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와 한국 기독운동 및 교회사의 산 증인인 오리 전택부 선생의
한글 사랑, 성경 사랑, 그리고 한국교회 사랑!

오리 선생의 한글사랑의 결정체!

한글에 성서적 의미를 부여한 전택부 선생의 본 논문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는 갚을 길 없는 큰 선물을 받았다.
 

559돌 한글날을 맞이하는 때에 뜻 깊은 책 한 권이 나왔다. 오랫동안 한글운동을 펼치고 있는 오리 전택부 선생이 쓴 『한글의 성서적 의미』는 최초로 한글과 성서의 의미적 연관성에 관해 밝힌 논문과 기타 관련 소고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근현대사의 산 증인 오리 전택부(全澤鳧) 선생은 아흔 한 해의 인생길을 뒤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기독교 청년운동의 중요한 단체 YMCA에서의 활동이요, 또 하나는 ‘한글사랑’에 바친 열정의 세월이다. 일제시대에는 학생운동가로 활동하였고, 1954년 월간 「사상계」 주간으로, 1957년에는 서울 YMCA 종교부장, 1964년부터는 서울 YMCA 총무로 활동하면서 사회운동에 힘써왔다. 또한 재야한글학자로서 현재까지도 한글날국경일제정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한글운동 분야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는 1997년에 훈민정음을 인류가 발견하거나 발전시킨 세계적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며, 이보다 8년 전인 1989년에는 인류의 문맹퇴치를 위하여 ‘세종대왕 문맹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 제도를 만들어서 문맹퇴치에 공이 많은 개인이나 나라에 해마다 상을 주고 있다.

이번에 펴낸 단행본의 내용 중, 전택부 선생이 이번에 발표한 논문 「한글의 성서적 의미」는 그가 평생 사랑해 온 한글에 성서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 일은 아직까지 그 어떤 한글학자도, 신학자도 시도하지 않은 최초의 일로서 학문적·역사적 가치가 높다. 

전택부 선생은 이 논문에서 먼저 인간 존재와 더불어 시작된 말의 역사, 그리고 뜻글자와 소리글자로 나뉘는 문자의 역사를 명료하게 요약 정리한다. 더불어 같은 소리글자이며 50개의 음절로 이루어진 일본문자 ‘가나’의 표음력이 약 3백 개 정도인 데 비해, 훈민정음은 17개의 닿소리와 11개의 홀소리, 즉 28개 음소를 통해 무려 8천8백 개의 소리를 낼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특별히 전택부 선생이 언어학적으로 본 한글의 우수성은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는 현존하는 세계 문자 2천여 개 중에서 그 제작자와 생일이 분명한 글이라는 점, 둘째는 세종대왕 훈민정음 반포문에서 드러나듯, 한글은 단순히 말의 기록이나 의사소통이란 차원을 넘어서 인권과 자유, 민족과 독립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 셋째, 한글은 가장 배우기 쉽고 쓰기 쉽고 가장 과학적인 문자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 전택부 선생은 한국을 찾아왔던 외국의 초대 선교사 샤를르 달레, 존 매킨타이어 및 한국어와 한글에 대해 “그 말의 구조와 간결함과 그 글자의 표음력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더 좋은 글자를 찾아볼 수 없다.”라고 했던 미국 언어학자이자 선교사인 할버트 등의 증언들을 예시하고 있으며, 20여 년 째 한글날을 손수 기념하고 있는 미국 시카고대학의 세계적인 언어학자 맥콜로(McCawley) 교수의 이야기도 덧붙이고 있다.

그렇다면 전택부 선생이 이야기하는 한글의 성서적 의미는 무엇인가? 그는 인간이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다는 성경구절(창 1:27)을 근거로 하여, 성부·성자·성령 삼위일체 하느님의 형상을 상징적으로 인간의 형상에 대비한다. 즉 인간은 영(spirit), 혼(soul), 몸(body), 삼상일체(三象一體)의 신적 존재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위상에는 우열이 없으며, 다 같은 비례로 거룩하고 선하고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신적 존재라고 말할 때, ‘몸’도 ‘영’, ‘혼’과 꼭 같은 비례로 하느님의 형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글은 다른 문자들과는 달리, 근본적으로 인간의 발음기관을 본 따서 만들어진 문자이다. 다시 말해 한글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인간, 즉 인간의 발음기관을 본 따서 만들어진 문자이기 때문에 ‘몸’과 마찬가지로 신적 존재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전택부 선생은 성서에 많이 등장하는 ‘소리’라는 말, 그리고 ‘소리’와 관계된 ‘바람’·‘숨’·‘입’·‘기운’·‘입김’ 등의 말을 조명하면서, 인간의 호흡기관과 발음기관을 본뜬 훈민정음과의 연관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 논문 「한글의 성서적 의미」는 월간 「숲과나무」(도서출판 땅에쓰신글씨) 11월호와 12월호에 나뉘어 연재될 예정이다. 또한 동 땅에쓰신글씨 출판사에서는 그간 전택부 선생이 쓴 몇 편의 글을 모아 같은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이 단행본에는 「한글의 성서적 의미」 외에도 「우리말 성서가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 「토박이말로 번역된 최초의 한글성서」, 「광개토대왕비문이 한글로 됐다면?」 등의 글이 실려 있다.

한글 보급을 바탕으로 한 자유주의 학문의 개척과 평등사상 구현,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수립과 새 문화 창조에 있어서 한국 기독교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음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외국인 선교사들로부터 복음을 받은 지 불과 30년 안팎에 신구약성서 전부를 한글로 완역 출간했다. 이와 같이 우리 겨레가 우리말과 우리글로써 국민생활을 해보기는 이것이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리고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이 나오고 1936년 ‘표준말’이 제정될 때만 해도 그 주동 인물이 거의 다 기독교인이었다. 이 두 사업이 이룩됨으로 해서 8∙15 해방 후 순 우리말 우리글로 교과서를 꾸밀 수가 있었으며, 이를 통해 자주 민주 한국의 앞날을 기할 수 있었다.

전택부 선생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발굴하여 기록·연구함과 더불어, 오늘날 언어와 문자 생활면에서, 그리고 한글운동 분야에서 일반 사회의 변화 흐름에 한국 교회가 발맞추는 것은 물론, 발전적인 참여와 기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