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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화가 부패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현대 사회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자신감과 희망을 상실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조차 자기 마음에서 나오는 모든 생각들을 일순간에 태워 버릴 수 있는 쾌락을 쫓기에 급급한 이유는 무엇인가? 뛰어난 기독교 사상가인 해롤드 브라운(Harold O. J. Brown)은 이 책에서 예리한 분석을 통해 인간이 영적인 근원에서 스스로를 단절시켰기 때문에 지금의 문화가 그와 같은 증상에 시달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인(故人)이 된 러시아 학자인 피티림 소로킨(Pitirim Sorokin)은 현대의 문화를 "퇴락 하여 말기에 이른 감각 문화"라고 진단하였다. 우리는 그러한 문화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브라운 박사는 소로킨의 주장에 동의하며 문화가 세 단계를 거쳐왔음을 발견하였다. ● 영적인 진리가 존중되는 '관념 문화 단계' ● 경험적인 세계를 높이 평가하려는 과도기적인 '이상주의 문화 단계' ● 오늘날처럼 물질주의, 관능성, 탐닉을 특징으로 하는 '감각 문화 단계'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현시대를 연구하는 문화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견을 달리하고 있지만, 한 가지 점에는 일치한다. 우리의 문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과 전혀 다른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브라운 박사는 프랜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의 입장에 서서 앞으로 인류의 모습이 어떻게 되어갈 것인지 논하고 있다.

[본문 112-116쪽 '4. 종교의 위기'중에서...]

4. 종교의 위기

가장자리로 밀려난 종교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그의 책에서 지적한 대로 대중매체의 확산과 지구촌(global village)의 형성은 궁극적으로 모든 전통 종교들을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어낼 것이다. 감각 문화가 초감각적인 실재와 가치들을 다시 한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변화를 겪지 않는 한, 감각 문화는 더욱 종교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며 종교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객관적인 도덕 기준까지 적대시할 것이다.

종교 집단들이 감각 문화에 도전하거나 맞서기보다는 그 문화와 공존하기 위하여 자기들의 근본적인 신앙을 절충한다면, 종교는 사실상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에 스스로 동의하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이나 다른 전통 종교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실은 이것이다. 감각 문화와의 갈등이 결국 모든 종교적인 진리 주장에 대한 억압이나, 아니면 그 문화의 본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 시대의 문화적 분위기는 종교적 진리를 억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그러한 기세는 당분간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서구의 감각 문화에 내재된 특정 요서들은 몇몇 종교의 근본적인 원리들과 충돌한다(예를 들어 연예 매체에서 일반화된 성적인 자유에 대한 예찬은 성적인 자제를 명하는 종교적인 명령과 부딪힌다). 하지만 그런 충돌이 종교에 대하여 감각 문화가 지닌 적개심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오히려 감각 문화는 어떤 종교의 교리가 진리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미신으로 조롱하겠다는 진리관을 가지고 있다.

종교를 지지하는 사람에게 모든 종교는 동일하게 타당성을 지닌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왜냐하면 많은 종교들 사이에 근본적인 일치점이 있긴 하지만, 동시에 종교들 사이에는 몇 가지 직접적으로 상충되는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 세 가지 주요 단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모두 한 분 하나님을 믿고 여러 가지 윤리적인 교훈들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세 종교는 하나님이 본질과 그의 속성들에 대하여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 기독교와 불교의 윤리적인 교훈은 이런 면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기독교는 한 분 하나님을 믿는 반면, 불교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무신론이다.
- 기독교와 아즈텍의 종교에서는 하나님이나 신들이 인간의 마음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기독교는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마 22:37)고 하여 믿는 자들에게 마음을 하나님께 바칠 것을 요구한다. 아즈텍 종교에서 인간의 마음은 기독교와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바쳐진다. 인간의 심장은 "신들의 음식"이므로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서 심장을 꺼내 우상에게 바친다. 그럼으로써 신들이 이 세상을 계속해서 보존해 준다고 믿었다.

대부분 종교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도덕적인 삶을 요구하는 교훈적인 측면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모든 종교들은 근본적으로 유사하다거나 모두 동일한 것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다면 명백한 잘못이다.


초감각적 진리 : 유일한 진리란?

관념 문화는 신앙의 진리인 신적 진리가 유일한 진리라고 여긴다. 이상주의 문화는 여러 종류의 진리들을 받아들이지만 여전히 신적 진리가 어느 것보다 고상하다고 생각한다. 그와 반대로 감각 문화는 감각의 진리만을 받아들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감각 문화는 상당히 반종교적이고 종교적인 신앙이나 관습을 거의 혹은 아예 지니고 있지 않을 것 같다.
비록 서구 문화가 여러 세기 동안 감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에 대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현재의 지배적인 문화가 모든 종교를 미신으로 취급하여 거부하지만, 문화가 그 속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다시 말하자면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은 아직 감각적인 성향의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았다고 반발한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감각 문화에 완전히 젖었으면, 현대의 감각 문화에 있는 종교에 대한 비판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종교란 것은 없기 때문이다.

