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누가복음(the Gospel of Luke, the Gospel According to Luke)은 사복음서의 하나로 누가(Luke)가 썼다. 그는 이방인이었으며(골4:11), 디도의 형제로도 추정되고 있다(고후 8:16-18, 12:18). 그는 무엇보다 수리아의 안티오크(Antioch)에 거주하던 의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바울의 건강을 돌보았다. 바울은 안질을 앓고 있었는데 다마스쿠스(Damascus) 도상에서의 성령의 빛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바울은 간질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누가가 바울의 제2차 전도여행 때 동행한 것으로 보아(행16:10) 초기부터 이방인 회심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바울의 제3차 여행에도 동행했으며 바울이 예루살렘에서 체포되는 위험상황에서나 로마에 있을 때도 함께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누가는 바울의 진실한 동역자요 사랑하는 친구였음이 확실하다. 바울은 그를 가리켜 사랑을 받는 누가(골4:14)라 하고 그가 너희에게 문안한고였다. 로마에서 바울의 마지막 생활을 묘사하는 서신에서도 누가만 나와 함께 있느니라(딤후 4:11)고 했다. 이것은 누가가 의사이면서 바울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는 선교동역자임을 보여준다.
누가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복음서에 대한 반마르키온서문(Anti-Marcionite Prologues), 무라토리아 정경(Muratorian Canon), 이레네우스(Irenaeus) 등 여러 전승도 제3복음서와 사도행전이 수리아의 안디옥 출신 누가에 의해 기록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누가는 바울의 동역자요 친구로 바울이 전파하는 복음을 듣고 조사하여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누가에 대해서 빼놓아서 안 될 중요한 것은 복음에 관한 한 어느 누구보다 강한 열정을 가진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예수님께서 구세주시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예수님의 자취와 복음의 역사를 기록으로 제시함으로써 우리에게 하나님의 뜻을 밝히려한 위대한 역사가이다. 나아가 그는 복음이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이방세계까지 전파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사도행전을 기록하였다.
1) 과학자로서 객관성과 정확성
누가복음은 풍부한 단어를 사용했고, 사복음서 가운데 가장 자세히 기록하였다. 자료를 취합해 완벽하게 기록한 역사서로도 인정받고 있다. 누가복음은 예수님의 인성을 완벽하게 그렸다. 예수님을 사람의 아들로, 어린 때의 모습까지 묘사했다. 누가는 비록 사도들의 총회와 같은 몇 가지 문제에 대해 바울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지만(행 15;갈 2) 그의 독특한 경험은 두 권의 책을 쓰는 데 귀중한 배경을 제공해 주었다. 그는 성경의 저자가운데 유일한 이방인이기도 하다.
2) 누가복음 기록 연대
누가복음이 기록 연대를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러 성경학자들은 두 가지 점에서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 하나는 마가복음을 기초 자료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누가복음은 마가복음 이후에 기록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누가가 사도행전 첫머리에 데오빌로여 내가 먼저 쓴 글에는 무릇 예수의 행하시며 가르치시기를 시작하심부터 승천하신 날까지의 일을 기록하였노라(행 1:1-2)라고 말하고 있어 만일 먼저 쓴 글이 누가복음이라 할 경우 누가복음은 사도행전보다 먼저 쓰였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점을 고려하여 학자들은 누가복음의 기록연대를 A.D. 63년에서 A.D. 80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 연대에 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논란되고 있는 것은 예루살렘 멸망에 관한 예수님 말씀에 대한 기록(눅 19:41-44, 21:20-24)을 사건 전의 초자연적 예언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사건 후의 기록으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다. 예루살렘의 멸망이 A.D. 70년에 있었고 누가복음이 비록 예언이라 할지라도 이 사건을 비교적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그 사건이 일어난 후에 기록된 것으로 간주되기 쉽다. 특히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향해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으리라.는 예언의 말씀은 70년 로마군에 의한 예루살렘 파괴가 보여준 너무나 생생한 표현이라는 주장이다.
누가복음이 이 사건 후의 기록으로 간주될 경우 누가복음은 사도행전보다 늦게 기록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사도행전은 일반적으로 A.D. 63년에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64년에 로마의 대화재와 함께 기독교인에 대한 심한 박해가 있었는데 사도행전에 이 박해에 관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누가복음이 사도행전보다 먼저 쓰였을 것으로 본 성경의 기록과 달라진다. 따라서 여러 복음주의 학자들은 예루살렘 멸망에 관한 누가복음의 기록은 사건의 성취까지 담은 것이 아니라 말씀 그대로 미래의 일로 남겨둔 초자연적 예언으로 간주하고 있다.
복음서에 대한 반마르키온서문에 따르면 누가복음은 아가야에서 기록되었다. 그러나 여러 학자들은 이 견해에 신빙성을 두지 않고 로마나 안티오크를 기록장소로 간주하고 있다.
3) 기록의 원천
누가는 예수님의 관한 행적을 차례대로 써보고 싶었다. 예수님에 관한 행적은 예수님을 직접 목격했고 지금은 그리스도의 일꾼이 되어 열심히 일하는 사도들의 입을 통해 전해오는 전승이 있었다. 누가 이외에도 전해 내려오는 예수님의 행적에 관한 것을 쓰려고 붓을 든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눅 1:2). 누가는 이런 많은 자료들을 참고했을 것이다.
