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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의 제비는 가장 높은 차원, 곧 거짓 종교의 차원에서 마술을 통해 공격하는 것인 동시에 전환점이기도 하다. 하만이 공격을 시작한 바로 그 순간에 하나님은 반격을 개시하신다. 이 전환점은 이후 역사의 성격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오심을 보호하기 위해 제비뽑기의 결과를 다스리시는 것처럼 인간도 다스리신다.
에스더서가 기록하는 역사와 특히 유대인을 죽일 계획의 실패는 인간의 생각대로라면 우연한 사건들의 연속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우연한 사건들은 서로 맞물려 있다. 여러 사람들은 이것을 부정하여 에스더서는 잘 꾸민 이야기에 불과한 것, 동화나 소설과 비슷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이것을 인간의 환상의 결과로 이해했지만 이것은 사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은혜에 대한 하나님의 측량할 수 없는 작정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선을 이루시기 위해 모든 것들과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합력하게 하셨다(롬 8:28).
이 역사에서 에스더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교회를 변호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에스더에게 임무가 주어짐(4:1-9)
모르드개는 애도하고 통곡하면서 수산 성을 돌아다녔다(4:1). 그는 사단의 공격 아래 있는 교회의 무력함을 발견했으며, 유대인의 능력이 충분치 못함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이 약속하신 능력(예를 들어 사 45:9-25; 단 2:44)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모르드개의 행동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두 증인이 예언하는 행동과 같은 것이 아니다(계 11:3 이하). 그렇지만 모르드개는 이제 세상과 하나님의 백성 사이의 차이를 인정한다. 또한 모르드개는 이제 자신을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모르드개는 이스라엘 백성과의 관계를 공적으로 인정한다.
모르드개는 굵은 베를 입었으므로 대궐문까지만 갔다(4:2). 당시에는 굵은 베를 입은 사람은 왕의 영광을 침해할 수 없다는 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르드개는 굵은 베를 입음으로써 왕국과 자신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모든 것은 모르드개의 생각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전에 모르드개는 세력자가 되기 위해 대궐문에 들어갔지만 지금은 그 문 앞에서 멈춘다. 또 겁이 난 에스더가 모르드개에게 궁궐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의복을 보냈을 때도 모르드개는 들어가지 않았다(4:4). 그 대신 모르드개는 하나님의 백성과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에스더의 협력을 요구했다. 즉, 에스더가 자기 민족을 위해 옹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4:8).

에스더가 그 임무를 수용함
에스더는 반대를 제기했다. 에스더가 받은 충고를 기억할 때 잘 이해할 수 있다. 에스더는 원래 자기의 민족과 백성이 언약 안에서 거룩하다는 사실에 대해 침묵하라는 충고를 받았는데(2:10) 지금 어떻게 그 민족을 변호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에스더는 왕 앞에 스스로 나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행하는 자는 죽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4:11).
왕의 허락없이 왕 앞에 나아가는 자는 죽임을 당한다는 규례의 의미는 안전 보장이나 암살 방지(2:21 이하) 이상의 것이었다. 그 의미는 우선적으로 왕의 영광과 위엄을 보호하는 데 있었다. 왕은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왕의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에게 있어서 왕의 위엄은 죽음의 그늘이었다. 왕은 자기가 원하는 사람만을 부른다. 왕의 부름을 받지 않은 사람은 자기의 생명을 왕이 기뻐하는 대로 오직 선물로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에스더는 왕으로부터 생명 보존의 은혜를 받을 만한 가능성이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왕은 30일 동안이나 에스더에게 무관심했기 때문이다(4:11).
모르드개는 에스더가 왕궁에 있어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대답했다(4:13). 모르드개의 이 말은 하만과 메대와 바사 왕국의 규례 때문에 닥칠 위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후궁들은 왕 개인 소유였으므로 멸망시킬 법률 아래 있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모르드개는 4장 14절에서 자신이 지적한 위험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에스더의 위험은 다른 데서 온 구원과 연결된 것이었다. 즉, 에스더가 가만히 있는 것은 왕에게 나아가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이 멸망의 위험 아래 놓인 지금 에스더가 중립적 위치에 선다면 하나님의 벌이 그녀에게 올 것이다. 그 벌은 부름받지 않고 왕에게 나아가는 위험보다 분명하고 또 위태로운 것이었다. 모르드개는 이스라엘 백성이 멸망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립적인 위치에 서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멸망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르드개의 회개는 분명치 않다. 그는 하나님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다른 데로"란 말은 "하나님으로부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에스더 대신 다른 수단"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르드개의 말에는 분명히 하나님의 약속을 고백하는 것도 없고(예를 들어 예레미야 31장 35-37절에 나온다), 메로스가 여호와를 돕지 않고 싸움을 버렸기 때문에 받은 저주(삿 5:23)와 같다고 할 수도 없다.
모르드개의 말을 들은 에스더는 굴복한다(4:15-17). 모르드개의 위협의 결과로 에스더는 첫째로 백성과의 무관성을, 둘째로는 자신의 영달을 포기했다. 이전에는 하나님의 백성과 분리해서 이기적으로 행했던 그녀는 이제 교회를 위해 일하기로 결심하고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금식하게 했다(앞의 첫째). 에스더 자신도 삼일 동안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앞의 둘째). 이 태도는 2장 12절과 정반대였다. 그때 에스더는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화장품을 사용함으로써 왕을 만날 기회를 준비했다. 이제 에스더는 미용실에도 가지 않고, 음식도 먹지 않은 채 왕에게 나아가기로 했다. 에스더의 이 결정은 삼 일 동안 자기중심적 생활 방식을 포기하고 거울을 보지 않음을 의미하며, 이것은 후궁의 생활 방식과 완전히 절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에스더의 경우에도 완전한 회개는 아니었다. 모르드개의 교육을 받은 에스더에게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에스더가 받은 교육에는 하나님의 말씀(설교와 교회 교육)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금식은 기도와 관련되지만(느 1:4; 렘 14:12; 마 17:21; 고전 7:5) 여기서는 기도가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눈에 뜨인다.
성경은 금식을 `스스로 괴롭게 하다`라고 부르기도 한다(레 16:29, 31, 23:27; 민 29:7; 사 58:3). 즉, 금식은 자기의 죄와 타락을 시인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다. 하나님 앞에서의 이 겸손은 적어도 하만의 제비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런 식으로 에스더는 왕을 만날 준비를 했다. 에스더는 "죽으면 죽으리이다"(4:16)라고 했다. 비록 죽는다 하더라도 가겠다는 굳은 결심을 말한다. 에스더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하고자 했다.

