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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녀에게 어떻게 말 하느냐 하는 것은, 단순한 단어의 차이가 아니다. 말의 차이는 자녀의 미래의 어떠함의 차이이다. 아이들이 살아야 할 곳은 세상이다. 이 세상은 천국이 아니다. 좋은 사람만이 사는 곳이 아니다. 아이에게 유익된 일만 일어나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온갖 사람이 다 산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 해악들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적정한 선에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 바로 그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부모의 말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하는 말은 말하자면 모유와 같다. 그래서 말에는 힘이 있다. 말은 자녀를 활동케 한다. 부모가 이것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인식 하에서야, 자신이 자녀에게 하는 말이, 자녀의 장래의 어떠함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저자 서문 중에서

[본문45-51, '제3부 부모의 말을 통해서 형성되는 자녀의 삶' 중에서]


3.2 자녀의 인식을 주조하는 부모의 말

앞에서 우리는 아이들은 부모 말을 통해서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을 살폈다. 그런데 부모가 하는 말을 통해서 아이들이 세상을 인식하고, 부모가 하는 말을 통해서 아이들이 세상을 파악해나가는 것은, 우리 주위에서 말과 관련되니 사안을 통해서 흔히 목도될 수 있다.

일례로 맛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우리는 맛에는 쓴맛, 짠맛, 매운맛, 단맛, 신맛 다섯가지가 있다고 인식한다. 왜 이렇게 다섯 가지로만 인식하는가? 맛을 분류하는 말이 다섯 가지뿐이기 때문이다. 쓴맛과 짠맛 사이에, 어떤 확연한 경계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서 어디까지는 쓴맛이고, 그 다음 어디부터는 짠맛이다 하는 경계선은 없다. 쓴맛과 짠맛 중간에, 쓴맛도 아니고 짠맛도 아닌, 제삼의 다른 맛이 있을 수 있다.

만일 쓴맛과 짠맛 사이에, 쓴맛도 아니고 짠맛도 아닌 중간 맛을 지칭하는 말이 있었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가 그 맛도 인식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맛을 지칭하는 말은 우리말에는 없다. 그래서 우리가 그 제삼의 맛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이 사람의 인식습득을 주도하는 방편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이다.

이들 예가 시사하는 바는 명료하다. 우리가 지금 보고, 느끼고, 맛보고, 듣고, 경험하는 세계는, 실제 세계가 아니다. 실제 세계를 그대로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말이 보여주는 세계를, 보고 있는 것뿐이다. 그렇다! 우리는 말이 분류해주는 대로, 사물과 현상을 인식하고 있다. 이게 말이 가진 힘이다.

마찬가지다.아이들은 부모의 말이 부여주는 대로 세상을 본다. 부모다 그것이 ㅇ이라고 하면, ㅇ인줄 안다. 부모가 그것을 ㅅ이라고 하면, 그게 ㅅ인줄 안다. 부모의 말이 분류해주는 대로 자녀는 세상을 인식한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정리 하나를 하게 된다. 다음이 바로 그것이다.

(정리)
오늘 내 자녀의 모습은, 실은 부모 된 나의 말이 빚어낸 결과이다.

위의 정리의 의미는 간명하다. 오늘 내 자녀의 모습은 과거에 내가 자녀에게 던진 말의 반영이다. 둘은 함수관계에 있다. 예를 들자.

오늘 내 자녀의 행동거지가 ㅁ이라는 양상을 띄고 있다고 하자. 그것은 실은 그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유아기, 유치기, 유년기, 사춘기에 이르는 시기에, 나로부터 ㅁ의 말을 들으면서 성장한데 따른 결과이다.

무서운 사실이다. 이것을 성경을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네 입의 말로 네가 얽혔으며 네 입의 말로 인하여 잡히게 되었느니라"(잠 6:2)

위의 경고는 너무도 실제적이다. 자녀가 사고방식이 ㅂ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부모인 나로부터 ㅂ이라는 말을 내어듣고 자라난 결과라는 것이다. 두려운 일이다. 두려워해야 하는 일이다. 다음 말들을 보자. 부모가 화가 나서 하는 말들을 모은 것이다.

"아휴 이 등신아!"
"굼벵이처럼 뭘 그렇게 꾸물거리니"
"이 칠칠치 못한 녀석아, 그것도 못하니!"
"이 녀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너 더 맞아야 정신이 퍼뜩 들겠니?"
"너는 왜 애가 항상 그 모양이니!"
"너는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밥만 축내는 놈이야 알이나 알아. 이 밥벌레야!"

"어린 놈이, 부모가 하라면 하는 거지, 쪼만한 녀석이 웬 잔소리야!"
"저 먹는 것 좀 봐! 내가 미쳐! 하옇튼 먹는 것까지 지아비 닮아 가지고"
"네 까짓게 무슨 용돈이야! 먹여주고 입혀주고 학교 보내주는 것만도 다행인 줄 알아!"
"하여간 자식이 웬수야! 웬수! 너한테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이걸 공부라고 한 거니? 응! 니 형 절반만 닮아라. 절반만이라고 닮으라고."

아이가 부모로부터 내내 이런 말을 듣고 자랐다 하자. 그 아이가 걸을 여정은 뻔하다. (1) 그는 자신을 정말 '애물단지'로 믿는다 - (2) 자신이 '애물단지'인 것처럼 행동하고 말한다 - (3) 정말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다. 가공할 일이다. 이것은 극명한 이치이다. 이론이 있을 수 없는 원리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사람이란 어차피 들어있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존재다. 마음이 선으로 채워져 있으면 선한 것을 낸다. 악이 채워져 있으면 악을 낸다. 거부감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건강할 수가 없다. 인간관계든 세계관이든 인생관이든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성경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나무도 좋고 실과도 좋다 하든지 나무도 좋지않고 실과도 좋지 않다 하든지 하라 그 시과로 나무를 아느니라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는 악하니 어떻게 선한 말을 할 수 있느냐 이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라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은 내느니라"(마12:33-35)

다시 강조한다. 이 말씀의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아이의 마음에 ㄴ이 채워져 있으면, 밖으로 ㄴ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마음이 ㄷ만 쌓여있으며 ㄷ밖에 나올 것이 없다. 안에 가득 ㄷ뿐인데, 밖으로 ㄱ이 나올 수는 없는 것이다. 들어간 것이 나오는 법이다. 마음에 채워져 있던 것이 넘치는 것이다.

부모의 신경질을 내내 듣고 자란 아이는 대인관계에서 작은 갈등만 생겨도 짜증과 분기를 표출한다. 자조적이고 자괴적인 말만 듣고 자란 아이는 나중에 무엇을 해도 피해 의식이 가득 차 있다. 이것은 공식이다. 이것이 바로 부모가 말을 조심해야 하는 소이다.

저자 서문

제1부 부모의 말의 힘
1.1 부모와 자녀와 말
1.2 부모 말의 기능

제2부 부모의 말의 세 가지 기능
2.1 부모의 말의 세 가지 기능
2.2 정서를 표현하는 말
2.3 행동을 지시하는 말
2.4 정보를 제공하는 말

제3부 부모의 말을 통해서 형성되는 자녀의 삶
3.1 부모 말로 인해 열려지는 세상
3.2 자녀의 인식을 주조하는 부모의 말
3.3 자녀를 망가뜨리는 말들

제4부 부모의 말, 어떠해야 하는가?
4.1 빈말과 찬말
4.2 정서를 표현하는 말 - 어떻게 해야 하는가?
4.3 행동을 지시하는 말 - 어떻게 해야 하는가?
4.4 정보를 제공하는 말 - 어떻게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