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경험하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삶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들꽃처럼 피어나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한 색감으로 물들이는 기일혜 수필집. 소설가 기일혜의 수필들은 나와 이웃의 정겨운 이야기다. 삶의 순간을 여행하듯 ‘가족과 이웃’으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체험을 통해 글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1집부터 48집까지 각각의 수필집마다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감동을 준다.
『세 아가씨의 꿈같은 봄날』은 기일혜 작가의 마흔여덟 번째 수필집이다. 마음이 어두워진 사람도 행복하게 만드는 ‘꿈같은 봄날’을 소망하는 따듯한 마음씨들이 담겨 있다.
[출판사 리뷰]
기일혜 수필집 속의 이야기들은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따뜻하고 서정적이다. 과연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들일까 싶게 한 편 한 편의 에피소드가 갖고 있는 진정성, 그 힘에 새삼 진한 감동과 여운을 갖게 된다. 기일혜 작가의 48권의 수필집은 1994년부터 2022년까지 28년간 발표된 작품집이다.
기일혜 작가의 수필 안에는 작은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빛을 발한다. 수필을 읽다 보면 고운 질감의 조각보를 만져보는 듯, 추억 속의 한 장의 사진 같은 편안한 시간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람의 말에 힘이 있으려면
작년엔가, 어느 분으로부터 전화로 들은 이 말씀이 가끔 생각이 난다. 이 말씀,
“선배님, 어떻게 그리 아름답게 사십니까?”
내가 아름답게 못 살 때, 더러 생각이 난다.
내 심중에 있어, 가끔 생각이 나는,
그런 말씀을 하신 이는 어떤 사람일까?
오늘 아침에도 글을 쓰다가 문득 생각이 나더니, 깨달아지는 게 있다.
‘아아 그분이 그렇게 아름답게 사시니까, 내 하찮은 삶도 아름답게 보시는구나…’
누군가의 말에 힘이 있어 상대 마음에 오래 남으려면,
그가 하는 말이 그의 삶 속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삶 속에서 우러나온 말이어야 힘이 있고 상대의 마음에도 남는다.
그가 아름답게 살아낸 삶의 힘이,
그가 하는 말에 담겨져서 내 마음에도 오래 남는다.
문득 한 조각 그리움이라도 되었으면
친구 동생(광주)은 올해 맘먹고 김장김치 많이 담가 시댁 식구들 오시라고 해서 점심 대접하고 김치 한 통씩 들려 보내고, 친정 형제자매들이 생각나서 한 통 보냈다. 수육 값까지 … 엄마 김치 아니면 안 먹는다는 친구 딸이 광주 이모 김치 맛보고 하는 말. “엄마 김치보다 더 맛있네, 이모 김치가.” 그 김장김치는 시댁, 친정으로 보내져서, 코로나로 얼어붙은 초겨울(2021)의 찬 마음 녹이는 친선대사 노릇 충분히 하고… 내년엔 솜씨 좋은 광주 동생 집에, 자매들이 다 모여 김장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나도 거기 끼어보고 싶지만, 분수를 알아야 할 것 같고. 김장김치 맛은 우리 세대엔 잊을 수 없는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이다.
그리움이 하나씩 사라지는 시대, 누군가에게 그리움 하나라도 만들어 드리면서 살고 싶어진다.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의 가슴에 ‘내 온화한 마음 한 줌이라도’ 안겨드린다면… 세월이 지난 어느 훗날, 내 온화함이 그에게 문득 한 조각 그리움이라도 되었으면 하지만.
죽은 해바라기 꽃이 말하고 있다
몇 년 전, “박 선생님 꽃밭”에 들렀을 때 보니,
해바라기 화분이 집 안에 있다. 사람들은 만개한 해바라기를 좋아하지, 시들어가는 해바라기는 찾지 않아서 집 안으로 들여놓았다고. 내가 해바라기 꽃 중심인 거무스레한 부분을 유심히 보고 있으니, 박 선생님이 “선생님 이 해바라기 아직 볼만 해요. 갖다가 두고 보실래요?” 망설이다가 자그마한 화분 3개 들고 와서 베란다에 두고 보다가, 시들어서, 말린다. 얼마 뒤, 말린 해바라기를 본다.
검은 해바라기는 사자(死者)의 눈 같다. 꽃보다 무겁고 장중한 미가 있다. 해바라기는 활짝 피었을 때보다 시들어 죽어서 더 말을 하는 것 같다. 고흐가 즐겨 그린 해바라기도 많은 말을 하고. 죽은 해바라기 꽃은 우주의 종말을 말하고 있는 듯… 이 땅 사람들에게 반드시 죽음, 종말이 온다 ─
“있을 때 잘 해” 유행가 가사처럼 죽은 해바라기 꽃은 내게 강력하게 말하는 것 같다.
