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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일생이다   고재갑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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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고재갑  |  출판사 : 창조문예사
발행일 : 2019-09-20  |  (133*205)mm 128p  |  979-11-86545-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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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남기고 가는 고재갑의 노래,
그의 사랑이면서 자존심인 시

고재갑 시인은 우리가 날마다 부딪히는 일상생활에서 포착한 일들을 철학을 담아, 과장과 인위적인 수식 없이 쉬운 말로 표현한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생각을 시적으로 구성하는 시인의 마음, 생활을 시적으로 분석하는 시인의 생각, 시적으로 살려는 시인의 특별한 의지와 만날 수 있다. 이 시집이 출간되기 전에 고재갑 시인은 유명을 달리하였다. 이 시집에 기록된 하나하나의 어휘들은 고재갑 시인이 생명의 마지막 힘을 쏟아 발음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출판사 리뷰]

하나님, 당신의 낙원에 이 시인을 받아 주소서

고재갑 시인의 시집을 엮는다. ‘축하한다’는 말은 너무 흔해서 우리의 진정이 담길 수 있을까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우선 축하한다는 말부터 해야 할 것 같다. 그가 생존해 있을 때 시집이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는 내일도 약속할 수 없는 위중한 병상에서 열심히 시를 정리하였고 시집 출판을 위해 마음을 썼다. 시집 제목은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몇 편을 어떻게 실을 것인가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여 내게 알려주었다.

문학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문학’보다 ‘문인’이 되는 것을 선호하고, 좋은 시를 쓰는 데 마음을 두기보다는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데 정신을 쏟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고재갑 시인은 시 앞에서 겸손하고 단정하였다.
고재갑은 2016년 4월 월간 <창조문예>에 나의 추천을 받아 시인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작품은 어느 것이나 수준이 고르고 완성도가 높았다. 그리고 시를 쓰는 그의 자세는 시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문학을 바라보는 고재갑 시인의 마음가짐이 순수하였으며 경건에 가까울 만큼 성실하고 진지하였다.

고재갑 시인의 시 가운데에는 생명을 옹호하고 자연을 옹호하는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시인은 자연을 ‘스스로[自] 그대로[然] 사는 일’이며 억지 부리지 않는 삶이라고 해설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재갑 시인은 삶을 탐욕스럽게 부풀리거나 무리하게 대응하지 않으며, 그것은 죽음의 바로 곁에 있는 친숙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시에 ‘이별’, ‘헤어짐’, ‘죽음’이라는 어휘들이 많은 것도 우리에게 자신의 생사관에 대한 일면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는 죽음이 이별이나 헤어짐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어둠이나 절망, 공포와 연결하는 대신 삶을 부여받은 생명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사명으로 여긴다. 고재갑 시인은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나라에 갔을 것이다. 그가 죽음은 삶의 또 다른 형태이며 질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 이향아(시인, 호남대학교 명예교수)
불혹을 지나 지천명
머릿속엔 온통 헝클어진 파일
겸손을 빙자한 오만이 득실대고
시간을 아끼는 척 세월을 낭비한다.

들어주기보다 말하기가 앞서고
위로하기보다 위로받기에 익숙하며
죽기를 다하여 살아야 하는 것을
살기에 집착하여 죽어 가고 있고
놓으면 가벼운데 붙들어서 무겁다.

밤하늘의 별빛은 광년光年을 달려왔다 하거늘
백년도 안 되는 초라한 달란트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 앞서
서둘러 가슴으로 느껴야 할 일 많은데
몇 번씩 살아본 양 의연히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부상병처럼 나만 홀로 삶이 서투르다.
- 〈아직도 나는 삶이 서투르다〉 전문


너무 늦지 않은 시간, 아직은 길거리에 사람들이 오가는 시간, 그때쯤이 도착하기에 참 좋을 것이다. 나는 심부름을 가고 있다. 작은 보퉁이에 뭐가 들어 있을까. 철없는 아이처럼 발부리에 걸리는 돌멩이를 걷어차면서 간다.

집을 나설 때는 제법 단정한 차림이었다. 장터를 지나며 하릴없이 고개를 기웃거리고. 모두가 낯설고 모두가 정겨운 것이 이상했다. 동무가 생겨 마음이 즐거웠다.
별말 없었어도 내 마음을 다 이해해 주었고, 나 또한 그를 알 수 있었다.
가볍게 헤어질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분으로 헤어졌기 때문이다. 한낮이 되어 참 더웠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삭정이 같은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시방은 세차게 바람이 분다. 금방 잠잠해질 거라고 믿으면서 걷는다.

지금 나는 누구의 심부름을 가고 있는 것일까. 왜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어쨌든 가야 한다. 도착할 즈음은 역시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고, 산들바람이 불어서 슬픔과 어우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없으므로 누구의 심부름인지, 무슨 심부름인지도 궁리해 보아야겠다.
- 〈심부름〉 전문
1부_ 바람이 스친다

누가 더 슬픈가를 따지지 마라
이 여름 이야기
목마름
내가 나에게
심부름
꽃을 바라보다
외롭다 말하지 않으려네
역시 그리움인가
봄의 어원
사랑과 용서로
사랑은 들꽃으로 피어나고
산은 언제나
작은 씨앗 하나
바람이 스친다
비로소 편안하다
살아 있는 시간
더 멀리 날지 못할까
그저 그리움
소묘
생명에 대한 예의

2부_ 고향 꿍쳐 먹은 놈

솔직히 말하여도
아비가 되다
내 마음에 색깔이 있다면
사랑하는 아이에게
비둘기와 노숙자
함씨와 할압씨
낙엽의 계절
눈 오는 날
출생
한 줄기 바람으로 불어와
오랜 잠
포말
동해안의 스케치
아직 그 자리
가을 소회
첫사랑의 기억
호우주의보
숲, 드러나다
고향 꿍쳐 먹은 놈

3부_ 아직도 나는 삶이 서투르다

사랑, 그 영원한 밀어
함부로 기도하지 마라
새살이 돋게 하소서
미웠던 사람도 그리울 때가 있다
시인을 만나다
떠난다는 것
버리고 갈 것들
추락한 천사
구겨 쓰는 창세기
아직도 나는 삶이 서투르다
외로움은 그리움이 되고
청둥오리
도시의 유목민 1
도시의 유목민 2
새벽에 만나는 영혼
빈센트 반 고흐
폐허를 짓다
은하철도 999
니체의 신

4부_ 오늘과 헤어집니다

스스로 그대로
그날 이후
오늘과 헤어집니다
망향
휴식
오후
때와 곳
고구마
변장
길을 나서며
횡단보도에서
당연하지 않다
목적지
다시 오는 가을
얼마나 놀라운 생명인가
나는 할 말이 많다
스스로 위로하다
세월 먹기
객관의 허구

고재갑 시인의 시를 읽다 _ 이향아
고재갑
시인 고재갑은, 1954년 전라남도 고흥군의 나로도에서 태어났습니다. 필명인 ‘나로’는 고향인 나로도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60세의 나이에 숭실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문학의 숲 연지당 사람들’에서 활동했습니다. 2016년에 《창조문예》를 통해 등단한, 산과 바다와 시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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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하루가 일생이다
저자고재갑
출판사창조문예사
크기(133*205)mm
쪽수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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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201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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