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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와 믿음생활 - 일에서 손을 떼니 푸른 하늘이 보이네 은퇴와 노년기에 관한 대부분의 책들은 재정 문제, 건강 문제, 주거 문제에 고나한 것들이지만, 실제로 은퇴를 전후로 누구나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심리적인 문제들과 영적인 문제들이다. 은퇴를 미리 예상하고 잘 준비한 사람들, 특히 믿음생활을 통하여 영적으로 잘 준비한 사람들은 은퇴로 인한 심리적 정신적 타격을 훨씬 덜 받고, 삶의 방향을 다시 조정한 뒤, 새로운 창의적 일을 찾아 뜻 깊고 보람된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다. 이 책은 은퇴 준비와 노년기의 영적 순례에 대하여 논한 것이 아니고, 매일 한 편씩 읽고 명상 기도하는 형식으로 된 책으로서 은퇴와 믿음생활에 대한 모든 문제를 성서 말씀에 비추어 해설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앞으로 은퇴하실 분, 또 이미 은퇴하신 분들에게는 물론, 이러한 분들을 모시고 있는 자녀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본문 105~108쪽 '22. 밀려났다는 느낌'중에서]

성경 읽기: 시편 73편
나는 미끄러져 거의 넘어질 뻔하였습니다.(시편 73:2)

은퇴한뒤에 느끼는 감정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은 마치 삶이 나를 제외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밀려났다는 느낌, 아무 데도 소속되어 있지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쥬울스윌링(Jules Z. Willing)은 "답을 얻지 못한 물음은 은퇴 때 사람들에게(to people)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물음이 아니고, 사람들 속에(in people)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물음이다.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이 주어지지 않는 한, 우리 각자는 맨 처음 은퇴하는 사람들이나 경험하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은퇴하는 많은 분들에게 이 말은 참말입니다. 밀려났다는 느낌은 비단 노인 아파트로, 또는 살던 집보다 더 작은 집으로 옮겨간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속에"일어나는 마음의 문제입니다. 월터 브루거만은 시편에서 우리의 신앙생활이 하느님과 함께 안전하게 올바른 방향으로 가다가(oriented), 가슴 아프게도 하느님을 떠나 방향을 잃고 방황하게 되고(disoriented), 그러나 놀랍게도 다시 방향을 돌이켜 하느님께로 돌아온다(reoriented)는 것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안정된 삶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갈 때, 우리는 여러 언짢은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나 우리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때 하느님의 새로운 선물을 다시 발견하고 놀랍니다. 거기서 놀라움과 감사가 솟아납니다.

매일 일의 혼돈에서 벗어나자 기쁨을 느끼던 것이 밀려났다는 느낌으로 바뀌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습니다. 익숙하던 옛 세계는 지나갔으나, 새 세계는 아직 우리에게 오지 않았습니다. 로버트 앳츨리가 말한 은퇴의 과정 여섯 단계, 즉 준비단계, 밀월단계, 권태단계, 재조정단계, 안정단계, 그리고 종식단계 가운데, 권태단계에서 삶의 방향을 다시 조정하는 재조정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시편을 쓴 시인도 이 밀려났다는 감정을 체험하였습니다. 위기가 그를 압도하여 넘어질 뻔했다 합니다. 특별히 악한 자들이 잘 사는 것을 볼 때, 신앙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 시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의 성소에 들어가서야 신앙이 되돌아 왔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중요한 것은 사랑하시는 하느님이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 곁을 떠나지 않아
당신께서 나의 오른손을 잡아 주셨사오니,
나를 타일러 이끌어 주시고 마침내
당신 영광에로 받아들여 주소서(시 73:23-24).

매일 하느님의 성소에서 예배드리고, 내 속의 성소에서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합니다. 아직 해답을 다 얻지는 못했습니다. 유치장 안에 갇혀 있는듯한 느낌도 여전합니다. 그러나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순간 우리의 큰 기쁨이신 거룩한 하느님이 함께 해주신다는 확신을 얻습니다.
캐스린 휘려(Kathleen Fischer)는 은퇴한 뒤 우울증에 빠진 어느 학생의 아버지에 대하여 이런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그 학생은 식구들이 아버지의 은퇴에 대하여 통 관심을 갖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식구들이 모두 저녁 먹을 때 각자 상징물 두 개씩 가져 올것을 제안했습니다.
그 상징물 가운데, 하나는 아버지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어야 하고, 또 다른 하나는 아버지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아들은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와서 학교에 보내 주신 아버지에게 감사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 가운데 흥미를 느낀 것은 아버지 미래에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두 번째 상징물입니다. 가야할 방향을 잃고 헤맬 때가 온 지금, 미래가 있다는 확신, 하느님께서 우리 인생에 새로운 선물을 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은 복된 일입니다.

