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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나가는 발걸음이 법정에 호출되어 가는 피고인의 발걸음이 아니라 친정집을 찾아가는 여인의 나들이하는 발걸음이면 좋겠습니다. 메시아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권위를 갖고 도래할 줄 알았지만 예수의 첫나들이에서 보는 대로 예수께서는 조용하고 평범한 사가에서 첫 이적을 행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시고 자신이 메시아이신 것을 공개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의 성격입니다. 기독교는 요란한 것이 아닙니다. 기독교는 화려한 것도 아닙니다. 기독교는 거대한 시위도 아닙니다. 오늘날의 교회가 가나의 혼인 잔치에 숨겨진 기독교의 본질을 되찾아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로 거듭나기를 소망하면서...

[본문 21∼24쪽, '드디어 때가 오는가'중에서…]

나이가 30이 되도록 한 번도 친구를 데리고 온 적이 없었던 아들이 오늘은 많은 친구를 데려온 것을 보면 이제부터는 무슨 일을 해내려는가 보다 하여 마리아는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아기 예수를 낳았을 때부터, 아니 잉태했을 때로부터 시작하여 해산할 때의 일이며, 그 뒤에 애굽으로 피신했다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어린 예수를 키우던 일이며, 장성해 가는 아들을 지켜보면서 자기 아들이 언젠가는 하나님의 일을 해낼 것을 믿고 손꼽아 기다렸던 기나긴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보기만 해도 믿음직스러운 건장한 청년들, 그 중에는 낯이 익은 사람도 몇몇 보였고 특히 지방의 유지로 이름난 선주집 아들 야고보와 요한 형제도 함께 섞여 있었습니다. 그들의 어머니는 갈릴리에서는 이름난 여성이었고 마리아도 잘 아는 사이였습니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세월입니까? 어머니는 아들에 대하여 세심하게 살폈고 행동하나말 한마디도 거저 지나치지 않고 마음에 담아 두는 어머니였습니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시이라."
그렇게 일러주던 천사의 말을 한 범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복중에 커 가는 태아를 품고 엘리사벳을 찾아갔을 때 나이 많은 엘리사벳도 임신중이었고 자기보다 6개월이나 먼저 다가올 산월을 가다리고 있었습니다. 엘리사벳이 만삭의 몸으로 자기를 맞아주며 분에 넘치도록 축하해 주던 말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자 중에 네가 복이 있으며 네 태중의 아이도 복이 있도다."
그리고 석 달 동안 그 짐에 있으며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베푸신 구원의 소망을 굳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마리아는 아들에 대하여 생각해 둔 일이 한도 없이 많았습니다. 성경에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은 얼마되지 않지만, 장장 30년 동안 아들을 곁에서 지켜본 어머니였으니 오죽했겠습니까.

만삭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베들레헴에 갔었던 일이 예삿일입니까? 거기서 아기를 낳던 날 있었던 일이며 동방 박사들의 방문이며 꿈에 지시를 받아 애굽으로 피신했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어머니였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12살 때 예루살렘에 갔다가 아들을 잃고 사흘길을 헤맨 끝에 예루살렘 성전으로 되돌아가서 아들을 만났을 때의 사건은 아들에 대하여 다시 생각을 하게 했던 선명한 기억들이었습니다.
그 때 아들을 다시 찾은 부모는 깜짝 놀랐으나 아들은 자기를 왜 길에서 찾았느냐며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자기가 갈릴리의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며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당연한 일을 왜 모르느냐고 나무라듯 말한 것도 잊을 수 없는 사건들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예수의 열두 살 때 이후의 일은 하나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 때로부터 18년동안 줄곧 집안 일만 돕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메시아의 준비가 얼마나 막중한데 30년이라는 긴 세원을 집에만 눌러 있었겠습니까. 그렇지만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추측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코 무의미한 허송 세월은 보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온 세상 인류를 다 구원하기 위하여 메시아로 오셨으니 온 세상을 돌아보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입증할 만한 근거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예수가 인도에 다녀갔다는 설도 있고 티벳에도 다녀갔다는 설이 있습니다. 예수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동방 박사의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을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예물로 받은 보물이 그들의 수종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자기의 탄생을 축하해 준 고마운 동방박사를 잊었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었다면 당연히 동방의 어느 나라였을 것은 추측하고도 남을 일입니다. 그 동방이라는 나라가 인도였던 중국이었던 혹은 페르시아나 한국이었던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는 모를지라도 예수의 어머니는 여느 사람보다 수십 수백 배로 아들에 대하여 아는 것이 많았고 기대도 컸습니다. 아들이 소개한 제자들을 보는 순간 아들에 대한 기대도 부풀어 있었던 어머니는 번득이는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가나의 친정집에 때마침 결혼식 잔치가 진행 중에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잔칫집에 아들과 그의 제자들을 데려가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들뜨는 것 같았습니다.
초라한 자기 집에서 손님을 맞는 것보다 푸짐한 잔칫집이 훨씬 더 나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났던 것은 자연스러웠습니다. 비단 음식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들을 자랑하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제자들을 보는 순간 그들을 드러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잔칫집으로 이어진 것뿐이었습니다.
그 집은 자기의 친정집이어서 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마리아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오직 아들의 때만 기다렸던 어머니였기에 지금부터는 아들의 일에만 전력을 바칠 각오였습니다.

들어가는 말

1. 예수 나들이
2. 사흘 되던 날
3. 드디어 때가 오는가
4. 어머니의 구상
5. 초대장
6. 가나의 그 집
7. 늦게 오신 손님
8. 귀빈석
9. 심상치 않은 분위기
10. 마리아의 예지
11. 면회 신청
12. Yes or No
13. 여자여
14. 빗나간 기대
15. 여섯 항아리
16. 신선한 충격
17. 목하 이변
18. 예수의 제자들
19. 부지와 무지
20. 하인들은 알더라
21. 영광을 드러낸다.
22. 그들이 믿었더라
23. 새로운 시도
24. 다양한 사람들
25. 이상한 포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