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 대한 처방과 예방서

“회의에 대한 건강한 이해는 믿음에 대한 건강한 이해와 나란히 짝을 이루어야 한다. 회의에 답이 없다면 우리 자신부터 의문의 존재가 된다. 자신의 믿는 바를 항시 회의하면서 늘 반신반의한다면, 우리 자신의 인격적 진실성은 물론 안정성까지 해칠 위협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믿음이 시험을 거친 믿음이라면 우리는 회의를 두려워할 것이 없다.”(16)

이제껏 오스 기니스의 책 세권을 읽었었다. 특이하게 그 책들의 제목은 다 두 글자였다. 소명, 생명, 진리 이 세권의 책은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고 각기 다른 판형으로 나왔다. 우연인지 네 번째 읽게된 이 책도 두 글자 ‘회의’라는 제목이다. 그 각기 다른 책들의 공통점은 한권도 빼지 않고 전부 내게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만약 오스 기니스가 책을 많이 썼다면 나는 오스 기니스를 나의 책으로 배우는 스승으로 삼았을 것이다. 그의 글은 뜨거운 열정의 가슴에서 나오는 불을 날카로운 머리의 이성으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권의 책을 쓰는데 참 많은 공부를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한 주제를 향해 그 많은 자료들을 연결시켜 가는 과정과 방식도 놀랍다. 그가 신학을 하지 않아서인지(정확하게는 신학교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는 대단히 자유롭게 그 자신의 주제를 향해 모든 자료들을 수집하고 조합하고 연결시킨다. 그 자유로운 글쓰기 속에서 그의 기독교적 사고로 철저히 무장된 강력한 논리들을 접하게 된다. 책의 거의 모든 페이지에 밑줄을 긋게 되고, 걸어 다니며 읽었던 부분에는 수많은 접은 자국들이 님는다. 어느 한 페이지도 버릴게 없다. 난 오스 기니스의 팬이다.

이번 책 ‘회의 하는 용기’는 정확하게 회의에 관한 책이다. 원서의 표지가 이 도마의 그림인지 모르겠지만 정확하게 이 책 전체의 내용을 보여주는 표지이다. 회의를 통해 온전한 믿음을 갖게 된 도마의 모습과 그 도마의 손을 잡에 자신의 옆구리에 넣도록 하는 예수님의 강한 손을 본다. 결국 예수님도 어찌하였건 간에 그가 ‘믿는 자’될 것을 원하셨다. 저자의 글쓰기의 이유도 마찬가지다. 어찌하였건 간에 불신앙에서 벗어나 신앙인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회의를 불신앙이라고 배웠다. 의심하면 안 된다고 배웠고, 의심은 불신앙이며 시험에 든 것이라고 했다. 믿음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고 했고,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면 ‘믿음’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이며, 알 수도 없고, 설명될 수도 없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일부는 맞다. 그러나 또 일부는 정확하게 틀렸다. 저자는 의심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부터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의심을 가진채 그 의심의 존재를 무시하고 믿는다고 우기는 사람의 ‘믿음’이 의심을 해결하고 그 의심에서 벗어나 믿게 된 ‘믿음’과 다르다고 말한다. 그 설명의 과정을 통해 난 내가 왜 대학 초년기에 신앙을 버리고 2년여의 시간동안 방황했는지 알 수 있었다. 눌러놓은 모든 의심이 폭발했을 때, 그것은 정확하게 불신앙으로 나아갔다. 사실 많은 청소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교회를 떠나는 것을 볼 때 그 아이들도 나와 동일한 상태이다. 교회는 나오지만 믿음은 없는 상태, 의심은 많지만 의심을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강요된 신앙행위만 있는 상태 말이다. 결국 나의 경우와 유사하게 더 이상 부모의 통제를 받지 않아도 되는 때 그들은 교회를 떠나게 될 것이다. 저자의 긴 설명의 과정에서 나는 내가 하고 싶었고, 듣고 싶었던 그 말을 듣는다. “회의하라. 그리고 예수님을 믿으라! 예수님은 네 회의를 통해서라도 네가 믿기를 원하신다.” 자유케 하는 소리였다.

본론을 통해서 저자는 9가지 회의들을 하나씩 설명하고 그 설명한 회의의 이유를 설명하고 그것에 대한 처방을 제공한다. 하나씩 숙고하는 시간들을 갖아야 하기에 쉽게 읽어낼 수는 없다. 하나 하나의 회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저자의 치밀한 논리와 깊이 그리고 성경과 삶, 하나님과 인간이라는 두 가지 우리의 축을 통해 이뤄지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경험하게 된다. 하나 하나 나의 인간 경험과 맏물려 읽혀지게 되고 수긍하게 되고 감사하게 된다.

특별히 저자는 서문을 통해 밝혔듯, 회의하는 인간에 대해 책망하지 않는다. 저자는 회의는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고 하며, 각각의 회의를 하게 되는 이유들이 존재함을 설명한다. 이곳에 나와 있는 아홉 가지 회의의 분류가 어떤 학문적인 분류는 아닐지언정 그 분류를 통해서 우리는 지금 나와 정확하게 일치되는 회의가 어떤 것이며, 그 회의의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적이 누군지 알고 싸우는 것과 그렇지 않고 막연한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저자의 회의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곳에서 나는 나의 회의의 이유뿐 아니라 그간 내가 만났던 이들 안에 있었던 회의의 이유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저자는 회의 하나에 대해 설명한 다음에 성경 속 인물들과 함께 해결하는 시간을 갖는다. 주인공은 예수님 또는 하나님이시다. 의아한 것은 의심 많은 도마가 주인공이 아니라 예수님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 회의하는 도마에게 찾아가셔서 그의 손을 자신의 옆구리에 넣게 하셨다는 것이다. 모세의 의심도 삭게오의 의심도, 욥의 의심도 그들 모두는 어떤 식으로건 회의의 시간을 가졌는데 그 회의 시간에 하나님께서 적극적으로 그들의 회의의 문제를 각각의 회의 특징에 따라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셨던 모습들이었다. 인간을 사랑하시되 회의하는 인간도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의 방식이 각각 달랐으나 결국에는 그 회의하는 인간이 믿는 인간이 되도록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봤다. 이 하나님이 내가 아는 또 내가 사랑하는 하나님이라는 것이 감사했다. 딱딱하게 굳어져서 나의 회의의 질문 앞에 내 입을 막으려 했던 내 신앙의 선배들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그분은 나를 믿게 할 자신이 있었고, 그래서 그분은 여유롭게 인간의 회의를 다루셨다.

마지막 저자는 회의를 다루고 있다. 회의를 잘 설명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는 아홉 가지 회의에 대해서 각기 다른 아홉 가지 처방을 제시한다. 처방은 예방이기도 하다. 읽는 동안 나를 돌아볼 수도 있었고, 다른 이들을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탁월한 처방전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불 가운데를 지날 방법’을 얻었다. 또 다른 이에게 그 지나갈 방식을 전해줄 수 있는 바른 지식도 생겼다. 신나는 시간이었다.

오스 기니스가 또 다른 책을 쓴다면 나는 가장 먼저 달려가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하다. 특별히 한국의 청소년이나 청년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선생님이나 목회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질문들이 사장되어 버리는지 경험상 알기 때문이다. 또 청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자신과 관계되는 부분 두세 챕터만으로도 이 책은 지불할 가치가 충분히 있으며, 바로 옆에 있는 친구들의 회의에 대해서 가장 정확한 처방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최고의 값어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에 읽은 책 가운데는 최고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