2. 예수님은 구약성경의 말씀을 인용하여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마 4:4, 신 8:3)라고 하셨다. 문화가 전통 종교들을 비웃고 종교를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어낸다면, 삶 속에서 공허함을 느낀 수많은 사람들이 고대의 종교나 이색적인 종교를 다시 부활시키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것이다.

사실 현대의 감각 문화는 무수한 종교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문화를 형성해 온 종교들은 점차 그 문화 속에서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인간은 강력한 종교적 충동을 지니고 있으므로 대부분의 사람이 전혀 종교를 갖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것을 종교라 부르지 않지만 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체스터톤(G. K. Chesterton)은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은 믿지 않는 사람이라 해서 아무 것도 믿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다른 무언가를 믿을 것이다." 감각 문화 속에는 무수한 종교가 있다. 그러나 종교는 일반적으로 초감각적인 것을 다루는 반면, 진리에 대한 감각적인 이해는 측정 가능한 감각적 증거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감각 문화는 종교를 진리의 관점에서 평가하지 않고, 얼마나 좋은 느낌을 주며 어떻게 필요를 채워 주는가 하는 측면에서 평가한다. 이제는 종교에서 중시하는 하나님이나 영적인 세력의 객관적인 실재보다는 그것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주관적인 만족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감각 문화는 감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오로지 신적 계시나 인간의 영성으로만 알 수 있는 초감각적인 영역이란 없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신적 계시의 객관적 진리를 강조하는 기독교와 같은 종교는 감각 문화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사실은 서구 기독교 사회 전반에 걸쳐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서구의 문화는 바로 관념적인 기초 위에 세워진 문화이기 때문이다. 서구 문화는 좀더 이상주의적인 단계로 옮겨가면서도 신적 진리의 우월성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서구의 문화가 완전히 감각적인 단계에 접어든 지금, 서구 사회에는 정신분열증 같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편은 문화의 종교적인 요소들과 여전히 신앙의 객관적인 진리에 뿌리내리고 있는 사람들로, 다른 편은 감각 문화 전체와 오로지 감각의 진리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양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기독교 역사의 막바지에 처한 서구사회에서 일어난 종교의 위기는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발생한 교리적인 충돌(예를 들어 교황 무오류설과 성경 무오설)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급진적인 감각적 접근 때문에 일어났다. 영적인 것은 무엇이나 사실로 밝혀질 수 없다면, 진리를 주장하는 모든 종교는 폐기처분되어야 한다. 만일 종교가 완전히 폐기되지 않으면, 정원 손질이나 골프 같은 단순한 취미 정도로 장려되어야지 결코 한 사람의 삶을 위한 토대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계시 종교는 자신들의 교리적인 주장이 지니는 객관적 사실성에 의해 유지되거나 사라졌다. 기독교는 그런 종교에 대한 뛰어난 본보기이며 서구 문명과 가장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기독교의 몇몇 교리적인 주장은 유대교나 이슬람의 몇 가지 교리처럼 역사적인 기록에 근거하고 있다. 인물들과 사건들이 여전히 현존하고 있는 것처럼, 또는 그 사건이 실제 역사에서 일어난 듯이 묘사되어 있다. 성경의 여러 본문에는 실제 역사에 분명하게 나타난 사건들의 기록이 들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의 기록을 사실로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종교 자체를 가치 없는 것으로 폐기시키든지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유대교에서 하나님의 율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율법은 십계명으로 요약될 수 있다. 십계명은 교리라기보다는 명령이므로 언뜻 보기에 역사성을 의심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십계명은 역사적인 진술로 시작된다.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너의 하나님 여호와로라"(출 20:2). 다라서 율법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록과 연결되어 있다. 유대인들은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을 매년 유월절마다 되새기며 기념한다. 그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인가? 모세가 실제로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하나님의 극적인 간섭하심으로 히브리인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었을까? 만일 그렇다면, 십계명은 하나님께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며 의심할 여지없이 구속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왜 일부 소수 집단이 하나님의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명령이 삼천 년도 훨씬 지난 지금까지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속박해야 하는가?

감사의 글
서언
서론

1. 서구 문화의 고뇌
2. 예술의 위기
3. 진리 체계의 위기
4. 종교의 위기
5. 윤리와 법의 위기
6. 위기 시대에 일어나는 사회의 퇴락
7. 사회 문화적인 해체의 마지막 단계
8. 민주주의 이론의 위기
9. 교육의 위기
10. 의학의 위기
11. 다음 단계
12. 황혼인가, 새벽인가
13. 위기와 해결책

참고 도서
색인

"이 책은 위대한 기독교 사상가가 이룩한 놀라운 업적이다"
- 찰스 콜슨(Charles Col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