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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톨릭교회의 교황이 참회고백을 한 것은, 가톨릭교회 교회관에 따르면, 그리스도가 세상을 향해 석고대죄를 한 것과 같다. 과거사를 양심적으로 참회하고, 새 천년기를 양심의 교사다운 권위를 가지고 재출범하기 위한 교회의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티칸, 불란서, 일본의 가톨릭교회의 참회고백을 중심으로 양심선언과 역사의식의 관계와 중요성을 살펴본다. 한국천주교회의 우상숭배, 민족배신, 친일행각 그리고 광복 후의 비뚤어진 역사인식을 소개한다. 한국천주교와 개신교의 참회고백과 양심선언을 촉구한다. 부록으로 기억과 회상: 교회의 과거의 범죄(교황청), 제2차세계대전과 유태인에 대한 참회선언문(불란서가톨릭교회), 평화를 위한 결의: 전후 50년에 즈음하여(일본가톨릭교회),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일본가톨릭정의 평화협의회)을 번역하여 실었다.

[본문 82~86쪽 '7 한국천주교회의 친일행각'중에서]

1. 안중근은 살인범인가?

한국천주교회는 안중근(아명 안응칠)의사(義士)의 살인범 죄명을 면(免)한다고 하는, 밑도 끝도 없는 것을 발표한 바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1994년의 어느 공개 강론 중에 발표했다. 이 문제는 그 후에 한국천주교회 관련 심포지움에서 연구논문으로 발표되었다. 천주교회가 안중근에게 이토오 히로부미를 죽인 죄로 박탈한 교인권을 회복시켜 준 것은, 로마교의 신학에 따르면, 지옥에 있는 그에게 천국행 티켓을 제공한 것을 뜻한다.
1909년 10월 26일 아침, 하얼빈 역에서 울린 세 발의 총소리는 일제의 조선 통감 이토오 히로부미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조국의 운명이 벼랑 끝에 서 있던 그 해에 안중근은 러시아와 비밀리에 흥정을 벌이려고 나타난 침략자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안중근은 "남의 나라를 탈취하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자 하는 자가 있는데도 수수방관한다는 것은 죄악이므로.. 그 죄악을 제거"하고자 했다.
남의 나라를 탈취하는 침략자나 까닭없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자를 제거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기독교가 어거스틴 시대부터 가져온 정당한 전쟁이론(bellum justum)에 따르면 군인이 자국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이다. 의병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의거는 조선 민족의 의분과 정의감의 쾌거였다. 이 민족을 함부로 깔보면 안 된다는 점을 세계 만방에 선언한 장거(壯擧)였다. 나라가 풍전등화와 같았던 그 시기에 조선 민족이 장차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보여준 애국적 사건이었다.
스물 네 살의 청년 안중근은 이토오를 제거하기 직전에 탄피에 십자가 표시를 하면서 거사가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구했다. 거사가 성공한 후에, 천주님, 마침내 침략의 원흉은 죽고 말았습니다. 감사합니다"는 기도를 드렸고, 가슴에 십자가 표시를 그었다. "의군 참모중장으로서 독립전쟁을 하여 이토오를 죽였고, 참모중장으로 계획, 실행한 것"임을 강조했다.

안중근의 살인은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정당방위였다. 그런데도 일제 법정은 그를 죄인으로 다스렸다. 의가 죄인석에 앉고 불의가 재판관의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안중근은 침략자를 죽였다고 하여 심문을 받는 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외쳤다. 자신이 의병군의 참모중장이며, 독립전쟁 중의 암살은 정당한 것임을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 군인이 국가를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침략자를 총으로 쏘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정당한 행위로 인정을 받는다.
한국천주교회 사제 빌렘(한국명 홍석구)은 1910년 뤼순 감옥을 방문하여 안중근의 종무성사(終務聖事:장례예배)를 집전했다. 안중근이 살인자이지만 로마교 신자인 까닭에 그렇게 한 것이다. 사형에 처해지는 자에게 종무성사를 거행했다는 것은 안중근의 종교적 신분이 의거 전이나 후에나 달라진 곳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안중근이 교수형에 처형된 지 한 세기가 가까이 될 무렵의 어느날, 한국천주교회는 느닷없이 그의 살인범 죄명을 면(免)한다고 발표했다. 죽은 자의 살인죄명을 면한다고 한 것은 한국천주교회의 주교 뮈텔(한국명 민덕효)이 안중근의 종무성사를 집행한 빌렘 신부의 행위를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전히 종교적인 의미로 집행한 것인데도 뮈텔은 이를 극구 반대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악화되었고, 결국 뮈텔은 빌렘에게 2개월 간 성무(聖務)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개신교 용어로 말하자면 목사정직 처벌을 한 것이다.

사제가 종무성사를 거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그것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중근은 천국행 티켓을 갖지 못한 것이 된다. 한국천주교는 안중근을 암살범, 살인범이라는 죄목을 씌웠다. 살인자가 천주교인일 수 없다는 것이며 그 사실을 강변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뮈텔은 안중근이 "천주교 신자"라고 보도한 언론에까지 항의했다. 빌렘(홍석구)조차 "그가 범한 죄악은 천지가 다 용서하지 않을 바, 철두철미 그의 죄를 책하여 교회회오(敎誨悔悟)케 하는 데 있다. 죽음 앞에서 일각이라도 그로 하여금 선량한 교도로 돌아서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한국천주교회는 어거스틴의 정당한 전쟁이론을 수용하고 있으면서도 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정당방위 행위를 살인행위로 단정하는 불일치를 보였다.

머리말
차례

제1부 로마가톨릭교회(바티칸)의 양심선언
1. 2천년 동안 저지른 과오들을 참회하나이다
2. 회상과 화해: 교회의 과거의 범죄
3. 기억의 정화, 왜 필요한가?

제2부 불란서가톨릭교회와 일본가톨릭교회의 양심선언
4. 침묵의 죄를 참회하나이다(불란서가톨릭교회)
5. 전쟁협조의 죄를 참회하나이다(일본가톨릭교회)

제3부 한국천주교회는 양심선언을 할 것인가?
6. 한국천주교회의 우상숭배와 민족배신
7. 한국천주교회의 친일행각
8. 성직자들의 역사의식
9. 크리스쳔들의 장단맞추기

제4부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10. 문화적응주의인가, 타협주의인가?
11. 한국기독교의 백귀난행
12. 양심선언과 역사의식, 왜 중요한가?

참고문헌

부록
1. 기억화 화해: 교회의 과거의 범죄(로마가톨릭교회)
2. 제2차 세계대전과 유태인에 대한 참회선언(불란서가톨릭교회)
3. 평화를 위한 결의: 전후 50년에 즈음하여(일본가톨릭교회)
4.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전후 50년을 맞이하여(일본가톨릭정의.평화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