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배운다. 또한 이러한 하나님에 대한 지식에 기초하여 어떻게 살아갈지 알게 된다. 사도행전에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복음진리가 읽는 이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기록되어 있다. 현 시대가 1세기 당대와 시간, 장소, 언어, 문화, 사상의 견지에서 분명히 다르지만, 인류가 가진 보편적 특성에 대한 이해와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의 도움으로 <해석>과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성경 해석과 적용이 성경을 읽으면서 단번에 이뤄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복잡한 여러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성경이 보물섬과 유사하다는 관점에서, 성경의 바른 해석과 적용을 과정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바른 해석을 위해서 먼저 보물섬인 성경과 우리 사이의 간격인 바다를 건너야 하는데, <성경과 우리 사이의 바다>로 <시간 공간 언어 문화 사상>의 바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바다>를 건너는데 필요한 도구로는 <성경> 자체와, 성경 기록자들을 감동하신 <성령>, <성경 기록 당시의 문헌>, 그리고 <이미 성경이 보물섬임을 맛본 사람>들의 말과 글을 생각할 수 있다. 더불어 비록 한계가 있는 해석자들이지만 서로 도와가며 성경 보물섬에 함께 도달할 수 있다.
동료 선원[함께 성경을 해석하는 해석공동체 일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 건너 보물섬에 도착하지만, 성경 보물섬은 해석자들에게는 매우 낯선 곳이다. 적응이 필요하다. 먼저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해,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온전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의미들이 바로 <보물>이다. 이 <보물>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어떤 뜻을 가지고 어떻게 일하시는지 비로소 알 수 있다. 여기까지가 해석과정이다.
해석이 끝남과 동시에 적용과정이 시작된다. 적용과정부터는 해석과정과 달리, 착용을 염두에 두고 <보물> 대신 <보석>이란 표현을 사용하자.
착용 가능한 <보석> 같은 깨달음을 발견하고, 해석자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알맞게 다듬는 과정이 적용단계의 시작이다. 이 단계들은 성경 보물섬 내에서 이루어지는데, 발견된 <보석>을 세공하고 나면, 해석자는 하나님 말씀을 삶의 구체적 영역에 적용할 준비가 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말씀대로 사는 것뿐이다.
그런데 막상 말씀을 삶에 적용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날 때가 많다. <보석>에 이름을 새기고 착용하려면 내가 변해야 할 때가 있다. 때로는 마치 전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바뀌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러한 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매우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러기에 <보석> 같은 깨달음에 걸맞는 삶을 살겠다고 굳게 결심한 다음에는, 내 힘만 의지하지 말고 주님의 도우심을 구해야 한다. 교우(敎友)들 간 도움도 크게 유익하므로 서로 도와야 한다.
이와 같은 해석과 적용 과정을 통해, 성경에서 발견된 <보석> 같은 깨달음이 삶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다양한 도움이 꼭 필요하다. 또한 <바르게 해석>하고 <철저히 적용>하려 하면 할수록 힘과 시간도 많이 든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오랜 기간 바르게 해석하고 철저히 적용하다보면, 삶의 방식, 성품, 심지어 얼굴 모습까지도 하나님이 기뻐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로소 <새로운 삶>, <제자의 삶>, <복된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말씀 <보석>은 여느 보석과 달리, 다른 사람과 나누어도 내 보석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보석 나누기>를 통해, <보석>이 커지고 늘어난다. 또한 보석을 반복적으로 나누는 삶에는 행복과 소망이 있다. 그 소망의 정점에 예수님의 재림이 있다. 주 예수님이 다시 오시는 그날, 성경 보석을 발견하고 착용하며 나누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남겼던 이들처럼(마 25:14-23) 주님의 칭찬을 들을 것이다. 한 달란트를 받은 종과 달리, <보석>을 땅에 묻어두지 않고 삶속에서 나누고 또 간직했기에, 더 많은 것을 맡게 되는 것이다.
