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도착한 첫 날.
제일 적응이 안 되는 것은 도로였습니다.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없어 차와 오토바이들이 마음대로..
휙- 휙- 아슬아슬하게 우리 옆을 지나가는 차들을 차마 그대로 바라볼 수가 없어
눈을 꼬옥 감고 있었어요 ^^;;
꼭 영화에 나오는 난폭운전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무질서하고 거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네팔에서는 운전을 하다가 소를 치게 되면 3년 정도 징역을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또 운전면허가 있어도, 운전하기를 무서워해 따로 기사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는데
끄덕끄덕.. 공감.. 도로의 상황을 보니 저절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짐을 내리고
선교사님 댁으로 가 저녁에 인모를 잠깐 만났어요.
우와! 긴 머리에 한결 멋있어진 인모의 모습에 잠시 말을 잃고.. ^^
작년에 캠프에서 만났을 때보다 한결 밝아진 것 같아 마음이 좋았어요.
사모님께서 저녁을 준비하시는 동안 인모와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는데
인모가 "선생님, 저 요즘 이 책 읽고 있는데요~" 하면서
책 소개를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곳에 가서까지 인모와 둘이 마이북 놀이를 하게 될 줄은..ㅎ

김과 끓인 물, 과일..
한국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식사였지만
방콕에서 향신료가 강한 음식에 배가 고팠던 저에게는
저녁식사가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_^

선교사님 댁을 나오는데
사모님께서는 제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셨습니다.
네팔에서는 외출 할 때 꼭 이 두가지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첫 번째는 우산,
두 번째는 Flash였는데요.
손으로 손잡이를 돌리면 불이 들어오는 신기한 flash였습니다 ^_^

사모님과 인모와 함께
횡단보도가 없는, 무질서한, 경적소리가 가득한, 가축들과 사람들이 함께 누워있는 거리를 걸어서
게스트하우스로 왔습니다.
bye bye~~*

사모님과 인모가 간 뒤
짐을 풀고 세수를 하고 잘 준비를 했는데요.

머리가 어질어질..
'이건 꿈이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여기서 살아남겠다! T .T'
이것이 네팔에 도착한 첫 날, 저의 주요정서요, 다짐이었습니다.
(나중에 한글학교에 가서 mk들에게 이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다들 공감을 하면서도, 아주 심하게 웃더군요 ^- ^;ㅎ)



일기를 쓰고 자려는데 졸음이 몰려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주방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self로 식사 준비가 가능한 게스트하우스였는데)
컵의 상태가 모두.. ^^;;
물이 귀한 네팔이기에... ^^;;;
결국 커피를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방에 있는 두 개의 불을 다 켜도 밝지 않는 방 안에서...
전구가 있는 스탠드를 켜고 그냥 그 순간에 생각나는 단어들을 쭈욱- 써내려 갔습니다.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
정전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포장된 길이 있다는 것.
넓은 도로와 횡단보도가 있다는 것.
인터넷을 하며 페이지 하나가 뜰 때까지 기다리며 졸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집에 있을 때는 한번도 생각하지 못 했던 것들이
새삼 얼마나 귀하게 느껴지던지요.

내 이불, 내 베개, 강아지, 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소소한 것들이 그리우면서
다시 피곤함이 몰려 왔습니다.
"하나님.. 저, 오늘요.."
"잘 왔다. 오늘은 편히 쉬어라..."
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_^
깊게, 개운하게 잘 자고 일어나 아침을 맞았습니다.
현지교회에 가기로 전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인모가 어디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
결국 사모님과 (선교사님 댁과 게스트하우스 사이에 있는) 광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네팔 사람들도 잘 다니고 있고
선교사님도 이 곳에서 이렇게 살고 계시는데
나도 잘 할 수 있을거야~~!!
라고 ^^
거울을 보면서 저에게 용기를 준 뒤, 
나가려다가ㅎ
혹시라도 어젯밤에 왔던 길을 기억하지 못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이 들어
게스트하우스의 staff인 Dilip에게
게스트하우스에서 저의 목적지로 가는 길을 한번 더 물어 보았습니다.



"Oh, Hanna! Don't worry ^o^"
지도를 그려준 뒤, 설명을 해 주는 친절한 Dilip
(Dilip은 신실한 Nepali christian이었습니다.)



음.. ^^
제가 ㄱㅊ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고맙게도 예배를 잘 드리고 오라는 인사와 함께 자신의 휴대전화까지 남겨 줍니다.

종이 한장을 받아들고 그렇게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긴 했는데
몇 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도로는 도저히 못 건너겠고; 그냥 그 앞에서 사모님과 인모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약속시간에서 40분 가량 지나도 사모님과 인모가 보이지 않으니, 그 때부터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길을 잘못 찾아온 것일까..
휴대폰도 없고, 집 전화번호는 모르는데 어떻게 하지..
네팔어는 only "나마스떼~" 밖에 모르고
돈도 달러만 있는 상태라 '대략 난감' 했습니다 T .T;
기다리고 기다리다
다시 게스트 하우스로 가서 어떻게 도움을 청해봐야지.. 하고 발을 돌리던 순간
그린색 티셔츠의 인모가 저멀리 보이는데
아.. ^^
주님이 오신 것처럼, 그 때의 반가움이란.. ^- ^/ㅎ



네팔에 도착해
계속 긴장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현지교회로 가는 시간이 참 행복했습니다.
(사진은 예배가 끝난 후의 모습인데요.)
가건물 같은 곳에서 젖먹이 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왼쪽 라인에는 여자분들이, 오른쪽 라인에는 남자분들이 줄을 맞추어 앉아 계셨습니다.

기도를 하고 예배가 시작되었는데..
아..

앗!!
교회에 간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아.. 제가 네팔말을 모른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나 길에서는 그게 (스스로 의식을 못 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었는데
예배 가운데 사람들이 찬양을 하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데
(한국에서 외국인들을 만났을 때, 서로 언어의 한계로 마음을 더 표현하지 못 해 아쉬운 그런 마음과는 다르게)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 참.. 서럽기도 하고 답답했습니다.
길고 긴 찬양시간 동안 제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는 오직
'할렐루야, 호산나, 아멘!'
그러나 그것도 타이밍을 잘 못 맞춰서.. ^^;; 
'멜로디라도 듣고, 아는 곡이 나오면 나는 나대로 한국어로 찬양을 해 보자~' 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T .T

어린 시절.
하나님께 마음껏 한번 회개를 하고 싶고 예배를 드리고 싶은데
언어의 한계로 그러지 못하고 너무나 답답해 할 때
"ㅇㅇ야, 내가 네 심장소리를 듣는다."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위로를 경험하셨다는
어느 선교사님의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아.. 아.. 하나님..."
하나님을 만나고 싶지만
말이 안 나와 너무 답답했던 그 순간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의 중심을 아신다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열악하고 가난한 나라라고만 생각했던 네팔.
탬버린과 작은 북을 치며 열정적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사람들.
예배 시간에 떠드는 아이를 엄하게 꾸짖으시는 부모님 ^^;
제 옆에서 제 손을 잡아 -> 먹으려던 젖먹이 아이.
도로에서는 개와 homeless들이 함께 길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하나님을 예배하고 찬양하는 사람들을 보니
네팔 가운데 우리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영광 받고 계시구나..
열악한 환경과 정전 가운데도 기뻐 찬양하는 Nepali christian들.. 
긴 시간 동안 한 자세로 집중하며 말씀을 듣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