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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억압되고 소외된 사회구조 속에서 '말 못하는 사람들의 소리(The voice of Voiceless)'로 거듭나려는 교회의 예언자적 노력은 이 같은 적은 수의 목회자에 의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소리'의 창조적 확산을 바라는 이들의 현실적인 요구에 부응한 감리교신학대학교 당국의 배려로 마련된 대학원 내의 농촌선교에 대한 강좌의 부산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1960년대 중반부터 공업 위주의 경제성장 정책에 밀려나기 시작한 농촌은 해가 갈수록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소외된 채 피폐의 늪에 정점 깊이 잠기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의 농촌에 교회가 관심을 가진 것은 부끄럽게도 순전히 교회의 숫자를 늘리는데 농촌이 도시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도시에서 건물의 일부를 세로 얻을 비용이면 농촌에서는 땅을 사서 그럴듯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 바탕이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농촌 자체의 삶이나 그 곳에서 목회하는 이들의 고뇌를 정책차원에서 헤아린다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었습니다. 이러한 농촌교회의 현실 곳에서 드러난 목회자의 모습은 대략 세 가지쯤이었습니다. 옛날의 온기를 잃고 텅텅 비어가는 농촌교회에서 젊음을 좌절감 속에 허비하기보다 하루 빨리 도시로 나아가 소신껏 목회하겠다는 이들, 순박한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어 그냥 함께 살면서 마음의 위로를 주고 자신도 순박해지려는 이들, 그리고 교회와 농촌을 목회자 자신과 농민을 하나로 여기면서 하나님의 뜻이 구현되는 농촌공동체를 꿈꾸며 농민으로서의 삶을 사는 목회자들입니다.아주 작은 수이지만 이 세 번째 부류의 목회자들에 의해 농촌선교훈련원이 몇 해 전 세워진 이후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농촌에 대해 그리고 목회에 대해 본질적 고뇌를 하면서 피땀 흘리는 젊은 동역자들이 점차 눈에 띄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늘날 억압되고 소외된 사회구조 속에서 '말 못하는 사람들의 소리(The Voice of Voiceless)'로 거듭나려는 교회의 예언자적 노력은 이 같은 적은 수의 목회자에 의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소리'의 창조적 확산을 바라는 이들의 현실적인 요구에 부응한 감리교신학대학교 당국의 배려로 마련된 대학원 내의 농촌선교에 대해 강좌의 부산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 책머리에서

[본문 87-92쪽 '노동과 영성'중에서...]

생명을 가꾸는 농민

사실 오늘 전주에 농산물을 실어다 줘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여기에 2시까지 도착하려면 부안에서 9시에 출발하는 차를 타야 되겠더라구요. 그러려면 집에서 8시에 나와야 되는데 부안에 도착하니까 출발하기 1분 전이래요. 그래서 허겁지겁 차에 올라서는데 그제서야 여기 주소와 약도를 집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나는 거예요. 그거 참 난감하데요. 그 차를 놓치면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그랬으면 이 곳에 3시쯤에야 도착했을 거예요. 근데 제가 타려던 차가 우등이었어요. 그 우등이 14,000원인데 4,000원 더 주고 샀죠. 저도 우등을 처음 타보거든요. 근데 4,000원 더 준 덕택으로 우등차에는 전화가 있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여기 오신 학생들과 인연이 되려고 그러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4,000원 더 쓴 것이 속쓰렸지만 전화가 있으니까 무슨 꼭 구세주 같데요. 기쁜 소식이 아마 이런 건가 봐요. 그래서 전화를 하는데 세상 참 좋데요. 차 안에서 전화가 되고... 집에 전화를 하니까 다행히 집사람이 받더라구요. 여기 주소, 찾아가는 길,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그랬죠. 다행히 전화를 할 수 있어서 이렇게 쉽게 찾아왔습니다.

