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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자술(八十自述) 나는 지난 한 평생 목사로, 교육자로, 때로는 사회활동가로 나라와 사회에서 요구할 때마다 한시도 쉬임 없이 거기에 참여하여 봉사했다. 나는 그러한 인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했던 일들에서 크게 공헌하였거나 기여한 바 있어서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목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리와 때가 없었고, 그에 따라 나는 다만 목사의 입장에서 직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이다. 내가 한 일이 나 자신과 사회에 어떠한 영향과 결과를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한 사람의 구도자이다. 지금도 바람이 거센 사막길을 끝없이 걸어가는 구도자 행렬의 맨 뒤에 서서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는 초라한 구도자이다. 만약 내가 이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내게 주어진 목사직의 사명을 다해보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뿐이다. '사랑이 제일이다'라는 말씀으로 눈을 뜨니 세상이 사랑스럽고 세상도 살만하다. 이한 마디 말이 새겨진 안경을 끼고 주변을 돌아보니 보이는 사람마다 지극히 사랑스럽다. 들판에 자란 풀한 포기, 산기슭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 꽃을 찾는 벌과 나비들 모두 한없이 사랑스럽다. 하나님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그때마다 그것들을 보고 좋다며 무릎을 치고 기뻐하셨던 것은 하나님은 곧 사랑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

[ 본문 192-196 '기도와 명상' 중에서 ]

사랑이 제일이다

1980년대를 넘기고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나는 내 나이 70을 넘기고 있었다. 60세까지는 열심히 일하고 그 다음 더 살아 70세까지 살 수 있다면, 그 10년은 내가 평소에 꼭 쓰고 싶었던 '헤롯대왕전', '세례요한전', '예수전', 등 책 세권을 쓰리라고 나는 일찍부터 생각해왔다. 그리고 시간과 기력이 허락하면 지난 세월 동안 일하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글로 써서 정리해 두려고 했다. 그 다음 마지막 눈을 감기 전에 내 인생 마디마디에 알게 모르게 묻은 허물과 상처들을 씻고 가는 마음으로 기도와 명상의 시간을 가지리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나는 미련하게도 지금 80세까지 살면서 덧없이 세월만 허송한 지난 10년 간의 공백을 회상만 하고 있다. 나는 80년대 후반부터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벗었고, 또 교단이 정한 법규에 따라 70세 정년도 지나니 책임질 교회도 없었다. 그러나 간혹 이런 저런 교회에서 설교를 부탁받아 쉬지 않고 설교를 해왔다. 그런데 그런 설교를 주일마다 시간에 쫓기어 허둥지둥 준비하고 강단에 나서야 하는 담임목사 시절의 설교와는 좀 달랐다. 가장 달라진 것은 설교의 주제였다.

30, 40대의 젊은 시절 내 설교의 주제는 주로 사회정의에 집중되었다. 그러다가 50세를 지나면서부터 인간은 누구도 절대로 선하고 절대로 악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설교의 주제도 사람은 누구도 하나님의 은총을 받고 사죄를 받아야 하는 죄인이다라는 '사죄와 은총' 의 주제로 바뀌었다. 그런데 70세도 넘기고 80세에 접어들면서 나의 설교 주제는 매번 사랑으로 모아졌다. 70세 이후 내가 했던 설교의 내용은 사랑이라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간혹 다른 제목의 설교를 하여도 그 주제는 역시 사랑이었다.
바로 고린도전서(13:13)의 "믿음, 소망, 사랑, 이 셋은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다"라는 '사랑이 제일이다'가 내 설교의 대 주제였던 것이다.

'사랑이 제일이다'라는 말이야 내가 십대 소년시절부터 입에서 줄줄 흐르듯이 알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내 나이 70고개를 넘기면서 비로소 그 말이 참 내말이 되고, 참 내 설교 제목이 됐다. 나는 공자의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는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침에 도를 깨우쳤으면 더욱 오래 살아 그 깨우친 도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좋을 텐데 저녁에 바로 죽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인생을 오래 살다보니 그 말 그대로이다. 참 진리의 깨달음이란 평생을 찾아 헤매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다고 해도 그때는 아직 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렇듯 참 깨달음은 인생이 서산을 넘는 때쯤에서야 겨우 다가오는 것이다. 이제야 깨닫고 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는 공자의 말이 지닌 참뜻을 이해할 것 같다. 참으로 위대한 말이다.

