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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처음 역사 (무선본)  
구약 성서 형성의 역사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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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7-03-20  |  (153*224)mm 528p  |  978-89-460-62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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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왕과 J 문서, 신학자와 목회자의 협동 작업으로 성서의 원형과 그 의미를 밝힌다

본서는 문서 이론에 입각하여 성서의 처음 오경을 구성하는 네 문서 중 가장 빠른 시기에 성립된 J문서가 다윗 시대에 다윗 왕의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쓰였다고 강조하면서, J에 해당하는 부분을 오경에서 추출하여 그 문학적 원형과 고유한 내용을 설명한다. 문서설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본서처럼 오경을 구성하는 J문서를 따로 추출하여 그 신학 사상과 문학 장르적인 특징을 설명한 책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J문서는 구약성서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들을 망라하고 있으며 독자의 많은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이다. 히브리어와 고대 중근동 언어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동원하여 독자들을 성서가 처음 형성되었던 시대로 안내하여, 성서의 원래 저자가 진정으로 말하려고 했던 바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명저이다.


1. 머리말

성서는 야훼 하나님의 계시에 의하여 쓰였으며 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나의 오류나 모순도 없다고 하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성서를 펼쳐서 읽어보면 기대와는 달리 맨 처음부터 서로 상반되는 이야기가 나와서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성서는 야훼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데, 그 이야기가 서로 다르다. 즉 창세기 1장부터 2장 3절까지의 천지 창조 이야기와 2장 4절부터 시작되는 창조 이야기가 완전히 다른 스토리로 전개되는 것이다. 또 창세기에서는 아브라함 등 여러 사람이 야훼의 이름을 잘 알고 있으며 대화 중에 야훼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창세기 4장 26절에서는 “셋도 아들을 낳고 그의 이름을 에노스라 하였으며 그때에 사람들이 비로소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개역개정 성경>)라고 한다. 그런데 출애굽기 6장 2~3절(<개역개정 성경>)에는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온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이니라(2절)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전능의 하나님으로 나타났으나 나의 이름을 여호와로는 그들에게 알리지 아니하였고(3절)

여기에서 보면 야훼 하나님이 모세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이 야훼임을 알려준 것이고, 따라서 그 이전 사람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몰라야 맞을 것이다. 그러니 창세기를 읽은 독자들은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2. 성서 비평학의 대두

이런 예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전통적으로 구약성서의 처음 다섯 권을 모세가 쓴 것으로 보고 모세 오경이라고 일컬어왔는데, 오경을 실제로 모세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서 혼자 썼다면 이렇게 앞뒤가 모순되는 내용이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미 중세 시대부터 조심스럽게 오경 전부를 모세가 쓴 것 같지 않다는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예컨대 신명기의 마지막 여덟 개 절에 있는 모세의 사후 장면 같은 경우 모세가 썼을 리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세에는 가톨릭의 권위가 너무도 강력하였기 때문에 그런 의문이 큰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계몽주의의 여파로 그러한 제약이 풀리게 되면서 비로소 현대 신학(성서 비평학)이 태동하게 되었다. 구약 성서의 경우 성서 비평학이 등장한 것은 계몽주의와 과학혁명, 히브리어를 비롯한 고대 중근동 언어에 대한 지식의 증대, 고고학적 발견 등에 힘입은 것이다. 성서 비평학의 발전 과정에서 19세기 후반에는 독일의 신학자 그라프와 벨하우젠이 이른바 문서 가설(documentary hypothesis)을 제기하였다. 문서 가설은 구약 성서의 처음 다섯 권을 모세가 쓴 것이 아니고, 수백 년 동안 J, E, D, P 등의 문서로 전승되어 오던 것을 기원전 5세기경에 서기관들이 하나로 편집하여 오늘날의 성경이 되었다고 하는 이론이다. 여기에서 J는 독일어 Jawhe의 첫 자를 딴 것으로서 신을 Jawhe(야훼)라고 일컬은 데서 온 이름이다. 다음으로 E문서는 Elohim의 첫 자를 딴 것인데, 신을 Elohim(하나님)이라고 일컬은 데서 온 이름이다. P는 Priestly document(제사장 문서)의 첫 자를 딴 것이고, D는 Deuteronomy(신명기)의 첫 자를 딴 것이다. 처음에 하나의 가설로 제기되었던 문서 이론은 그 뒤 더욱 발전하여 현대 신학계의 주류 이론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많은 새로운 비평 방법이 개발되어 문서설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대체하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학자들은 문서설의 기본적인 관점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브리태니커 백과사전 2016년판, “Biblical Literature” 항목 중에서 소항목 ‘The documentary hypothesis’ 부분 참조).


