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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마주쳐 보았는가   박종숙 시집
창조문예 시선 008
소득공제도서정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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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종숙  |  출판사 : 창조문예사
발행일 : 2023-10-06  |  (133*205)mm 152p  |  979-11-91797-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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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표현의 두레박으로 사물에서 길어 올린 사유의 샘물

박종숙 시인은 가장 일상적인 소재들에 ‘생각과 표현’의 의장意匠을 개성적으로 살려냄으로써 평범한 사물이 깊이 있는 사유의 대상이 되게 하고, 새로운 미감을 자극하게 한다. 그는 사건과 시적 대상이 접하며 서정이 교차할 때마다 파생되는 감성의 화음을 놓치지 않고 길어 올려 타자의 가치를 새롭게 창조해 내는 언어 예술의 마술사이다.


[출판사 리뷰]

시를 포함한 모든 예술 창작 행위는 사물에 깃든, 사물이 함축하고 있는, 또는 사물이 감추고 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문학 창작이 그렇고, 조형예술이 그러하다. 예술은 한결같이 사물이 담고 있는 어떤 것을 드러내기 좋은 재료를 통해서 찾아내는 일이다.
여기에서 ‘어떤 것’은 가장 쉽게는 ‘주제’일 수 있겠지만, 예술 창작 행위가 뻔히 규정할 수 있는 주제만을 찾아내기 위해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어떤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의미와 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나 훌륭함, 비루함이나 고귀함, 정의로움과 비굴함, 헌신과 희생 등등 사람살이에서 빠질 수 없는 것들을 독창적인 안목으로 찾아내어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한 안목과 시선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타인과 눈을 맞추고 타자를 사유해야 한다. 타자를 사유한다는 건 차이의 인정을 전제하는 것이며, 타자를 불완전한 나를 보완해 주는 고마운 존재로서 환대하는 것이다. 박종숙 시인의 “눈 마주쳐 보았는가”라는 물음은 돈과 권력이라는 물신에 젖은 변별력만이 우대받는 현 사회의 세태 속에서 타자와의 관계에 집중한다. 작고 사소하여 지나치기 쉬운 존재나 일상의 순간들과 눈 맞추었을 때, 깨닫게 되는 잔잔한 조화의 화음을 따스한 감성으로 조율하여 그 내면화한 가치를 다시 발견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복숭아 알레르기

산기슭 서성거리던 눈발
등 떠밀려 넘어진 가지마다
꽃이 눈을 떴다

나비가 날개 접는 가지마다
맨발의 햇살 몸을 뒤집고
꽃놀이에 취한 바람 수시로 들락거렸다
점점 졸음 가누지 못하는 배꼽

거칠게 숨 몰아쉬는 여름
제 빛깔 재촉하며 과육을 살찌운다
불꽃 핥는 체온으로
씨앗 품은 몸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터지는 과육으로 흥건하게 젖는다
잎 속에서 터지는 수밀도
누가 먼저 손 내밀었을까

눈 깔고 돌아앉아 온몸 긁는다
몇몇은 알고 있었다
키득거리는 보들보들한 가시
혀 속에 숨겨놓은 달콤한 경고장


할 말 많은 입술 감아올리며
- 나팔꽃

할 말 많은 입술 감아올리며
아침 밖으로 걸어 나가는, 그 뒤를
이슬 뒤에 숨어 지켜보았다 누군가
앞서 걸었는지 뒤돌아보는 길목마다
시들고 있는 보랏빛 등

이른 햇살이 먼저 담장을 타넘는다
바람의 계단에 잠시 걸터앉아 있는데
뿌리의 주소가 같아서인지 가시 없는
줄기를 기둥으로 내준 속 깊은 해바라기
두 손 벌려 그늘까지 받쳐 준다

할 말 견디다 보면 입술 먼저 시들기 마련,
손 짚고 일어서려는데 발등이 가렵다
내려다보니 홀씨 불다가 입술 터진 민들레
어제 떨어진 햇살과 마른 꽃잎들
남몰래 주워 담느라 납작 엎드려 있다


반달

목이 말라 잠결에 눈을 뜨니
침대 모서리가 은은하다

반쯤 일어나 머리를 쓸어 넘기니
고된 하루를 틀어 올렸던 핀을 주워준다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을까
도시의 눈썹 깊이 잠들기를

바쁘게 사느라 잊고 살았던
밤낮 붙어살기에 더 멀어진,

이불 한 자락 슬쩍 걷어주니
오랜만이라며 옆에 와 눕는다
선잠 깬 이마 포근하게 어루만져주며
짙어진 눈썹에 입 맞춘다

누가 창문 열어놓았을까
아침에 눈 뜨니 양어깨가 시리다


수석을 엿보다

자정의 노래 붉은 담 타고 내려올 때
담쟁이가 무성한 소문의 등줄기 더듬고 있다
더듬다 보면 틈새의 언저리 찾을지 모르겠다

아직 들여다본 적 없으니 속사정 안다고 할 수 없다

오래 전 담 뒤편에 뛰어든 나비
낡아가는 담을 울리더니
날개에서 찢어진 북소리 들렸다

반쯤 눈 감고, 서로의 안 들여다보면
이 담이나 저 담이나 속사정은 비슷한데
수석 속에 들어있는 붉은 담은 애써
죽은 애벌레 같은 틈새 감추려 한다

그럴수록 담쟁이 얼굴 그늘이 짙어갔다
시인의 말


1부_ 사랑나무

가끔은 한번 길을 잃고 싶다
빈 강가에 서서
천승대
사랑나무
그 마음 펴들고
언제 눈 마주쳐 보았을까
용문사 물소리길
믿음의 동굴
그 집 나무
복숭아 알레르기
할 말 많은 입술 감아올리며


2부_ 갯벌에 불 지르다

반달
내 이렇게 살다가
선바위 시나모
한강
아궁이 입 열었다
갯벌에 불 지르다
누가 먼저 침묵을 깨야 할까
새해맞이
살구나무 카페
남도 시인
십자가 언덕


3부_ 무엇이 다른가

수석을 엿보다
산토리니
장지메
감자
몽블랑
퇴직 첫날
막전을 부치며
감사의 이정표
무엇이 다른가
119
공중에 떠 있는 섬


4부_ 귀 기울이는 바다

저녁 강
신고서 작성
귀 기울이는 바다
붉은 텃밭
내 언제 고양이 좋아했던가
수잔Suzan
별 그리다
귀 마주 앉아
립스틱 꺼내 보인다
눈시울 붉히는 감나무
포개진 그릇


5부_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또 하루가 저물어 간다

소라게 집
곰삭은 소리
누가 귓전 달구었을까
밸런스 게임
현관의 기도
구겨진 종이백
확 갈아엎고 싶다
제다 공항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단추 죄다 풀어버린 손


평설·사물의 깊이에 두레박을 드리우다
- 박종숙 시집 『눈 마주쳐 보았는가』의 시적 정서 고찰
이동희(시인·문학박사)
박종숙
1955년 전북 완주 이서에서 태어났으며 단국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08년 《시와산문》으로 등단, 시집으로 『걷는 나무』, 『옥수수의 힘』, 『모자가 보인다』, 『눈 마주쳐 보았는가』가 있다.
제12회 한국녹색시인상 수상, (사)시와산문문학회원, 한국녹색시인협회원, 한국문인협회원, 광화문 시ㆍ시나모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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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눈 마주쳐 보았는가
저자박종숙
출판사창조문예사
크기(133*205)mm
쪽수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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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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