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도서 > 신학 > 철학/변증학

본서는 도예베르트의 기독교 철학을 잘 다루고 있는 스피어(Spier) 교수의 책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종교 철학 내지 기독교 철학의 입장에서 주장되는 내용을 넘어서서, 성경 중심의 사고를 전제로 하여 기독교인으로서의 우주 전체에 대한 인간의 사유성(思惟性)이라는 포괄적 입장에서 도예베르트의 사상을 요약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스피어 교수가 대변하는 대로, 도예베르트는 철학이란 창조된 시간 안에서 (포괄적 전체로서의) 우주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학문적 사유라고 정의하는 가운데서, 우주(Cosmos)에 대한 학문적 사유 내지 체계적 반성은 하나님께서 피조된 인간에게 내려주신 언약관계를 통해 이해되는 일종의 문화명령이라고 본다. 도예베르트의 철학의 중심을 인간의 모든 삶의 영역에 궁극적으로, 그리고 총체적으로 적용되는 우주의 주인으로서의 하나님의 법을 모든 영역에 적용코자 하는 데 있다. 이러한 사상은 그의 대작인 <이론적 사유의 신비판>(A New Critique of Theoretical Thought)에서도 나타나는데, 그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모든 창조세계에 대한 의미 변혁적 이해와 이 모든 것을 서로 관련시키고 있다. 특히 본서에서는 창조된 우주에 있어서 종교적 중심으로 이해되는 인간의 마음, 그리고 이 마음에서 이해되는 영역주권(sphere-sovereignty)의 문제가 자세히 다루어지고 있다. 하나님을 인정하는 철학의 포괄적 이해를 겨냥하여 도예베르트의 사상을 핵심적으로(입문적 입장에서) 다루는 이 책은 칼빈주의적 성경중심의 기독교 철학의 방향과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 본문 20-22 '제1장 기독교 철학 서론' 중에서 ]

2. 철학과 종교

두번째 예비적 질문은 철학과 종교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만일 철학이 기초과학으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은 단순한 취미나 기호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 철학자는 자신의 "신적 소명"(Divine Calling)을 충분히 자각하고 작업해야 하며, 철학이 하나님이 그의 언약 안에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업무에 속하는 것임을 분명히 깨닫고 있어야 한다. 철학은 하나님이 수여하신 문화명령(cultural mandate)의 한 부분으로서 절대로 폐기될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의 삶은 하나님을 섬기는 데 바쳐져야 한다."(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6문)

하나님은 인간과 언약을 세우시고, 인간이 그 언약을 지키는 데 있어서 수행해야 할 의무를 지시하심으로 말미암아 임무를 수행하도록 인간을 부르셨다. 첫 언약의 머리인 아담 안에서 인류는 하나님에 대한 순종을 파기하였고, 그리하여 언약의 약속을 상실하고, 저주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은혜 안에서 하나님은 언약을 유지하시고, 둘째 아담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약의 약속을 다시 얻게 하셨다. 자신의 순종을 통해 그리스도는 언약의 저주를 친히 담당하시고, 그의 교회를 타락의 저주로부터 구원하셨다. 그러므로 원리상 그리스도는, 교회 안에서, 온 심령을 다해 하나님을 섬기도록 인간을 재창조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서 인간은 언약을 지켜야 하고, 언약은 인간의 모든 삶을 포함한다. 언약은 그의 모든 관계들과 활동들 안에 있는 전인간을 포괄한다. 우리는 성경에 따라 단지 영혼만 구속받는 것이 아님을 충분히 강조해야 한다. 언약에 속하는 것은 단순히 신자의 영적 부분만이 아니다. 그의 전체 자아가 언약에 속한다. 우리의 심령과 생명이, 우리의 영혼과 몸이, 그리고 우리가 소유하고 행하는 모든 일들이 그것에 속해 있다. 우리의 소망, 우리의 목표,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등 모든 것이 언약에 속해 있다. 그러므로 성경적인 철학자는 삶을 자연과 은총의 두 영역으로 구분하는 토마스주의(로마 가톨릭)의 견해를 인정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은총이 인간의 전 삶과 궁극적으로 전체 세계를 새롭게 하고, 구속하신다고 성경은 말씀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을 통하여 우리의 전 삶으로 언약의 하나님을 섬기는 것을 우리는 종교(religion)라고 부른다. 그가 누구이든, 또는 그가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하나님에 의해 그분을 섬기도록 부르심을 받는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서재에 앉아있는 목사와 실험실에 앉아있는 자연과학자와 동일한 수준에서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 공직자와 주부는 과학자와 동일하게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 종교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종교는 사람이 온 마음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든지 마시든지, 잠을 자든지 생각을 하든지, 웃든지 기도하든지, 아니면 시장에 가든지 책을 읽든지 우리의 모든 활동들이 종교 생활의 한 부분이고, 성격상 종교적이다.

