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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흙으로 돌아간다.
육체는 먼지다. 인간 일생의 사랑도, 쌓은 공적도 모조리 재가 되고 흙이 되고 남을 것이 없다. 사랑하는 것들, 내 아내, 내 자녀, 내 애인이란 것도 있을 수 없다. 모든 목숨은 각각 혼자 고독하게 자기가 갈 곳으로 돌아가고 말 것뿐이다.

나의 인생은 벌써 석양이 되었다. 지금 이렇게 무상 무아를 말하는 것은 나 스스로의 탄식을 말함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이렇게 미련하게 살지는 않을 터인데...

나는 내가 존경하고 사모하는 몇 사람의 이야기를 여기에 썼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더구나 요즈음 세태처럼 광란한 세상과 종교계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아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후세에 남기고 싶어서이다.

영웅호걸들의 장한 이야기를 쓰려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모르게 지구의 한 구석을 진지하게 밟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세상은 아직은 망하지 않고 유지되어가는 땅의 소금 같은 인물, 인류의 밑거름, 한 알의 밀, 썩은 세상을 향해 뿜는 향기이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었고, 또 이 책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그렇게 모방해 사는 사람들이 앞으로 몇 분이라도 생겨나기를 몸부림치며 갈망한다.

[본문 14~17쪽 '성 프란치스코' 중에서]
성 프란치스코(1182-1235)는 23세에 개종하여 45세에 임종했으니, 그의 활동 기간은 원년이었다. 그는 기독교 전 역사를 통하여 가장 위대한 성인이요 종교적 천재이며, 종교적 낭만주의 운동을 일으킨 성인이다. 그는 사랑의 하나님만 노래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모든 인간을 사랑했다. 당시의 로마 교회도 부패 타락하고 있었으나, 그는 루터처럼 때려 부수는 개혁이 아니라 사랑의 개혁자였다.

독일의 하르낙은 "프란치스코는 당시 다 무너져가고 있는 로마 교회의 성벽을 아주 헐어 버리지 않고 다만 그 성벽 밑에 자기의 조그마한 수도 암자를 지었다. "고 했다. 키는 작고 얼굴은 못났지만 누구나 한 번 그의 갈색 눈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위로는 교황으로부터 아래로는 도둑놈과 살인 늑대, 새, 곤충들까지 그의 감화를 받았고, 그를 사랑했다.

교황 피오 11세는 그를 '또 하나의 예수', '예수 다음으로 추천할 분 이다'라고 불렀다. 혹은 '나사렛 예수의 화신이라고도 한다. 그리스도의 거울이다. 프란치스코의 감화를 받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교회는 성인을 기다리고 성인으로 유지된다. 프란치스코는 8백 년 동안 인종, 시대, 종파를 초월하여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감화를 끼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참 나사렛 예수의 종교다.

프란치스코는 이탈리아 아씨시의 부유한 포목 장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성격이 너그럽고 천진난만하고 단순했다.

젊은 시절에는 정열적이고 자유분방하였다. 이탈리아에는 음유시인들, 우리나라 각설이 비슷한 패들이 있었다. 그는 거리로 다니면서 노래 부르며 친구들과 먹고 마시며 돈 잘 쓰고 호탕하게 살았다 22세 때 이웃 도시 페루지아와의 전쟁 때 기사로 출전했다. 그는 포로가 되어 1년 동안 감옥살이 하다가 풀려나 고향에 돌아왔다.

그 후 그의 성격은 변하여 옛 친구를 멀리 하고 사색에 잠기고 우울해지다가 병중에서 인생의 허무함과 적막을 느 꼈다. 어느 날 혼자 말을 타고 가다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문둥 병자와 마주쳤다. 처음에는 도망치려다가 뉘우쳐, 말에서 내려 필사의 용기를 내어 문둥 병자에게 다가가서 그를 포옹하고 입을 맞춰 주었다. 이 사건은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듯 프란치스코가 자기의 한계를 극복하는 순간이었다.

