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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는 감동의 이야기! 방송국이 앞다투어 소개한 인간승리의 주인공! KBS '그것이 인생이다', '아침마당', '사랑의 가족', '6시 내고향' MBC '세상사는 이야기', '아침을 달린다', SBS '사랑의 징검다리' EBS '희망풍경' 등에서 전신마비의 장애를 딛고 일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주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구필화가로 새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그저 혼자라는 생각으로 무섭고 추웠다. 자꾸만 옷을 껴입을수록 눅눅하고 더 추운 까닭을 몰랐다. 차라리 하나하나 모두를 벗어버렸다. 전날의 나를 미련 없이 십자가에 못을 박았다. 그러자 안개가 말끔히 걷히고 잃었던 순수를 만날 수 있었다. 나의 모두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완전하신 분이 보였다. 가슴 밑바닥에 모닥불을 피울 수 있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발가벗은 알몸인데도 부끄럽지 않았다. 구름 속에 있는 찬란한 무지개를 보았다. 구필화가로 다시 태어나 화폭에 옮겼다. 이제서야 산다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지금은 누가 삶의 목적을 묻는다면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옹아리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냥 혼자가 아니라는 감사와 행복을 노래하고 싶었을 뿐이다.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역사하심으로 그 맛, 그 빛깔, 그 향기를 닮을 수 있었으면...

[본문 24-30쪽 '수필'중에서...]

신실하신 사랑의 언약

"나의 모두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완전한 분이 있기에 든든하다."
과연 이 세상에 '완전'하다고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우리 자신조차도 믿을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이 아닌가. 모순투성이의 현실을 살면서 '완전'한 대상을 발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자유함을 누리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면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

전신마비가 되어 사선을 넘어온 내 나이, 돌연 중증장애인으로 어느 새 중년의 내리막에 접어들었다. 지금은 구필화가로 다시 태어나 구름 속에 숨어 있는 찬란한 무지개를 감사로 그리고 있다. 이제야 산다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 누가 삶의 목적을 묻는다면 애매모호한 관념적인 말로 얼버무리지 않고 확실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이 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
성경 잠언에 기록된 27장 1절 말씀이 내게는 그렇게 뼈에 사무칠 수가 없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의 나는 이 말씀의 깊이를 제대로 묵상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저 하나의 교훈쯤으로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다.
건강했지만 목마른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보냈다.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참 열심히 산다', '의지가 대단하다'는 칭찬을 들었으나 공허했다. 결혼할 연령이 되었다. 나의 욕구를 채워줄 완벽한 사람을 원했다. 때문에 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건강과 젊음과 사랑이 있었으나 소중하고 감사한 줄 몰랐다.
그런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병원에 시체처럼 누워 있는 낯선 나를 발견했다. 전혀 기억에 없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인생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순간에 모두를 잃어버렸다. 결국은 이렇게 손가락 하나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없는 참혹한 전신마비로 묶이고 말 것을, 무엇을 위하여 그토록 이를 악물고 살아왔는지... 허무했다.

모두가, 모든 것이 나를 떠났다. 천륜이라는 부모 형제의 情도, 생명 운운하며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던 사람까지도... 그러나 더 가까이 다가오시는 주님의 사랑이 있었다. 지금껏 내 것인 줄 알았던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선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구원으로 말미암아 영원한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옮겨진 기적이 믿어졌다. 이깟 전신마비의 고통쯤이야 주님만을 의자하고 바라보게 하는 작은 가시에 불과하지 않을까.
내 안에서 열린 빈 무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갈릴리 바다에서 밤새 헛그물질만 하던 베드로에게 나타나신 부활의 예수께서 내게도 오셨다. '다시 한번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붓을 문 입으로 그림을 그리고 스틱을 문 입으로 글을 썼다. 작품으로 노래하는 영혼의 울림은 정말 그물이 찢어질 듯한 만선의 기쁨을 건져 올릴 수 있었다.
그렇다, 부활의 소망은 끝인 줄 알았던 절망에서 긍정의 문을 열어주었다. 간병인과 단 둘이 생활하는 가슴 시린 현실을 사랑과 감사로 끌어안을 수 있었다. 사실 돈을 주고 타인의 손발을 빌려쓴다는 것은 상당한 안내를 요하는 일이다. 더러는 생존을 위협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작년에는 간병인이 몰래 달아나, 심야에 출동한 119에 의하여 무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죽음의 위험을 심심찮게 경험하는 스릴 있는 삶이다. 그렇지만 죽음이란 단어가 결코 생소하거나 두렵지 않다. 더 좋은 주님의 나라, 신실하신 사랑의 언약 때문일까. 이 지금이 소중하고 감사하여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 천주교 <경향잡지>에 수록

마침표 다음에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목마른 성취욕을 꾸짖는 회초리로, 때로는 자위하는 암시로... 살아가면서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교훈으로 삼고 있는 말이다. 결과와 과정은 부부와 같은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느 곳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임하는 자세가 다를 뿐이다. 언뜻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이야기가 떠오른다. 물론 성실과 인내를 말하고자 한 내용이지만 아마 모르긴 해도 토끼는 결과를, 거북이는 과정에 비중을 더 두었을 성싶다. 경주가 끝나고 그 다음을 그린 '속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뒷마당'을 상상해 본다. 과연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자못 궁금하다.

