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字를 넘어 靈으로 - 헬라어 원어 묵상
서울신학대학교 김영인 교수의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52주 동안의 영혼 재충전, ‘헬라어 수업’ 헬라어 수업은 헬라어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풀어가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주며 동시에 생소한 헬라어를 이해하기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헬라어라니요? 우리 삶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는 언어 같이 느껴지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 “어! 내가 아는 단어인데, 이 말이 헬라어였어?”하고 놀랍고 반가운 순간을 종종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SNS나 짧은 문자 메시지로 소통하는 것에 대해 익숙해지면서, 문장이 해체되고 단어의 뜻이 왜곡되는 언어의 혼란이 심해지는 때입니다. 물론 바쁜 일상에서 짧은 단어나 이모티콘으로 감정과 기분을 서로 소통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은 훨씬 더 깊고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지적으로 바르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언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능력이 겸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말할 때 사용하는 단어나 말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과 지성 그리고 내면의 성숙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언어란 한 인간의 살아온 흔적이며 고유한 능력이자 자산입니다.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의 근간은 소위 3대 고전어인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에서 파생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삶에 깊이 내제되어 우리의 생각과 말 그리고 삶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헬라어를 마치 땅속 깊이 있는 보물을 캐 내 듯이 헬라어를 찾아내어 그 원뜻을 알아보고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봅니다.
이 책 <<헬라어 수업>>을 읽으면 헬라어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친숙한 단어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생각 없이 사용해 왔던 많은 단어들 가운데 그 단어의 원천이 헬라어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새삼 놀라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 일상의 삶에서 매우 친숙하게 사용되는 헬라어를 보물을 캐내듯 찾아내어 그 단어의 원천과 변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 단어의 고유한 뜻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듯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의 글을 읽는 동안에 우리의 말은 더욱 아름다운 빛이 나고, 우리의 내면은 더욱 맑아져 높고 깊은 차원의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줍니다.
이 책의 더욱 유익한 점은 헬라어를 매일 한 단어씩 배우며 묵상할 수 있는 주요 365단어가 잘 정리되어 있으며, 그리고 헬라어에 더 관심을 갖는 분들을 위해 특별히 저자께서 친절하게 잘 정리한 기초 헬라어 문법까지 수록되어있습니다.
[출판사 서평]왜 갑자기 헬라어 수업인가? 꼭 그렇지만 않습니다. 조금만 둘러보면, 헬라어 혹은 이전에 희랍어(希臘語)라고 알려진 이 언어는 그렇게 낯설고 멀리 있는 언어만은 아닙니다. 한때 영어 단어를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배우고 암기하려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다 구입해서 갖고 있던 속칭 ‘바퀴벌레’ 라 불리던 Voca 22000, 33000만 보더라도 고급 영어 단어의 많은 어근들이 헬라어 혹은 라틴어에서 파생되고 유래했다고 소개합니다.
그 이유는 고급 교양 영어 단어 중 많은 부분이 헬라어에서 왔다는 사실때문입니다. 그리고 헬라어의 알파벳에 불과한 알파, 베타, 감마, 델타, … 오메가란 글자들은 수학과 과학의 영역 에서 또 얼마나 많은 기호와 전문 용어로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까! 이 모든 것이 헬라어를 통해 전해진 영향과 그 결과들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헬라어는 그리 생소한 언어는 아니라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언어의 하나입니다.
호모사피엔스에서부터 포스트모던에 이르는 인류 정신사의 흐름 속에서 헬라어를 공부해야 하는 의의를 찾는다면 그것은 인문의 원천(源泉)으로 가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달리 말할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라는 문예부흥과 그 여파로 촉발된 종교개혁의 근본 정신을 살펴보면 그것은 모두 원천(ad fontes)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원천,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이 인문 운동과 종교개혁 운동 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사람을 중시하던 고전 그리스 시대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며, 기독교 신앙의 본질인 하나님 사랑과 사람(이웃) 사랑의 정신을 회복하려는 것입니다.
한 시대의 정신과 사상은 자명하게 말과 글로 남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과 원천으로 가려는 인문 운동과 종교개혁의 길목에 헬라어라는 언어가 놓여 있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로테르담의 인문학자인 에라스무스 (Erasmus of Rotterdam)는 번역된 성서의 도그마와 자의적인 해석 으로부터의 해방을 갈구하며 헬라어 신약성서를 출판했습니다. 또 종교개혁의 아버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도 중세 교회의 예배와 예전을 위해 공인하여 상용하던 라틴어성서 불가타(Vulgata)를 거부하고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문에서 직접 번역한 독일어 성서를 독일인에게 보급하고자 애썼습니다. 이들의 모든 수고와 노력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과 어느정도 괘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헬라어라는 고전어 안에 그 역사의 숨결이 녹아 있는 것입니다.
이 책 『헬라어 수업』에서 다루는 헬라어는 현대 헬라어(그리스어)와는 좀 다른 고전 헬라어입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훈민정음 처럼 현대 헬라어의 조상 언어라고 할 수 있는 고전 헬라어입니다. 고전 헬라어(Classic Greek/Ancient)라니? 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고전 헬라어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류 문명사의 위대한 철학자로 일컬어지는 소크라테스(Socrates) 와 플라톤(Platon) 그리고 피타고라스(Pythagoras) 등과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상과 결과물이 바로 이 고전 헬라어로 저술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호메르(Homer)의 서사시 일리어드(Iliad)와 오딧세이(Odyssey)뿐 아니라 기독교의 경전인 신약성서도 이 고전헬라어의 카테고리 안에 속합니다. 고전 헬라어의 카테고리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오랜 역사 속에서 고전 헬 라어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고전 헬라어의 다 양한 갈래에 대해서는 다음에서 좀 더 살필 것입니다.
요즘 이 오래된 고전 헬라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예, 물론 있습니다.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우선 고전 철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려는 사람이라면 번역서에 만족하지 않고 당연히 그 원문을 자신이 직접 읽고 번역하여 자기 만의 해석과 주장을 하고 싶은 의욕이 있을 것입니다. 이 또한 자신이 직접 우물을 파고 그 원천에 도달하려는 인문정신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욕심을 더 가질 법 합니다. 신학은 언어학이라는 별칭이 있는 것처럼,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소위 3대 고전어인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를 습득해야 하는 과제와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설교자들은 성경 원문 연구라는 두레박을 가지고 진리의 깊은 우물에서 물을 깃는 것을 사명 과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더구나 열심 있는 신앙인들도 어느새 그들의 QT(성경묵상)는 헬라어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이 책 『헬라어 수업』은 조금은 생경하고 부담스러운 헬라어 공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되려고 합니다.
이 책에는 365개의 헬라어 단어가 망라되어, 52주간 묵상할 수 있게 꾸며졌습니다. 크게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4계절로 짜인 이 책은 한 해 동안 쉽고도 자연스럽게 헬라어와 연관된 단어와 주제 들은 묵상할 수 있게 구성되었습니다. 혹시 조급한 독자라면 한 해가 아니라 시론 형식으로 써 내려간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거나 주제별 로 선별하여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에서 다루는 텍스트가 고전 철학의 텍스트가 아니라 신약성서의 텍스트 를 매개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저자가 신약성서 텍스트를 중심으로 성서의 본문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학자이기 때문입니 다. 이 점을 부디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책을 통해서 헬라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성서의 말씀을 따라 그 길로 편안히 들어 설 수 있는 작은 오솔길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