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33년에는

세계 인구가 2억 5천만 정도였고

라틴어가 아닌 그리스어가 널리 사용되던 공용어였으며

세계 인구의 절반이 중국과 파르티아, 로마 제국에 살았으며

브리타니아는 곰과 독수리들의 낙원이었고

<카마수트라>가 집필되기 시작했으며

동방의 사치품 구입으로 로마의 국부가 낭비되고 있었고

도시 문명은 동쪽의 한국을 시작으로 서쪽의 이베리아 반도에서 끝나고 있었다.

서기 33년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종교 지도자 한 사람이 로마 제국의 변방 식민지에서 죄인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 해이다. 이 종교인의 죽음은 기독교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결국 세계사의 흐름을 뒤바꾸어 놓았다. 우리 모두는 지금 그렇게 형성된 세계에 살고 있으며, 현재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예수라는 이름의 이 종교 지도자를 구세주로 믿고 따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 중요한 연도에 로마와 그 변방 예루살렘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예수라는 실존 인물이 어떻게 살다가 죽었으며 부활했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별로 없다. 물론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에게 예수의 죽음과 부활, 초기 기독교 교회의 탄생 과정은 단순하고 명백한 것이다. 그것은 신의 의지의 실현 과정이자 신의 섭리가 실현되는 하나의 과정으로써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인이 아닌 많은 사람들, 그리고 기독교인이면서도 여전히 인간적이고 지적인 호기심이 유별나게 강한 사람들에게,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고 모순적인 혼돈의 과정으로 여겨질 뿐이다. 오래전부터 이런 의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내놓았다.

유다는 왜 갑자기 예수를 배신했는가? 아무런 영향력도 없던 일개 시골 출신의 선지자를, 모든 종교적 권위와 세속적 권력을 이미 쥐고 있던 예루살렘의 제사장들은 왜 죽이지 못해 그토록 안달했는가? 빌라도의 부인은 왜 남편으로 하여금 예수를 재판하지 말라고 간청했는가? 빌라도는 왜 예수의 무죄를 세 번이나 확신하고도 그를 사형에 처했는가? 예수가 행했다는 기적들과 부활은 사실인가? 허구인가? <신약성서>의 복음서들은 전기나 역사인가, 아니면 후대 사람들의 상상력이 동원된 픽션이나 신앙고백인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나름의 역사적 접근법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 책이 바로 <AD33>이다. 저자는 여러 차례의 답사와 수많은 역사서들의 도움에 힘입어, 서기 33년의 세계와 로마, 예루살렘과 갈릴리의 모습을 복원했다. 예수를 둘러싼 제자와 친족들, 고향 사람들, 당시의 예루살렘 사람들, 예루살렘의 성직자들, 로마의 황제와 유대 지역에 파견된 관리들, 그리고 그 주변의 인물들과 이들 사이의 관계들을 조명함으로써, 예수가 처했던 당시의 상황들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물론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는다. 특히 예수를 구세주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근본문제에 관한 한 여전히 역사적 지식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서기 33년의 이야기가 기독교인들에게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믿으며, 예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당대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그들의 종교적 신념을 더욱 굳건히 하는 데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해하는 자는 더 분명히 믿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