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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주기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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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연희  |  출판사 : 도서출판 두란노
발행일 : 1997-04-07  |  신국판 (153×225) 392p  |  89-7008-76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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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아, 우리와 함께 울자 신앙인의 첫째 덕목은, 예수를 따라서 일사각오를 하는 일입니다. 예수를 버리고 사느냐, 예수를 따라서 죽느냐. 예수를 버리고 사는 것은 멸망의 죽음이요, 예수를 따라 죽는 것은 새하늘과 새땅의 세상,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을 얻는 길입니다. 예수를 환영하던 때도 이제는 지나가고 우리에게는 수난의 때가 박도했습니다. 물러갈 자는 일찌감치 물러가고, 예수를 따라갈 사람은 한 번 죽음을 각오하고 나서십시오. 신앙의 죽음은 반드시 부활에 이릅니다. 죽음은 미지의 세계요 살아있는 사람과의 사별은 애끓는 쓰라림에다 때때로 두려움까지 겹치는 갈등을 겪는 인생사 마지막 문제이지만, 신앙인들은 죽음의 다음 단계로 부활을 약속받은 복이 있습니다. 다시 하나님과 그리스도 앞으로 가야만 하는 새로운 시간의 약속을 받은 사람들이 신앙인들입니다. 부활만이 모든 선교와 신앙 확인의 결정적 증거입니다. 부활 약속이 있으므로 우리에게는 일사각오가 가능합니다. 일사각오를 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부활은 약속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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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63~167쪽 '3장 부르심 받들어'중에서]

1. 초량 교회

나는 주기철 목사의 두툼한 노트 위에 두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주님... 이 노트를 왜 제가 읽도록 하셨습니까. 왜 저에게 읽히셨습니까. 이 벅찬 삶이 저하고 무슨 관련이 있기에... 이 목회자의 길을 제가 어찌 감히 무엇을 도울 수가 있겠습니까. 이해를 한다 한들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저는 어차피 머지않아 이곳을 떠나야 할 존재가 아닙니까. 제가 가려던 일본 유학이 허락되면 현해탄을 건너게 될 것이요, 그 길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고향으로라도 돌아가야만 합니다. 이런 불확실한 처지에 있는 저에게 이 노트가 어떻게 해서 닿았습니까. 한 목회자의 전생(前生)을 알게 되었다 한들 저의 무엇이 그분께 도움이 되겠습니까.'
내 마음속에서는 막연하게나마,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부산에 주저앉아 있는 자신의 처지를 두고 하나님께 원망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노트를 주 목사의 부인 안 집사에게 돌려 준 뒤, 첫 예배에 참석했을 때 나는 주기철 목사를 처음 만난 순간과도 같은 이상한 현기증에 다시 한 번 사로잡혔었다. 강대상에서 그가 하는 말은 설교가 아니라 예언이었다. 그에게서는 다른 사람에게서 느낄 수 없는, 때로는 뜨겁고 때로는 서늘한 정기(精氣)가 샘솟았다.
주일 예배, 주일 저녁 예배, 수요일 삼일 예배에 참석하면서 나는 주 목사를 한 주일에 세 번 네 번 만났다. 강대상에 세워진 그는 말씀의 대언자였다. 맑고, 차고, 반듯하며, 군더더기가 없는 제사장인가 하면, 활화산 같은 성령의 불길을 전수하는 사랑의 전수자였다. 위엄이 있었다. 범접할 수 없는 권위도 있었다. 그러나 예수를 심어 주는 말씀의 농부였다.
그렇게 초량 교회에 참석하는 동안, 나는 그 동안 나를 단단히 묶고 있던 불안감에서 놓여 났다. 미안하고 초조하던 느낌에서도 놓여 났다. 객지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는 막막함에서도 풀려났다.