‘살아 있을 때 구원해, 죽으면 구원할 수 없으니까,’
사람은, 사랑을 살아가는 존재
그날, 화사하게 성장하고 양자 님 만나러 가는데,
내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나는 지금 새로운 사람에 대한 신비로움으로 가슴이 떨리고 있구나…
오늘 입은 원피스의 우아한 화사함 때문이기도 하고…’ 떨리는 가슴으로 손에 들고 가는 장미 꽃다발을 무심히 본다. 내 가슴 뜨거움에 비하면 꽃들은 시들하고 조용하다.
사람 만나러 가면, 내 마음이 이렇게 새롭게 되는데, 새롭게 되려면 앞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많이 만나러 다녀야겠구나.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많이 만나러 다녀야지,
한 주일에 한 사람만 만나면 1년이면 50인. 그들을 만나면서, 그 동안은 연푸른 연정으로 살 수가 있겠구나.
그리고 한 주일에 한 사람만 집으로 오시게 하면,
또 1년에 50인을 더 만나게 되고… 이렇게 일 년을 사람 만나면서 살면 1년이 봄날같이 지나가겠구나.
사람은 삶이고 사랑.
그래서 사람은 ‘사랑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하지 않은가.
변화는 내 창작의 시작이다
내 방, 청색 소파 한쪽엔 르누아르의 ‘머리 빗는 소녀’ 액자가 놓여 있다. 거실 벽에 있던 걸 소파로 옮겨, 가까이서 늘 본다. 볼 때마다 내가 신선해진다. 고도로 우아한 소녀의 자태, 그 미감(美感) 속으로 내 정서가 잦아든다.
소파 한 구석엔 손녀가 좋아하던 갈색 삽살개 장난감. 애가 장난감 놀이에서 벗어날 무렵, 며느리에게 그걸 달라고 해서 얻어온 것. 장난감 강아지는 일 년 열두 달 계속 나를 정면으로 보고 있다. 지루하다.
며칠 전 그 강아지를 옆으로 보게 앉혔더니, 토라진 듯, 옆모습이 새롭게 귀엽다. 사소한 것이라도 변화는 새로움, 창작의 시작이다. 김장김치, 샐러드 김치로 담그는 것도 내가 일상생활의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
주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기도만 말고 성경만 읽지 말고 일어나 살아라. 나가서 예수님 가르침대로 한번 살아봐라! 실수하든 잘못하든 부딪혀 봐라! 움직여라! 내가 책임진다.
생명의 이정표인 예수님의 산상수훈은 7, 80%가 일상생활을 말씀하신다고 한다. 그만큼 일상생활이라는 삶이 중요하기에. ‘사랑은 어마어마한 것 아니고 작은 일에 참는 것.’
그 작은 일은 곧 내가 매일 사는 사소한 일상 -
일상은 같은 것 같으나 섬세하게 다 다르다. 새롭다.
널려 있는 일상을 하나님께 예배하듯, 그런 마음으로 새롭게 살다 보면, 그 삶 속에서 영감을 내려주신다.
영감의 원천이신 창조주 하나님이 영감을 주신다.