에스더가 왕에게 나아감(5:1-8)
왕을 만나기 위해 에스더가 가야할 길은 쉽지 않았다(5:1). 아하수에로 왕은 이미 멀리서 왕궁 안뜰에 서 있는 에스더를 보았다. 하지만 에스더가 왕에게 말도 채 꺼내기 전에 그녀는 왕에게 사랑스럽게 보였다(5:2).
이 사건은 "왕의 마음이 여호와의 손에 있음이 마치 보의 물과 같아서 그가 임의로 인도하시느니라"란 잠언 21장 1절을 생각나게 하는 사건이다. 그 당시 농부는 샘에서 흘러 나오는 물을 수로를 통해 밭으로 끌어들였다. 이 물대기에는 온갖 종류가 있었다. 어떤 때는 이 식물이, 또 어떤 때는 저 식물이 물대기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농부는 물을 하루는 여기로, 하루는 저기로 끌어들였다. 하나님께서도 마찬가지로 행하신다. 변덕스러운 아하수에로 왕의 마음을 어떤 때는 이 쪽으로, 어떤 때는 저 쪽으로 인도하신다.
하나님께서는 하만을 정복하기 위해 에스더를 사용하신다. 그것은 세 단계로 일어나는데, 본문에는 두 가지가 나온다. 첫째는 에스더가 왕과 하만을 잔치에 초대한 일이었다(5:4). 둘째는 에스더가 그들을 다음 날의 잔치에 다시 초대한 일이었는데, 그때 자신의 소청을 말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지혜로운 행동이었다. 왕에 대해서 에스더는 첫째 잔치에서 은총을 확인하고 자기 소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만에 대해서는 그의 의심을 없애고 전혀 예기치 못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그로 하여금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1장 도입
1. 에스더에 대한 비평들
2. 하나님의 이 계시의 의미

2장 전주곡(1-2장)
1. 아하수에로는 누구인가?
2. 수산에서의 즉위잔치
3. 모욕당한 위엄
4. 와스디의 자리가 에스더에게 주어짐
5. 모르드개의 이름이 궁중일기에 기록됨
6. 첫 수

3장 큰 공격이 시작되다(3장)
1. 하만이 권좌에 오르다
2. 모르드개가 큰 공격을 야기시키다
3. 유대인에 대한 하만의 적대감
4. 왕과 법은 유대인에 대한 적대감을 도와야 한다
5. 사단의 계획

4장 하나님께서 방어망을 구축하신다(3-5장)
1. 하나님과 제비 또는 사단의 무력
2. 하나님께서 에스더를 동원하심
3. 하나님께서 당신의 원수의 눈을 자랑으로 가리우신다

5장 완전한 승리(6-10장)
1. 결말의 시작 : 모르드개는 높여지고 구원받는다
2. 아각인이며 유대인을 증오하는 하만의 몰락
3. 하나님은 법으로 법에 맞선다
4. 아달월 13일 : 피흘림의 날이며 강림의 날
5. 부림절 : 즐거움의 날, 기념의 날
6. 이스라엘의 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