나는 문학을 좋아하는 구필화가의 이름으로 곧잘 열병을 앓는다. 글과 그림을 통하여 겪는 나만의 산고를 즐기는 것이다. 즉 졸작일지라도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하여 쏟는 열정과 몸부림 그 자체를 사랑하고 있다. 더러는 컴퓨터 앞에서 꼬박 밤을 새우기도 한다. 진통 끝에 아침이 희붐한 얼굴을 내밀 무렵이면 마침내 비린내 물씬 풍기는 핏덩어리를 출산한다. 처음에는 시, 수필, 소설, 동화... 장르조차도 불분명한 그냥 검붉은 빛깔이다. 그렇지만 소중하다. 설사 예쁘게 보아주는 이 없는 자아도취라도 무관하다. 최종적인 마침표를 찍고 나면 가슴이 후련하면서도 채워지는 뿌듯한 그 맛이 나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그림작업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무엇을 그릴 것인가 주제를 정하고 화구를 챙겨 이젤 앞에 앉는다. 그때부터 전체적인 구성에 들어가 무장을 한 참전 용사가 된다. 일단 총칼 대신 입에 붓을 물고 나면 생사를 판가름하듯 처절한 투쟁이 시작된다. 컴퓨터에 매달려 습작하는 진통쯤은 생활에 활력을 주는 씨름에 불과하다. 그러나 캔버스와의 싸움은 더 길고 치열하다. 조금씩 붓끝을 통하여 모양새가 다듬어져 가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그러한 캔버스 안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피곤도 잊고 스스로 취하곤 한다. 몇날 며칠을 걸려 엉성하지만 한 작품을 완성하고 마무리 사인이나 낙관을 찍고 나면 나만의 희열이 충만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일시적인 쾌감일 뿐이다. 작품이라고 이름지어 마침표를 찍는 것으로 끝인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어설프고 거슬리는 차림새와 목소리, 안 어울리는 색깔과 향기와 맛... 과감하게 삭제할 부분과 보충하고 강조해야 할 민망한 요소들이 자꾸만 드러난다. 그렇다면 어디에도 끝이란 없는 것일까? 이 땅에 관계하는, 존재하는 그 무엇에도 끝이 없을 것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이런 관점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짐짓 우려되는 바가 있다. 영원을 언약한 성경에 기록된 말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의 미성숙한 인격을 돌아보게 한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급이 있으리요..." 하시며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원수는커녕 사람을 가려가며 사랑하는 이기적인 내가 아닌가.

나는 감정의 흐름을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내가 그처럼 동경하는 나라에 이미 살고 있거나 혹은 꿈꾸는 사람, 자연, 일, 사고관, 문학, 예술, 신앙... 그래서 영혼의 노래를 합창할 수 있는 대상을 접하면 차갑도록 이성적인 내가 푼수처럼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혹여 결점이 보일지라도 장점으로 미화시켜 좋아하는 못말림성이 있다. 일례를 들면 시류에 오염되지 않고 바른 교육이념을 꼿꼿하게 실천하는 '거창고등학교'가 바로 그 경우이다. 3년째 발걸음을 하는 동안 주변의 모든 것까지 좋아지는 것을 어쩌랴. 거창 지역의 산수와 농산물, 심지어는 주민들의 생활모습까지도 신선하게 다가와 특별한 정감으로 나를 붙든다. 그런가 하면 지난 여름에는 이와 비슷한 향기를 지닌 좋은 이웃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메마른 인생여정에서 이기심이 없는 투명한 순수와의 만남은 축복이다. 오래도록 교제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은 간절한 떨림이 숨어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 현실은 욕심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마침표 없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 큰소리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는 동안에 자의 혹은 타의로 주어지는 종지부는 한시적일 뿐, 생각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나, 언제까지나 내 안에서 향기로움으로 피어나도록 아름다운 마침표를 준비하는 삶이고 싶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이후에도 분명코 약속의 나라가 또 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이 땅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마침표라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이 아닐까? 부활하심으로 온 인류의 마침표를 지우고 영원을 선물하신 사랑의 승리가 지금, 우리 모두의 가슴에 살아 숨쉬는 생명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자서

1부 | 수필

나의 사랑, 몰래 뜨는 별
추곡 나들이
그림자 커튼
신실하신 사랑의 언약
마침표 다음에
그 바다, 이제는...
나의 크리스마스
울고 말았다.
창문가의 봄
첫번째 떨림
잠 설친 근심 걱정
내면의 여행
결코 혼자 힘으로 자랄 수 없는 키
나도 그처럼
스물세살의 달맞이꽃
'미안해!' 부작용

2부 | 시

제야의 종소리 / 가을 스케치 / 내 안의 숨소리 / 호감 / 금붕어/ 뒷뜰 살구나무 / 생일 케이크 / 겨울 / 감사 / 삶의 목적 / 열린 무덤 / 내 인생의 가을에 / 일기예보 / 집 안에서 / 집 밖에서 / 등불 1 / 등불 2 / 등불 3 / 등불 4 / 초승달 / 삶 / 살다보니 / 7월의 강둑 / 달빛 데이트 / 해변에서 / 여백의 축복 / 설악산에서 / 낙산 바닷가에서 / 그림자 / 스쳐간 얼굴 I 눈처럼 / 스쳐간 얼굴 II 장대비처럼 / 그 겨울밤 / 보리일기 I 꿈 / 보리일기 II 투쟁 / 빈 집 1 / 빈 집 2 / 시간의 골짜기 / 밤하늘 / 은사시나무 / 뒷모습 / 두고 온 바다 / 순수 / 가을 / 이슬

3부 | 동화

또 하나의 하늘
뭉게 아이스크림

4부 | 일기

삶 속에서
풍랑 가운데...
가는 길... 햇살 반짝, 먹구름 슬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