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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이 유년기를 강원도 시골에서 보냈기 때문에 시내에는 흔해 빠진 유치원이나 학원조차 제대로 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집에서 책을 많이 읽힌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큰 아들은 유아기 때부터 유난히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그 동안 1천 권 이상의 독서를 한 것 같습니다. 동생도 형 옆에서 그 분량만큼 읽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진주 시내로 이사 왔지만 학원에 발이 부르트도록 다녔던 아이들과 견주어도 앞서갑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며, 독서의 결과였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한국에는 개인 수필집은 범람하고 있지만, 온 가족 공동체의 생각등을 자녀들과 함께 한 곳에 다듬어 놓은 수필집이 무척 희귀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기 편하도록 짧고 쉬운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들은 평균치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일 텐데... 지나친 자랑거리로 독자들에게 비춰질까 두렵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마치 7월의 설익은 낙과 같음에도 불구하고 믿음과 사랑 안에서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고, 자녀들의 미래 인생 설계에 큰 추억 거리가 될 것 같기에 몇 번이고 미루다가 용기를 얻어서 글로 얼굴을 내밉니다. - '책을 열면서'중에서...

[본문 92-95쪽 '제4편 엄마랑 결혼할래요'중에서...]


엄마랑 결혼할래요

종일토록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이 지금쯤은 새로 사준 자전거를 신나게 탈 시간이겠지만 궂은 날씨 탓인지 방안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바둑알로 오목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한바탕 싸우고는 다시금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마냥 귀엽기만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토요일만은 엄마로부터 해방되는 날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주말이 더욱 기다려지나 봅니다. 평일엔 엄마가 얼마나 지독하게 자녀 교육을 시키는지 모릅니다. 마치 자신이 지난날 초등학교 교단에서 학생들을 야단치듯이 말입니다.

아이들의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마다 일어나면 먼저 오늘의 성경을 묵상(Quiet Time)하고 한 절씩 외우게 합니다. 그리고 영어 단어 하나씩을 읽고 쓰게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쉬운 영어를 곧잘 읽기도 합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학교 일과를 마치기가 무섭게 미술학원에 가므로 돌아올 즈음엔 파김치가 되곤 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아침저녁으로 틈만 있으면 피아노 치기를 반복적으로 시킵니다. 그러므로 토요일이 돌아오면 두 아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휘파람과 콧노래를 부르면서 맘껏 뛰고 달려 다닙니다.

토요일 저녁 시간입니다. TV 방송 채널을 맞추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시간이 아니라 공교롭게도 영어 퀴즈 시간이었습니다. 아홉살짜리 막둥이가 갑자기 어른스러운 말을 합니다.

"아이고 지겨워 죽겠네, 사람들이 바벨탑만 쌓지 않았다면 언어가 하나였으니까 영어 공부는 안 해도 되었을 텐데..."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푸념 섞인 어조로 하소연을 합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 녀석이 어떻게 바벨탑 사건 때문에 언어가 혼잡해진 것까지 기억하고 있을까? 매일 아침마다 읽고 묵상하는 성경 공부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구나!

성경은 인간의 교만한 바벨탑 사건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온 땅의 구음이 하나이요 언어가 하나이었더라......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그들로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신 고로 그들이 성 쌓기를 그쳤더라"(창11:1-8).

그날 아이들을 측은히 생각하며 두 아들에게 물어 봅니다.

"얘들아! 너희들 나중에 색싯감을 고를 때 어떤 여자가 좋겠니? 너의 엄마처럼 지독한 여자는 싫지?"

그렇지만 두 아들들은 이렇게 합창합니다.

"그래도,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우린 엄마랑 결혼할래요."





아들아! 몸은 아파도

아내와 두 아들의 고향은 강원도입니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따뜻한 남쪽, 경상도 진주에 정착한 지 넉 달이 지났습니다. 듣던 대로 진주는 매우 따뜻했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에도 첫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아침까지만 해도 따사로운 햇살이었는데,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급하강하여 건강을 해치기에 십상인 날씨였습니다.

저녁 즈음, 초등학교 5학년인 큰아들이 돌아와 무거운 책가방을 내동댕이치더니 거친 숨을 내쉬면서 온몸을 떨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정성껏 싸 보낸 보온 도시락은 열어 보지도 않고, 저녁때까지 굶은 것입니다. 이럴 때엔 차라리 아들 대신에 부모가 아프면 좋으련만......

열이 40도가 되도록 펄펄 끓어오르는 아들 옆에서 평소 같았으면 항상 엄마가 간호를 담당했겠지만 오늘은 아빠 차지가 되었습니다. 엄마도 치료중이었기 때문입니다.