그럼, 말씀 <보석>을 흠도 없고 티도 없이 보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후 승리를 위해 현재를 인내하며, 믿음의 동료와 함께 예배자의 지혜로운 길을 걸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인생의 끝, 역사의 마지막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예수님 다시 오심을 믿고 바라며 지혜로운 예배자의 길을 걷는 성도에게, 말씀 보석은 싹을 내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 또 미이라가 썩지 않게 하는 방부제처럼, 성도가 세상 방법과 가치관에 물들지 않게 한다. 식물을 생육하고 번성케 하는 생장점처럼, 예수님 따르는 생명 길에서 열매 맺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2011년 3월부터 5월까지 대한성서공회 성서교육문화센터 프로그램 중 하나로 <사도행전과 우리: 사도행전 해석과 적용>이란 제목 하에 이루어진 강의와 더불어, 이후 집필한 사도행전 관련 논문들을 정리한 것이다. 강의 당시 수강한 분들에게 2011년 겨울까지 출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간 강의와 업무 부담이 많았고, 보다 나은 책이 되기를 바랐기에 이제야 출판하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2012년 이후로 필자의 사도행전 이해는 보다 정밀해졌다. 2012년 말부터 2014년 초까지 이뤄진 대한성서공회 <새한글성경전서(가칭)> 프로젝트의 사도행전 기초번역자로서 사도행전을 꼼꼼하게 번역하였다. 2015년 연구년에는 『사도행전 원문강독』을 통해, 사도행전 원문분석과 번역, 단어연구를 위한 자료를, 2017년에는 사도행전 원문 연구 및 출판을 위한 『사도행전 대문자 비평본: PRACEIS APOSTOLWN』을 출판하였다. 또한 조만간 출판될 Youngmo Cho and Hyung Dae Park, Acts I-II, New Covenant Commentary Series (Eugene: Cascade, 2019)의 2권 즉, 사도행전 13-28장의 주석을 집필하면서 사도행전을 영어로 설명하려고 힘썼고 이제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도, 교단에서 주관하는 <개혁사상 부흥운동> 전문위원으로서 <신약 관점에서 본 개혁사상 부흥운동>을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개진(開陳)할 수 있었다.
제목을 『사도행전과 우리』라고 지은 데는 사도행전 내에 사용된 <우리> 본문(16:8-18; 20:3-21:17; 27:1-28:16)과 해석자로서의 <우리>에 기인한다. 사도행전의 <우리> 본문 가운데 첫째 본문인 16장 8-18절은 2차 전도여행에 속한 내용으로 드로아에서 빌립보까지의 여정을, 둘째인 20장 3절로 21장 17절까지는 3차 전도여행 이후 2차 전도여행지를 돌아보는 부분으로 빌립보에서 예루살렘까지의 여정을, 셋째인 27장 1절로 28장 16절까지는 가이사랴에서 로마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본 서의 목적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 사역이 제자들에 의해 수행되는 과정을 다각도로 살펴봄으로써, 교회, 직임 맡은 자, 신자, 하나님, 인간, 공동체 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오늘 <우리>에게 적용해보는 것이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의 살아있는 말씀인 사도행전을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를 위해, 제1부 <서론>의 <가. 사도행전 구조와 예루살렘>에서는 사도행전을 어떤 틀 속에서 읽어야 할지 제안했고, <나. 언약과 증거의 관계 연구: 사도행전을 중심으로>에서는 사도행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증거> 혹은 <증인>이 <언약>과 긴밀하게 연관됨을 밝혔다. <다. 사도행전의 주인공>에서는 사도행전의 주인공이 <사도들>이나 <성령>보다는 <예수님>이라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사도행전을 읽을 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할 분이 예수님임을 강조하였다.
제2부 <성령론>의 <가. 사도행전의 성령>에서는, 성령에 대한 부분을 조직신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본문에 기초하여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리하였고, <나. 성령의 음성을 따라>는 사도행전에 소개된 성령의 직접 담화에 속하는 부분을 <성령을 통한 대화> 및 <악하고 더러운 영의 말>과 비교해 보았다. <다. 제2성전기 유대교 문헌과 사도행전에 소개된 성령의 담화 비교 연구>는 <나. 성령의 음성을 따라>에서 발견될 수 있는 내용을 보다 전문적으로 분석하여 제2성전기 유대교 문헌에서 발견되는 성령론과 비교 분석한 글이다.