3. 성서 비평학에 대한 세 가지 입장

서양 기독교에서 성서 비평학을 대하는 입장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1) 결별 모델(근본주의 모델)
근본주의 모델은 성서 비평학이 ‘성서가 하나님의 계시에 의한 것으로서 오류나 모순점이 전혀 없다’고 하는 전통적인 믿음을 붕괴시키는 것으로 보고 현대 신학과 결별하는 입장이다. 중세 시대에는 성서무오설(聖書無誤說)이 도그마(dogma, 수학의 공리처럼 증명이 불필요한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여졌고, 신학은 이러한 도그마를 정당화하는 호교론(護敎論)적 학문이었다. 그런데 현대 신학이 이런 도그마를 부인하게 되자 그것과 결별한 것이다.
이러한 근본주의적 입장은 고대나 중세의 세계관이나 우주관과는 잘 어울리는 것이었지만, 현대인들의 세계관이나 우주관과는 어울리기 어려워서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sola scriptura(솔라 스크립투라, ‘오직 성서로’라는 뜻의 라틴어로서 루터 종교 개혁의 표어 중 하나)에 입각하여 성서를 자세히 읽으면 읽을수록 상호 모순되는 부분을 인식하게 되는 역설적 상황이다. 사실 중세 시대에 성서무오설이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보통 사람들이 성서를 읽지 못했던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중세 시대에 서양에서는 라틴어로 쓰인 성서를 배타적으로 사용하였고 또 가격이 너무 비싸서 보통 사람은 성서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사제들이 들려주는 말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또 근본주의 모델은 성서를 깊이 있게 읽으려고 하는 현대인들에게 불필요한 정신적 부담을 너무 크게 줘서 성서 읽기를 어렵게 만든다. ‘노아의 홍수’나 ‘출애굽 당시에 바다가 갈라졌다’는 것을 문자 그대로 믿을 현대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더욱이 성서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의 성과가 쌓여갈수록 성서에 기록된 사건 중 많은 것이 정확한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고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성서에 기록된 것을 전부 정확한 역사적 사실로 믿어야만 성서를 제대로 읽는 것이라고 한다면 현대인들이 성서를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서 성서 시대나 그 이전 시대의 중근동 언어로 쓰인 여러 문헌들이 발견되고 해독됨으로써 성서에 기록된 많은 사건들이 성서에 특유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중근동 문화에 널리 유포되어 있었음이 밝혀진 것도 근본주의 모델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2) 자유주의 모델
이 입장은 현대 신학의 성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하여 성서를 인간 세계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서는 성서를 다른 책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비기독교인이 성서를 읽는다면 자유주의 모델이 가장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자유주의 모델이 계시종교로서의 기독교의 정체성에 반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따라서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3) 대화 모델(복음주의 모델)

이 입장은 성서가 인간 세계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산물이지만 그 중심에는 신의 계시가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서는 현대 신학이 종교적 믿음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서를 더욱 깊이, 그리고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서에 대한 역사비평적 탐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입장에서는 현대의 과학 지식이나 성서에 대한 역사적, 고고학적, 언어학적 연구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계시종교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고자 한다. 이 모델은 현대인들이 성서를 편안히 읽을 수 있게 해주면서도 종교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종교간의 대화도 가능하게 해준다. 근본주의 모델에 의하면 종교간의 대화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4) 본서의 입장
본서는 대화모델에 입각하고 있는데, 성서학자인 로버트 쿠트 교수와 목회자인 미국 장로회 소속의 데이빗 오르드 목사가 공저했다고 하는 것은 그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두 저자는 대화 모델에 입각한 Is the Bible True?(우리나라에서는 <성서 이해의 새지평>으로 번역됨)라는 책도 공동으로 저술하였다.] 즉, 이 책은 저명한 신학자와 목회자의 대화와 협력의 산물이다.


