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을 온전히 다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마음이 지나치게 감성적이게 됩니다.
집에 혼자 있어
슬픈 음악이라도 듣게 되면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흐르는 것을 느낍니다.
따뜻한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누군가의 고운 기다림,
포근한 음성,
반가운 미소...
나를 향한 고마운 마음이
참 많이 그리워서 그런가 봅니다.
철없던 시절엔 그저 즐거운 일들이 참 좋았는데
삶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깊이 있는 만남이 참 곱게 다가오네요.
무엇 때문에 모든 것을 마치고 난 이후에
이렇듯 허전하고 마음이 시리도록 아픈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참 많이 눈물이 나고
또 많이 아프다는 것.
그 사실은 진심인 것 같아요.
비가 내리는 날이 아닌데,
그렇게,
제 삶의 풍경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가장 고귀한 마음을 나누고 난 후에 찾아오는 숨이 막힐듯한 고독과 아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고 싶게 표현할 수 없는 이 막막한 영혼의 그림자.
과연 무엇 때문에 그럴까?
내면의 건강하지 못함과 하나님을 향한 순전한 사랑의 부족일까?
수많은 질문들을 저 자신에게 해볼때가 많습니다.
...
정답은 아니지만 제 마음에 들려오는 음성은...
"어쩔 수 없이 우리 모두는 다 사람이라는 것".
보이는 사랑과 따뜻한 품이 필요하고,
마음의 안정감과 뚜렷한 받아들임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에 예외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특별하고픈 사람의 욕심과
나만은 하나님이 특별히 사랑하신다는 무서운 이기적 영혼,
너무나 확대된 자신의 이상향, 모습들을 크게하는 우리의 본성과는 다르게,
모든 성경의 위인들과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그리한 것처럼,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하나님의 사랑이지만,
또한 필요한 건 사람의 고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좋은 것은 많지만,
우리에게 의미있는 건 그리 흔하지 않겠지요.
소중하고 가치있고 아름답고 귀하게 우리에게 의미되어지는 것,
그것의 본질은 하나님의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우리의 받아드림이겠지만,
그것과 더불어 우리 자신에게 꼭 필요한 아름다운 의미는,
바로 사람의 사랑이 아닐까요?
욥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는 슬픔이 허락되었고 슬퍼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을,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마음과 더불어 사람을 향한 고운 마음 또한
우리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것 같아요.
오래전에,
주일을 모두 보내고 혼자 라면을 먹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불현듯, 슬픔과 아픔이 밀려와 라면을 먹으며 밤송이 만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라면을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의 그 슬픔을 표현할 수 있었음에,
그 슬픔마져도 하나님께 드릴 수 있었음에 감사했던 기억도 납니다.
표현하지 않은 감정은 "우울증"을 낳는다라는 폴 투르니에의 말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지나치게 완벽해야 된다는 생각,
하나님의 사람이라면 슬픔과 좌절, 아픔과 실패, 포기와 절망은 입에 담지 말아야 하고
일말이라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은 가장 무서운 오류가 아닐까 합니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해도,
아무리 뛰어난 신학적 지식과 삶에 대한 놀라운 비전과
하나님에 대한 특별한 사랑과 그에 비교할 만큼 대단한 자질이 있다해도,
결국... 우리는 하나님이 필요하고, 사람이 필요한,
연약한 사람이 아닐까 하네요.
때로는 잠시 책을 놓고,
수많은 자신의 생각들과 모든 환경들을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진정한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드리고,
사람을 한없이 아름답게 사랑하고,
가슴 깊이 눈물흘리고 기뻐하고,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길은, 진짜 사람이 되어가는 길위에 있음"을 고백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사람을 향한 우리의 사랑은 지극히 못나고 부족한 사랑이지만,
그럼에도 가장 아릅답다, 귀하다 그분이 말씀하시고 인정하시는 건,
그분을 향한 우리의 못나고 부족한 사랑과
사람을 향한 끝없는 노력의 사랑이 아닐까 하네요.
못난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하나님과 사람을 감동 시키는 귀하고
가장 눈부신 고귀함임을 고백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