제3부 <등장인물>의 <가. 사도행전의 직분자 연구>에서는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일꾼들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았다. <나. 고넬료 사건(행 10:1-11:18) 기술 과정에서 쓰인 반복기법의 역할>에서는 반복기법 분석을 통해, 베드로와 고넬료 등 등장인물이 어떻게 소개되고 있는지 연구하였고, <다. Combined Approach to the Repetitions in the Stories of the Conversions of Cornelius and Paul in Acts>를 통해서는 반복과 관련하여 중요하게 다뤄지는 고넬료 사건과 바울의 회심 부분을 어떻게 통일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지 다뤄보았다. 반복기법 사용의 기능을 살펴봄으로써, 하나님의 뜻은 <점점 더 하나님을 경외하고 점점 더 이웃에 대해 겸손한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이뤄진다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제4부는 <설교 및 변론>에 대한 논문들로 구성되었다. 바울의 설교 네 편과 변론 네 편을 분석하였다. 우선, <"가. 'All Things to All Men' Speech Principles: A Study on Paul's Four Main Speeches in Acts 13?20">에서는 바울의 비시디아 안디옥 설교, 루스드라 설교, 아덴 설교, 밀레도 설교를 분석하여, 바울 설교의 특성을 추출해내었다. <나. Tertullus versus Paul in Felix>s Praetorium>을 통해서는 더둘로와 바울의 벨릭스 재판 대결을 배경과 등장인물, 변론 등을 중심으로 자세히 다루었다. <다. 사도행전의 바울 재판 변론 연구>는 제4부 <설교 및 변론>을 종합하는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 앞에 있는 영어 논문 세 편(제3부의 <다> 논문과 제4부의 <가-나> 논문)의 위치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5부 <메시지>에서는 사도행전 전체를 통해 발견되는 <가르침> 세 가지를 다루었다. 첫째, <가. 사도행전에서 발견되는 기독교의 포용성과 절대성>에서는 기독교의 절대성이 포용성을 가능케 한다는 것과 기독교의 포용성은 절대성에 기초한다는 점을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둘째, <나. 예루살렘 공회의 과정을 통해 도출되는 윤리적 원칙들: 사도행전 15장 4-29절에 대한 새로운 접근>에서는 신약신학뿐 선교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도행전 15장 본문을 분석하고 신약윤리 측면에서 정리해보았다. 셋째, <다. 누가행전의 회개(悔改)와 돌이킴에 대하여>에서는 일반적인 <회개> 개념 이해에 <돌이킴>이 추가되어야 누가행전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하였다.
마지막으로 제6부 <적용>에서는 사도행전 연구가 교리, 설교, 개혁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다루었다. 우선, <가. 마지막 때를 사는 교회: 교회론과 종말론>을 통해서는 사도행전 본문 연구가 <교회론과 종말론> 정립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다음으로 <나. 서사(敍事)적 본문을 서사적으로 설교하기: 사도행전의 여행서사 본문을 중심으로>를 통해서는 설교문을 작성해 보았다. 끝으로, <다. 신약 관점에서 본 개혁사상 부흥운동>을 통해서는 오늘날 교회 개혁과 관련하여, <행동하는 개혁사상> 측면에서 <회의 진행 개혁, 법정 변론 개혁, 공동체의식 개혁>을 다루었다.
참고로, 사도행전에서 해석과 적용이 가장 어려운 본문이라 할 수 있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을 헤렘 사상 측면에서 정리한 글은 필자의 『헤렘 제자도』 (서울: 그리심, 2018), 61-96쪽에 있는 <헤렘의 관점에서 본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행 5:1-11): 여호수아 7장 1-26절과 사도행전 5장 1-11절의 본문 간 상관>을 참고하면 된다.
성경본문은 사역(私譯)하거나 『성경전서 개역 혹은 개역개정판』을 사용하였다. 박형대, 『사도행전 원문강독』, 성경66권 원문강독 시리즈 32 (서울: 그리심, 2015)의 것을 사용하기도 했다. 성경을 인용할 때는 괄호 안에 약어와 장절로 표시하였으나(예. 눅 9:24) 사도행전을 인용할 때는 장절만을 표시한 경우가 많다(예. 14:22). 글에 따라서는 인용하는 책이 바뀔 때만 <책명>을 기재하고, 책이 바뀌지 않으면 <책명>을 기재하지 않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자료 각주의 경우, 본래 출판된 형태를 유지하였다. 제4부의 첫째 글은 글이 길어 <목차>를 추가했다. 이해를 돕고자 <요약>이나 <초록>을 싣기도 했다. <참고문헌>은 본문에 약식정보가 기재된 경우에만 실었다.
2011년 봄,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늦은 시간에 개설된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대한성서공회 성서교육문화센터 프로그램으로 개설된 <사도행전과 우리: 사도행전 해석과 적용> 강의를 성실하게 참석하셨던 분들과, 출판과 편집을 맡아주신 그리심출판사의 조경혜 권사님과 장종길 장로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일하러 간다.> 하는 말이면 모든 걸 뒤로하고 양보하는 아내와 다섯 자녀들(주은, 주성, 주희, 주연, 주하)에게도 이 책이 유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삼일절 백주년 기념일 아침에
대학촌교회 목양실에서
박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