4. 본서가 보는 J, E, D, P 문서와 정경화 과정

본서의 저자 쿠트 교수는 고대 히브리어뿐 아니라 고대 중근동 언어에 정통한 학자로서, 본서에서 성서의 처음 모습을 재구성함으로써 성서의 원래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였는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1) J문서와 그 핵심 사상
J문서는 네 문서 중 가장 먼저 성립한 문서로서 성서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들(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따먹은 일, 가인의 아벨 살해, 노아의 홍수, 바벨탑 이야기,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요셉이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갔다가 총리가 된 일, 출애굽 사건 등)을 망라하고 있으므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J문서에서 일관된 주제는 하나님의 인간 창조 원리에 순종하는 자와 거역하는 자 간의 갈등과 충돌 그리고 그에 대한 하나님의 개입이다. 그런데 저자는 J문서의 절정은, 즉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 순종하는 자와 거역하는 자 간의 충돌이 최고조에 달하는 지점은 출애굽 사건으로서 이 사건을 통해서 야훼 하나님이 보여주는 강제부역의 부정이야말로 J문서의 핵심으로서,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 나라의 헌법 제1조가 바로 강제부역의 부정이다.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강제부역은 하나님의 인간 창조 원리에 대한 반역으로서 살인과 마찬가지이다. 이집트 노예 감독관을 살해한 모세를 하나님이 자신의 대리인으로 선택한 것도 인간을 강제부역의 노예로 삼는 것은 살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탈리오의 법칙(lex talionis, 동해보복의 원칙)에 의하면 살인은 살인이나 살인과 동등한 범죄에 대한 보복일 때에 한하여 정당화될 수 있다. 저자가 J문서를 다윗 시대에 다윗 왕실의 서기관에 의하여 쓰였다고 보는 것도 다윗 왕이 이런 정체성에 충실하였고, 다윗 왕의 아들인 전제 군주 솔로몬 시대에는 이미 이런 정체성이 무너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J문서는 다윗 왕의 즉위와 그의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고 보는 것이다. J문서에 의하면 인간을 강제부역시키는 것은 야훼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한 목적에 반한다. 바벨론 신화에서는 하급 신들이 힘든 노동을 하면서 괴로워하다가 인간에게 힘든 노동을 시키고 신들은 그 힘든 노동에서 해방될 목적으로 인간을 창조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성서에서는 인간이 힘든 노동을 하도록 창조된 것이 아니다. 성서는 고대 중근동의 신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 신화들을 차용하였지만,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종교적 목적에 맞게 변용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E문서: 솔로몬의 위헌적 행위와 여로보암의 혁명
이처럼 다윗 왕은 이스라엘의 정체성에 충실하려고 하였지만, 그를 이어 왕이 된 솔로몬은 전제 군주로서 백성들을 강제부역에 동원하였다. 즉 솔로몬은 이스라엘 나라의 정체성에 반하는 위헌적인 행위를 한 것이다. 이에 많은 백성이 여로보암을 중심으로 하여 강제부역에 반대하는 혁명을 일으키고 이것은 솔로몬 사후 르호보암 시대에 북왕국이 분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여로보암의 혁명을 옹호하는 역사가 바로 J를 잇는 E문서인데, 이것은 쿠트 교수의 다음 저서인 In Defense of Revolution: The Elohist History(<혁명 옹호의 역사; 엘로히스트 역사>)에서 설명이 되고 있다. 이처럼 E문서는 J문서를 이어받으면서 거기에 새로운 상황에 맞는 내용을 첨가한 것이기 때문에 J문서와 E문서를 명확히 구별하는 것은 어렵고, 그래서 둘을 합쳐서 JE문서라고도 한다. 학자들 중에서는 E문서의 독자성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자는 E문서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입장이다.

