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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침묵으로 하나님을 목격합니다! 2001년 7월과 8월, 나는 침묵에 갇혔습니다. 육체를 찌르는 가시의 소리를 들으며 고통이 내 안에서 일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은총이었습니다. 하나님으로 채우기 위한 비움이며 참 소리를 발하기 위한 들음이었습니다. 이제 두 달의 침묵은 열매로 남았습니다. 내게 보여 주신 그분의 모습과 내게 들려주신 그분의 소리로..... 내 영혼의 침묵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목격합니다.

[본문 13-16쪽 '육체의 가시'중에서...]

육체의 가시

"육체를 찌르는 가시의 소리를 듣습니다."

2000년 송구영신의 감격

2000년 12월 31일,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는 내 감회는 여느 때와 달랐습니다. 21세기 첫 해의 흥분 속에서 맞는 새해, 새로운 영혼의 여행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연동교회를 섬긴지 10년이 지나 11년째를 맞는 해로, 제 2 기 목회에 접어들었습니다. 제 2 기로 연동교회 사역을 마무리할 계획이기에 제 2 기 목회는 순례가 아닌 진군이 될 것이었습니다.

2000년의 송구영신 예배는 그런 점에서 제 2 기 목회를 여는 팡파르였습니다. 경주 신호 총소리였습니다. 그래서 두근거림도 있었고, 조급함도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송구영신 예배를 11시에 드립니다. 나는 11시 예배가 좋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예배를 드리고 예배가 끝날 무렵 새해 인사를 하며 헤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일찍 집에 갈 수 있어서도 좋습니다. 아마 어릴 때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던 섭관과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송구영신 예배 때마다 기억나는 사건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목회하느라 한창 긴장감이 높을 때였습니다. 학위 과정의 거의 끝 무렵이었기에 긴장감이 아주 고조되었을 것입니다. 11시 송구영신 예배 후 새해 인사를 나누며 한두 명씩 집으로 돌아갈 즈음 이었습니다. 예배를 인도한 나 자신도 많은 은혜를 받고, 그것이 채식기도 전이었는데, 부목사님이 달려와 말했습니다.
"목사님, 아무개 장로님께서 다른 교회는 12시에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는데 왜 우리 교회는 11시에 드리냐고 하십니다." 순간적으로 '번쩍'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떤 말이든 내뱉었으면 모두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입니다. 나는 잠시 숨을 가누고 짧은 침묵속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부목사님께 말했습니다. "올해부터는 12시에 하겠다고 하십시오."

성경에는 송구영신 예배가 없습니다 교회의 예배 모범에도 없습니다. 성경에도 없는 시간을 가지고 트집을 잡다니 어이없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경에도 없는 시간을 가지고 교인의 청을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나는 다만 때가 적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혜를 간직하고 돌아가는 시간에 은혜를 상실하는 말을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침묵을 지켰습니다.

얼마 쯤 지난 후, 장로님도 자신의 말이 걸렸는지 "목사님 하시는 일 가지고 쓸데없이 언짢게 해서 미안합니다. 계속 11시에 하십시오"라는 전갈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11시 송구영신 예배의 전통이 지켜졌습니다. 침묵과 양보가 이긴것입니다.

성대 결절 진단

2000년 송구영신 예배가 끝나고 전 교역자들과 함께 신년 금식 기도회에 들어갔습니다. 한 주간을 수양관에 와서 금식 기도에 동참하고 오후 3시에 다시 교회로 돌아갔습니다. 날마다 많은 교인들이 금식에 동참하여 기도했습니다.

금식 기도회의 마지막 예배를 인도할 때였습니다. 나는 목소리가 이상한 것을 느꼈습니다. 갑자기 소리를 빼앗긴 사람처럼 소리를 내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새어나오는 소리는 온통 쇳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대망의 21세기 첫 해, 제 2 기 목회를 여는 해, 금식 기도의 결과는 이렇게 목소리를 잃는 것이었습니다.

제 2기 목회를 향한 다부진 포부들이 무너지며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목회자에게 향한 다부진 포부들이 무너지며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목회자에게 목소리는 조각가의 손과 같습니다. 마라토너의 발과 같습니다. 목소리가 나지 않으니 손도 잃고 발도 잃은 셈입니다. 게다가 억지로 새어나는 쇳소리로 몇 달은 더 버티어야 했습니다. 이미 새 학기 강의도 확장되었고 잡혀 있는 집회와 강의 약속을 취소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프롤로그
- 2001년 여름. 두달의 침묵이 남긴 열매는 그분의 소리와 그분의 모습입니다.

제1부 침묵의 세계
예수님은 군중 앞에서 침묵하십니다.

1. 육체의 가시
2. 고통의 은총
3. 죽음, 내 사랑하는 자매
4. 눈 높이 영성

제2부 침묵의 묵상
침묵은 최상의 언어가 되어 나사로를 깨웁니다.

5. 침묵의 언어
6. 침묵의 시선
7. 영혼의 여과 장치

제3부 침묵의 항로
모든 피조물이 각양 색을 발합니다.

8. 엔크리스토
9. 하나님의 색깔론
10. 하나님의 얼굴
11. 영혼의 길

제4부 침묵의 환희
예수님과 함께 있음이 평안입니다.

12. 침묵의 찬양
13. 빛의 묵상
14. 산중 호수의 샬롬

제5부 침묵의 은총
주께 드릴 열매 가득 안고 주님을 찬양합니다.

15. 침묵의 열매
16. 쌓아두신 은혜

에필로그
- 침묵의 은총은 끝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