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로어리처드 로어 신부(1943- )는 프란체스코회 신부로서 특히 동방교회 전통과 카를 융의 정신분석학을 공부한 후 애니어그램을 가르쳤고, 1986년에 “행동과 관상 센터”를 설립했다. 그는 오랜 영적 지도와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불멸의 다이아몬드』, 『물 밑에서 숨 쉬기』, 『야생에서 아름다운 어른으로』 등 20여 권의 주옥같은 책을 발표했다. 오늘날 인류문명과 교회가 영적인 위급상태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는 그는 토머스 머튼을 이어 묵상 전통을 되살려내기 위해, 논리(말) 중심의 플라톤적인 탈육신 종교 대신에 예수와 프란체스코의 화육(성육) 정신을 바탕으로 대안적 정통주의를 제시한다.
“영성으로서의 성경”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의 에고의 자기방어적인 특성, 곧 철저한 삶의 변화(회심)를 거부하며 하느님마저 통제하려는 에고의 특성과 이분법적 사고방식 때문에 흔히 성경과 영성을 서로 분리시킨 것을 다시 하나로 결합시킨다. 그는 “성경에 관해 수많은 설교와 강의를 하면서 나는 실망할 때가 많았다”는 자신의 솔직한 경험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그는 성경을 읽으면서 주로 지식(정보)을 추구하거나,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처럼 서로 옳고 그름을 논쟁하는 일에 열심이거나, 또한 외적 권위에 의존한 채 자신의 영적 경험에 근거한 내적 권위를 찾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진정한 영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하느님의 신비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은 필연적으로 낯선 것을 향한 여정”이라는 전제 아래 “성경의 정말로 중요한 주제들”을 성경의 “숨겨진 지혜”라는 관점에서 하느님의 신비에 접근하는 영적 돌파구들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한다. 우리의 에고가 지닌 여러 특성들과 이분법적 사고방식, 그림자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성경의 낯선 지혜와 은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를 지적하면서, 창조, 원죄, 선악과, 노아의 방주, 유일신론, 귀신 들림, 현존, 부활의 신비, 건강한 종교, 율법과 은총의 관계, 신비주의와 기도 전통의 필요성, 빛의 영성과 어둠의 영성, 광야의 영성과 산꼭대기의 영성, 제자도, 성만찬의 의미 등을 인간 의식의 성숙과 연관시켜 새롭게 해명한다. 특히 프란치스칸 전통에서 속죄론을 해명함으로써 예수께서 얼마나 급진적인 종교 개혁자이셨는지를 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