(3) D문서와 P문서 그리고 정경의 성립
D문서는 기원전 7세기말 유다 왕국(남왕국)의 왕 요시야 시대에 성립한 문서로서, 요시야 왕은 당시 이스라엘의 종교에 이민족의 종교가 섞여들어와 혼란스러웠던 상황에서 과감하게 종교 개혁을 추진한 왕이다. 이처럼 요시야 왕이 종교 개혁을 추진하면서 이스라엘의 율법을 재천명하였는데, 성서의 신명기(Deuteronomy)는 율법을 재천명하였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P문서는 북부의 이스라엘 왕국이 아시리아에게 망한 데 이어 남부의 유다 왕국마저 기원전 6세기 초반에 바벨론에게 망하고 백성들이 바벨론으로 끌려가면서 제사장들이 유일한 권위로 남은 상황에서 그 제사장들이 기록한 문서로서, 특히 제의와 안식일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네 문서가 기원전 5세기경에 페르시아의 지배하에서 친페르시아 성향의 서기관들에 의하여 편집되고 정경화되어 오늘날의 성서의 모습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는 페르시아에 대하여 나쁘게 말하는 내용이 한 마디도 없다.

(4) 각 문서의 상이점
성서의 오경에 모순된 내용이 나오는 것은 성서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서로 다른 문서의 내용이 한데 편집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글의 서두에 예시했던 것을 본다면, 창세기의 1장부터 2장 4절 앞부분까지의 창조 이야기는 P문서에 해당하고, 2장 4절 뒷부분부터 나오는 창조 이야기는 J문서에 해당한다. 또 창세기에서 아브라함 등이 야훼 하나님의 이름을 말하는 것은 J문서에 해당하고, 출애굽기 6장 2~3절은 P문서에 해당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내용을 한데 편집하면서 편집자는 세부적인 내용이 상반되는 것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건을 얼마나 정확히 기술하느냐가 아니고 그 사건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 즉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가 어떠한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성서에서 하나님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도 각 문서마다 상이하다. J문서에서는 하나님은 인간과 유사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반면 E문서에서는 하나님이 인간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즉 불이나 불기둥, 구름 기둥 등으로 나타나거나 또는 꿈에 나타난다. 그리고 P문서에서는 제단에 서린 연기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약 500년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은 하나님 이해를 다르게 표현할 필요를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5. 그 외 본서의 몇 가지 주요 내용