성경학자들은 누가가 마가복음과 아직 그 정체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가장 먼저 쓰인 복음서로 인정받고 있는 가문서 Q를 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문서 Q는 마가복음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는 기록되어 있는 약 200절 이상의 성경구절이 실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많은 성경학자들은 누가가 많은 자료가운데서도 마가의 것을 가장 많이 참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는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에 있는 내용을 생략하기도 하고, 두 복음서에 실려 있지 않는 자신만의 내용을 첨가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요한의 부모와 예수님의 탄생과 다른 복음서에 나타나 있지 않은 사건들에 관해 개인적으로 자료들을 입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누가는 당신 노인이 되었을 예수님의 모친 마리아로부터 예수님에 관한 여러 말씀을 직접 듣고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다른 공관복음에 없는 세례 요한의 출생예고와 예수의 탄생예고의 사건, 마리아의 찬송, 목자들에게 전해진 천사의 메시지, 어린 예수의 성전방문 사건 등 여러 가지가 마리아의 직접 증언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누가는 여러 전승 자료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조사한 자료들을 모아 복음이 진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 진리를 밝히기 위해 자료들을 차례대로 체계화시켜 나갔다.
4) 누가복음이 다른 복음과 다른 특색
누가복음은 다른 복음서와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른 특색이 있다.
첫째, 누가복음의 초점은 항상 예수님에 맞춰져 있다. 마태복음에 소개된 예수님의 족보는 아담에서 출발하여 예수에 이르지만 누가복음에 기록된 예수님의 족보는 예수로부터 출발하여 아담에 이른다, 누가복음의 출발점이 바로 예수님이시라는 것은 누가복음이 예수님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강조하고 있다. 누가는 최소한 18회 정도 주님이라는 칭호를 사용했다. 사도행전에서는 약 50회 정도 사용되었다. 그는 예수님이 주님이심을 고백하는 신앙에서 주님을 향해 경외를 나타냈다. 누가에 있어서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자 주님이시다. 그 주님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고난과 죽음과 부활을 경험하셨으며 이 과정을 통해 은혜의 사역을 완성하셨다.
셋째, 누가복음은 이방선교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방인 전도에 대한 관심은 나사렛 회당에서의 설교(4:25-27), 탄생기사(2:32), 큰 잔치비유(14:23), 선교의 명령(24:47) 등에서 뚜렷이 나타나 있다. 누가는 죄인들의 회심과 사마리아에서의 회개역사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고, 예수님의 많은 사역들이 예루살렘에서 이루어졌으나 교회가 예루살렘에서 시작되어 온 세계로 뻗어나감을 보여주었다. 사도행전은 이러한 전파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넷째, 누가복음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이 관심은 가난한 자들에 대한 축복과 부자들에 대한 화의선언(6:20-26), 물질에 대한 비유,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 구제와 선행에 대한 강조 등에 나타나 있다. 누가복음은 당시 천대받았던 가난한 자나 여성에 대한 예수님의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누가는 잃은 양, 잃어버린 동전, 기다리는 아버지의 비유를 통해 예수님을 낮고 천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시며 죄를 용서하고 끝없이 사랑하시는 분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누가는 나인성 과부, 회개한 창기, 혈루증 앓는 여인, 마르다와 마리아,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 등을 통해 다른 복음서보다 여인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여성에 대한 예수님의 관심을 보였다. 이것은 예수님이 누구를 더 생각하셨는가를 보여주고 우리도 그러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선한 사마리아 비유는 이것을 밝히 가르쳐 준다. 누가는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물질적인 희생과 나눔을 당연히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헌신적인 희생의 제자도를 강조하였다.
다섯째, 구원의 기쁨을 강조하였다. 누가는 목자들에게 준 천사의 메시지, 돌아온 탕자의 비유, 예수님의 발을 눈물과 향유로 씻은 여인 등의 사건을 통해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전하고 있다. 누가는 이 구원의 기쁨이 모든 인류, 곧 이방인이나 사마리아인이나 세리나 죄인이나 모두를 위한 것임을 강조함으로써 누가복음을 세계인을 위한 복음서로 만들었다.
여섯째, 임할 하나님의 나라와 은사, 그리고 성령의 기쁨을 강조하고 있다. 누가는 앞으로 임할 나라와 은사, 성취, 그리고 성령의 기쁨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기 자녀들에게 좋은 선물을 주시는 이상적인 아버지처럼 하나님을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눅 11:13)로, 그리고 이와 똑같은 사랑과 용서를 이웃에게 베풀라 권면하였다.
일곱째, 누가는 자비한 은혜와 엄격한 요구가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삭개오와 회개한 창녀의 이야기 등을 통해 예수님의 부드러움과 자애심을 드러내는 반면 제자들에게는 자신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와 복종을 요구하신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은혜와 복종을 병존시켰다. 그는 예수님이 전한 복음은 은혜와 책임, 선물과 과제라는 이중적인 성격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끝으로, 누가복음만의 독특한 기록이 있다. 누가복음에는 마태복음이나 마가복음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록들이 있다. 70인의 제자파송, 마리아와 마르다, 어리석은 부자, 거지 나사로, 삭개오, 열 므나의 비유, 다시 찾은 드라크마, 과부와 재판관, 세리의 기도, 그리고 예수님의 승천에 대한 언급 등이 그 예다.
지금까지 성경을 연구하며 주해하는 작업을 해왔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삶의 궁극적인 지표가 되고, 알면 알수록 예수의 생명이 우리 안에 역사하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백성들이다. 누가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가 왜 우리에게 큰 기쁨과 소망을 주시는가를 가르쳐 줄 뿐 아니라 왜 그 나라를 구하며 살아야하는가를 보여준다. 이 책이 우리 주님과 주신 복음을 좀 더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양 창 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