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서슬퍼렇던 권력의 힘이 우리의 역사와 현실을 지배하던 1980년대 시절,
그 후반기에 대학에 들어가서 시대와 역사를 함께 고민했던 대학시절을 보냈습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신념'하나에 젊음과 인생과 목숨을 초개처럼 날리던
당대의 대학인들을 보면서 참 많이도 아팠습니다.
분명히 제가 가지고 있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저들의 주장이나 외침보다는
더 확고한 진리라고 하는 것에는 의심이 없었지만
교회와 성도들의 모습에서, 무엇보다 제 속의 죄성에 길들여진 모습에서
진리에 합당하지 않는 부패와 거짓과 탐욕이 가득하여
우리의 사회와 역사 앞에 아무런 힘도, 변화도,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대학 3학년 생활이 다 마무리되어 가던 1989년 겨울에
평소 자주 들러던 기독서점을 방문해서 한 권의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로이드 존스의 '부흥'(생명의 말씀사)이란 책이었습니다.
그 겨울에는 읽지 않고 놔두었다가
우리나라의 정치사에서 몸살을 심하게 앓았던 1980년대가 지나고
1990년대가 도래한 기념으로 이른 봄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로이드 존스 특유의 철학적이며 변증적인 논리로
우리보다 좀 더 앞서 복음의 생명력을 잃어가던 영국 등의 서구 교회를 향해
청교도적인 관점으로 선지자처럼 쏟아내는 설교였습니다.
첫 장(chapter) 부터 마음이 쿵쾅거리기 시작해서 진도가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장(chapter) 씩 읽어 나갔습니다.
자로 줄을 그어가며 눈물을 닦으며 그렇게 읽었습니다.
모두 24장으로 되어 있는 책을 근 한 달 동안 읽었습니다.

참된 복음의 생명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인간사회를 짓누르는 죄의 세력을 이길 방법이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의 '부흥'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으로 충만함을 경험하여 이 세상의 것을 모두
상대화시킬 수 있을 때 하늘의 영원한 생명을 가진 성도의 삶이 힘있게 펼쳐짐을 알았습니다.
서재에 꽂힌 수천권의 책 중에서 언제나 첫번째로 추천하는 책입니다.

올 봄(2007년 3월)에 '복있는 사람'출판사에서 다시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그 책을 또 사서 다시 읽습니다. 17년 전의 그 때처럼....
이젠 불혹의 나이, 인생의 후반전으로 진입하는 하프타임에 서서
아직도 이벤트와 행사로만 1907년 이 땅에 임했던 부흥을 이용하려는
얄팍하고 천박한 의식을 가진 교회와 성도들 또 죄성에 노출된 자신을,
이미 소천하셨지만 여전히 생생한 목소리로 외치는
노 목사님의 설교 앞에서 정직하게 돌아봅니다.

주님의 성령께서 힘있게, 다시 임하기를 간절히 사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