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에 출간된 생명의 말씀사의 [오묘한 육체]가 절판된 후,
새롭게 이름을 바꾸어 출간된 책입니다.

[오묘한 육체]로 폴 브랜드의 글을 처음 대했던 그 때는 정신이 번쩍드는, 더운 날 시원한 냉수 한 잔 들이킨 기분이었습니다. [주님의 날개로 날으리라]라는 출판사가 생각나지 않는 메리라는 이름의 손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인도 여의사의 글을 읽었던 시기와도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이 후로 폴 브랜드의 이름은 마음 깊숙하게 자리를 잡았고 지금까지 그의 책을 찾게 만들었습니다. 

필립 얀시보다 먼저 폴 브랜드를 만난 때문인지 필립 얀시의 글을 읽을 때면 자연스럽게 폴 브랜드의 [오묘한 육체]가 연관되었던 적이 많았구요. 최근에 좋은 씨앗에서 추천한 도로시 클라크 윌슨의 [폴 브랜드 평전]도 보자마자 읽게 되었습니다.

의과대학 입학 후, 혼자 기독 서점을 기웃기웃 하다가 저 아랫쪽 한 쪽 귀퉁이에서 발견했던 이상야릇(?^^)한 제목의 책을 집어 들고는, 표지에 있는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만드는 옹기장이의 손을 본 순간, 그 자리에서 몇 페이지를 뚝딱 읽고서는 거침없이 주머니를 털어 그 책을 구입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텍스트북도 빌리거나 복사해서 보던 때라 사고 싶은 책이 있을 때는 교통비를 아끼는 수 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걸어다니며 아낀 용돈으로 구입했으니 얼마나 애지중지했을지... 정말 필요한 책이 아니면 서점에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서점 안에서 읽곤 했던 기억인데... 그 때 가격으로 4000원이 안되었던 그 책을 손에 들고서 흐뭇해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 외과 전문의가 된 이유도 거슬러 올라가면 폴 브랜드의 책이 한 몫 한 것 임에 틀림없습니다. 페이지 사이에 그려진 삽화들을 흉내내 보기도 하면서 열심히도 읽었습니다. 혼자 읽는 것이 무슨 죄 인것 같아 후배들이나 친구들에게 사다 주기도 했습니다. 정동섭 교수님의 번역도 추천할 만 했구요. 나도 이런 책 한 권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원고지를 채우기도 했습니다.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신묘막측한 하나님의 창조의 계획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기쁨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변함없는 - 어머니의 태에서부터 나를 아시고 불러주시는 - 아버지를 만납니다.

지금 사랑하는 아내는 그 표지의 그림처럼 물레를 돌리며 아름다운 도자기를 빗는 옹기장이구요.^^

사족이지만 지금의 제목 보다는 [오묘한 육체]가 더 마음에 남아있네요.

2007년 11월 9일
진료실에서
유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