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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온전한 계절이다. 그래서 온전하지 못한 나는 가을이 오는 문턱에서부터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고 가을을 맞이한다.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볼 때에 나는 이상주의자가 되며, 노란 들녘의 무르익은 곡식과 기차길 옆 과수원의 탐스러운 과일들을 볼 때에 나는 현실주의자가 된다. 나의 머리는 하늘로 향하고 나의 발은 땅을 밟듯이 나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접목된 이상현실주의자가 되고 싶다. 진흙탕 물 속에서 깨끗하고 아름답게 피는 연꽃처럼, 내가 사는 현실은 어둡고 냄새가 나더라도 나는 그 속에서 고결한 인격의 열매를 맺고 싶다. 결실의 계절 가을을 생각만 해도 나는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배운다.. 잎이 떨어지는 것은 추운 겨울을 위한 준비작업이다. 잎이 떨어짐으로써 나무의 표면적을 줄여 나무가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기는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년이 된 사람들이 은퇴를 함으로써 그 회사를 살리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잎이 떨어짐으로써 나무에 달려있는 열매의 영양분을 빼앗지 않겠다는 낙엽심리를 읽을 수 있다...가을은 내게 '낙엽심리학'을 가르쳐준다. 이런 의미에서 낙엽은 진실되고 선하고 아름답고 거룩하다." (본문에서)

[본문 81-82쪽 '지성의 숲 속에 흐르는 감성의 샘물을 찾아서'중에서]

"하나님은 나의 방탄복!"

대학 삼학년 때에 입대하여 의무병으로 근무하던 중 월남전에 종군했던 나는 죽음의 골짜기를 많이 지나다녔다. 20대의 피끓는 청년으로서의 전쟁터에서의 나의 모습을 지금 50대에 와서 재조명함으로써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무엇인가 가치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글을 남기고 싶다.

의무 병과로 월남에 파송된 나는 의무중대에 배속되었다가 미군부대로 파견을 나가 근무하게 되었다. 맡은 일은 통역이었다.전쟁터에 나가서 부상당한 한국 군인들을 헬리곱터에 실어서 병원으로 후송하는데 통역이 필요하였다.

그 헬리곱터는 미군이 조종을 하기 때문이었다. 모두 다섯명이 한 비행기를 타고 환자를 살리는 운동을 하였다. 조종사, 부조종사, 정비병, 의무병은 미군들이고 통역은 한국인인 내가 맡았다.

무전기를 쓰고 미군 조종사가 하는 말을 땅에 있는 한국군 무전병에게 통역해주고, 한국군 무전병이 하는 말을 통역하여 공중에 있는 미군 조종사에게 전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

통역을 잘 못하면 정확한 장소로 찾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잘못하면 환자가 죽을 수도 있다. 적들이 우리의 무전기 주파수를 알면 한국어를 아는 월맹군이 한국말로 나와 교신을 하여 자기들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유인하여 우리 비행기를 폭파시킬 가능성도 있다. 아주 위험하고 막중한 역할이 부여되었다.

전투가 없는 경우엔 나는 가장 편한 생활을 한다. 파견나온 미군들과 나와 다섯명이 완전한 민간인이 되어 자유 분방하게 살기 때문이다. 점호도 없고 보초도 없다. 계급의식도 없고 군기도 없다.

마음껏 자유로운 삶을 구가한다. 서로 친구가 되어 인간대 인간으로 삶을 즐기며 살아간다. 아름다운 휴머니슴의 꽃이 활짝 핀 곳이다. 냉장 창고에 여러개의 안방만한 냉장고가 있는데, 그곳에 들어가면 온갖 과일과 야채와 고기와 빵이 가득가득 들어 있다.

빨간 사과와 노란 바나나와 주황색 오렌지등 사시사철 온갖 과일들이 가득찬 냉장고에 들어가면 전쟁터의 공포는 온데 간데 없어진다. 지는 듯한 월남의 무더위도 아랑곳 없어진다. 참 좋은 곳에 파견나와 있다.

나의 침실엔 큰 무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전투에 나간 군인들 중에 환자가 생기면 긴급 구조를 요청하는 무전이 들어온다. 내가 근무하던 곳은 위도 상으로는 월남의 중간 쯤으로 동쪽해변에 위치한 도시로서 투이호아라는 곳이다.

조금 남쪽엔 닌호아라는 도시가 있는데 이곳에 백마 사단 사령부가 있고 투이호아엔 백마 28연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연대 본부에서 다시 각 중대가 여러 지역에 배치되어 중대별로 막사를 짓고 진지를 구성하고 있었다. 각 중대에서 그 지역에 있는 산으로 작전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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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내 마음의 호숫가에서
12."하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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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점발견자
16.당나귀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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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지성의 숲 속에 흐르는 감성의 샘물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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