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인 8명,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난청인 1명,
수어통역사 1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
독일어권 스위스 농인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담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우리나라의 농사회, 농문화적 배경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각자의 어린시절부터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농인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이해받지 못하고 지내온 과거의 농문화, 현실에서의 어려움 등을 소개한다.
우리가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농인(청각장애인)의 삶, 어려울 것 없을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삶이 어떤 부분에서 좌절을 겪고, 또한 각자가 현실에서 헤쳐나가는 방법을 통해 일반 청인들이 잘 모르고 있던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수어통역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인공와우를 통해 다시보는 삶 등, 귀가 아닌 눈으로 듣고 눈으로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발간사>
금번에 (사)영롱회에서 “소리를 보는 사람들”을 번역 출간하게 되 었습니다. 지난 2013년 미국 갤로뎃대학교 출판사의 “deaf daughter hearing father”를 “농인 딸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육아일기”로 출간 하였고 이어 2020년 농자녀를 둔 일본인 어머니 다마다 사토미가 쓴 “小指のおかあさん”를 “수어로 키우고 싶어”로, 2022년 미국 농인협 회의 “Legal Rights : The Guide for Deaf and Hard of Hearing People” 을 “인권과 장애”로 출간한 이후 네 번째 번역 출판입니다. 이 책은 스 위스에서 발간한 책으로 농인 8명과 난청인 1명 그리고 수어통역사 모 두 10명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독일어로 된 책을 번역 출간하기 는 처음이고 다소 어려운 점도 없지 않았지만 책이 나올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Augenmenschen”으로 영어로 번역하면 eyeperson이 되고 우리말로는 보는 사람 즉 시인 視人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농인은 일상적인 소리를 듣기 어렵기에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 어는 보이는 언어이며 농인들의 모국어입니다. 한글이 농인들에게는 제2 외국어이며 언어가 다르면 다른 민족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 다. 이 책을 통해 한 단면이지만 외국 농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나라 농인들과의 유사한 점이나 차이점들을 살펴보며 농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장애계가 88올림픽 이후 많은 발전을 해 왔지만 농인 사회는 발전 의 속도가 느린 것이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청각장애로 등록된 인구는 2023년 5월 말 기준 통계로 43만 3천 명으로 전체 15개 장애유 형에서 16.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되면서 노인성 난 청이나 중도 청각장애인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회와 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각별한 배려를 농사회에 해주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농인들도 노력하여 훌륭한 농인 지도자를 배출하고 세계무대 에서도 한국 농인들의 역할이 증대하고 더욱 발전하는 농사회가 되기 를 소망합니다.
이번에 한국번역 출판을 허락해 준 스위스 출판사와 한국출판을 맡아주신라온누리 이승훈 편집국장님, 또한 이 책의 출간을 재정적으로 지 원한 밀알복지재단에 대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번역해 주신 홍승희 선생님, 감수해 주신 허일 교수님, 디자인과 편집으로 수고해 주신 유주연 님, 디자인과 기획을 맡아 준 안소현 실장의 노고에도 감사를 표합니다.
한 권 한 권 농관련 서적이 출간되어 농사회에 기초가 되기를 바라 며 농인들이 그들의 문화를 보다 폭넓게 구가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 안일남
<작가의 말>
농인은 시각에 강하게 의존한다. 그래서 농인을 종종 보는 사 람 ‘시인 視人’이라고도 부른다. 대화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과 눈을 마주쳐야 한다. 수어로 소통하거나 말하는 사람의 입 모양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인은 청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세상을 경험한다. 예를 들어 나지막이 날아가는 비행기나 목이 쉬도록 울어대는 수탉때문에 새벽잠을 설칠 필요가 없다. 혼잡한 거리의 차 소리나 공사현장의 소음으로 방해받지 않으며,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없이도봄을 맞이한다. 또한 기차 안에서 옆 사람이 휴대전화 로 통화하는 내용이나, 카페의 옆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열띤 토론을 굳이 들어야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농인은 시야에 없는 사람이 등 뒤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인기척을 즉시 알아차릴 수도 있다. 진공청소기를 돌릴 때는 바닥의 진동을 감지할 수 있고, 문이 열리는 순간 밀려 들어오는 미세한 바람의 흐름도 체감할 수 있다. 어떤 청인도이들처럼두 손과 표정, 몸짓으로 한 편의 시를 그토록 격렬하게 표현하지는못한다.
