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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안에 온존하고 있는 친일파 전통을 분석하고 그 실체를 드러낸 몇 가지 사건들을 선별적으로 다룬다. 한국교회가 짠맛을 잃고 길가에 버려진 소금처럼 세상의 조소의 대상이 되고 조롱당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가를 밝힌다. 배교, 우상숭배, 백귀난행, 민족배신 등의 과거사에 대한 참회고백이 없었고 역사바로세우기가 실패했다는 것을 논한다.
장로교의 한부선 목사 해벌 사건(1950), 출옥성도 제거 사건(1951, 장로교 제1차 분열), 신사참배 결의 취소성명서 사건(1954), 김양선의 한국기독교해방십년사 출판 금지 사건91958), 한신대학의 역사날조(1990), 유호준의 착종 논리(1993), 주기철 목사 복권 사건(1997), 주기철 복적 사건(1997)은 모두 친일파 전통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한국기독교가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가 하는 것은 민족사적인 차원에서도 비판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주제이다. 이 책은 일제 말기와 광복 후의 한국교회 역사를 성경, 신학, 양심의 잣대로 분석한다. 한국교회가 과거사를 통절히 참회하고 불행한 역사를 단절해야 건전한 신앙고백공동체로 재출발할 수 있으며, 실추된 위상을 회복해야 양심의 교사다운 권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교회가 성경말씀에 따라 철저히 개혁되고 그리스도의 성결한 신부로 거듭나 희망찬 미래를 향하여 행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본문 176~180쪽 '13 가룟 유다의 은전'중에서]

정신대학의 주기철 이름 재등재 건에 대한 장신대학 교수회의 "만장일치" 결의와 총장의 거창한 복적 선포 행사는 누락된 이름의 재등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전술했듯이 주기철을 이용하여 대어(大漁)를 낚고 싶었던 것이다. 평양신학교에 대한 정통적 계승을 주장하는 몇몇 학교가 있는 가운데 장신대학이야말로 평양신학교를 정통적으로 계승하는 학교란 것을 만방에 알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신대학이 평양 장로회신학교를 정통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것과 장신대학만이 정통성을 가졌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했던 것이다.
장신대학은 끔직한 과거사 문제를 다루면서도 조상들의 비리에 대한 참회고백을 하지 않은 것은 예사롭지 않다. 하나님, 교회, 순교자들, 수진수난 성도들, 그 가족들, 민족에 대한 한 마디의 참회고백도 없었다.
주기철이 목숨을 잃고 그의 가족이 사경을 헤매던 일과 직결된 사건을 다루면서 도리어 그것을 자파의 위상 향상이나 자학교의 정통성 확보의 수단으로 삼은 것은 죄 없이 십자가에 달려 고통당하고 신음하는 자 곁에서 이루어진 가룟 유다의 은전 헤아리기와 다를 게 없다.

통합측 교단의 주기철 목사복권 결의와 선포 행사도 마찬가지이다.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드러냈다. 복권 선포 진행 과정이 그것을 명백히 증거한다. 총회장 박종순은 주기철목사복권 선포문에서 주기철에 대한 교회의 면직 결정은 "불법"이었다고 지적했다. 불법이란 그 결정과 시행이 무효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효하다면 본래의 파직 결정은 주기철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복권은 불필요하다. 총회장은 그것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노회와 총회가 복권을 결정하고 거창한 교단적 행사를 가지는 것을 묵과했다. 자기 자신이 그 일에 동참하여 목사복권을 선포했다.
주기철 목사복권 선포식은 명백하게도 복권 그 자체에만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기철은 자파의 인물로 끌어들여 자파의 위상을 높이려고 한 것이거나 아니면 자파만이 주기철의 목사직을 복권할 수 있는 기구적인 연속성(continuity), 고전성(antiquity), 정통성(orthodoxy)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고 한 것이다. 적자성 확보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주기철을 타교파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동노회는 주기철의 목사복권을 결정하고 선포식을 가지는 과정에서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서둘렀다. 목사의 장립, 파면, 해벌은 노회 석상에서 결정한다. 그러나 서울동노회는 임원회의 결의로 복권안을 통과시켰다. 차기 노회가 모일 때까지 기다릴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노회를 임시 대행하는 임원회가 그것을 결정했다. 노회는 총회 임원회에 그 결정 사실을 알렸다. 총회장이 목사복권을 선언해 줄것과 그 복권 결정을 총회차원에서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총회 차원에서도 서둘렀다. 총회 임원회는 서울동노회의 요청에 따라 서둘러 그것을 "흔쾌히"허락했다. 역시 총회 석상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총회를 임시 대신하는 임원회의 결의로 결정했고, 그것을 총회적인 결의로 한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 총회장이 목사복권을 선언하게 한 것은 그러한 목적 때문이었다.

