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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온 소년, 그리고 50년. 이제, 그의 삶이 '희망'의 또다른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내가 이룰 수 있으면, 당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커왔던 소년, 그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밀려온다.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여 '미래자서전'이라는 단어로 정의하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사람! 그가 우리에게 말한다. "내가 이룰 수 있으며, 당신도 할 수 있다!" 삶의 문턱에서 서성이는 그대에게 이제 백발이 성성해졌을 우리 세대의 벗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 자란 아들 녀석과 오늘 소주잔을 기울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 책을 잡는 당신이 이제 막 '젊음'이란 단어를 가슴에 새기기 시작한 나이라면 아주 오래되고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새롭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의 글 중에서

[본문 131~133쪽 '빛과 그림자'중에서]

자유의 그늘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서울, 그토록 원하던 바로 그 도시의 중심에 나는 서 있다. 하지만 그렇게 바라던 서울에서의 첫날을 백화점에 가서 비싼 물건 구경이나 하면서 허비하다니.. 이런 바보 같은.. 마지막 남은 돈을 이렇게 의미 없이 써 버리다니, 이젠 어떡하지? 나는 계속해서 자책했다.

날이 밝자마자 방값을 지불하고 나는 곧바로 아버지가 알려준 이성권을 찾아 나섰다. 전차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몰라서 서울역까지 걸어갔다. 이성권은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젊은 사람이 아니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활기차고 자신감이 넘치며, 친절한 인상을 풍기는 호인이었다. 내가 그에게 아버지 이름을 대자 나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학교 교내식당으로 나를 데려갔다. 강낭콩과 보리를 섞어 만든 수프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난후, 나는 그에게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자세히 말했다. 내가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그날 저녁을 자신의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자고 권했다.

우리 옆동네에서 살던 이성권은 작년에 남한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북한의 상황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말해 주었다. 김일성을 앞세운 러시아의 정치적 음모, 신의주에서의 학생학살사건, 조만식 선생의 감옥 투옥, 교회에 대한 공산주의자들의 박해, 그리고 1946년 3월에 실시한 토지개혁까지...
그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침울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종욱! 2차대전이 발발하기 전부터 나는 신학 교육을 받았단다. 하지만 일제가 신학교를 폐쇠하는 바람에 졸업은 못했지. 일본군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신학교를 마저 다니기 위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어. 그래서 최근의 북한 상황을 잘 알지 못해.
북쪽에서 맨처음 피난 온 사람들은 대부분 매국노 또는 사기꾼이들이라고 하더군. 기독교인으로서 아무도 미워해서는 안되겠지만, 남한으로 밀려 내려오는 그들은 정말 어쩔 수 없이 싫어지게 되더군. 때때로 나는 그들을 전부 트럭에 실어다 대한해협에 모조리 빠뜨려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다행히도 지금 넘어오고 있는 피난민들은 인권과 자유를 찾아 내려오는 사람들이지."
"장연에서 온 사람을 만나 본 적 있어요?" 나는 물었다.
"그럼. 믿을 수 없겠지만 악질 경찰이었던 탁막동을 만났지. 지금 그는 이곳에서 미국 경찰로 한단계 진급해서 일하고 있다네. 여기서 그는 반공주의자로 유명하지. 하긴 많은 공산당 지하조직들을 박살내 버리기는 했어. 역겹게도 얼마 전에는 그가 남측 공산당에게 자금을 조달해 왔던 지하조직을 소탕한 공로로 표창을 받는 행사에 나를 초대했었지."
나는 울분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왜죠? 도대체 그가 무슨 일을 했기에 윗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었죠?"
"물론 대단한 일을 했지. 하지만 지하조직을 소탕한 경찰 중의 하나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그 일로 표창을 받았다는 것이 중요해. 웃기는 건 남쪽에 있는 경찰들 대부분이 일제시대에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하던 놈들이라는 거야. 탁막동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고, 여하튼 조사 끝에 밝혀진 것은, 그 지하조직은 공산당 경제부서의 장(長)인 이관설이 조직했고, 2차대전 중에 없어졌던 현판을 가지고 적어도 3백만원 정도 발행했다는 거야."
나는 너무나 놀랐다. 남쪽에서 공산당 조직이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 줄은, 그리고 탁막동이 이곳에서 경찰관이 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국가 해방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날 밤, 나는 신학교의 식당에서 잘 차려진 저녁을 얻어먹고, 이성권의 방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마침 그의 룸메이트는 어디 가고 없어서, 나는 편하게 잘 수가 있었다.
"그럼 넌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정해져 있지 않구나." 다음날이 되자, 아침식사를 하면서 그는 나에게 물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학생이라 나도 돈은 별로 없고... 하지만, 네가 머물 수 있을 만한 곳은 알고 있지. 황해도 지역에서 온 성직자들이 세운 황해학생기숙사라는 곳이 있는데 원장인 이환수 목사는 황해도에서 내려온 학생들을 위해 그곳을 운영하고 있어.

약자의 후예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제 노동, 식민의 시작
첫사랑
작가가 될 거야
작은 반란

깨어진 꿈
해방은 되었지만
거미줄
38선
서울로 가는 길

빛과 그림자
자유의 그늘
이데올로기
하우스 보이
실락원

먼저, 그의 나라
파란(波瀾)
생사의 기로
죽음의 골짜기에서의 사랑
가시밭길
인생의 방향키, J-K(Jesus-Korea) 비전

비상(飛上)
단 돈 155달러로 미국 유학
되찾은 자신감
엇갈리는 꿈
또 하나의 관문

여명(黎明)
본격적인 학문의 길로
미래자서전
클리블랜드의 허니문
안식
운명의 날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