이제까지 책도 안 보고 농삿일만 하다가 차안에서 주섬주섬 책을 읽고 올라왔습니다. 책 소개 좀 해야겠는데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라고 녹색평론사에서 나온 거 하고요, 「우리들의 하나님」, 이 책보다 먼저 나온 건데 「오래된 미래」라고요, 그 다음에 나온 것이 「우리들의 하나님」이에요. 아무래도 신학교 학생들이라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오다가 읽으면서 주제에 맞는 것 같아서 줄 좀 쳐봤어요. 우선 읽으면서, 제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농사를 지으면서 현장에서 겪은 체험들을 좀 이야기하겠습니다. 39쪽에 '이 당의 삶과 부활의 의미'라고 나오는데 생명신학과 동시에 아마 농촌 삶에 대한 체험을 써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우리가 믿는 것은 죽은 다음의 천국보다 동정녀 탄생이나 부활이기 이전에 예수의 삶과 죽음에 대한 정신이다. 그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죽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만약 예수가 이 세상에서 참되게 살지 못하고 참되게 죽지 못했다면, 그의 동정녀 탄생이나 죽은 뒤 사흘만에 부활한 것도, 지금 하느님 우편에 계시다가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는 것 모두가 값어치 없는 일이다. 예수는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이 세상에서 살았다. 언제 어디서 살았든 다만 살았다는 것, 그가 짧은 일생을 사람답게 살았다는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예수가 필요한 것이다. 썩은 달걀은 어미 닭이 아무리 품고 있어도 깨어나지 못한다. 참 달걀은 거기 생명이 있다. 이와 같이 참 삶이야말로 생명있는 삶이다. 생명있는 삶은 죽은 다음 커다랗게 깨어나 영원히 죽지 않는다."

우리가 생명에 대해서 정의할 수 있는가? 물론 성경을 보면 이런 얘기가 다 함축되어 있는데 결국 사람은 생명을 가꾸는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면 생명이 도대체 뭔가? 생각해 봐야죠. 보통 생명 하면 우리가 어머니를 금방 연상하잖아요. 어머니 뱃속에 있다가 태어나 가지고 생활하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어떻게 내가 몸부림치며 살았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하지만 반대로 어머니는 그 열 달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이게 차이점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어머니가 열 달 동안 기억하고 있는 이것이 생명이 아닌가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면 생명이란 건 결국 하나님이 만들어 놓은 거거든요. 우리가 기독교식으로 이해하면 더 쉽겠지만 그러면 기르는 건 누구냐, 결국 땅이잖아요. 땅을 밟고 사는 것, 그 자체가 기르는 거다. 그러면 가꾸는 건 누구냐? 가꾸는 건 제 생각엔 결국 농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하나님을 알고 하늘을 알고 땅을 알고 농민을 아는 것이 총체적으로 생명을 아는 것입니다. 결국 신학도 이 세 가지를 알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총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이 우주 전체를 아는 거겠죠. 이걸 아는 것이 곧 신학 하는 것이고 그래서 공부가 필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 다음에 26쪽에서 생명신학에 대해서 권 선생님이 이렇게 써놨어요.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쇠퇴해 가는 농촌교회의 현실을 걱정하는 기사가 있었다. 더러는 헌금으로 농촌교회를 돕기도 하고 집회를 하고 기도를 한다지만 그런 것으로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진정 이 땅의 농촌과 농촌교회를 걱정한다면 좀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삶이 있어야 한다. 나는 신학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만 올바른 신학을 한다면 농학, 인간학, 자연학을 함께 공부해야 한다고 본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예수는 추상적이며 관념에 머문 신학을 가르치지 않았다. 입으로 설교하는 목회가 아니라 몸으로 살아가는 목회자가 있어야 한다. 밭을 갈고 씨 뿌리고 김매고 똥짐을 지는 농군이 바로 이 땅의 목회자다. 창세기의 하느님 나라는 말씀으로 되었지만 지금은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하느님 나라가 다시 창조되고 천국이 이 땅에 이루어진다. 몸으로 살지 않고 수천만 번 주기도문만 외운다고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는 건 절대 아니지 않는가."