주 목사의 부인 안갑수 집사는 자주 나를 찾았다.
"오 선생, 반찬 없는 밥이지만 같이 들고 삼일 예배에 가요."
여관보다 더 사람들이 들끓는 집이었다. 연락선에서 내려 서울로 가는 사람, 연락선을 타고 일본으로 갈 사람들이 수시로 들르는 집이었다. 쌀이 바닥날 때도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가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부인은 나를 자주 당신네 식탁에 초대했다.
"사모님, 나중에 뒤주가 바닥나서 당황하시지 마세요. 저는 머잖아 이곳을 떠나면 이 신세를 갚을 방도가 없는 나그네잖아요.
그리고 저는 목사님이 어려워서 싫습니다. 너무 어려운 분하고 식탁을 같이하면 밥맛이고 뭐고 아예 없어지지요."
"쌀이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오 선생하고 밥상 앞에 같이 앉고 싶은 걸... 예배 전에는 식사를 안하신다우. 예배가 끝난 뒤에야 식사를 하셔요. 그러니 나하고 같이 밥 먹고 교회로 가십시다."
그렇게 이끌려 목사관에 들르면서 뵙게 되는 목사님은 강대상에 서 계신 그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다. 잘 웃고 자상했다. 부인이 부엌일로 바빠하면 미처 할머니가 돌보지 못하시는 아이들을 안아도 주고 방 정리를 하시는 일까지 있었다. 아이들에게 절대로 엄하게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따르면서도 버릇없이 굴지 않았다. 온유했으나 자식 사랑의 절제를 아는 분이었다. 갓난아기까지 네 아이가 고만고만하게 요구도 많고 떼 쓸 일도 많았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아이들 나름으로 무언가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터득한 듯했다. 할머님도 아드님께 깍듯하셨다. 아드님이었지만 교회의 웃어른이심을 잊지 않고 반드시는 듯했다. 무엇보다도 그 집안에 들른 사람이 조금도 거북해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분이었다. 내외도 하지 않았다.
"오 선생님, 편히 하십시오. 우리 집 사람이 오 선생님을 퍽 좋아합니다. 우리 영진 어머니가 막내여서 동생이 없거든요. 그래, 저도 처제 사랑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요. 영진 어머니를 사랑해 주십시오. 그리고 자주 오세요. 남의 집이어서 거북하신 점도 있겠지만... 그리스도인에게 남의 집 내 집이 따로 있겠습니까.
우리는 어차피 나그네들인 걸요. 부산에 계시는 동안에 자주 오세요. 내가 있어 거북하면 예배당 사무실로 가서 볼일을 볼 테니까요."
그 따스함은 지금까지 내가 어디서도 느껴 본 일이 없는 따스함이었다. 아버지에게서도 오빠에게서도 받아 본 일 없는 따스함이었고, 스승이나 친척, 이웃의 어떤 남성에게서도 본 일 없는 부드러움이었다.
목사님이 계시지 않을 때 부인께 한마디 비춰 보았다.
"목사님이 예배당 강대상에 서 계실 때하고 집에 계실 때하고는 너무 다르신 것 같은데요. 경상도 사람들은 대단히 보수적이어서 여자들한테 아주 엄격하다고 들었거든요."
사모님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혼자서 한동안 웃었다.
"글쎄요.. 신앙의 은혜를 받지 않았으면 그랬을는지.. 하지만 우리 목사님 참 재미있는 분이세요. 얼마나 자상한지 다른 분들은 잘 모르지요. 참 다감하신 분이어요. 부자연스러운 데라고는 조금도 없으세요. 아마... 목사가 되지 않았으면 시인이나 작가가 되셨을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문필가가 되었어도 가난하기는 매한가지였겠지요. 목사의 가난과 시인의 가난은 다르잖겠어요? 시인은 가난하더라도 자유로웠겠지요. 조금은..."
"엄격하시지 않다고 하셨잖아요."
"목사 가정의 엄격은.. 남편인 목사의 성격이나 목사라는 직함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지요. 우리는 늘 그분의 시선(視線)속에 갇혀 지내야 하지요."
"그분의 시선이라니요?"
"하나님의 시선."
"하나님은 목사님의 가정만을 엄하게 지켜보시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하지만 성직자(聖職者)의 생활이 일반 신도들하고 아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일이지요."
부인의 얼굴에 문득 쓸쓸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 쓸쓸한 그림자가 무엇에서 시작된 것인지 궁금했으나 입을 열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성직자와 가정.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길과 가족. 문득, 사도 바울과 열두 사도와 구교(舊敎)의 신부들이 떠올랐다. 가정을 이루지 않은 그들은 자유로웠다. 매이는 데 없이 훨훨 자유롭게 다니지 않았는가. 베드로에게는 가족이 딸려 있었던 것 같았지만, 베드로가 일단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가기로 결심한 뒤에 그가 가던 길은 가정을 등진 길이 아니었던가.
'주기철 목사에게도 가정은 보이지 않는 자기 갈등이 되고 있는 것일까. 아내가 사랑스럽고 아들들이 사랑스럽고 어머님과 이어진 핏줄이 탱탱하게 이어져 있기에, 그 정(情)이 질기면 질긴 것일수록, 그것이 때로 사슬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교회도 옹근 하나여야 한다. 가정도 반쪽으로는 지탱할 수 없는 세계다.
주기철 목사 그는 어머니나 아내 그리고 자식들의 아픔을, 다른일 때문에 외면하고 지나갈 수 없는 사람이다.
-1장/예정과 배역

-2장/주기철의 노트

1.가계와 고향
2.출생
3.유린된 조국
4.하늘이 허락한 스승
5.낙향
6.거듭남
7.평양 신학교 시절

-3장/부르심 받들어
1.초량 교회
2.구봉산의 밤이슬
3.목자 잃은 양 떼

-4장/무학산의 손짓
1.11년 전의 그 자리
2.문창 교회에서
3.무학산의 평바위
4.아!어찌 이런 일이...
5.하나님의 법을 따라

-5장/동역자 오정모
1.복종의 길
2.여호와 이레
3.일본의 신사가 무엇인지 바로 보시오
4.죽음의 준비
5.예언자의 권위
6.드디어 재혼
7.좁은 문을 거쳐서
정연희
1937년 서울 출생 1957년 동아일보 신춘 문예 소설 당선 1958년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졸업 한국 소설가협회상 수상,한국 문학작가상 수상 대한민국 문학상 수상,윤동주 문학상 수상 유주현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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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순교자 주기철 (상)
저자정연희
출판사도서출판 두란노
크기신국판 (153×225)
쪽수392
제품구성
출간일199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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