기도
생명을 보존해 주시는 하느님,
혼란과 어둠과 불확실한 때에도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해 주심을 감사합니다. 아멘.

머리말
서문 은퇴: 삶의 방향 재조정
은퇴는 운명이 아니라 변화의 기회
은퇴에 대하여 잘못 생각하는 다섯 가지 신화
은퇴에 대한 성서 이야기 모델
은퇴는 영적순례(Spiritual Journey)
은퇴와 믿음생활의 중요성
거쳐야 하는 은퇴의 단계들
은퇴과정을 거치기 위하여 할 일들
은퇴와 부부관계

Ⅰ. 두렵지만 내려야 할 결단 앞에서
1. 결단해야 할 때는 언제인가요?
2. 은퇴도 미리 준비해야
3. 걱정에 찬 순간들
4. 예수님은 은퇴계획을 세운 적이 없으시다
5. 집착을 버리고 떠나야 할 때
6.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
7. 나로 나되게 하소서

Ⅱ. 처음 자유를 만끽하면서
8. 무위의 기쁨
9. 스트레스를 벗어나
10. 자유를 맛보면서
11. 안식을 모르고 치닫던 일에서 구원되어
12. 검소한 삶의 양식을 배우면서
13. 허덕이는 사람들을 위한 안식
14. 머물고 싶은 곳에서 머물지 않기 위하여
15. 격식 따지지 않는 삶
16. 혼란 한 복판에서
17. 권태에 빠져서

Ⅲ. 분망함으로 조각난 삶
18. 잃어버리고 아직도 찾지 못한 모자
19. 분주함으로 빼앗긴 마음
20. 빈집의 위험
21. 구식 빙고놀이
22. 밀려났다는 느낌
23. 남은 생애를 낭비하고 있지나 않은지요?
24. "이 날을 즐거워하자"
25. 녹도 슬지 않고 서두를 필요도 없이

Ⅳ. 내리막길의 우울증
26. 내리막길의 우울증
27. 유명인사에서 무명인사로
28. 기진했다 싶을 때
29. 해소하지 못한 슬픔
30. 허리 굽은 여인 이야기
31. 상존하는 위협
32. 아픈 기억의 치유
33. 과거주의(Used - to - Beism)
34. 버림받고 거부당한 느낌
35. 밥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들

Ⅴ. 온전함에 이르는 길
36. 치유의 침묵
37. 항해를 멈추고
38. 책 중독에 빠지기
39. 저녁 녘에 부름 받음
40. 매일 걷는 단련
41. 다시 성서로 돌아가
42. 병아리의식을 극복하기 위하여
43. 받는 것도 복되도다
44. 자기에 대한 승리
45. 복되도다!
46. 음악을 다시 듣게되고

Ⅵ. 창의적 균형을 찾아
47. 제2의 소명을 찾아
48. 비명 쓰기엔 아직 멀었지요
49. 집착을 버리고
50. 창의적 균형을 찾아
51. 은퇴 각본을 다시 쓰면서
52. 잘될 때나, 안될 때, 점심을 먹을 때에도
53. 상호의존 선언
54. 다음 세대를 위해 투자하기
55. 손자 손녀들이 주는 선물
56. 다시 읽는 시편
57. 뒤돌아봄으로 앞 내다보기
58. 일할 권리

Ⅶ. 은퇴 때 부르시는 하느님의 부르심
59. 은퇴는 하느님의 부르심
60. 진퇴양난에 빠졌을지라도
61. 은퇴생활에도 지름길은 없다
62. 은퇴라는 출애굽
63. 은혜로 살아가기
64. 에집트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마음
65. 마라에서 당한 곤경
66. 싸움 가운데 용기를 얻다
67. 은퇴라는 춤은
68. 둥지를 떠나 날 수 있도록
69. 느보산에 올라 바라보는 장면
70. 과거 기억이 주는 교훈
71. 이제는 환히 봅니다
72. 우리 인생에 노인의자는 없다

은퇴와 노화에 관한 책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