(1) 노아의 홍수 이야기
노아의 홍수 이야기는 메소포타미아의 홍수 신화와 유사한 점이 많다. 메소포타미아의 홍수 신화는 설형문자(쐐기문자)로 기록되었는데, 다윗 왕실의 서기관들은 설형문자로 된 문서를 베끼는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고, 다윗이 예루살렘 궁전을 차지하고 난 뒤 서기관들은 J의 역사보다 800년이나 먼저 존재했던 이런 전승을 물려받았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서의 많은 이야기는 당시 중근동의 문화를 배경으로 하여 쓰인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에서, 그 홍수 이후 강우 농업이 시작되었다는 데 주목한다. 강우 농업은 관개 농업과 대비된다. 관개 농업은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권력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강우 농업은 개인이 독립적으로 영위할 수 있으며, 비를 내려주는 하나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J문서는 일관되게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권력에 반대한다. 강력한 권력은 인간을 노예(강제부역을 당하는 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2) 성전의 문제
노아나 그 뒤의 아브라함이 만든 제단은 흙과 자연석을 이용한 소박한 것이다. J는 중앙집중적인 국가 성전에 대하여 일관되게 반대하고 노아나 아브라함처럼 소박한 제단을 쌓을 것을 강조한다. 시내 산에서 야훼가 모세에게 이른 말씀 중에 이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신 나를 위해 흙으로 제단을 만들고 그 위에 너희 소나 양으로 번제와 화목제를 드려라. 내가 내 이름이 선포되는 모든 성소에서 너희에게 와서 너희를 축복할 것이다. 만일 너희가 굳이 돌로 제단을 만들 경우에는 다듬은 돌로 만들지 말라. 철 연장으로 그것을 치면 부정하게 하는 것이다. 내 제단을 계단으로 오르지 말라.”(출애굽기 20:24~26) 이것도 J가 다윗 왕 시대에 기록되었다는 강력한 근거 중 하나이다. 다윗 왕은 국가 성전을 건립하지 않았지만, 전제 군주였던 솔로몬 왕은 거대한 국가 성전을 건립한 것에 비추어보면 J가 다윗 왕 시대에 기록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3) 다윗과 여로보암을 모델로 한 모세
저자에 의하면 다윗 왕 시대에 작성된 J문서에서는 다윗을 모델로 하여 모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반면 여로보암의 혁명을 옹호하는 E문서에서는 모세의 캐릭터에 여로보암을 투영하고 있다. 즉, J문서에서 모세는 다윗이고, E문서에서 모세는 여로보암이다. 모세가 갈대 바구니에 담겨 나일 강에 버려졌다가 이집트 공주가 건져올린 뒤 왕실에서 자랐다는 이야기는 J가 아니라 E이다. 이것은 모세에게 정체성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며, 여로보암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솔로몬의 강제부역에 저항하는 혁명을 일으킨 여로보암은 솔로몬이 살아있을 동안에는 이집트에 망명하고 있다가 솔로몬 사후에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처럼 모세 이야기는 처음 이야기에 차츰 다른 이야기가 덧붙여지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4) 출애굽시 갈라진 바다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굽하였을 때 앞은 바다가 가로막고, 뒤로는 이집트의 정예병들이 병거를 타고 추격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었다. 그때 야훼 하나님이 강한 동풍을 불게 하여 바닷물을 갈라 맨바닥을 드러나게 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건너가게 하고 이집트 왕과 병사들을 물에 빠져 죽게 하였다는 것은 성서에서 가장 극적인 이야기 중 하나이다. 이때 갈라진 바다를 전통적으로 홍해라고 하였는데, 현대 신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히브리어 원문에는 숩(Sup) 바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 숩이 갈대라는 뜻이므로 지금은 보통 갈대바다라고 번역한다.] 이에 대하여 저자는 숩 바다가 어디였는가는 중요하지 않고 그것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다가 이집트의 왕 바로를 패배시키는 것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우주적 바다가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에서 유래한 것이기는 하지만, J는 그것을 반전시킨다. 즉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왕실을 대표하는 바알 신이 바다를 패배시키고 자신의 성전을 건립하게 하였다. 그 신화에서는 바다의 패배가 성전을 중심으로 하는 안정적인 왕국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였다. 이것을 반전시켜 J에서는 야훼가 바다를 이용하여 이집트의 왕인 바로를 패배시키는 것이다. 바다가 갈라지는 모습은 메소포타미아 신화나 J가 동일한데 그 결과는 반대로 된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왕이 바다를 죽이는데, J에서는 바다가 왕을 죽인다. 왕이 죽음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야훼가 죽음을 통제한다.


6. 오늘날 J문서가 함축하는 의미

J이야기의 절정을 출애굽 사건으로 본다면, 즉 강제부역이야말로 하나님의 인간 창조 원리에 대한 반역이며 살인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면 그것은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는 데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저자는 미국과 구소련이 성서의 이집트이고 이에 저항하는 약소민족들의 지도자가 오늘날의 J역사가들이라고 분석한다. 국가 사이의 권력 관계가 J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고 J에서 하나님은 더 약한 나라를 가장 강력한 나라로부터 구원하며, 오늘날 미국이 가장 강력한 나라라고 한다면 미국의 역할이 J의 이집트와 같다고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오늘날의 이스라엘이 J문서의 이스라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7. 맺음말

J, E, D, P를 하나로 편집하여 오늘날의 성서 오경이 만들어졌다고 할 때, 성서를 분해하여 각이야기를 따로 모아 읽는 것이 현대인들의 성서 읽기에 어떠한 유익이 있을까? 다시 말해 각 문서를 그것을 쓴 사람들이 처음에 의도했던 바대로 읽는 것이 현대인들의 성서 이해를 어떻게 풍부하고 깊이 있게 해줄 수 있을까?
대화모델처럼 성서가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산물이지만 그 중심에는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뜻, 계시가 있다고 한다면, 성서를 정경화 과정에서 변용되기 이전의 원래의 모습대로 읽는 것은 그 중심에 있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한 전제가 될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하나님의 인간 창조 원리에 반하는 강제부역의 거부이고 그것은 오늘날의 세계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는데, 성서를 구성하는 각 문서를 따로 떼어서 읽으면 이러한 점이 선명하게 부각된다. 물론 본서의 독자들이 이러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각자가 성서의 중심 사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데 도움을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자유주의 모델에 입각하여 성서를 읽는 사람들에게는 성서가 쓰일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고대 히브리어와 고대 중근동 언어에 정통한 저자의 ‘히브리어 성서 원문’과 ‘성서의 배경이 된 고대 중근동 문화’에 대한 해박한 설명은 구약성서를 번역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일반인들의 성서 이해를 한층 깊이 있게 해줄 것으로 믿는다.
근본주의 모델을 따르는 사람들은 본서의 설명 중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차분히 읽어보면서 성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책은 성서학자와 목회자가 공동으로 집필한 것이다. 우리는 지극히 전문적인 지식으로 성서를 분석하였으나 그 결과물은 성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다. 분석한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했다. 우리의 희망은 성서학자의 전문지식과 목회자의 전문지식을 결합하여 우리의 연구결과를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15~16쪽)

