그런 모든 일들을 대충 해결하고 나니 긴장이 풀렸나 봐요. 사실은 출간 몇 개월 전부터도 계속 바빴거든요. 코밑과 입술에 물집이 생기고 부르틀 만큼 무리했던가 봐요.
하지만 건강한 편이에요. 형제가 시 '구토'에서 본 위염은 그때나 앓았지, 지금은 안 그래요. 이젠 맵거나 짠 음식도 잘 먹고 건강합니다. 며칠 전 모처럼 시간을 내어 형제에게 긴 편지를 하던 날에, 우체국 마감 시간에 쫓겨 점심 식사를 거르고 쓰다가 급히 먹었던 간식 한 개가 체했어요. 그런데 그걸 다스릴 겨를도 없이 계속 바쁘다보니 상태가 좋지 않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바쁜 일도 대충 끝나고 몸살 감기 기운으로 인해 쉬다 보니 그것도 나았어요.

제가 형제님에게 채한 증상 이야기를 했던 것은 미련한 인간인 나도 한 사람을 도우려다 조금 수고해 놓고 이런 신체적 고통을 당하는데, 하물며 우리 인류의 모든 죄를 위해 당하셨던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은 어떠하셨으랴 싶은 생각 때문이었어요. 제 작은 고통을 통해 다시 느꼈던 예수님의 사랑에 대해 나누고자 소개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형제님 기사가 신문에 났더군요. 전도를 통해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여 매일 성경 묵상을 하고 있다는... 그 기사 내용을 읽게 된 것은 형제님 때문에 찾아뵈었던 분의 사무실에서였어요. 양인평 장로님이시라고 고등법원장님이세요. 그분께선 재소자 선교회를 이끄시는 분으로서 형제님 일을 기도하고 계셨다는군요.
장로님께서 내게 신문을 건네주시면서 기사내용을 소개하실 때만 해도 나에 대한 기사인 줄 알았어요. 형제가 내게 기도 부탁했던 내용도 있어서...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솔직히 좀 서운했어요. 형제님이 나를 통해서 예수님을 믿게 된 줄 알았는데... 나는 번거로운 것은 질색이니까 내가 신문에 안 나서 서운했다는 뜻은 아니에요. 어쨌건 곧 그런 스쳐 가는 마음을 털어 내고 그분께 말씀 드렸어요.
"누가 전도했으면 어떻습니까? 형제가 예수님만 믿으면 됐지요." 라고요. 내가 무슨 공명심으로 형제에게 전도한 것이 아니니까요.
장로님께서 형제님에게 전해 달라고 책 두 권을 주시더군요. 형제님에게 꼭 읽히고 싶어서 사 두셨대요. 한 권은 다른 책들과 같이 부치고, 또 한 권은 나도 읽어보고 부쳐 줄게요.
저번에 부쳤던 편지가 재판 이후에 들어간 것 같네요. 그렇지만 기도는 정확히 들어갔습니다. 재판이 있던 7일 아침에 QT를 마치고 기도를 하는데 그 날은 한참 기도하다 보니 제가 재판을 위해, 재판장님과 검사님, 변호사님, 형제, 그 외 모든 관계자들을 위해 꼼꼼히 기도하고 있더군요. 나도 모르게...
그런 것을 성경에선

성령도 우리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가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마음을 감찰하시는 이가 성령의 생각을 아시나니 이는 성령이 하나님의 뜻대로 성도를 위하여 간구하심이니라.(신약로마서 8:26-27)

라고 하고 있지요.
그런 경험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할 때도 종종 해요.
기도 시간에 어느 사람의 건강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기도를 마치고 그 사람에게 전화해 보면 정말 독감으로 고생하고 있다든지 하는 경우지요.
신문과 함께 들어 온 편지를 먼저 뜯어보고 형제님의 재판이 있을 것을 알았고, 신문을 읽어보고는 재판 내용을 알았어요. 검사님이 형량을 결정하지 않은 것은 그 날 형사들의 진술 때문이었을까요? 그렇다면 재판장님의 선고가 보다 형제에게 유리하게 되어도 검사님이나 재판장님이 법이나 국민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괜찮다 싶어요.

