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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사랑』은 싱가포르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 해외순회선교사의 칼럼집이다. 그는 해외의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사역하는 한편 협동목사로 있는 한국의 한 작은 교회의 성도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담아 성실히 편지를 띄웠다. 그렇게 한 해 동안 띄운 그 편지들을 추려 이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이 책에는 부제가 암시하듯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이라는 아포리아적 개념으로 그리스도교의 사랑과 참된 회개와 하나님 나라와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는 삶에 대해 사유한 흔적들이 새겨져 있다.


[출판사 서평]

이 책의 형식상 특징은 그것이 칼럼집이라는 데 있다. 칼럼은 특정 주제에 대해 발언한 그리 길지 않은 한 편의 글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는 사랑, 회개, 나라, 인생이라는 네 가지 큰 주제 아래 각각 다섯 편의 칼럼과 각각 네 편의 부록, 그러니까 도합 24편의 짧은 칼럼들이 모여 있는 셈이다. 그 24편의 짧은 칼럼들은 분명히 심층적인 차원에서는 서로 관련되어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한 권의 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와는 무관하게 이 책의 어느 곳에서부터든지 독서를 시작할 수 있다. 24편의 짧은 글들은 각기 독립된 형태의 글들이고, 본래 상호간의 연결을 염두에 두고 쓴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독립된 칼럼들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특정 주제 아래 모인 것들이기 때문에, 앞이나 뒤의 연결과 상관없이 어디서든 독서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이 책이 갖고 있는 형식적인 측면의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책의 내용은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는 해외순회선교사의 삶과 사역에 관련된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당연히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과 관련된 정보가 많다. 그리고 다른 나라, 일례로 호주나 캄보디아나 태국이나 베트남 등지와 관련된 저자만의 독특한 체험도 재미있게 언급되어 있다. 틀림없이 이 책에는 해외순회선교사의 사역과 삶에 얽힌 소소한 일상과 같은 면들이 평이한 어투로 묘사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다소 뜬금없게도 신학적 철학이나 철학적 신학에 소양 있는 이들이라면, 소소한 일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남다른 통찰과 시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이라는 자끄 데리다의 아포리아적 개념을 염두에 두면서, 자신의 삶과 사역에서 마주하는 경험들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신비로운 것인지, 은혜로운 것인지를 역설한다. 일상에서의 특정 마주침들이 결코 그저 그런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들의 가능성이 실현되는 은총의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일상에 대한 우리의 특정한 편견을 꺾어 그것을 대하는 특정 방식인 소위 그리스도교적 신비를 일상 곳곳에다 활성화시킨다. 언뜻 보기에도 저자는 자신의 삶과 사역과 사유가 분리되는 것을 못 견뎌 하는데, 이 책은 자신의 삶과 사역과 사유의 일치를 온전히 견지하고자 하는 저자의 몸부림으로도 읽힐 수 있다.
이 책은 오랫동안 해외순회선교사로 살면서 정해진 특정 패러다임 안에서 그것을 정당화하는 인습적 행위로서의 사역이 아닌, 대안적 방식으로 살고, 사역하고, 사유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어떤 그리스도교적 패러다임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그래서 짧은 글 몇 편으로는 도무지 다 담아낼 수 없는, 그리고 일상의 소박함으로만 환원될 수 없는 깊이 있는 사유를 위한 단초들이 내장되어 있다. 몇몇 번역서와 별도로, 저자가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저술인데, 이 책은 분명 삶과 사역과 사유의 일치를 통해 지금 여기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진실되게 살려고 하는 모든 이들에게, 세계 도처의 교회가 가는 있는 길과는 사뭇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첫 저술이 가진 한계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 보이는 이 책 저자의 다음 저술이 정말로 기대되는 이유기도 하다.