23세 때 개종하고 아씨시 거리 구석에 있는 퇴락한 성 다미아노 성당 십자가 밑에서 기도하다가 영음을 들었다. "프란치스코, 너는 내 집을 세워라. 내 집은 무너져 가고 있다"는 주님의 음성이었다. 처음에는 그가 기도하던 다미아노 성당을 수리하라는 줄 알고 시작했으나, 결국 그의 사명은 침체하고 타락한 기독교를 수리하라는 하나님의 명인 줄 깨달았다.

1209년 성 맛디아 첨례날에 프란치스코는 교회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날 예배 인도자가 마태복음 10:5-15의 "옷 두 벌을 가지지 말라 지팡이도 가지지 말고 발에 신도 신지 말라 지갑에 금이나 은이나 동전도 넣어 가지고 다니지 말라 주머니도 가지고 다니지 말라"는 말씀을 낭독하는 소리를 듣다가, 프란치스코는 예수님이 직접 그 자리에 나타나 자기에게 그 말씀으로 명령하시고 계시다는 영감을 받았다.

감격한 프란치스코는 당장 그 자리에서 그 말씀대로 실천했다. 부잣집 아들의 외투를 벗어 던지고 농부들이 입는 자루 옷을 입고 교회 마당에 굴러다니는 새끼줄을 주워 허리에 띠로 묶고 구두를 벗어 던지고 맨발로 나섰다. 감격스런 마음으로 밖에 나가 아씨시 성문에 이르러 거기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형제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십니다"고 했다. 그 때 사람들 중에 감동이 일어나면서 그 중 몇 사람이 일어나 프란치스코를 따라 나섰다.

그 중에서 프란치스코의 첫 제자가 생겼다. 프란치스코는 그들을 중심으로 "작은 형제회"를 창설했다. 그의 교단의 시작이다.

프란치스코가 새로운 생애에 나섰을 때, 아들이 자기 생업의 후계자가 되기를 기대했던 아버지는 몹시 아들을 박해했다. 기도 굴에 엎드려 있으면서 거지같은 옷을 입고 머리를 길게 기르고 마을 아이들이 미치광이라고 쫓아다니며, 돌을 던져 놀림을 받는 아들의 변한 꼴을 본 아버지는 아들을 잡아다 지하실에 가두었다. 그 후 프란치스코는 아버지 집을 아주 나오면서 입고 있던 옷을 홀랑 벗어 아버지께 주면서 "이제부터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 아닙니다. 하늘 아버지의 아들입니다"하고 가출해 버렸다.

교단을 창설하고 초기에 프란치스코는 제자들과 같이 리보 도르또 오두막에 거하며, 거기서 5리나 되는 아씨시 뒷산 스바지오 산 계곡에 있는 동굴에 들어가 세월 가는 줄 모르고 기도에 열중하다가 어느 날 바울의 고린도후서 5:13-l5의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의 강권하는 체험을 받았다.

그 사랑이 너무도 강렬하여 미칠 것 같아서 그는 기도하던 동굴에서 나와 아씨시 거리로 다니며 소리쳐 통곡하였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왜 우느냐고 물으면, 그는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그리스도의 사랑이 나를 못 견디게 합니다"고 하면서 흐느꼈다.

수도원이란 세상을 버리고 사막이나 깊은 산에 은둔해서 자급자족하며 수행하는 곳이다. 그러나 프란치스코는 그 이전의 다른 수도회처럼 세상을 버리고 사막이나 산중에 은둔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사는 거리 속에 침투하여 복음 정신을 실천하는 탁발 교단을 만들었다. 허름한 농부의 자루 옷 한 벌이면 10년은 넉넉히 입을 수 있었고, 먹는 문제는 그릇을 들고 다니며 빌어먹기로 했다. 신발은 필요 없었다. 벗으면 되었다.

책머리에

제1부. 서구의 성인들

성프란치스코
성녀 클라라
사하라 사막의 성자 샤를르 드 푸꼬오
분도 요셉 라브르

제2부, 동양의 성인들
가가와 도요히꼬
니시다 덴꼬
마하트마 간디
마더 테레사

제3부. 초대 한국교회의 성인들
강순명 목사
주기철 목사
성녀 방애인

제4부. 한국적 영성인들
이세종
이현필
유영모
정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