머리말
1부_ 새로운 이야기와 헌 이야기
1. 영암 조 선생님(95세)의 독후감 1
2. 영암 조 선생님(95세)의 독후감 2
3. 지렁이가 징그러운데 반가워
4. 여름 찰밥은 보약이라서
5. 필라델피아산 명품 구두
6. 4월에 초대하고 싶은 손님
7. 1년에 손님 100분 초대하신 정죽 님
8. 자랑 끝에 불붙는다
9. 일혜야 너는 모르지, 이 외로움을
10. 자녀가 어떻게 하든, 엄마는 살아서
11. 첫물 고춧가루 나눠주러 다니는 사람
12. 어느 큰아버지의 사랑
13. 사람의 말에 힘이 있으려면
14. 약속하심은, 그 약속 지키신다는 말씀
15. 자식 걱정은 하늘까지 가지고 간다
16. 전화 않고 갑자기 온 친구
17. 난 부자다, 아무 것도 가지고 오지 마라
18. 할머니는 아파트에서도 마실 간다
19. 당신은 내 보배 친구야
20. 남편이 멋지면 아내 기분이 왜 이렇게 좋을까
21. 새로운 이야기와 헌 이야기
22. 나는, 내가 위대하다고 생각해
23. 친선대사가 된 김장김치
24. 문득 한 조각 그리움이라도 되었으면
25. 며느리들과의 데이트
26. 젊은 며느리들에게서 배운다
27. 정직한 소녀, 우리 집에 오다
28. 사랑하는데, 전화하지 말라고 하면 안 되지요
29. 죽은 해바라기 꽃이 말하고 있다
30. 당신은 주저앉는 법이 없어요
2부_ 딸기 원피스와 체리 원피스
1. 세상에 묻혀 있는 선한 친구들
2. 인생 정리 차원에서 하는, 통장 정리
3. 그 미소를 믿고 가다
4. 딸기 원피스와 체리 원피스
5. 사람을 만난다는 기쁨
6. 사람은, 사랑을 살아가는 존재
7. 꽃 선생님에게 보이고 싶어서
8. 지칭개 꽃밭 바라보다가
9. 공동묘지 앞을 지나가다가
10. 나는 무엇에든 집착하지 않아요
11. 다른 사람의 관심과 인정을 구걸해서야 1
12. 다른 사람의 관심과 인정을 구걸해서야 2
13. 가장 낮은 자가 가장 위대하다
14. 사람 마음 깊은 골짜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15. 아홉 덩이 호박을 버리면서
16. 레시피(요리법)가 가득한 거실
17. 파랑새 작가님
18. 오늘 잃어버린 재킷 못 찾아도 좋아요
19.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 두 가지
20. 사람이 가진 최고의 재능
21. 조개껍질 같은 글도 진주라고 하면
22. 독후감은 일종의 서간체 문학이다
23. 장대 할아버지의 빠이빠이(bye-bye)
24. 다시 생각하는 팔복(八福)의 말씀
25. 사랑은 서로 마주보는 게 아니다
26.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27. ‘이집트’라는 나라를 다시 보다
28. ‘아이고 좋아라’에서 그치지 말고
29. 순창 할머니와 용대 오빠
30. 평창으로 이사 가신 6촌 오빠
31. 자다가 깨면 울먹이는 아이
32. 내가 나를 들여다볼 때
33.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
3부_ 내 삶을 재정비해야 할 때
1. 기일혜 작가에 대한 정의(定義)
2. 늦은 밤 곤드레를 삶으면서
3. 스케줄이 꽉 찬 여인은 매력 없다
4. 우리 집 샐러드 김장김치 5
5. 사랑이 이긴다
6. 이사 간 동생네 집에 가서
7. 힘자랑 안 하는 아내
8. 내가 받은 가장 큰 복
9. 이웃 집 공사 소리가 괜찮을 때
10. 내가 가지고 있는 반지
11. 나대지 않고 안존한 영숙 님
12. 나를 너무 나무라지 마시길
13. 밥그릇 뚜껑 깨어지다
14. 하루에도 별의별 일이
15. 전문가는 무섭다?
16. 사이좋은 실장님과 과장님
17. 울산 큰애기의 작은오빠
18. 독후감 특A 받은 친구
19. 나는 침노하는 자
20. 사람 만나 밥 사는 게 내 직업이야
21. 안 해 본 일 없이 다 해 본 사람
22. 내 삶을 재정비해야 할 때
23. 별장보다 더 좋은 선물은
24. 당신은 사람을 선대할 줄 아는 여인
25. 몸이 기억했다가, 몸이 움직인다
26. 저는 허술함이 매력입니다
4부_ 아아, 그 20만 원
1. 어느 친구(84세)의 독립
2. 일혜랑 가까이 살게 되어서 좋아
3. 혼자만 있고 싶은 늙은이를
4. 고독이 좋지만 사람이 좋기도 하네
5. 김 선생님께 무슨 선물 드릴까
6. 여섯 친구에게 캔슬(취소) 당하고
7. 작가의 고집
8. 그대를 안 찾았으면 어쩔 번했을까?
9. 그분이 있는 것은 우리 교회 복이지요
10. 내게 세뱃돈 준 사람 한 사람도 없어
11. 대학 교육보다 더 중요한 성경 교육
12. 변화는 내 창작의 시작이다
13.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합니다
14. 너는 오지 마라!
15. 세계 3대 천재인 스베덴보리
16. 그 사람의 독후감은 그 사람 작품이다
17. 이런 집주인은 누구일까?
18. 고창 친구와 순창 친구
19. 노란 참외 3개가 일을 한다
20. 음식만 진수성찬이면 뭐해
21. 칭찬도 짐이 된다
22. 고난보다 더 무서운 건 안일과 풍요
23. 세 아가씨의 꿈같은 봄날
24.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는데
25. 아아, 그 20만 원 1
26. 아아, 그 20만 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