어젯밤 라디오 설교와 오늘 QT에서도 하나님은 율법보다 자비라고 하셨어요. KAL기를 폭파하여 많은 사람을 죽게 했던 김현희에게도 법이 자비를 베풀었을 때 그녀가 새로운 삶을 살고 많은 선한 일을 할 수 있었듯이, 형제님도 청소년 선도 및 교도소 선교를 위해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네요.
그래서 생각한 건데요, 형제님이 내게 보낸 서신 내용을 일부 언론에 소개하고 싶네요. 신문에 실린 것처럼 어중간히 편지 일부를 소개해선 정말 형제님이 동정을 얻으려고 기독교 신앙을 이용했다는 오해를 살수도 있으니, 차라리 편지 전문(全文)을 소개해서 기독교를 여론이나 재판에 관계없이 선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형제님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면 1월 초순에 전국 신문사에 에세이 홍보문 보낼 때 형제님 편지 몇 구절 인용했을 거예요. 하지만 형제님과의 약속이 있었고, 저도 그런 식으로 사람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아서 안 그랬어요. 그러나 이미 언론에 보도되었으니 차라리 그것을 이용해서 재판 앞두고 여론 형성도 할 겸, 제대로 알리고 싶네요.
물론 그 과정에 내 책 얘기도 소개되겠지요. 하지만 상업적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제 책이 신창원 한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면, 그래서 그 책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읽혀지는 것이 예수님의 복음 전파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한다면요.
형제님 허락이 있고 나서 하겠어요. 어쨌든 형제님 자존심 상하는 일은 안 할 테니까 공개하도록 해 주세요. 형제님이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청소년들에게는 하나의 전도 메시지가 될 수 있어요.
내게 말을 놓으라고 하지만 형제님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사명을 완수하실 때의 나이, 밖에 있었다면 일가(一家)를 이루었고 사회적으로도 기반을 다졌을 나이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놓고 싶지 않네요. 만나더라도요. 나는 청소년들에게도 처음 보는 경우는 말을 안 놓아요. 하지만 장난으로 한 번씩 객기는 부릴게요. 신창원을 제자로 두고 한 번씩 말을 놓는 건 신나는 일이겠지요.
이만 써야겠어요.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기도 많이 하세요. 불면증, 건강, 평안, 재판을 위해서도요.

김하원

추신 : 신창원! 내게 말 놓으라고 하지말고 글 잘 써!
'말'이 아니라 '말씀', '에게'가 아니라 '께', '하오'체가 아닌 '합니다'체...
빠 - 져 가지고....(^.^)

‘신창원씨 옥중서신’ 책으로 나왔다

“예수님이 너무 좋아 예수님을 모시고 따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의심을 버리고 순수하게 성경을 대하겠습니다”

시인 김하원 집사(부산 순복음안락교회·43)가 탈옥범 신창원씨와 나눈 옥중서신을 한데 모아 ‘자유’(엘샤다이) 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이 책에서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씨는 완전한 기독교인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이 책에는 99년 12월14일 신씨의 첫 편지를 시작으로 탈옥기간 중의 행각,재수감 이후의 심경,회심과정 등이 김시인의 답장과 함께 수록돼 있다．김시인이 맨처음 복음을 다룬 책들을 보내주자 신씨로부터 감사의 편지가 배달됐고,김집사가 이에 회신을 하며 두사람간의 서신교환은 이뤄졌다.

교사출신인 김시인은 처음 신씨의 진지한 편지를 보고 놀랐다며 문제가 많은 제자를 상담해주듯 시간이 지나면서 따뜻한 사제간의 정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김시인은 신씨의 회심을 흥미거리로만 보지 말고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시인은 ‘자유’를 부산지하철 전 구간에서 무료로 배포,복음서로 활용하고 있으며 교도소나 구치소측의 허락 아래 재소자 전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자유’ 하권은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다．

- 국민일보 / 2001.03.26 /노희경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