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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서울 한가운데 시간이 멈춘, 시간의 우물 같은 곳.
시인 이상과 윤동주가 살며 시간의 생명을 노래한 곳 - 서촌.
서민들의 일상적인 삶이, 따뜻함과 아픔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서촌의 골목길에서 작가 이연철은 자살하려는 이들을 상담하면서 느꼈던 안타까움으로 ‘서촌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절망인 것 같은 현실이지만, 시간의 비밀을 찾아가는 서번트 장애아와 앞을 보지 못하는 예올이, 이 사회의 낙오자와 같은 공씨, 애꾸 아줌마의 이야기는 이 사회를 치유할 따뜻한 사랑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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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언제부터인가 인간의 생명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더 이상 희망을 말하지 않게 되었다. 치열한 경쟁과 타락, 돈, 가난, 시기, 질투, 열등감 등으로 인간의 생명을 값없이 여기는 풍조마저 생겼다. 저자는 그런 세상을 향하여 희망찬 생명에 대하여 얘기한다.

생명은 시간과 관련이 있다. 시간은 신의 속성과 가장 많이 닮았다. 하나님이 시간 안에서 인간을 포함한 천지만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생명과 시간은 함께 하므로, 생명의 훼손은 곧 시간의 훼손이다.
우리의 비뚤어진 자아 때문에 스스로 생명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왜곡시키지만 사실 우리를 그렇게 만든 주범이 있다. 바로 사탄이다. 사탄은 우리의 생명과 희망을 빼앗아간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을 대적해서 이 세상을 악하게 만들려는 사탄의 본성이다. 사탄이 노리는 것은 우리의 생명이다. 생명을 빼앗아 가는 방법으로 우리의 시간을 훼손시킨다. 시간 훼손의 결과는 죽음이며, 자살하게 만드는 것도 시간을 훼손시키는 사단의 전술이다.

소설 “서촌일기”에서도 “엘리사의 질투”(홍성사, 2006))에서 볼 수 있었던 작가의 상상력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작고 낡은 한옥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길. 끝인가 싶은데 가보면 다른 골목과 연결되어, 시작과 끝을 찾기 어려운 골목.
서촌에는 서민의 일상적인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서민들의 따뜻한, 그러면서도 삶의 아픔을 간직한 곳. 생명과 시간의 관계를 잘 드러내는 곳이 바로 서촌 골목이다.
서촌에 있는, 오래된 책방 대유서점 주인 공씨를 통해 지적장애아와 맹인 소녀가 은연 중에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 장애를 가진 소년과 소녀는 이 세상의 잣대로는 루저라고 불리지만, 시간의 비밀, 시간의 속성 나아가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는 본능을 가졌다. 만질 수 없는, 볼 수 없는 하나님은 이해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본능으로, 느낌으로 알게 된다.
이들은 부모의 왜곡된 삶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의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간다. 그것은 훼손된 생명을 찾고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시간을 수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3.14로 시작되는 파이(π)값의 한없는 숫자 나열. 소년은 엄청난 무리수를 외우면서 시간의 아름다움을 엿본다. 파이값에 시간의 비밀이 담겨있다는 것은 하나의 상징이다. 사실, 우리 주변의 자연과 사물 어딘가에도 시간의 비밀이 숨어있다. 모두 하나님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본성이 사탄에 의해 훼손됨으로써 시간의 비밀을 알아채는 능력이 무디어졌을 뿐.

시간의 비밀 문을 알아가는 소년과 소녀 앞에 방해자가 나타난다. 사탄이다. 사탄과 두 아이의 대결.
이것은 하나님이 태초에 인간에게 준 인간 본연의 순수한 모습을 되찾으려는 노력과 시간을 훼손하여 우리 사회를 악의 소굴로 만들려는 사탄과의 목숨을 건 싸움이다. 그 과정에서 도움을 주던 공씨의 죽음은 어쩌면 필연적인지도 모른다. 예수가 그랬듯이 생명을 구하려면 누군가의 값진 희생이 필요하다.
시간 안에 감춰져 있는 놀라운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마치 서촌의 어느 골목길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서촌의 숨결이 생생하다.
소설 “서촌일기”를 읽다보면 이상의 “오감도”와 윤동주의 “서시”가 지금도 그 골목에 떠다니는 것 같다. 그리고 윤동주의 그 언덕에 아직도 별빛이 내리고 있는지 보고 싶어진다.

