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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시대를 다시 거꾸로 뒤집고 뒤로 갈 수는 없다. 여성의 몸은 서서히 재생산의 메커니즘에서 해방되고 있고, 그런 면에서 성은 더욱 모두의 자율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자율의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이제 각자는 그것을 궁극적으로 성스러운 영역으로 화하게 하는 책임 앞에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페미니스트가 아닌 신학적 페니니스트가 추구해야 할 일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상황이 변했는데도 아직 한국교회에서는 그 옛날의 이야기로 여성을 억압하고 성폭행이 자행되고, 그러한 가운데서 아무리 학교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도 그 무모한 이야기 앞에서 속수무책인 것을 보면 우리 교회의 성문화는 단순한 성문제가 아니라 신학의 문제이고 의식과 계몽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여러 가지 제약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와 교인들의 성의식 개혁에 일조하고 보다 주체적이고 자신의 성을 자신의 책임 하에 둘 수 있는 여성교인들을 향상시키는데 역할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 본문 255-257, '9. 포르노, 여성신학의 또 하나의 주제' 중에서 ]


Ⅳ. 여성신학은 포르노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금욕과 순결이 기독교 문화의 중요한 가치로 대체됨에 따라 육체와 섹슈얼리티는 그 신비와 중요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기독교 보수주의는 '부부 침실의 성'을 제외한 모든 성은 음란이고 외설이며 퇴폐이므로 금지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포르노그라피와 음란물은 하나이며 그것들은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파괴시키며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을 타락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성윤리를 표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신학사전』에 따르면 여성신학은, 성적인 자극이나 즐거움을 "외설 (또는 음란)"로 헐뜯고 여성을 육체적이고도 성적인 상징으로만 왜곡하는 이러한 가부장적인 성윤리에 대해 비판한다. 가부장적 성윤리는 성을 이성애적인 부부관계와 출산을 위한 것으로 축소시키고 다른 형태의 성적인 자극 모두를 불법적인 것으로 비난하며 인간의 섹슈얼리티를 생식기 중심적인 것으로 협소화시키며, 세상을 즐기는 태도를 무시하거나 거부한다는 것이다.

포르노에 대한 관점에서는 다소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의 입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즉 포르노는 인간의 섹슈얼리티를 모욕하며 따라서 인간의 삶을 모욕적으로 묘사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포르노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폭력적으로 취급하며 퇴폐적으로 묘사한다. 또한 포르노의 내용은 남성 시선에 의해 표현된다.

남성적 시선이란 소비자를 향한 포르노 텍스트, 포르노 필름, 포르노 오디오가 지향하는 바로서 소비자로 하여금 세디즘의 감정을 경험하고 거기서 나오는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과 동일시하도록 유인한다. 이런 점에서 포르노그라피는 포르노에 등장하는 희생자 뿐아니라 소비자의 형태로 고통을 주는 사람들의 존엄성마저 훼손시킨다고 본다.

섹슈얼리티 문제와 더불어 포르노 문제를 여성 신학적 주제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포르노가 남성들의 섹슈얼리티의 반영물이자 남성중심 자본주의 체제에 의해 지탱되는 남성의 문화이며, 남성들이 만들고 남성들이 유통시키고 남성들을 중심으로 해서 소비되는 상품이다.

포르노 안과 밖에서 대다수의 여성은 여전히 객체이자 대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주체적으로 여성의 쾌락을 이야기 하고 성과 에로티시즘의 풍부한 창조성을 드러내며 양성 평등한 성적 실천을 묘사하는 대안적 포르노는 가능한가? 또는 그러한 대안적 포르노가 필요한가?

대부분의 포르노가 페미니스트들이 비판해 마지않는 남성적 시선에 의해 그 내용이 채워지고, 여성과 아이들을 폭력적으로 취급하고 성을 모독하고, 또 때로는 그 제작과정에서 여성착취와 강간, 폭력, 성매매, 인종차별, 아동학대,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포르노는 반대하고 금지하고 이러한 범죄 행위들은 처벌해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찬성/반대의 이분법의 구도로는 해결이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포르노그라피 문제를 접근하는 데 있어서 여성신학이 지향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포르노가 현실의 성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방식'으로 성을 재현해 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특정한 방식'을 어떻게 포착하고 비판해 낼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즉 '섹스를 재현한 포르노'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포르노 속 에 재현되어 있는 섹스의 내용, 여성이 재현되고 있는 방식을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발간사 / 최영실
들어가는 말 / 이은선

1. 전통신학과 성 - 기독교의 성이해 -
...손승희

2. 몸과 섹슈얼리티, 그리고 여성신학담론
...김애영

3. 성의 자유, 성의 평화: 성에 대한 바울의 종말론적 견해 - 고전 7:1-40을 중심으로
... 김호경

4. 혼외 성관계와 여성주의 목회상담의 실제
... 정희성

5. 한국 교회여성의 신앙형태에 나타난 성적 병리현상
...박성자

6. 교회 내 성폭력의 실태와 과제
... 한국염

7. 첨단과학시대의 몸 / 성에 대한 생태여성신학적 접근
... 구미정

8.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에 대한 여성신학적 성찰
... 백은미

9. 포르노, 여성신학의 또 하나의 주제
...홍보연

10. 우리 시대의 새로운 성문화 탐색
...곽라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