아마 이게 생명신학의 요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이앙기로 모를 심지만 제가 이 글을 읽기 이전, 그러니까 4, 5년 전만 해도 우리 호남지역에서는 손으로 다 심었어요. 5년 전에 는 저도 손으로 모를 시었죠. 모 심으러 다니면서 제가 막걸리를 잘 먹었어요. 아주머니들이나 어르신들하고... 지금 농민들 중 60을 넘지 않은 농민이 몇 명인지 아시는 분? 60여 명 중 한 명이라고 그래요. 젊은 사람들 빼고는 40, 50대 이후가 태반인데 그런 사람들과 모를 심었어요. 가을 추수 때 저희 집에 심방오신 목사님이 계셨는데 기도를 해 주시러 논에까지 오셨더라구요. 그 목사님에게 제가 당돌한 얘기를 했죠. "이 세상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은 농민들 이외다." 농민들이 없을 대 목사님의 말씀은 사실 아무 필요가 없거든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최근에 와서는 정리가 되는 듯합니다만, 어쨌든 잠깐잠깐 하는 지게질은 건강에 참 좋다 그래요. 허리도, 특히 요통이 있는 사람들은 잠깐씩 지속적으로 지게질을 하면 낫는다고 그러더군요. 그런데 그것이 과했을 때 십자가가 되는 거죠. 그 고통이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혹시 여기서 지게질을 하고 계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저도 요즘에는 지게질을 안 해요. 그 전에는 많이 했는데, 그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죠. 하루종일 지게질을 하다가 해가 질 때면 미칠 지경이거든요. 그러다가 숨길에 일하다 보면 고통은 덜한데 비틀거리다 넘어지기도 하고 그래요. 하여튼 지금 농민들이 십자가를 지고 가는 거다, 이 말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한 가지만 더 보고 책은 끝내겠습니다. 82쪽을 봐 주세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이 지구상의 직업인 가운데 농사꾼이야말로 마지막까지 남을 것이다. 종교지도자를 성직자라고 부르지만 농사야말로 성직 중의 성직이다. 인간이 살아갈 생명의 힘을 생산해내는 것이니 그 이상의 거룩한 직업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6.25 같은 전쟁으로 모든 것이 다 파괴되어도 땅과 농사꾼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세상이 어쩌다가 뒤집어져 농민이 이렇게 천대를 받게 되었으니 어찌 흉측한 범죄가 들끓지 않겠는가? 도둑질해서도 부자만 되면 존경을 받고, 수많은 사람을 죽이면 위대한 영웅이 될 수 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1950년대 우리가 어렵게 살던 때, 유행했던 말이 미국에는 한 집에 자동차가 한 대고 일본에는 자전거가 한 대고 우리는 지게가 하나씩이라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도 미국처럼 자동차가 한 집에 한 대꼴로 생기고 있다. 정말 꿈에도 이룰 수 없었던 일인데 이렇게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와 자전거와 지게가 상징하는 진정한 삶의 가치가 그 어느 쪽이 더 나은 지는 분명해졌다. 풍요에 따르는 상대적 빈곤과 편리와 함께 또 다른 불편이 갑절로 늘어났다. 서울을 몇 시간만에 오고 가는 대신 가족들과 둘러앉아 차분히 대화조차 못 할 만큼 시간에 쫓기고 있다. 도시가 비대해지면서 농촌은 초라할 정도로 황폐화하고, 이런 기현상은 온갖 범죄를 만들었다.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끔찍한 범죄는 어느 누구에게나 할 것 없이 정서불안을 가져왔다. 며칠 전 국민 1인당 소득 6천 달러 시대에 우리는 한꺼번에 아홉 명이나 되는 죄수를 교수형으로 이 세상 밖으로 내보냈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이 아홉 사람도 태어날 땐 저마다 가족과 이웃의 축복을 받으며 먼 훗날의 행복을 꿈꾸며 자랐을 것이다. 살아 이승에 남아서 자식의 죽음을 바라보는 부모님도 있을 테니 그 애간장은 누가 알아줄까? 지금 농촌은 도시에 비해 물질적 빈곤이 상대적으로 극심하다. 집집마다 빚더미에 시달리고 일꾼도 없다. 몇몇 남아 있는 젊은이는 이런 열악한 환경에 허덕이며 자살이란 극단적인 일도 이따금 저지른다. 지난번 있었던 대구의 어느 나이트클럽 방화사건도 일종의 자살 행위다. 농촌문제는 곧 도시의 문제이며 이 나라와 전인류의 문제다. 농촌을 살리는 것은 농민만을 위한 자선이 절대 아니다. 건강한 농촌이 있을 때 건강한 사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머리에 / 이면주

1. 알몸뚱이로 서야 할 거룩한 땅 / 이현주
2. 농촌과 생명신학 / 이정배
3. 선교신학에 대하여 / 염필형
4. 농촌교회외 생명운동 / 엄태성
5. 노동과 영성 / 정경식
6. 농촌의 교회공동체 / 남상도
7. 한국 사회와 농촌 / 권영근
8. 감리교 농촌선교의 흐름과 방향 / 차홍도
9. 농촌 사회 조사방법론 / 이원규
10. 현장 방문 보고서
- 어유교회에 다녀와서
- 단비교회에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