종교는 예배(worship)와는 구분된다. 종교는 우리의 전 삶을 포괄하지만, 예배는 단지 종교의 자그마한 한 부분이다. 우리는 기도하거나 교회 예배에 참석하거나 또는 성례에 참예할 때 예배활동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예배라는 좁은 영역 밖의 것들에 대해서도 신적 소명을 갖는다. 우리는 신앙을 통하여 주님을 섬기는 우리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언약 안에서 걷고, 그분에게서 조금도 후퇴하지 않음으로써 그분에게 존귀와 영광을 돌려야 한다. 신자의 모든 삶이 종교적이다. 그러므로 기도하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더 경건한 것이 결코 아니다. 예배드리는 것이 과학에 종사하는 것보다 더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분의 언약 안에서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들이 기도하고 일하도록 요청하신다. 인간은 과학으로 하나님을 찬양해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이 주신 임무(God-given task)이다. 따라서 과학의 한 부분으로서 철학도 당연히 하나님이 인간에게 부여하신 업무 속에 포함된다. 철학은 종교 곧 온 마음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에 속한다. 그러나 철학은 성전(temple)이나 사원(shrine)은 아니다. 그것은 예배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비기독교철학자들은 종종 철학을 예배로 대치하고, 철학의 성전에서 주권적 이성으로 세운 우상 앞에 절한다.

철학은 예배가 아니고 종교의 한 부분, 곧 주님을 섬기고 다른 신들을 대항하여 싸우라고 부르시는 지상적 소명(earthly calling)의 한 부분이다. 철학 안에는 흑암의 나라에 대항하는 거짓 신들과의 갈등 곧 하나님을 배반하고 하늘과 땅에서의 그리스도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모든 과학사상들과의 투쟁이 존재한다.

하나님을 인정하는 철학은 언약의 풍성한 축복들을 보증받을 수 있다. 과학의 영역에서 언약을 지키는 사람들은 성령의 조명과 지시에 의해 도움을 받게 된다.

역자 서문
영역자의 말
저자 서문

제1장 기독교 철학 서론
1. 예비적 질문
2. 철학과 종교
3. 철학과 평범한 그리스도인
4. 철학과 성경
5. 철학과 단순경험
6. 철학의 출발점과 방향
7. 철학과 실재의 의미성
8. 철학의 대립

제2장 우주법적 양상론 또는 법 - 영역론
9. 주요 구분
10. 우주법질서
11. 우주법질서(계속)
12. 영역주권
13. 우주적 시간
14. "초월적"인 것과 "선험적"인 것
15. 우주적 양상들의 체계적 구조
16. 개별적 양상들에 관한 고찰
A. 수적 양상
B. 공간적 양상
C. 운동적 양상
D. 물리적 양상
E. 생명적 양상
F. 심리적 양상
G. 분석적 양상
H. 역사적 양상
I. 언어적 양상
J. 사회적 양상
K. 경제적 양상
L. 심미적 양상
M. 법적 양상
N. 윤리적 양상
O. 신앙적 양상
17. 개현 또는 개방과정
18. 각 영역의 보편성
19. 객체
20. 죄의 문제

제3장 인식론
21. 논리학의 다양한 기초원리
22. 인식론의 몇 가지 특징들
23. 지식
24. 지식의 문제
25. 인간 경험의 지평
26. 진리

제4장 시간적 사물들의 구조론
27. 실체
28. 개체적 사물의 구조원리에 관한 분석
29. 사물을 구성하는 구조에 관한 결론적 언급
30. 구조 - 양식들
31. 예술작품의 구조분석
32. 유용한 객체들에 관한 구조분석

제5장 인간 사회 중심론
33. 중심문제
34. 권위적인 사회적 관계의 구조 원리
35. 직계가족 관계에 관한 구조분석
36. 결혼의 구조
37. 국가의 관계구조
38. 교회기관의 구조
39. 자유로운 사회적 관계들

제6장 구조적 상관론
40. 우주
41. 구조들의 융합성
42. 융합성의 양식들
43. 인간사회의 융합성
44. 융합성의 접촉형식

제7장 마지막 언급
45. 철학적 인간학을 위한 탐구
46. 인간육체의 구조
47. 인간육체의 행위구조
48. 결론