여덟 명의 농인이 들려주는 그들만의 사는 이야기를 이 책의 한 복판에 담았다. 거기에 인공와우 이식을 받은 난청 남학생과 어느 수어통역사의 이야기도 덧붙였다. 모두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동안 아주 은밀한 기억과 인상 깊은 경험을 내게 나누어 주었고, 그들의 일상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들이 내게 보여준 신뢰에 이 기회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의 역할은 그들의 대화 상대이자 대변인이 되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가능한 한 내가 들은 이야기와 흡사하게 이들의 초상화를 묘사해 내려 애썼다. 이 과정에서 내가 기여한 것이 있었다면, 인터뷰 대상을 고르고 질문을 모으고, 또 그들의 답변을 분석한것 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모자이크 그림이 완성되었다. 열 개의 운명이 저마다 만들어낸 열 개의 다양한 관점을 종합했다. 이 모자이크 그림을 구성하는 유리 돌은 저마다 울긋불긋 각양각색으로, 그 돌을 연결하는 줄눈도 여기는 이렇게 넓은데, 저기는 너무 좁아서 제대로 눈에 띄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독 자들은 한 걸음 물러나 멀리서 그림 전체를 감상하기를 권한다. 대다수가 청인인 사회에서 전혀 혹은 잘 듣지 못하는 농인으로 살아 간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수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것은 청각 장애인에게 일종의 유익을 의미하는 선택사항인가 아니면 오히려 의사소통의 장벽을 없애기 위한 필수 조건인가? 아니면 그 반대일까? 장마다 특별히 다뤄지는 주제 다음으로 소개되는 각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주제에 대한 답변이 되기도도면서, 또 다른 질문을 담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까지 어떤 청인이 생각도 해 보지 못한 새로운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한스요르 그롯에게 특별히 감사하고 싶다. 그가 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가며 수시로 던져온 신랄한 질문들은 내게 매번 새롭게 고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의 가족과 세 심한 독자들, 내 원고를 세밀히 감수 및 교정해 준 바바라부허에게 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내 프로젝트에 끊임없는 활기를 불어넣어 준 베르나데테뮐레바흐에게도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 그녀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없었다면, 이 모자이크를 완성하기까지 그 길고 긴 시간 속에서 나는 어쩌면 용기를 잃고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또한, 재정적인 후원을 해 준 취리히 키와니즈 클럽(역자 주: 어린이를 위한 국제 봉사 기관)의 여성 회원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4년 요나에서
요한나 크라프
<들어가는 말>
내가 수어와 수어를 하는 사람들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부터 주변에서 자주 듣게 되는 질문들은 늘 동일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청인들의 대부분은 ?아니 청인 모두라 하는 게 옳겠다? 농인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어서, 고도의 청각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몇 년 전에 있었던 한 일화를 들어 설명하고 싶다.
당시 귀갓길에 취리히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중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와 그 남편을 만났다. 같은 기차 칸에 앉자마자 우리 여자들은 곧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어떻게 지내니? 지금 어디서 일하니? 너 지금도 그리스어 배우니? 아니면 중국어였던가? 이미 정년퇴직을 한 나의 지인은 그녀의 꽉 찬 일상을 내게 보고했고, 나는 얼마 전 출판된 내 수어 교재에 관해 설명했다. 그때까지 신문 뒤에 폭싸여 있던 그녀의 남편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질문했다. “농인이 어떻게 말을 배우나요? 전혀 불가능한 거 아닙니까?” 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난 설명을 시작했다. “농인이 말을 배울 때는 모든 소리 하나하나를 의식적으로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 해요. 자기 구강에서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만지고 불고 확인하는 방법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연습에 연습을 거쳐야 해요.” 흥미롭게 경청하던 그는 읽고 있던 신문 속으로 다시 몰입하더니 잠시 후 다시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어 질문을 던졌다. “수어는 만국 공용어겠네요. 아닌가요?” 나는 그렇지 않다는 설명을 했다. “수없이 많은 수어가 있는데, 스위스에만도 세 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각각 하나씩 있어요.” 무척 유감을 표하며, “절호의 찬스를 놓쳤네요. 국제 공용 수어가 하나 있었더라면 훨씬 편했을 텐데 말이에요.”라고 그가 말했다. 나는 그에게 설명했다. “수어는 사람이 만든 발명품이 아니라, 프랑스어나 스위스 독일어처럼 하나의 언어 집단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언어에요. 인공어인 에스페란토 Esperanto 와는 전혀 반대되는 개념이지요.” 지인의 남편은 감사하다고 말하고 다시 신문 뒤로 사라지나 싶더니, 여자들이 대화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그는 다시 질문 공세를 해왔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더 할게요. 농인은 어디서 단어를 배우는 거예요? 우리처럼 수시로 음성언어를 듣고 사는 게 아닌데 말이에요.” “농인은 마치 청인이 외국어를 배워 자기 것으로 습득하는 것처럼 그렇게 음성언어를 배워야 해요.”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의 신문은 마침내 무릎 위에 놓여졌고, 그의 신랄한 질문으로 우리의 대화는 깊어져 갔다. 내 동료가 때맞춰 잽싸게 그의 옷소매를 당겨 출구로 끌고 가지 않았다면, 그들은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칠 뻔했다. 바로 그때 옆에 앉아있던 한 신사가 말을 걸어왔다. “실례합니다. 두 분이 하시는 말씀을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저도 질문이 하나 있어서요. 왜…?”
