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학년 2학기때였다.
강의를 세밀하게 해주시기보다는
학생들이 찾고 고민할 거리들을 던져주시는 한 교수님의 수업시간이었다.
교수님께서 과제 하나를 제시해 주셨다.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라는 책을 읽고서
서평을 작성해 오라고 하신 것이다.
(아, 참고로 교직 수업이었음^^)

도대체 이 책에 뭐가 들어있길래?!

강영우 박사님의 일대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의 책을 읽으면
묘한 반발심이랄까? 그런 것이 느껴졌다.
장애를 자랑하는 그 분 특유의 삶의 방식도 그렇겠거니와
마치 "성공신화 - 젊은이여! 나 성공했다. 약오르지?!" 하는 느낌도 받았었고...
그래서 교수님께서 제시하신 이 책이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망설였었다.
또한 주머니 사정이 지극히 좋지 않았다는
개인적인 여건도 많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속는 셈치고 한 번 사보자... 그리고 읽어보자...
책의 가치가 없다면 헌책방에라도 팔아야지 뭐...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서 서점에서 책을 샀다.

책장을 탁 펼쳐보았다.
시원한 편집과 큼지막한 활자...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들어간 그림이나
박스처리된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그렇지... 내용이 부실하니 이렇게라도 때우려고 했나보지?

그런데,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조금씩 읽으면서 뭔가 멍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내 상식, 아니 기존의 상식을 깨는 묘한 것이 있었다.
거기에는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책을 읽으면서 1부 맨 마지막 페이지에 들어간
"역설적인 지도자의 십계명"을 읽는 순간
쇠망치로 뒷통수를 강하게 맞은 것같은 충격을 받았다.
지금 읽는다면 실상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 평생 그렇게 강한 충격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그 때는 그런 충격을 받았다.

사실 나는 내적 자아가 연약하다.
칭찬을 좋아하고 비교를 싫어하고, 남들과 나 자신을 곧잘 비교하면서
혼자 경쟁심리에 불타고 혼자 상처받는...
좀 문제가 있는 자아이기 때문이다(감사히도 지금은 좀 치유를 받았다^^).

학창시절부터 우리는 그랬다.
흔히 "이놈아, 옆집 ㅇㅇ이는 안 그렇던데 넌 왜 그러냐?!"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내 친구 아들 ㅇㅇ는 어떻다던데 넌 왜 그 모냥이냐?"라는 말...
직장에라도 들어가면 "어이, 김대리. ㅇㅇ과 이대리는 이렇던데, 열심히좀 해보지?"
"박전도사, ㅇㅇ교회 ㅇㅇ부좀 가봐. 거긴 부흥하고 대박이래."
수없는 경쟁 속에서 끊임없는 성공을 추구하고 있는 사회 속에 매몰되어
어느덧 저 높은 곳(?)을 향한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우리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좀 달랐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내용이다.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남과 비교하지 마라. 그냥 오르면 된다."
참내... 말은 쉽지...

아니. 쉽다.
이 책에서는 그 쉬운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남과 비교하지 마라...
하나님께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달란트를 주셨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산을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아직도 간간이 치밀어 올라오는 내 옛 사람의 속성이
가끔씩 나를 괴롭히긴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는 그 지긋지긋한 비교의식을
조금은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남을 섬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남을 섬김으로 인해 받는 유익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맛보기 시작했다.

그리 대단해보이지 않는 책이다.
그러나 읽을 수록 대단한 책이다.

최후의 1인만이 살아남는다는 세상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그 1인이 되고싶어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 모두 함께 살기를 바라신다.
1인이래봤자 하나님께서 보시기엔 똑같이 부족하고 모자란 피조물이니까.

피비린내 나는 경쟁사회(레드 오션)에서
함께 살아남는 방법(블루 오션)을 가져봄이 어떠한지?
내 가치관의 변화를 일으킨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사족)이 책이 나오고서 "블루 오션"이라는 책이 나온걸로 아는데
내용만 보면 이 책이 나은듯... 그 책, 혹시... 표절? 하하하핫^^;;;;;

사족2)총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 졸업했구요, 신대원도 졸업했습니다.
지금은 연희동에 있는 한 교회에서 유년부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구요^^
(써놓고 보니 글 뎁따리 기네요... ㅡ,.ㅡ 죄송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