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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쓴 글입니다   이소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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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소예  |  출판사 : 창조문예사
발행일 : 2022-03-08  |  (133*205)mm 136p  |  979-11-91797-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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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게 받아쓰다, 지상에서 가장 가까운 하늘을

이소예는 자신이 쓴 시를 자기가 쓴 글이 아니라고, 받아쓴 글이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말하는 시인을 그냥 겸손하다거나 솔직하다고 가볍게 말하고 지나갈 수는 없다. 시종 받아쓴 글임을 말하고 있는 시인의 목소리는 이미 어느 경지에 이른 듯이 담담하고 평범하다. 나는 그분이 부르시는 대로 받아쓰기만 했다고. 이 시인은 시종 진정을 다하여 말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이소예 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소시민의 온건한 생활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한 가정의 주부로서, 모성으로서의 완성을 지향하며 성실한 생활인, 선량한 시민으로서 충실하기를 소망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심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자연은 무엇보다도 친근하고 평이한 모티브를 제공한다. 그 자연은 절대자의 피조물로서 존재하며 자연 현상은 절대자의 능력과 은혜의 산물로서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시를 쓰는 작업도 자신의 능력으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자의 구술을 받아쓴다고 공공연하게 발표하고 있다.
_이향아(시인)
받아쓴 글

내 얼어붙은 창에 입김을 불어 넣은
온화한 말씀을 받아서 쓴 글입니다
귀 열어 더듬어 간 흔적입니다
내 열정을 좇는 날엔 기척도 없다가
외진 비탈길에서 길을 잃고 훌쩍일 때
얼어붙은 창마다 입김으로 녹여 주신
구름 위에서 받아 온 글
내가 쓴 시가 아닙니다
혼자서 쓴 시가 아닙니다
부르시는 대로 받아쓴 글입니다
단 한 편의 시도 온전히 외우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내게 보내온 음성, 행여 잊힐까
서둘러 저장하고 다시 저장한 글입니다
무딘 손을 빌려 그분이 일러 주신 진리
받아쓰기를 했을 뿐입니다
제 글이 아닙니다


새야, 이름 모를 새야

흔들리는 나뭇가지 헛디딜까
여린 발가락 곧추세우는 새 한 마리
겨울나무에 앉아 목청 높여 울어 쌓는다
절절히 흩어졌다 모여드는
피를 삼키는 소리
새야, 이름 모를 새야
너 소리 내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나도 너처럼 목청 높여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내 마음 흔들리는 광풍에 날개 치는 새야
나도 너처럼
울음 터뜨리고 싶은 날이 있단다
새야, 날개가 있어 부러운 새야
울고 웃는 네 소리에 하늘은 맑아
나는 오늘 이렇게 창을 여는데


가을길

가을 이야기를 주고받던
시월을 배웅해야지
가는 길에 무엇 하나 실어 보낼까
바삐 내려쓴 이별 편지를 싣고
맥박 뛰는 나목의 소리 들리는
구불구불한 산책길을 간다
가지 틈새로 보이는 저쪽 동네
빨간 지붕이 정겹다
뒤따라 가보자 더 멀리
사평로 하늘은 그대로인데
꼭지 붙은 돌배도 그대로인데
나는 왜 자꾸만 따라가는지 모를 일이다
반포천 새들도 날다가 걷는다
혼자 가라고 이쯤에선 손을 놓아야 하는데
유턴을 해야 하는데 모를 일이다
끝나지 않은 배웅이다


나 한 사람을 기다린 까닭

고된 항해를 마치고 항구를 찾아온 배들은
쉬고 있는데
대서양 태평양 소식을 내 나라 내 바다에 풀어 놓고
쉬고 있는데
시간을 놓친 내 배는 늦게라도 출항할 수 있을까

바닷길 잃어 늦은 배 기다려 줄 등대 같은 등대는
바다를 품다가 바다가 돼 버린 선장은 기다려 줄까,

여기 시간을 놓친 한 사람
망망대해를 건너 뭍에 닿으면, 물으리라
시간을 놓친 나 한 사람을 기다린 까닭을,
등불 올려 길 밝혀 기다려 준 이유를,
물으리라
물으리라


큰언니 짓

날계란을 택배로 보내왔다
또 언니 짓이다
거기서 서울까지 남도 천 리
있는 힘 불어넣어 깨지지 말라고
입김으로 채우고 채운 계란 상자
여린 계란이 먼저 알아차렸으리
단 한 알의 실금조차 없는 것이
고향 뜰 풀 먹여 키운 청계가 낳았다는
푸른 계란
오는 길 어찌 춥지 않았으랴
덜컹대지 않았으랴
서로를 붙들고 무사히 도착한 날계란
봄 뜨락 병아리처럼 노란
따뜻한 언니의 가슴
우주를 품고도 남는
그 가슴에서 태어난 빛 푸른 달걀
시인의 말


1부_ 받아쓴 글

늦었습니다
네, 그러지요
받아쓴 글
비율
새야, 이름 모를 새야
가을길
나 한 사람을 기다린 까닭
강물 따라 걸었다
전등을 끄며
동짓달의 말씀
십삼월

한강 둔치에서
봄이어서
그때는 몰랐다
연기
오후의 시선
울음 분석기


2부_ 시간을 담는다

월말
거리의 악사

검열
그런 때도 있었다
다리에 붕대를 감고
터키 여행기
등산로
사랑은 하나니까
지금 서초동 거리
제라니움처럼
건널목에서
앉은뱅이꽃
야생초
은총
양파
해는 벌써 중천을 지나는데
시간을 담는다
겉옷


3부_ 길 잃지 않게 하소서

신반포역에서
약속이다
길 잃지 않게 하소서
소식 중 소식
나를 데리고 어디로 좀 가자
낙엽 가마니
낚시터에서
입을 다물라 하네
발품
후회
휴가 떠난 명절
흔들리고 싶어
흙의 품
병상일기 1
병상일기 2
잡초
휘파람 불며
인공눈물


4부_ 날고 싶다

비타민 줄기
나 언제 집으로 데려갈래
봉황로 그 길
이병 엄마의 겨울
엄마의 도화지
작은아버지
잼, 잼
종이연 줄
너는 어렸으니까
아버지
당신에게
섣달그믐의 종소리
4차원의 언어
큰언니 짓
겉잎
앉아서 간다
날고 싶다
하늘로 띄워 고백하는 일


이소예의 시를 읽는다
지상에서 가장 가까운 하늘을_ 이향아(시인)
이소예
2014년 월간 《창조문예》 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수요시학당, 연지당시담회, 문학의집·서울 회원.

작품집
시집 『받아쓴 글입니다』가 있으며,
공저 『강물처럼 흐르다』, 『2020 봄은 없다』, 『무슨 색깔을 좋아하세요』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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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받아쓴 글입니다
저자이소예
출판사창조문예사
크기(133*205)mm
쪽수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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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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