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말로만 듣던 취업 대란에 곧 합류해야 하는
대학교 4학년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흔히 못해?^^..로 잘 불리우는 모태신앙인이었고
교회생활에 그리 성실한 편은 아니었지만 계속 기독교의 비닐 막 내에서 자라났습니다.
신앙단체에 속하여 많은 것을 익히고 배우고, 눈물로 헌신을 결단하기도 하였습니다.
청년들이 소명의식과 아무런 성찰 없이
우르르 안정적인 직장만을 찾아 몰려 가는 것을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였고
나는 절대 쟤들처럼 하지 않을꺼야 ! .. 결심도 하였지만
막상 방향을 정하고 취업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고 준비해야 할 4학년을 목전에 두게 되니,
결국 희부연 현실 앞에 제가 택한 길은 그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현실의 압박감과 세상의 메아리들 속에서 저 역시 현실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그들과 같은 입장이 되어 삶의 안정과 안락의 자리를 좇아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말을 쓰면 어떻게 들리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정말로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아침에 깨어 책장을 넘겼고 .. 밥을 먹으며 책장을 넘겼고..
어둠이 새벽별로 바뀔 때 책장을 넘겼고 .. 아침 첫 버스의 시동 소리를 들으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하며 ..
열심으로 기울이는 노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
저의 마음은 점차 공허해져 갔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힘들게 하였던 것은,
어느 사이엔가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
점점 목소리를 높여가기 시작하는 .. 허무감 이었습니다.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열심을 기울이고 있는 건지,
노력하는 나 자신의 모습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토록 지독히 노력을 하여 합격을 하고 나면,
나를 기다리는 것은 ?
.. 아마도 안정된 직장, 차곡차곡 들어오는 월급, 그리하여 안락한 집과
때떄로 좋은 곳에서의 외식, 비타민제를 챙겨 먹고 휴일이면 친구들과 까페에서 수다를 떨고 ..
그렇습니다.
제가 저의 목표에서 찾은 것들은 바로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그토록 헌신의 기도를 드리고, 사명서를 작성하고, 하나님께 나의 삶을 드리리라 수련회마다 눈물로 맹세 하였지만서도
실상 현실의 바위가 내 앞에 실제로 다가왔을때의 내가 택했던 길은 결국 ..
어떠한 소명 의식도, 그 자리에서 필연적으로 이루리라 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제가 목표로 하였던 곳에 부름받은 자가 분명 많이 있겠지만,
제게는 그런 부르심이 없었습니다-
제가 실상 구하고 좇아가고 있던 것이 다만 이생의 안락함 이었다는 것.
그것을 깨닫게 된 저는 허무함에 몸서리치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저에게 어떠한 신앙적인 깊은 갈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 노력이 썩어지고 사라질 것들을 향하여 이토록 열렬히 바쳐지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너무나 허무했습니다.
2.
그렇게 날과 날이 지나가고 ..
제가 마음속의 허무함에 질식하려 할 무렵
한숨을 토하며
오래도록 들여다보지 않았던 먼지 쌓인 책장에서 하늘에서 나려주는 동아줄이라도 찾는 것과 같은 심정으로 집어든 책은
아니 집어들게 된 책은 어떠한 소명이나 진로에 대한 책이 아니라 .. 바로 로이드 존스 목사님의 책이었습니다.
그 책은 오래도록 제가 지니고 있던 책이었습니다.
대학교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았을 적 어느 선배님이 서점에서 이 책을 보며 "ㅇㅇㅇ가 이 책을 읽고 뒤집어졌었지."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 책을 마음에 담아두게 되었더랬습니다.
얼마 후 그 책을 저는 저의 강요에 의해ㅎ 선물받게 되었고 그후로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다소 밋밋한 표지의 그 책은 화려한 다른 책들에 밀려 한 페이지도 들쳐보아지지 않은 채
저의 수중에서 오래도록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 어쩌면 책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정말 오랜만에 신앙 도서를 펼쳐보는구나 .. '
저는
로이드 존스 목사님이 미국인인지 영국인인지,
살아계신 분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그 분이 얼마나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많은 사람들의 삶의 방향을 예수 그리스도께로 돌려놓은 분인지도
전혀 모른 채로
그 책을 펼쳐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책은 그리 얇지 않았음에도
특이하게 마태복음 11장 단 한장만을 다루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의 등록자 반만 마쳐도 이미 '나는 이 말씀을 알고 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만치 널리 알려지고
저 스스로도 너무나 익숙하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이 말씀을
책의 한 권을 통째로 바쳐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이 질문을 저의 가슴에 작은 조막돌을 던지듯 툭 던지며 시작한 이 책은 ..
실상 읽어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경탄과 경이와 놀라움으로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어릴 적부터 무수하게 들어왔던 마태복음, 그리고 11장의 말씀 ..
그 말씀을 나는 다 안다고 생각하였는데,
그것이 잘못된 착각이었으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복음의 핵심'
복음 ..