오경을 주의 깊게 연구해보면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여도 서로 다른 종류의 여러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오경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이야기가 있는지, 혹은 서로 다른 기원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래되어 지금의 모양처럼 결합되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뚜렷이 구별할 수 있는 네 가지 문서 혹은 전승층이 있었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는 성서의 처음 다섯 권의 기초가 되는 네 가지 문서를 작성한 사람들의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보통 대문자 J, E, D, P를 사용하여 부르고 있다.
(33쪽)

J를 기록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다윗 왕조가 팔레스타인 산간지대에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정치 조직[지파]을 대신하는 일이 정당하고 필요한 조치였다고 설명하는 일이었다. 달리 말하면 J는 일종의 ‘사회적 산물’이었다. 다윗 제국의 형성은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새로운 정치 체제뿐 아니라 새로운 경제적·사회적·종교적 체제도 변화시켰다. 그런 변화는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J문서의 임무는 간접적으로라도 이러한 변화를 표명하고 정당하다고 설명하는 일이었다.
(35쪽)

J는 다윗 시대의 통치 상황을 반영하는 반(反)이집트(anti-Egyptian) 문서이다. 그것은 솔로몬 시대의 통치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다윗 가문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는 블레셋이 아니라 이집트였다. 솔로몬 시대에는 이집트를 원수로 묘사할 필요가 없었다. 솔로몬은 이미 이집트와 타협하여 위협을 처리했다. 바로의 딸과 결혼 동맹을 체결한 것이다. 이로써 솔로몬은 이집트와 북방의 히타이트 사이에 견고한 육상 무역 관계를 수립하고 자신은 중간이득을 취했다. 다윗의 경제는 사실 페니키아 항구를 통해 변두리 지역의 농산물을 수출하는 방식에 의존한 반면 솔로몬의 경제는 소아시아부터 이집트와 아라비아 해안까지 근동지역 전체를 상대로 확장하였다. 솔로몬은 자신이 통치하던 때에 이집트를 원수가 아니라 우호적인 상대방으로 J를 읽는 일이 필요했다.
(66~67쪽)

강제부역은 J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출애굽’이라고 말한 것이 이 역사의 초점인 것이다. 그것은 평범하게 살다가 극적으로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 강제부역에 끌려온 사람들이 경험한 이 구원은 야훼께서 이집트의 강제부역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이집트 왕과 그의 장자 살해는 이웃 약소국에서 끌려온 노동자들에 대한 강대국 이집트 정치권력의 폐기를 뜻한다. 그 사건은 강제부역으로부터 해방되는 중에 벌어진다. J는 강제부역을 소개한다. 그 역사의 서두는 역사의 정점에서 강제부역으로부터 해방될 것을 암시한다. 이것이 역사 첫머리를 인간 노동자를 창조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이다.
(89~90 쪽)

창세기 18장과 19:1~28이 하나의 짝을 이루며 이어가는 내러티브의 주제는 체다카(tsedaqah, ‘정의’)이다. 즉 환대와 성관계라는 개념을 갖고 무엇이 바르고 옳은지를 다룬다. 야훼가 사래를 임신시킨 것은 간통 행위와 맞먹는다. 야훼는 지금 아브람과 사래 앞에서 아브람 역사 초반에 아브람의 아내 사래를 취했던 이집트의 바로와 같은 입장에 서 있다. 이렇게 평행하는 이야기는 J가 전체 역사 속에서 드러내려는 요점을 강조한다. 표면상 야훼가 사래를 임신시킨 행위는 그저 하나의 부당한 행위였을 뿐 아니라 왕이 저지르는 부당한 행위이기도 했다. 비록 그런 행위가 아브람이 사래를 알지도 못하는데 사래가 아들을 가지게 함으로써 아담이 하와를 앎으로써 일어난 문제를 해소해 줄지라도 그것은 정당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라샤(rasha), 즉 잘못된 행위가 아니라 체다카, 즉 옳은 행위로 정의되어야 한다.
(207쪽)