서울동노회와 통합측 교단 총회가 서둘러 일을 진행한 데에는 특별한 까닭이 있었다. 예장 독노회라고 하는 작은 교단이 한발짝 앞서서 주기철 목사복권을 결정하고 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독노회는 후암동산정현교회의 주도하에 주기철 목사복권을 결정하고, 축하하는 행사를 가졌다. 최상순 목사(장신대학 신학대학원 졸업생)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독노회의 결정과 축하 행사는 통합측판 복권 행사가 있기 반년 전, 곧 노회 한 회기 전에 거행되었다. 독노회의 주기철 목사복권 행사는 주기철 증후군에 힘입어 교계 매스컴을 타고 전국에 보도되었다.
독노회는 이기선, 채정민, 방계선 목사 등 북한지역에 머물러 있던 출옥성도들의 후예이다. "혁신복구파"로 불린 북한의 재건 "독노회"를 계승한다고 선언하고 시작한 교단이다. 이들이 주기철 목사복권을 결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독노회 총회(1983)는 총회 차수를 1938년부터 1945년까지, 7년은 가산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우상숭배를 행하던 장로교회를 "교회"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기구가 결정한 주기철 목사 파면은 유효하지 않고 목사복권도 필요치 않다.
독노회 선조들은 일제 말기의 이른바 한국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이단을 주창 혹은 [그것에]종속[된]범죄 직분에 대하야 여하한 권징이 없이 복회 속직하는 것은 정당한 회개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선언했다.

7,8년 간 죄를 죄 아니라고 하면서 거짓말로 교회를 이단으로 인도해 왔으니, 신앙 입장에서 생각하면 하나님 두려워서 감히 직분을 계속 못할 것이요, 또 양심이 조금이라도 밝아졌다고 하면 신자와 불신자를 대하기가 부끄러워서도 회개의 표가 없이는 그냥[강단에]설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1938년에서 광복까지의 한국교회는 "이단"이라는 것이다. 이단 기구의 치리회적 결정은 유효하지 않으므로 목사복권은 필요치 않다.
다수의 출옥성도들은 신사참배를 결정한 제27회 총회(1938)에서 광복의 1945년까지 7년 동안 교회의 흔적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배도자들의 안수례와 성례를 부정하지도 않았다. 다만 우상숭배를 거부한다는 까닭으로 내린 목사면직, 제명, 해직 등 치리회의 결정을 무효한 것으로 보았다. 일정기간 공적으로 자숙(참회권징)을 하고 참회하여 다시 출발함으로써 단일 장로교회를 건설하자고 했다.
아무튼, 주기철은 독노회의 결정과 선언에 의해 목사로 복권되었다.
만약 통합측 교단이 주기철의 목사 복권 그 자체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곧 "주기철을 목사로 복건시켜 드리는 일"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통합측판(version)목사복권을 결정하고 선포할 필요가 없었다. 독노회에 의해 목사복권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관련자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이유로 결정과 행사를 서둘러 진행한 것은 주기철을 다른 교단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독노회가 이미 목사복권을 결정하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통합측판 주기철 목사복권과 행사를 추진한 자들이 독노회의 주기철 목사 파면 문제에 대한 지상 보도를 접했고,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 일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주기철이 복권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서 서둘러 통합측 관계자들에게 이 점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통합측 교단의 목사복권 행사의 목적은 이처럼 단지 주기철의 명예회복과 그 유족의 "한풀이"에 있지 않았던 것이다.
주기철을 독노회에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머리말
차례

Ⅰ.양심의 교사
1.한국교회 친일파 전통
2.양심을 잃은 양심의 교사
3.템플턴 상 수상자의 양심선언

Ⅱ.교권주의 전통
4.한부선 목사 해벌 사건
5.주기철 목사복권 사건
6.죽은 자에 대한 처리
7.목사직은 작위인가?
8.목사파면은 유효한가?
9.평양노회와 서울동노회
10.표류하는 순교신앙

Ⅲ.주기철과 장신대학
11.장신대학과 총신대학
12.주기철 복적 해프닝
13.가룟 유다의 온전
14.정통성과 유전
15.주기철의 교회사적 의의
16.신바리새주의
17.장신대학의 신앙노선

Ⅳ.한신대학과 과거사 문제
18.김재준.정하은의 궤변
19.우상숭배 신학
20.호기
21.한신대학의 역사날조
22.역사의 아이러니

Ⅴ.우물에 독 뿌리기
23.취소성명서
24.총의
25.무너진 권징체계
26.홍택기의 과거사 청산 방법
27.똥오줌통 '물세례'사건
28.친일파 손들어주기
29.메이첸파
30.고장난 도량형기
31.누가 분리주의자인가?
32.3세기 기독교인들

Ⅵ.새 술을 낡은 부대에
33.민족정기 회복의 실패
34.정춘수의 자기숙청
35.기독교인들의 장단맞추기
36.유호준의 착종논리

Ⅶ.청산해야 할 과거사, 새 시대를 향한 비전
37.조상의 범죄와 자손의 참회 과제
38.일본기독교의 양심선언
39.연합과 일치의 조건
40.역사바로세우기:마무리 말

참고문헌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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