사랑은 본래 가능하지 않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그 사랑도 예수께서 요청하신 사랑은 아니다. 당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그것을 되갚아 주고서 사랑이라고 하는 것을? 아서라, 그건 사랑이 아니다. 경제economie를 잘 실천했을 뿐이니, 피차간에 받을 건 다 받고 이미 계산이 끝난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들은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마 6:6). 그러니 외따로 무슨 하늘의 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당신이 사는 세상에는 ‘기브앤테이크’가 법 아닌가? 그런데 사랑은 그러한 세상의 경제에 속하지 않는다. 사랑은 경제를 넘어서는 곳에서만 가능한/불가능한 것이다.
- 1장 ‘사랑은 위험하다’ 중에서

구원은 수학적 추상의 등가관계에 의해 헐값에 팔린 내 이름을 되찾는 것 말고 다른 것을 뜻할 수 없다. 1로 살던 내가 천하보다 귀한 영혼으로 사는 것이다. 잃은 ‘한’ 영혼은 잃은 한 ‘영혼’이다. 1이 아닌 영혼. 당신의 눈에 영혼이 1이라는 숫자로만 보인다면, 당신이 사는 세상은 영원히 캄캄한 밤만 있는 지옥일 뿐이다!
- 3장 ‘1과 한 영혼 사이’ 중에서

구원은 필연적으로 신과 세계와 인간에 대한 총체적 절망 다음에만 찾아오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신에 대한 완전한 절망 곧 무신론마저도 지나가야 한다. 절망 없는 구원은 가능하지 않다. 우리의 구원이 힘이 없는 것은 우리의 절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원 이후에도 욕망과 더불어 사는 아니, 필연적으로 더불어 살아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현실을 그럴 듯한 상상계로 대체하고 선악을 일도양단하며 그 현실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미련한 근본주의자들의 길과는 확연히 다르다. 욕망은 늘 좌절되고 또 좌절되어야 욕망이다.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은 좌절됨을 그 본성으로 갖는 욕망 자체의 헛됨에 절망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자유의 힘은 그 절망의 자리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계시된 하나님의 희망(부활)을 보면서 풀려난다.
- 8장 ‘뭘 찾는지 모른다고?’ 중에서

나는 인간이 처한 실존이 얼마나 곤혹스러운지 모르지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종류의 선택 앞에 내던져진 인간 고뇌의 엄중함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내가 낙태죄 폐지 반대에 관련된 그 기사를 읽으면서, 캄보디아에서 깨달아야만 했던 것은 인간의 ‘악함’이나 ‘약함’이 아닌 ‘상상력 부족’이었다. 그 매니저는 어쩌면 장애아라는 이유로 뱃속에서 죽은 모든 태아들의 미래로서 내 앞에 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인간 이기심의 발로로서 살해당한 모든 태아들의 희망으로서 그런 것인지도.
- 2부 부록 ‘마이 바디 마이 초이스’ 중에서

우리 모두는 시대의 선지자가 아니어도 공산주의는 가난과 폭압으로 귀결되고, 자본주의는 소비와 탐욕으로 망할 것임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세상을 구속할 대조 경제로서 은혜사회주의는 가난과 폭압, 소비와 탐욕을 대항하여 지금도 영원한 미래로부터 ‘도래’하고 있다. 그 나라는 예수의 십자가를 닮은 대조 경제적 실천,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모험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 그 실천은 현실의 공산주의를 거절하는 것 못지않게 현실의 자본주의도 거절한다. 은혜사회주의는 세상 어떤 경제에도 붙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봉헌’이라는 형식으로 지금도 도래하고 있다.
- 13장 ‘성령과 은혜사회주의’ 중에서

하나님에 대한 나의 신뢰의 근거마저도 해 아래 사는 인생에서는 찾을 수 없다. 하나님이 그저 하나님이기에 신뢰하는 것 외에 하나님에 대한 나의 신뢰에 대한 근거로 지목되는 모든 것은 자체로 이미 다 헛되다(나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은혜의 선물로 받은 ‘믿음’이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의 현실화’로 알고 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근거가 인생 안에 있는 사람은 <전도서>를 <복음서>의 입문서로 읽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모든 것은…그 위에 더할 수도 없고 그것에서 덜 할 수도 없으니”, “하나님이 이같이 행하심은 사람들이 그의 앞에서 경외하게 하려 하심이라”(전 3:14). 해 아래 사는 인생의 최고의 지혜는 때를 따라 살며 매 순간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뿐, 다른 것은 일절 중요하지 않다.
- 16장 ‘모든 일에 때가 있다’ 중에서