'사랑이 제일이다'라는 진리를 살과 뼈를 겨우 깨닫게 되니, 내가 할 일은 이제 그것을 주제로 설교하는 일뿐이다. 몇 차례 그러한 주제로 설교를 했지만, 설교를 듣는 분들은 내 마음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설교를 듣는 분들 대부분이 아직 나처럼 인생 80고개를 넘지는 않았으니까.
'사랑이 제일이다'라는 말은 사랑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 혹은 설교 제목이 좋아서 성경말씀 한 마디를 따온 것이 아니다. 어찌하다가 늦가을까지도 채 익지 못해 거죽은 멀쩡한데 떫은맛이 그대로 남아있는 감처럼 기독교 신자로, 신학도로, 그리고 목사로 성숙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 내가 이제서야 겨우 나름대로 더듬고 찾아낸 진리의 이해이고 복음의 이해이며 신앙의 깨달음인 것이다.

'사랑이 제일이다'는 나의 인생 마지막 한계에서 찾아낸 보물이다. 또한 내가 이해한 말씀의 진수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인생의 마지막 한 마디 말이기도 하다. 내가 나에게 하는 말 한 마디가 그것이요, 나라는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보고 가면서 하는 마지막 한 마디가 그것이다.

'사랑이 제일이다'라는 말씀으로 눈을 뜨니 세상이 사랑스럽고 세상도 살 만하다. 이 한 마디 말이 새겨진 안경을 끼고 주변을 돌아보니 보이는 사람마다 지극히 사랑스럽다. 들판에 자란 풀 한 포기, 산기슭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 꽃을 찾는 벌고 나비들 모두가 한없이 사랑스럽다. 하나님이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그때마다 그것들을 보고 좋다며 무릎을 치고 기뻐하셨던 것은 하나님은 곧 사랑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사람 만드신 것을 한탄하고 후회하며 홍수로 모두 멸해버리려 했는데, 그래도 작은 씨앗만은 남겨두었던 것은 하나님 자신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자기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고, 또 세상의 모든 죄를 짊어진 채 그를 죽게 하신 것도 하나님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어디 한 번뿐이겠는가? 백 번, 천 번 죽고 또 죽어도 사랑을 위해 죽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사람들은 "예수께서 죽은 지 3일 만에 부활하사 40일 동안 제자들과 함께 계시다가 하늘로 승천하여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아 계시도다"라는 성경 말씀을 그대로 믿고 있다. 그래서 예수님이 언제나 황금보좌에 앉아 천사들과 무도회를 감상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것은 큰 오해이다.
예수님은 내려다보고 있는 이 세상은 아직도 서럽고 외롭고 원통함이 지극하여 땅바닥을 치고도 모자라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고 있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말라버린 엄마의 젖꼭지를 빠는 대신 엄마의 피와 눈물을 빨아먹으며 울부짖는 굶주린 아기도 많이 있다. 또 그렇게도 잔인하고 끔찍한 십자가의 죽음으로 죽어야 마땅한 자들을 죽음에서 건져내었건만 또 다시 그 분에게 등을 돌리고 돌아서 가는 자가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런데 어찌 새파랗게 살아계신 예수님이 그 꼴을 보지 말자 하여 눈을 감고 계실 것이며, 그 울음소리를 듣지 말자 하여 귀를 막고 평안히 앉아 계실까? 예수님은 지금도 십자가 형틀 위에서 피눈물을 쏟으며 통곡으로 사랑의 찬가를 대신하고 계신 것이다.

머리말

사회봉사 사업
캐나다유학
사회봉사에 앞장서는 교회
시민대학의 개설
생명의 전화

교회일치 운동
에큐메니컬 운동 학습
신.구 교회의 대화
성경을 판소리로
장로교단 총회장의 회합
장로교회 하나됨의 호소
기독교 총연합회 창립

교회 밖의 일
조봉암 선생의 신앙
무너진 양심과 지성
유신반대 서한
박대통령의 초대 유감
김용기 장로의 하루

한국신학대학장
중단될 수 없는 신학교육
한신대학의 역정
종합대학으로의 변신
역사평가는 후세의 몫

전환의 세월
입법의회 의원
메시아 콤플렉스
국회의원 연수회 강연
민주평통 종교분과 위원장
현대사회연구소의 변천
성남교회와 한일교회 목사
중국방문

기도와 명상
자식 잃은 자의 슬픔
기도, 명상, 그리고 독서
사랑이 제일이다

나의 목회
설교에 대하여
잊을 수 없는 설교
심방의 경우
목회 동역자

나의 스승
염학섭 목사님
만우 송창근 선생
장공 김재준 선생
이호빈 목사님
나의 친구
강원룡 목사
암산 주태익
하천봉 이주운

내가 본 조향록 목사
친형님처럼 모시게 된 조향록 목사님

조향록 연보
조향록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