밤이 깊어 갑니다. 아들의 몸은 불덩어리처럼 더욱 달아오릅니다. 기도를 해주기도 하고, 얼음짐찔을 해주기도 하면서...... 밤새도록 앓다 일어난 아들의 얼굴은 반쪽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아침밥까지 굶은 아들에게 엄마는 대뜸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영생아! 어제부터 밥도 굶고 몸도 아파 누웠을지라도...... 오늘 아침에 읽어야 할 성경은 꼭 읽고 학교에 가야 한다."


아들은 아픈 몸을 가누면서 엄마의 말씀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순종합니다. 성서 유니온에서 나온 어린이 성경 교재를 펴 들고는 혼자 묵상의 시간(Q.T.)을 갖고 있었습니다. 두 아들은 어릴 적부터 엄마로부터 신앙 훈련을 받았기 대문에 이미 익숙해 있었습니다.

오늘의 본문은 사도행전 16장입니다. 성경읽기를 마친 아들에게 엄마가 묻습니다.

"아들아! 오늘의 말씀이 무슨 내용인지 깨달은 것을 말해 보렴."

아들은 빌립보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옥에 갇히고 모진 매를 맞으면서도 기도하고 찬송했던 바울의 모습을 통해서 고난중에도 인내하는 믿음을 본받겠다고 하였습니다. 큰아들은 아침밥도 굶은 채, 가방을 메고 학교로 갔습니다. 엄마는 이틀째 굶은 아들을 등교시킨 후에 너무 안쓰러웠던지 도시락을 들고 학교로 갔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몇 달 전에 강원도 작은 학교에서 진주 시내의 큰 학교로 전학을 왔는데 어제 2학기말 시험에서 영생이가 1등을 했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집으로 오자마자 십자가 밑에 엎드렸습니다.

"고난중에서도 바울을 지키신 주님! 우리 아들에게 믿음과 지혜를 동시에 주시니 감사합니다."

추천의 글
책을 열면서


제1편 막둥이

구두쇠의 선교 헌금
하나님 책임이야!
막둥이
하늘나라 저금통
KO패 당하신 우리 아빠
진짜 아빠
겨자씨 믿음의 아이들
작은 언행 큰 감동
뭐가 걱정인가요!
야광 십자가
지는 것이 이기는 거란다


제2편 아내의 마지막 서른 잔치

아내의 마지막 서른 잔치
화장을 잘하는 아내
내 모습 이대로가 좋아요
아들 하나 더 낳읍시다
늦둥이
점심 굶은 주례 목사
마땅한 신부감이 없어요
단짝
엄마! 진심이지요
당신의 음식 솜씨
눈물 범벅


제3편 시장보기를 잘 하는 우리 아빠

목사는 우산일세!
아니, 목사님도 아프세요?
여기에서 야소 믿으며 살련다
수의 한 벌
약손 목사
소머리 안수기도
복된 흔적
현풍할매 곰탕 국물맛
살림 목사
시장보기를 잘 하는 우리 아빠
벌써 가시면 어떻게 해요


제4편 엄마랑 결혼할래요

행복한 남남이 엄마
엄마랑 결혼할래요
아들아! 몸은 아파도
아들이 날려버린 출판 원고
잔소리가 아닙니다
생명 바쳐 낳은 자식
죽음으로 보답한 은혜
십자가 문신
엄마! 기뻐해 주세요
지능지수는 엄마 쪽일까요?
아빠! 혼자 사세요


제5편 첫아들을 키우는 심정으로

고기나 푸짐하게 드세요
오늘은 놓치지 말아야지
주정꾼이라도 좋아요
첫아들을 키우는 심정으로
큰아들이 돌아가셨어요
부적 좀 떼어 주이소
설날 아침의 두 천사
형님, 동생
또 속았구나!
장마철 거지
염불을 해야 돈을 주지!


제6편 울보 엄마

진짜 암일 거야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며
마를 길 없는 눈물
울보 엄마
혹시, 후처가 아니세요?
우리를 도와 주세요
약한 남편 강한 아내
돈보다 값진 것
감사
당신! 밥 굶길 겁니다
성미, 석미


제7편 어미의 죄 탓

맺힌 눈물
점쟁이한테
어미의 죄 탓
자살, 살자
진땀 뺐던 기도 시간
애인
알 못 낳는 묵은닭?
금식 기도
참말, 거짓말
조심하세요
어느 의사의 아름다운 인생 마감


제8편 흰머리 우리 아빠!

새 천년 목욕탕 목회
최고야!
동대문이 활짝 열렸어요
이야기 주머니
씨 뿌리는 목사
나무를 잘 죽이는 목사
건강한 목사
삭개오 목사
5분 대기조 목사
볼링을 잘 치는 목사
흰머리 우리 아빠!


책을 마무리하면서
가족 수필집 필자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