복음이라는 말은 교회를 처음 오는 초신자에게나 필요한 단어이며
나의 사전에는 너무나 익숙함으로 새겨 있어서 더 이상 들여다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미 다 알고 있고, 복음은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
이 책이 1장에서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고 있고
2장에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며
3장에서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고
그렇게 전 장을 통틀어 가리키는 방향, 그 곳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그 분 한 분이셨습니다
책을 읽어갈수록 복음 앞에 나는 너무나 무지한,
그야말로 무지렁이 같은 자라는 것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기독교가 좋은 것이고 우리네 삶의 목표라는 것은 확실히 알지만.
그러나 어떠한 표피적인 것과 같은.. 그런 느낌.
지향志向의 대상은 되지만 추구追求의 대상으로는 조금 미흡한 듯도 하다는 그런 아련한 느낌..
방향은 되지만 쫓음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는 그런 .. 애매한 느낌.
그러나 마치 이 책은 나의 뒤통수를 세차게 퍽,^^ 하고 치는 듯하였고
이 책을 읽으며 저는 그야말로 후려맞은 뒤통수는 생각도 못한채
얼이 빠져 멍 한 상태가 되어갔습니다.
기독교는 나에게 옷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나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부수적으로) 증거해야 하는 것이고
(곁들여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전해주어야 하는 것이고
(나에게 뿌려진 양념과도 같이) 그것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것이노라 생각했습니다.
기독교는 그렇게 내가 평생 입고 인생길을 걸어가는 옷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저에게,
기독교는 단지 저의 옷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
기독교는 저의 옷이 아니라,
저를 이루고 있는 살과 뼈와, 내 몸을 돌아다니는 피와 혈관과, 내 세포 하나 하나를 이루며 호흡하는 폐이고 심장 자체이고 ..
그야말로 '본질' 이며 '전부' 임을 이 책은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길에 무언가 '덧붙여진' 존재가 아니라
메고 가는 가방과 같은 것이 아니라
내 전 존재를 그것을 위해 바치고 살아가야 하는,
무엇 하나 호리라도 남김이 없이 내 모든 본질을 이루고 그것을 위해 다 바치고 살아가야 하는
바로 나의 삶이며, 생명이며, 나 자체임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나의 삶은, 생명의 목적은, 삶의 본질은,
바로 복음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그리고 이루어져야 했던 것입니다.
이전에는 나는 나대로의 삶을 영위해나가며 걸어가는 가운데
큰 현수막과 같은 것을 펼쳐 '이것이 기독교입니다' 를 보여주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면
이제는 그것이 아니라
기독교 바로 그것이 나의 삶의 기반이며 직장의 이유이며 나의 옷이며 몸이며 삶이며
나 자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
그리고,
기독교는 아름다운 것이며 살아가며 지향할 것이긴 하지만
무언가 여기까지가 <끝>이고 <다>인 것 같다는, 이게 결국은 <전부>인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어떤 절벽을 마주하고 있던 것 같던 심정인 저에게 ...
이 책은
기독교는 <고작>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기독교의 우물은 얼마나 깊은지.
기독교의 파도는 얼마나 높은지.
네가 진정한 기독교를 아느냐?..하고..
진정한 기독교의 너비와 깊이와 높이와 깊이가 얼마나 창대한 것인지
너는 아느냐 라고 책은 말해 주었습니다.
우주의 끝없는 광대함 .. 바다의 끝없는 심원함과 같이 ..
사람의 깊은 마음 속 .. 너른 하늘과 같이 .. 펼쳐진 사막과 같이 ..
기독교는, 하나님은 무한하고 끝이 없고 다함이 없는 분이시노라는,
그리하여 평생 추구(지향이 아닌) 하여 마땅한 분이시노라는 것을
이 책은 강하고 깊은 울림으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폭풍과도 같은 덮침, 천둥과도 같은 울림 앞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엎드러지는것 ..
그리고 엎드려 다만 작은 주먹을 쥐며 결심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독교가 무엇인지 .. 진정 추구하고 싶다 ..
이 분을 위하여 생을 바치고 싶다 ..
복음을 심장으로 알고 싶다 .. 며.
3.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제 삶에 어떤 섬광과도 같은 변화가 있었다거나
저 이주란이 한국의 토마스가 되어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지로 선교를 나갔다거나 ^^..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복음을, 주님을 모두 얻은 것도 아니고 ..
그때에 품었던 많은 의문들이 아직도 양 손 가득 남아 있습니다.
그때 품었던 뜨거움이 더욱 뜨거워졌는지 ..식어졌는지 ..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직도 이 책이 제 안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라면
저의 삶의 추구하여야 할 푯대, 궁극적인 이정표가 여전히 복음 !
바로 그분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입니다.기독교는 단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부수적인 산물, 나의 표피를 덮고 있는 껍질이 아닌
나의 존재 목적과 이유 자체가 되었고,
그리스도 그 분만으로 나의 전 존재를 이루기 위하여
부족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귀한,
저라는 선박의 방향을 물살을 세차게 가르며 바꾸어준 키(舵)와도 같은 책을
저를 바꾼 한 권의 책으로 .. 추천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