그 속에서 모세는 히브리인이라는 정체성을 의지적으로 붙들고 자신의 양면성과 씨름해야 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E의 모세는 바로의 궁전에 친밀한 자이며 강제부역 노동의 폭압에 맞서서 베두인 운동의 지도자가 될 운명을 지닌 존재이다. 그의 모습은 아마도 여로보암 1세를 과거로 투사한 것일 것이다. 그는 북쪽의 서기관이 자기 나라의 통치자에 대해 실제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모세의 전승을 재구성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은 J에게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J는 한 세대 반 후에 북이스라엘이 다윗 가문의 통치로부터 분열되는 역사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344쪽)

만일 우리가 어떻게 해서 미국(혹은 러시아의 시민이라면 러시아)을 J의 이집트와 같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 시대의 J와 같은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J는 니카라과, 폴란드, 페루, 체코, 필리핀이나 앙골라 같은 나라의 신학자, 역사가, 언론인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기 나라의 경제와 정치에 강대국이 영향을 미치고 지배하는 것을 비난하고 그런 지배로부터 자기 나라를 완전히 해방시켜야 축복을 받는 것이며 그래야 희망과 자유를 누리는 세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482쪽)
1. 성서의 처음 역사란?
2. 네 가지 이야기
3. 왕실 역사
4. 이스라엘은 누구인가?
5. 기회가 찾아오다
6. 다른 이름을 지닌 실제 인물
7. 특권의 문제
8. 하나님의 특권과 인간의 특권
9. 왕실의 사고방식
10. 강우 농업의 시작
11. 에덴의 동쪽
12. 새로운 접근
13. 두 종류의 왕실
14. 하나님이 인정한 출생
15. “배우자를 주십시오”
16. 동생이 이기다
17. 스스로 성공하는 사람
18. 유다의 탁월성
19. 에덴의 서쪽
20. 그것은 자루에 들어있다
21. 노예가 된 베두인들
22. 완고한 마음
23. 위대한 탈출
24. 누가 지도자인가?
25.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26. 축복의 승리
27. 무엇이 다른가?
28. 함축된 의미들

부록: 다윗 시대에 작성한 J
로버트 B. 쿠트
1966년 하버드 대학교의 학부를 졸업하고 1972년 동 대학원에서 Ph.D 학위를 받았으며, 1975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San Francisco Theological Seminary)과 버클리의 신학대학원연합(Graduate Theological Union; GTU)의 구약학 교수를 역임하다가 은퇴하였다. 성서와 고대 중동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학자로서, 주로 이스라엘의 초기역사 및 성서의 형성사를 연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The Bible’s First History: From Eden to the Court of David with the Yahwist(데이빗 오르드와 공저), In Defence of Revolution: The Elohist Hsitory, In the Beginning: Creation and the Priestly History(데이빗 오르드와 공저), The Deuteronomistic History, Is the Bible True: Understanding the Bible Today(데이빗 오르드와 공저), Early Israel: A New Horizon, Power, Politics, and the Making of the Bible: An Introduction(메리 쿠트와 공저), Amos Among the Prophets: Composition and Theology 등이 있다.
데이빗 R. 오르드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장로교 목사로 사역활동을 하였으며, 현재는 종교서적 전문출판사인 미국 나마스테 퍼블리싱(Namaste Publishing)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스승인 로버트 쿠트 교수와 함께 The Bible’s First History와 In the Beginning: Creation and the Priestly History 및 Is the Bible True 등을 저술하였으며, 그 외에도 Your Forgotten Self: Mirrored in Jesus the Christ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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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성서의 처음 역사 (무선본)
저자로버트 B. 쿠트,데이빗 R. 오르드
출판사한울아카데미
크기(153*224)mm
쪽수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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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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