이 일화가 시사하듯이 나는 수많은 상황을 통해 청인들이 청각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지를 실감해 왔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스위스에 거주하는 농인의 수(팔천 명이 채 못 되는 것으로 안다. 정확한 통계는 없다)를 알리고,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아주고 싶다(수어는 팬터마임이 아니다). 고도의 청각장애는 청력의 문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읽고 쓰기에도 간접적인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보 수집 결핍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고 싶다. 고도의 청력손실을 가진 청각장애인은 단순히 듣지 못할뿐만 아니라, 말도 못할 것이라는 편견도 타파하고 싶다. 그들도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여덟 명의 농인이 자신들의 삶을 들려준다. 윌리마터, 그의 부모와 형제는 모두 청인이다; 파울리네로러와파트릭목, 이들의 부모와 형제 모두 청각장애가 있다; 바바라 디아즈와 리타 짐머만, 이들의 부모와 형제 그리고 자녀는 청인이지만 배우자는 청각장애가 있다; 파울 폰 모스의 부모와 자녀는 청인이고, 형제와 배우자는 청각장애가 있다; 파트리샤 헤어만-쇼어즈의부모는 청인과 청각장애인이고 형제 중 한 명과 배우자가 청각장애인이다. 코리나아벤즈의 부모와 배우자, 그리고 자녀 중 하나는 청인이고 다른 한 자녀는 청각장애인이다. 여기서 소개되는 인물 중 최연소자는 열두 살이고 최고령자는 칠순을 넘겼다. 추가로 인터뷰한인물은 인공와우 이식을 받은 아이멘 알-칼리디로 수술 후 80% 내지 90%를 듣는다. 인공와우가없었더라면그는전혀 못 들었을 것이다. 수어통역사인바바라부허는 부모가 모두 청각 장애인으로, 청인과 농인 사회, 수어와 음성 언어가 동일하게 친숙하다.
각 장의 인물 소개에 앞서 농인과수어에 관련된 중요한 주제 하나씩을 다뤘다. 그 주제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책 후면(역자 주: 일러두기)에 담았다. 해당되는 각주를 본문에 달아 놓았다.
소개되는 인물들의 인상 깊은 사진들은 마티아 잘레텔이 맡았다.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그는 틈만 나면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이다. 그는 사진작가를 생업으로 하기에는 수입이 너무 불안정하다고 고백한다. 주로 농인협회에서 업무 제안을 받는다. 본인도 농인이기 때문이다. 코리나 아벤즈-롯이 수어를 삽화로 설명했다. 그녀와의 인터뷰는 89쪽에 소개된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저마다 고유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번 인터뷰 전에, 나는 그 인물을 선택한 이유를 상기하고, 그 인물과 관련된 중요한 주제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할지를 고민했다. 예를 들어, 청인 가족 중 혼자만 농인으로 태어나 보낸 유년기의 경험, 인공와우 같은 의료기술을 통해 습득한 언어와 그 영향, 직업교육의 과정, 직장 생활, 일상 소통 그리고 다른 나라 농인들의 삶의 환경 등이었다. 이렇게 각 주제에만 관련된 특정한 질문을 비롯해, 모든 인물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반적인 질문 목록도 작성했다. 그 후, 인터뷰 대상자와 배우자에게 인터뷰 예약 날짜 2~3주 전에 그 목록을 보냈다. 그러고는 매우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뷰약속을 기다렸다. 서로 소통이 가능할까? 어떻게 인터뷰를 진행해야 할까? 마음이 서로 잘 통할까? 사실 이런 질문은 세 명의 인물을 인터뷰할 때만 필요했다. 아이멘 알-칼리디, 윌리 마터와 파울 폰모스인데, 이들과는 음성언어로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이들과의 대화 중 일부는 여과 없이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다.