나 같이 세상에 급할 것 하나 없는 듯 유유자적한 인간에게서 아주 우연히 발견된 그 조바심. 그 순간 나는 내 영 깊이 내장된 뭔가를 아주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라면 그것을 ‘영의 존재론적 우울감’이라고 불렀겠지만, 키르케고어를 따라 ‘불안’이라고 하는 편이 훨씬 더 낫겠다. 상식이 된 키르케고어의 구분, 공포(두려움)는 대상에서 연유하지만 불안(떨림)은 대상이 없다. 나는 무엇 때문에,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조바심을 냈던가? 무엇이 무서웠는가? 아니면 무엇이 불안했는가? 불안, 그것은 아버지 나라의 쉼으로만 잡히는 영혼 깊숙이 내장되어 아직도 꺼지지 않고 타는 불이다. ‘조바심을 잡아야 한다!’
- 17장 ‘조바심이 마귀다’ 중에서

본문만이 우리의 유일한 스승이다. 우리가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본문만이 말해줄 수 있다. 본문의 주장을 신뢰하며 그것을 기꺼이 수용하는 용기로써 삶을 기꺼이 수정하는 이가 성서에 의해 형성(formation)되는 그리스도인이다. 본문 앞에 진실하게 서는 그가 성서의 사람이고, 그의 인생은 본문이 움직인다.
- 19장 ‘칼을 갈아라’ 중에서

크리스마스는 “모든 노력을 중단하고 모든 힘을 그친” 이들이 보게 될 영원히 그치지 않는 사건이다. “하나님의 아들은 영원히 탄생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쉬지 않고 태어나시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2000년 전 예수의 탄생은 정치적 소요의 중심이었다. 탄생 이야기는 정치나 권력의 탈색화를 전제하고 읽을 수 있는 경건주의적 특권도 허용하지 않는다. “헤롯왕 때에”(마 2:1)로서 분명한 정치적 배경을 환기하는 그 이야기는 “유대인의 왕”(마 2:2)으로 예수가 탄생한 것을 분명히 한다. 탄생 이야기는 극명한 권력간 충돌 이야기다. 헤롯 권력(우주적 악의 세력의 일단一端)에 일대 소요를 일으킨 그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해도 힘들 간의 충돌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안에서 영원히 탄생하시는 하나님의 아들의 크리스마스 역시 자본주의-메가폴리스, 제국의 크리스마스에 대항하는 하나님 나라의 권능에 대한 위대한 시연이어야 하지 않을까?
- 4부 부록 ‘영원히 나시는 하나님’ 중에서

마들렌 쿠키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도착한 내 과거에서 하나님의 정의는 다른 어떤 것보다 내 경험 속에서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는 그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자기 주장하는 오만한 태도를 버렸다. 내가 주장하는 나에 대한 이해도 버렸다. 내가 가해한 그 피해자의 시선을 따라 침묵 속에서 다시 나를 보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혹하게 나를 재구성했다. 하나님의 정의는 얼마나 잔인한가? 그것은 얼마나 구차한가? 아니, 그러니까 그것은 얼마나 가혹한가? 그 잔인하고, 구차하고, 가혹한 정의에 따라서 비로소 나는 새로운 나에 개안했다. 나는 진실을 직면하게 하는 것이 진리의 일임을 고통스럽게 깨달았다. 이 책에 그 모든 과정이 낱낱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쓰기는 많은 것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사실 보여주는 딱 그만큼 은폐할 수밖에는 모순적 실천이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은폐했는지 찾아냈다면, 그것이 누군가의 가해자로서 산 내 인생의 추악한 단면을 당신이 포착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랬다면, 정말 그랬다면 부디, 긍휼히 여겨주기만 바란다.
- 후기 중에서

서문

제1부 사랑
1장 사랑은 위험하다
2장 보이는 사랑
3장 1과 한 영혼 사이
4장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5장 부부의 세계
부록 비움의 시학

제2부 회개
6장 회개하지 않으면 망한다
7장 다시 인어가 될 수는 없다
8장 뭘 찾는지 모른다고?
9장 하나님을 뵙고 있는가?
10장 비에우클레이데스 기하학과 예수의 부활
부록 마이 바디, 마이 초이스?

제3부 나라
11장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다
12장 천국을 돈으로 살 수는 없는가?
13장 성령과 은혜사회주의
14장 신시를 건설하라
15장 신의 한 수
부록 안식년의 비밀 해제

제4부 인생
16장 모든 일에 때가 있다
17장 조바심이 마귀다
18장 이게 누구 아들이야?
19장 칼을 갈아라
20장 집에 갔네
부록 영원히 나시는 하나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