주위의 사물과 바람, 햇빛, 향기를 악보에 음표로 그려내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음표가 아니라 숫자나 색깔로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우리 동네의 색깔은 진한 녹색인데 수많은 골목은 골목마다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골목에 고여 있는 공기와 냄새, 그 골목에 사는 사람들의 성품에 따라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투명한 녹색이 느껴지면 그 골목에 면한 어느 집에서 방금 남녀가 진한 사랑을 나눈 것이다. 연분홍색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아니다. 사랑은 연두색이다. 이른 봄날 처음 나오는 새순의 색깔 말이다. 할머니가 심하게 앓고 있는 집 앞에 가면 보랏빛이 떠오른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죽음이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나는 하나님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살아있는 사람을 죽게 할 것 없이 영원히 살게 놔두면 이별의 슬픔도 없고, 번거롭게 아기가 태어나게 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하나님은 뭘 모르는 게 확실하다. (50p)

공씨는 이런 말도 했다.
“신의 속성을 가장 많이 닮은 것이 시간이야. 신은 어쩌면 ‘시간의 덩어리’인지도 몰라. 시간의 근원이라는 의미에서 말이야.”
랍비가 말씀하는데 무슨 말을 묻겠으며 덧붙이겠는가. 랍비는 아는 것도 많았다. 그러니까 랍비지만.
“시간은 무겁고, 장엄하고, 낯설어. 장엄하지만 아름다움이 없어.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아름다움은 아니야. 하지만 그 시간을 인간이 제대로 사용할 때 비로소 시간이 아름다워진단다. 우리의 인생이 아름다워지듯이.
시간과 비슷한 것이 거룩이야. 사람들은 처녀의 처녀성(處女性)을 거룩하다고 표현하지 아름답다고 하지 않아. 거룩은 무겁고, 장엄하고, 낯설어. 처녀가 결혼하면 이제는 거룩하다고 하지 않고 아름답다고 하지. 거룩이 새로운 자리로 나아갈 때 아름다워지는 거야. 그래서 거룩한 시간을 우리가 잘 사용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그런데….”
공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요즘 시간을 훔치는 작자들이 나타나고 있어. 특히 우리 동네에.”(54p)
“지금이야 연립이지만 당시엔 낮은 한옥이었겠지. 문학사에 우뚝한 두 시인이 우리 동네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흥미 있지 않아?
그런데 그것보다 내가 주목하는 건 두 시인의 시선이야. 한 사람은 막힌 골목을 보았고 또 한 사람은 하늘을 보았다는 사실! 무엇을 보느냐, 거기에 따라 인생관이 달라진다는 걸 새삼 느껴. 너는 뭘 보며 사니? 네 시선은 어디에 두고 있니?”(102p)

시간은 혼자 있을 때 아무 의미가 없다. 이웃과 더불어 있을 때 의미를 갖는다.
시간은 공유하는 것이지 혼자 독차지할 수 없다. 시간을 누린다는 것은 결국 더불어 사는 삶을 뜻한다. 그게 공존이며 평화다.(112p)

“아빠 엄마가 합해서 2인 내가 태어났어. 그러니까 나는 2인 셈이고 너도 마찬가지야. 만약 너와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면 2+2=4가 되는 셈이야. 이것을 확대해서 먼 조상 때부터 계산하면 나는 2가 아니라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숫자인 거야.
우리 각자가 몸에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대단한 존재라는 뜻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특별한 존재 아닐까?
맞아.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귀중한 존재야. 비록 눈이 멀고 지적 장애가 있더라도 말이야.”(116p)

“시간이 멈추었다는 이 사건이 바로 <야살의 책>에도 기록되어 있다고 성경이 밝히고 있어,”
“아저씨는 믿어요? 시간이 멈추었다는 사실?”
공씨는 잠시 내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믿지. 너는 안 믿을지 모르지만.”
천만에. 나도 믿는다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참았다. 나는 오히려 공씨가 시간이 멈출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게 이상스러웠다. 그러나 무슨 근거로 믿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나 나나 보통의 사람들이 온전하게 수긍할 수 있도록 답변하기는 어려운 일일 테니까.(128p)

“구약 시대에 이사야라는 선지자가 말했지.
‘오직 너희 죄악이 너희와 너희 하나님 사이를 내었고, 너희 죄가 그 얼굴을 가리워서 너희를 듣지
않으시게 함이니’
쉽게 말해 죄가 인간과 하나님 사이를 갈라놓았다는 거야. 인간과 하나님 사이가 벌어져 있는 상태가 바로 죄라는 거지. 이 벌어진 간격에 시간의 비밀이 있지 않을까?”(163p)

나는 씁쓸한 웃음을 입에 머금었다.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혼자만 아는 것은 기쁨이기도 하지만 불행이기도 하다. 정상이 아니라고 손가락질 당하니까. 그리고 시간의 비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니 나도 일부분만 아는 데 불과하다.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은 나를 비정상이라고 할지 모른다. 어디 시간의 비밀뿐이겠는가. 내 코드에 맞지 않으면 다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게 요즘 세상 아니던가.(200p)

1부
1. 11p
2. 12p
3. 19p
4. 24p
5. 26p
6. 30p
7. 33p
8. 37p
9. 39p
10. 43p
11. 48p
12. 53p
13. 56p
14. 63p
15. 69p
16. 76p
17. 81p
18. 86p
19. 89p

2부
1. 95p
2. 103p
3. 107p
4. 111p
5. 113p
6. 120p
7. 124p
8. 129p
9. 133p
10. 135p
11. 140p
12. 144p

3부
1. 149p
2. 152p
3. 158p
4. 160p
5. 164p
6. 166p
7. 169p
8. 172p
9. 178p


4부
1. 185p
2. 187p
3. 193p
4. 199p
5. 201p
6. 205p
7. 208p
8. 212p
9. 216p
10. 21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