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도서 > 영적성장 > 간증

삼보교회 박창윤 목사 사모의 밀알고백 그는 어린 시절, 불의의 폭발 사고로 두 눈과 두 손을 잃고 깊은 절망에 빠져 네 번씩이나 자살을 기도했던 사람이었지만, 믿음과 신념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결코 포기하거나 체념하지 않는 집념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그런 강함은 나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내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하는 힘이 되어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내 곁에는 항상 주님이 계셨습니다. 주님은 내가 지쳐 쓰러져 허덕일 때마다 나를 일으켜주고, 부드러운 손길로 아픔을 깨끗이 치유해 주셨습니다. 나의 남편 박창윤 목사, 그와의 만남은 진정 십자가 사랑을 경험케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는 내가 흔들릴 때마다 주님의 존재를 증거해 주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었습니다. 그를 만남으로써 나는 진정 주님의 섭리를 깨닫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뒤돌아보면 결코 인간의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경험하며 살아왔고, 또한 이 모든 것은 내 안에서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었다는 것을 고백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서문 중에서

[본문 22∼25쪽 중에서…]

다음 날부터 나는 그의 집으로 출근을 했다.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집에는 직장에 출근하는 것처럼 둘러댔다. 그는 부담스러웠는지 특별한 집회나 전도가 있는 날만 함께 할 것을 요청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그에 대해 알고 싶어 나는 거의 매일같이 그의 집으로 향했던 것이다. 그는 월요일에는 마포 경찰서, 토요일에는 적십자병원과 서대문 경찰서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윤락 여성을 대상으로 한 특수 전도사업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가 특별히 외출할 일이 없는 날에는 주로 서로의 종교와 신앙 생활, 전도에 대한 대화로 시간을 보냈다. 그가 간증에서 밝히지 않은 그의 사생활이나 과거에 대해 얘기도 궁금했지만, 행여 그의 마음을 다칠까봐 나는 되도록 물음을 자제했다.

어찌 보면 그와 함께 하는 집안에서의 생활은 그다지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함께 생활하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내가 할 일은 겨우 식사 정도를 돕는 일이었다. 오히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얻는 것이 더 많았다.

그렇게 점차 그와의 낯선 생활도 익숙해져 갔지만 여전히 한 가지만은 익숙해지지를 않았다. 그것은 그의 손 없는 팔이었다. 첫날 식사를 돕기 위해 처음 그의 팔을 잡았을 때, 나는 그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힘들어했을까를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참으로 많이도 울었었다. 그리고 그러한 아픔도 서서히 익숙해지지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나에게 전달된 그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변하지 않았다. 그의 팔을 볼 때마다 나의 마음은 한없이 저려오기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를 더욱 슬프게 한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순전히 나의 거짓된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와 같이 생활하기 시작한 뒤로 첫 번째 맞이하는 주일 오후, 나는 처음으로 그의 팔을 끼고 외출을 하게 되었다. 전에도 안내를 해본 경험이 있어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집을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전에는 부끄럽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했던 내가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부끄러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때는 차라리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그런 내가 믿어지지가 않았다. 내가 그 동안 보여온 행동은 모두 위선이었다는 말인가. 나는 역시 장애인을 동정은 할 수 있어도 평생의 반려자로 함께 살아갈 사람은 못 된다는 말인가. "희생이 너에게 슬픔이 되고 즐거움이 아니라면 희생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너에게 격이 없기 때문이다." 라고 R.롤량은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날, 그의 팔을 끼고 다니면서 나 스스로의 가식된 마음이 미워서 속으로 한없이 울었다. 집으로 돌아온 밤에도 나는 심한 자괴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와 함께 한다는 것도 더 이상 자신이 서지를 않았다. 게다가 내일은 월요일, 마포 경찰서 전도가 있는 날이 아니던가. 나는 날이 밝는 대로 그를 만나, 더 이상 함께 생활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리라 다짐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느냐 싶게 마음이 아주 담대해져 있었던 것이다.

버스에 올라 그의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동안 잊고 있던 하나의 진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은 주님께서 주재하신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였다. 그로 하여금 전도를 하게 하고, 나로 하여금 그 전도를 돕게 하는 것도 주님의 뜻이지 결코 나의 뜻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부끄럽게 생각했던 것은 어리석게도 내 자신이 그를 돕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주님이 하시는 일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생각이 정리가 되자 그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하늘을 떠가는 바람처럼 가벼웠다. 그날은 비까지 내려 우산까지 들어야 했음에도, 그의 팔을 끼고 가는 나의 발걸음은 당당하기만 했다. 사람들의 야릇한 눈초리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대문 경찰서에 들어서자 담당 경찰관이 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목사님 오십니까? 목사님은 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정확한 시간에 오시는군요."
그 목소리에는 더 없는 그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그가 그 만큼의 인격을 갖추고 있음에 대한 예의였을 것이다.

나는 그와 함께 경찰서 안의 구치소로 향했다. 구치소장의 소개에 따라 구치소 철창 앞에 선 그의 모습은 매우 비장했다. 그는 자신을 먼저 소개하고 자신의 죽음보다도 힘들었던 지난 이야기로 설교를 시작했다. 미결수들은 자신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마지못해 설교를 듣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미결수는 얼굴에 가득 비웃음까지도 담고 있었다. 나는 한 인간의 비애를 보는 것 같아 얼른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간절하고도 강렬한 설교 앞에 미결수들도 점차 숙연한 모습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손이 없는 두 팔까지 들어 보이며 눈물로 설교하자, 여기 저기에서 감동을 받은 미결수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기에 이르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실로 감동을 받은 사람은 나였다. 나는 그로부터 두 손과 두 눈을 가져간 대신 그에게 그토록 강렬한 설교의 힘을 주신 주님께 감사했다.

"예수를 믿기로 마음에 작정하신 분은 손들어 보십시오."
그가 설교를 끝내고 묻자 많은 미결수들이 힘차게 손을 들어주었다.

서문 - 만남 그리고 동행

나를 부르는 낮은 자의 음성

동행

아, 볼음도

빛이 있으므로

님이 가신 그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