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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누 리파티, 에프게니 므라빈스키, 한스 크나퍼츠부쉬, 자네트 느뵈… 이런 클래식 음악의 숱한 거장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풀어내는 가운데 전율했던 그의 영혼의 치열함을 찬양음반에서는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이는 단순히 연주자들의 수준 문제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찬양곡은 간결한 선율은 취하는 데다, 이에 대한 고전음악적인 접근이나 변용에 대해 관심있는 클래식 편곡자와 연주자들이 적은 탓이기 때문이다. 간결한 콰르텟(Quartet)선율에서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발견할 수 도 있지만, 편안한 카페음악 비슷한 연주음반 으로 마냥 만족할 수만은 없다. 음악적인 탁월함과 깊은 신앙이 조화된, 다시 말해 진정성(authenticity)으로 충만함 음악을 향한 목마름, 필자는 이름 해갈(解渴)해 준 음반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탄탄대로에서 시달렸던 자살의 악몽을 이기고 바이올린을 전공한 사람이 이반 갈라미언(Ivan Galamian)과 도로시 딜레이(Dorothy DeLay)를 두루 사사했다고 하면 '보증수표'를 얻은 것이나 다름 없다. 그만큼 이 두 사람은 수많은 유명 연주자를 키워낸 탁월한 스승들이다. 정경화, 김영욱, 이차크 펄만, 장영주, 강동석, 나이젤 케네디, 미도리 등 20세기 후반 세계 바이올린 계를 휩쓸었던 이들이 모두 이들이 지도를 받았던 사람들이다. 오늘 소개할 모리스 스클라(Mourice Sklar)는 음악적인 유산을 이어받은 유대인 러시아인으로, 역시 동일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이다.

모리스 스클라는 4세에 바이올린을 잡기 시작해서 9세 때부터 여러 사을 연거푸 수상하기 시작했고, 15세에 줄리어드 음악학교에 입학한 후 커티스 음대를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커티스 음대에서는 이반 갈라미언을, 이후에는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하여 경력을 쌓았고, 86년에 국제 신인 연주자 오디션에 입상했다. 뉴욕과 워싱턴에서 데뷔 무대를 가지고 성공을 향해 치닫던 그 때, 어두운 그림자가 그를 덮쳤다.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사탄의 공격을 받게 되고, 어린 시절의 쓴뿌리까지 뒤엉켜 1년이 넘도록 격심한 내면의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성공적으로 연주회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자살충동과 싸우기를 1년여, 마침내 기도를 통해 모든 죄와 저주의 사슬을 끊고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게 된 그는 자신의 재능을 주님께 온전히 드리기로 결정한다.
그를 여타 클래식 연주자들과 구별되게 만드는 것은 그 외의 활동이다. 우리는 그의 모습을 폴 윌버(Paul Wilbur)의 [Shalom Jerusalem]집회현장, 베니 한(Benny Hinn)목사와 인테그리티 예배인도자들이 함께 한 [Healing]집회 현장에서 만난 바 있다. 스클라는 여러 집회와 예배에 초대되어 그의 은사를 귀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말씀을 증거하는 일에도 힘써 특히 유대인들을 회심시키는 데 있어 많은 열매를 맺고 있다. 현재를 오랄 로버츠 대학의 바이올린 교수로 재직하면서 유수의 교향악단과 협연하며 연주활동에 매진하고 있으며, 클래식 음악이 하나님의 영광을 돌리는 데 사용되도록 회복시키고자 하는 비전을 나누고 있다.

오케스트라와 비르투오소의 신명나는 어우러짐, El Sahddai [엘 샤다이(El Shaddai)는 1994년에 모리스 스클라가 인테그리티 사(社)와 처음으로 계약을 맺고 녹음한 음반이다. 피아니스트이자 편곡자인 래리 달튼(Larry Darton)이 직접 런던의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협연한 이 음반은 클래식 음반에 심취했던 필자의 회국본능을 자극하는 명반으로 손꼽을 만 하다. 래리 달튼의 손끝에서 훌륭한 클래식 넘버로 탈바꿈한 기존의 찬양곡들은 모리스 스클라의 운궁(運弓)을 통해 여느 클래식 연주를 듣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우리는 그 활놀림 속에서 연단을 겪음으로 한 단계 성숙해진 한 비르투오소(Virtuoso)의 영혼의 울림을 듣는다.

앨범은 크게 유대 멜로디의 곡, 클래식 곡, 그리고 기존의 챤양과 찬송가로 이루어져 있다.
첫 곡 '여호와 이레(Jehovah Jireh)'나 이어지는 마이클 가드의 곡 '엘 샤댜이(El Shaddai)'는 기존의 알던 곡 멜로디를 잘 기억하지 못하면 자칫 지나가 버릴 수도 있겠다. 우리가 교회에서 부르던 활기차고 밝은 찬양이 자못 비장미 서린 고백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유태인의 피가 흐르는 스클라는 이런 유대 멜로디를 훌륭히 소화해 주고 있고, 이후에 수록된 유대 멜로디곡 메들리(Jewish medley)에서 이런 장점은 극대화된다. 이 메들리에서는 '주 앞에 다윗왕처럼(As David did)','그는 여호와(He is Jehovah)', '저 성벽을 향해 전진하라(Blow trumpet in Zion)'가 매끄럽게 이어지며, 스클라는 오케스트라와 훌륭하게 호흡을 맞추며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기존 찬송가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곡은 찬송가 75장 '참 아름다워라(This is my Father's world)'이다. 1절에서 경쾌하고 밝은 장조로 시작한 곡은 2절에서 단조로 바뀌며 잠시 무겁게 진행되다가 다시 급선회하며 눈부시게 밝아진다. 또 익숙한 찬송가 470장 '내 평생에 가는 길(It is well withe my soul)'과 찬양 'To Him woh sits on the throne'이 수록되어 있으며, 'The simple gift'는 우리나라에 '춤의 왕' 이라는 노래로 소개된 바 있는 노래이다.

유대 멜로디의 곡들 외에도 또 하난의 포이트는 마치 사라사테의 '카르멘 판타지(Carmen Fantasy)'처럼 여러 클래식 곡의 멜로디들을 한데 묶은 메들리이다. 클레보의 성 버나드의 시에 바흐 등이 곡을 붙인 찬송가 145장 '오 거룩하신 주님 그 상하신 머리(O sacred head, now wounded)'와 헨델의 [메시야]중 유명한 알토 아리아' 내 주는 살아계시고(I Know that my redeemer liveth)', 그리고 시벨리우스의 교향시[핀란디아]중의 아다지오 파트를 차용하여 가사를 붙인 'Be still, my soul'과 베토벤의 교향곡 9번[합창] 일부를 사용해 만든 찬송가 '기뻐하고 경배하세(Joyful, joyful, we adore Thee)'가 하나로 이어지며 듣는 이들을 고전의 세계로 안내한다. 앨범에는 두 개의 메들리가 더 있다. '경배하리 주 하나님(I worship You, Almighty God)'과 'Joy of my desire'가 ! 'Worship medley'로, '주 여호와 능력의 주(I am the God that Health Thee)'와 'Holy spirit, Thou art welcome','Spirit of the living God'이 역시 'Holy Spirit medley'로 각각 이어진다. 친숙한 곡들을 연주로 접하면서 누리게 되는 거 깊은 묵상에 잠기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