바바라 부허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과의 인터뷰는 수어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수어로 진행되었다. 이는 대화의 내용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통역사의 역할에 대해 감사한 마음은 있었지만, 통역을 거쳐 나에게 전달된 것은 실제 인터뷰 대상자가 수어로 전달한 내용을 제3자인 통역사가 자신의 모국어인 스위스 독일어로 표현하는 것이었고, 나는 그것을 다시 문서화하는 것이었다.이러한 두 번의 번역 과정으로 인해 인터뷰 대상자가 수어로진술한 원래 내용과 표준 독일어로 표현된 문장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수어통역사와의 인터뷰도 이 책에 담아, 통역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고자 했다.
인터뷰를 마칠 때마다 녹음한 내용을 반복해서 듣고, 다시 되새겨 보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본문 작업에 들어갔다. 대화 내용이 문장으로 정리되자마자 수정과 보완을 위해 즉시 인터뷰 대상자에게 전달되었고, 그들이 진술한 내용과 내가 기록한 내용이 완전히 일치할 때까지 계속 수정되었다. 수어로 인터뷰가 진행된 여섯 인물의 성향과 통역에 따라 본문 작성 작업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어떤 본문은 몇 가지 세부 사항만 수정하면 되었지만, 어떤 본문은 서로 어긋난 내용이 존재했다. 인터뷰 대상자 중 몇 명은 내가 작성한본문을 읽은 후, 자신들의 생각과 흥미로운 경험을 추가로 보내 주었고, 이는 본문의 적절한 위치에 삽입되었다. 또한, 여전히 의문이남아있던 이유로 다시 만나 직접 대면해 이야기를 나눈 경우도 두번 있었다.
각각의 인터뷰 본문은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세 개의 이야기는 삼인칭으로, 두 개는 일인칭으로, 그리고 세 개의 인터뷰와 액자 형식으로 서술된 이야기 두 개는 삼인칭 시점으로 통합되었다. 시점이 일관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각 본문은 해당 인터뷰 상황과 진행 상태를 반영한다. 어떤 대화는 그들의 경험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지만, 어떤 경험은 몇 방울이 떨어지는 정도였고, 또 어떤 때는 조용히 출렁이기도 했다. 때로는 내가 물살의 방향을 정했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만남에서 가졌던 동일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모든 경험이 흥미롭고 인상적이며 감동적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나는 이제, 아주 특별하게 세상을 인식하는 시인 視人의 눈이 되어서 깊은 사색에 잠겨 보기를 권한다.
‘시인(視人): 소리를 보는 사람들'은 볼 수 있는, 유능한 시인들의 삶의 지혜를 엿보고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한국 농인(聾人) 또는 농아인(聾啞人) 들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으로 규정 당하며, 본인들이 원하는 삶을 마음껏 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엔 농인 의사, 농인 변호사, 농인 치과의사, 농인 파일럿 등 다양한 농인 전문가들이 양성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인(視人)들은 남과 똑같은 방식으로 의사소통하고 살 것을 강요받지 않고, 농인들의 역사와 삶의 지혜를 통해 체득하고 증명한 방식이 허락되면 더 잘 의사소통하고, 공부하고, 일상생활하고, 사회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한국 시인(視人)들도 이 책에 소개된 유럽 시인(視人)들처럼 자신의 강점과 장점, 유능함에 근거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한국 사회를 꿈꾸고, 강력한 변화에의 의지를 다지시기를 기원해 봅니다. 또한 한국 사회가 누군가가 안경을 쓰고, 보청기나 수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눈이 나쁘고, 귀가 고장나서가 아니라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의사소통하기 위함임을 깨닫는 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기에 적극 추천합니다. - 허일 (한경국립대 한국수어교육전공)
이 책은 수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수어 통역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수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닌, 문화와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분임을 깨닫게 합니다. 한국 사회가 이 책을 통해 한국 농인 공동체의 도전과 희망을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안영회 (서강대학교 강사/ 서울시 서초구 수어통역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