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나는 세상 짐을 지고 묵묵히 내 길을 걷고 있다.  
                    짐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지혜는 비움과 내려놓음이리라 ●

나는 산이 가까이 있고 강이 흐리는 시골에서 자랐다. 찡하고 빙판에 금 가는 소리를 들으며 봄이 오는 자연의 순서를 깨달았고, 뻐꾸기 울음 소리가 지창에 부딪쳐 오면 도시로 공부 나간 누님을 그리워하곤 했다. 변변찮은 아들에게 베푸신 유별났던 어머님의 사랑은 필설로 다 할 수 없고, 아버지의 뒷모습 속에서 또 다른 깊은 사랑을 느끼며 자랐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나는 부모님 곁을 떠나 대구에서 객지생활을 했다. 그리고 대학은 모든 것이 생소했던 서울에까지 와서 공부하게 되었다. 석조 본관 앞, 라일락 향기가 진동했던 5월의 교정에서 연인에게서 온 편지를 몇번이고 되읽었던 학창 시절을 회상해 본다. 다정다감했던 그 시절 그리운 친구들의 모습도 떠올려 본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변했다. 세월은 한나절 햇살처럼 빠르게 나를 중년의 나이로 옮겨 놓았다. 누님의 얼굴에도 잔주름이 늘었고, 나를 그토록 사랑하셨던 부모님은 학사모를 쓴 아들의 모습도 보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한때 지순한 사랑에 빠졌던 연인도 간 데 없고, 친구들도 동창 모임이나 간간히 주고받는 전화로 고달픈 삶을 확인 할 뿐이다. 저마다 삶의 길목을 고달프게 걷다가 지친 그림자만 남긴 채,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참 평안을 사람이나 세상에서 얻지 못함을 나는 일찍이 체험하면서 살아왔다. 세인들은 짧은 인생을 나그네 길로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돌아갈 집이 있는 나그네에게는 소망이 있다.분명,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죽음과 내세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지혜와 부귀영화를 누렸던 통일 이스라엘의 3대 왕 솔로몬은 성경 전도서를 통해 이렇게 고백했다. "헛되고 헛되고 모든것이 헛되도다" "일의 결국은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 지혜의 사람이 내린 인생의 결론이다.
- 본문 나그네 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